그들이 떠나온 통신 센터, 살아남은 열 개의 철탑, 휘두르지 못한 팔을 치켜들고 있는 굴착기, 열광자의 고속도로에서 우회 고속도로로 넘어가는 분기점, 범퍼에 완충기를 달고 지붕에 기관총을 장착한, 서너 대도 아니고 여섯 대나 되는 무장 트럭들, 인식표 없는 군인들과 신선한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줄지어 선 프로펠러들.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백미러 안에 남아 있었다. 이젠 많은 것들이 아르티옴의 뒤에 있었고, 남겨진 것들은 작고 먼지 낀 직사각형 안에 모두 그럭저럭 들어맞았다. 다들 처음에는 거대해 보였지만, 결국 작아져 갔다. 거기 들어맞지 않는 것은 아르세니와 그의 두 아들들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쩌고?" 아르티옴이 물었다. "적어도 묻어줄 수는 있잖아."


"너 없이도 알아서 잘 할 거야." 레탸가가 말했다. "너랑 내가 먼저야. 내버려 둬. 진정하고."


개들의 구덩이도 거울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벨리와 료카는 널찍한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아르티옴은 자신의 면책권을 받을 때 두 사람의 것도 덤으로 얻었다. 사벨리의 작은 일본제 소녀는 오프로드 차량에 묶여 포로가 된 채 그들 뒤에서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사벨리는 차를 버리는 것을 거부했다.


"수상한 사람들이군." 사벨리가 끼어들었다. "고속도로에서 그 사람들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야."


"그 사람들은 무롬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어." 아르티옴이 말했다. "거기 수도원이 있다던데. 아름답다고 그랬어. 흰색과 하늘색이라고."


"무롬 출신이라고 말한 거고 걸어왔다고 말한 거지." 레탸가가 정정했다. "아마 여기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다 헬리콥터가 그자들을 내려줬을 거야. 잘 짜인 정교한 이야기를 주고 그걸로 일에 착수하라고 했겠지. 그놈들은 지치지도 않고 와 대."


"하지만 그 사람들은 통신으로 날 불렀는데..." 아르티옴이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네가 날 호출했을 때 말이야. 뭐하러 그랬을까?"


"모르겠네." 레탸가가 인정했다. "하지만 내가 받은 명령은 확고해."


"이봐, 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바로 울렸었다고." 사벨리가 대화에 더 깊이 끼었다. "라디오에서 영어가 나오자마자 나타났다니까! 양키 놈들은 죽지도 않았어! 여기 우리는 우리가 그놈들을 마지막 남은 개 한 마리까지 잡아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놈들은 모여서 엉터리 노래나 불러대고 있다고. 나도 당신처럼 생각해. 다음은 뭘까? 절대로 우리가 살아 숨쉬게 놔두지 않을 거야, 안 그래? 그놈들이 항상 꿈꿔오던 건 우릴 멸망시키는 것뿐이야! 우릴 식민지로 삼는 것! 빌어먹을 로스차일드(역자 주 - 정치 · 경제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유대계 금융재벌가) 놈들이랑 전 세계의 망할 외국 놈들. 신께 맹세컨대, 난 그놈들이 우릴 메트로 아래다 처박아두는 거라고 생각해."


료카가 이 빠진 입가로 입맛을 다셨다. 무슨 뜻일까? 고향을 그리워하는 걸까?


"음." 니그마툴린이 운전석에서 딱딱하게 말했다. "가정일 뿐입니다. 자기들 손을 그런 일로 더럽히진 않을 거요. 우리의 낌새라도 맡는 순간 미사일로 다 날려버리겠지. 그럼 우리가 무슨 수로 그걸 막겠습니까? 다 끝장나는 거지."


"그렇군, 이제 전부 알겠어. 당신이 설명하자마자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구만! 사벨리가 잇새로 싯싯거렸다. "다 제자리를 찾았어. 이 전파방해기들 말이야. 내가 그쪽으로 차를 몰 때 이렇게 생각했지. 망할, 이게 뭐야? 이걸 다 어디다 쓰는 거지? 사람들이 속아넘어가서 붉은 라인 지하에 갇혀 있다는, 아르티옴이 내게 그럴듯하게 늘어놓은 그 허풍스런 이야기, 그건 그냥 명백히 미친 소리야, 맞지? 미안해, 친구, 진짜야. 하지만 말이 되는 구석이 하나도 없잖아. 운전하다가 깨달았지. 넌 좋은 놈이지만, 허튼소리를 하고 있다고. 그냥 본능적으로 헛소리라는 걸 알았어. 사실일 리가 없다고. 우리네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그걸 깨달아. 하지만 네가 설명했을 때, 난 그냥 알았어. 그게 다야. 정곡을 알았지. 난 그게 전체적으로 너무 매끄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그놈들은 우릴 그동안 그냥 내버려 뒀어. 우린 어떻게든 아주 즐겁게 살아남았고. 이제 뭐가 뭔지 확실해졌군. 그렇지, 아르티옴?"


"그렇군요."


그들은 외부순환도로를 지나쳤다. 어떤 차들은 오른쪽의 교통 체증 속으로, 어떤 차들은 왼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다들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티옴 일행 역시 최후까지 각자 남은 날들을 보내기 위해 모스크바로 돌아가고 있었다.


좋은 차였다. 가죽 좌석, 손가락만큼이나 두꺼운 장갑판 그리고 모종의 특수한 기계 장치까지. 모터가 경쾌하게 웅웅거렸고, 니그마툴린이 단호히 운전하는 와중에 창밖의 미라들은 마치 영화 속 프레임이 흘러가는 것만큼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한 명의 사람처럼 보였다.


"좋은 차군." 아르티옴이 말했다. "이런 걸 우리가 갖고 있는 줄은 몰랐어."


"우리가 갖고 있지."


아르티옴은 레탸가에게 남은 모든 질문공세를 퍼붓는 대신 뺨을 질겅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질문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아르티옴은 굴복했다.


"있지, 나는 이 차를 본 적이 있어. 아호트니 럇 거리에서."


"알고 있어."


"거기서 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안 죽었고."


"왜지?"


"알아봤으니까. 우리 일원이라는 걸. 어떻게 아군을 쏘겠어?"


"하지만 못 알아봤다면? 내가 방독면이라도 쓰고 있었다면?"


"그럼... 넌 그 망할 통신기를 들고 돌아다니면 안 돼. 아무리 전파방해기라고 해도 모든 신호를 다 막을 순 없어. 들어오는 신호는 전부 차단하지만, 나가는 신호는 전부 막지 못해. 그래서 일을 직접 해야 하지."


"사람을 어떻게 찾는 건데?"


"이걸로." 레탸가가 계기판을 탁 쳤다. "위치 탐지기가 달려 있어. 좋은 차야."


사벨리가 꿈틀거렸다. 아르티옴의 마음속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왜 사람들한테 말하지 않지? 그럼 아무 걸림돌도 없을 텐데... 우리가 일을 망친 그런 거 말이야."


"우린 어떤 공황 사태도 피해야 해." 레탸가가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친척이 있지. 누구는 여기, 누구는 저기... 어쨌든 여기는 모스크바야. 사람들은 슬금슬금 떠나기 시작할 거고. 그럼 우리는 노출당할 수밖에 없어. 오르도라고 다 아는 건 아니야."


"다 아는 건 아니란 말이지." 아르티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마 나도 친척이 있을 거야." 사벨리가 반응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그놈들이 우릴 치는 데에다 기름칠을 해줄 순 없지."


니그마툴린은 운전석에서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어르신한테 화내지 마." 레탸가가 앞좌석에서 아르티옴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래서 너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야. 나조차도 겨우 1년 전에 알게 됐어. 아마 대령님도 곧 알려주려고 했을 거야."


"아마도."


"넌 다 잘해냈어, 친구." 레탸가가 말했다. "우리에게 왔잖아. 아주 확실히. 다 괜찮을 거야."


"그럼 모스크바 전체를 다 감시하는 건가?" 아르티옴이 물었다. "모든 사람의 위치를 추적한다고?"


"응, 그래. 네가 아니라 우리가, 오르도가 하지. 사람들을 감시해. 위치를 추적하고."


"하지만 난 매일 지상에 다녀왔는데... 46층 위까지... 난 매일 방송을 했어. 그건 뭔데?"


"뭐가 뭐야?"


"내 방송 못 들었어?"


"들었어. 보기도 했고."


"하지만 난 위장을 날려버린 거야! 우리의, 모두의 은신을!"


레탸가가 니그마툴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르티옴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령님이 널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


"왜?"


"글쎄, 넌 일종의... 가족이니까. 이거 어색하네."


"차 세워요." 아르티옴이 말했다. "기분이 영 아닙니다."


니그마툴린은 차를 세웠다. 그는 아르티옴이 속을 비우게 해주었다. 깨진 이빨이 섞인 자가 양조주, 살아 숨쉬며 수다스러운 세상, 그 세상 어딘가에 있는 하늘색 돔과 눈처럼 새하얀 요새의 작은 편린. 그 모든 것은 전부 길가에 남겨졌다. 아르티옴이 그것들을 데리고 메트로의 집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는 것은 명백했다.


이제 그는 잠에 들 수 있었다.


"약이라도 했어?" 레탸가가 졸려하는 아르티옴에게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차멀미야." 아르티옴이 대꾸했다.




* * *




아르티옴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스크바였다. 그들은 제방을 따라 달리고 있었고,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었다.


아르티옴은 창문 너머의 도시를 알아보지 못했다. 모스크바는 떠날 때의 아침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머리에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 댔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상하고 바보 같은 느낌이었다.


아르티옴의 주변 모든 것이 가짜로 변했다. 버려진 건물들은 무대의 배경이었고, 텅 빈 궁전은 미끼였고, 차 안의 시체들은 마네킹이었다. 한번은 만화경 속 마법의 원통을 들여다보고 가슴 아릴 정도로 아름다운 신기루를 눈에 담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무언가가 그를 사로잡아 신기루를 산산조각냈고, 페인트칠한 골판지와 다양한 색의 유리 부스러기가 그의 손에 떨어졌다. 대체 어떻게 골판지에 관한 꿈을 꿀 수 있겠는가?


아르티옴은 모스크바를 다시 사랑하고 그리워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건 날조된 거였다. 도시는 결국 빈 골판지를 오려낸 것에 불과했고, 그 안에 있는 죽은 사람들은 판지를 잘라내 만든 것일 뿐이었고, 그들의 슬픔 역시 마분지로 된 것이었다. 관객들을 위해 모든 것이 이렇게 배치되었다. 지하에 사는 자들을 위한 것인 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바다 건너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아르티옴은 실로 대단한 발견을 해냈다. 정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전 세계를, 모든 대륙을 한번에 찾아내고야 말았다. 쓸모없는 발견이었다. 그는 앞으로의 삼 주일 동안 이 지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남은 시간이 3주가 맞기나 할까? 피폭량은 늘어났고, 그가 얼마나 많은 방사능을 더 들이마셨을까? 아마 3주가 아니라 2주쯤 남았을 것이다.


그들은 크렘린 궁을 지나 강을 따라 달렸다.


크렘린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죽은 척 하고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는 쉴러 역의 감시자들이 죽은 사람들의 머리를 강철 봉으로 박살냈던 것을 떠올렸다. 확신을 기해서, 산 사람을 매장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아무것도 믿지 말아라.


그럼 멜니크가 옳았나? 이 모든 것이 가치가 있었을까?


그랬다. 오르도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지만, 그들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적어도 2주만이라도?


아르티옴은 그것을 멜니크에게 물어볼 것이었다.




* * *




보로비츠 역에서 그들은 모두 제염 작업을 거쳤다. 료카와 사벨리는 잘 대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어디론가 데려가졌다. 레탸가는 아르티옴을 아르바트 역으로 향하는 어두운 연결 통로를 지나 멜니크에게로 안내했다. 아르티옴은 마치 이빨이 타르로 딱 붙어버린 것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레탸가는 휘파람을 지독하게도 불어 댔다.


"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떻게 빠져나왔어?" 결국 아르티옴은 곡조가 세 번째로 돌아왔을 때 물었다.


"좋지 않았어." 아르티옴이 말했다. "난 내가 죽는 줄 알았다고. 편지는 디트마르한테 뺏겼어."


"알고 있어."


"이것 봐." 아르티옴이 레탸가를 보지도 않은 채로 농담을 했다. "넌 뭐든 다 알고 있군.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 놈처럼 보여."


"미안해, 형제." 레탸가가 말했다. "난 정말로 널 거기서 꺼내주고 싶었어. 하지만 이 진짜로 위험한 상황이 폭발했다고. 붉은 라인이랑 제국과 같이."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아르티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대령님께 보고했어. 우리가 처리할 거라고 하시더군. 대령님께 화내지 마."


"화나지 않았어."


"이제 다 정리되고 있어. 인력이 부족해. 나는 널 여기로 데려다 주고, 다른 일을 하러 떠나야 해. 붉은 라인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어. 버섯이 전부 썩어버렸다나. 그리고 이 전쟁만이 굶주린 사람들을 달랠 마지막 수단이야. 한자동맹까지 번질 수도 있다고. 그 밖에 어디라도. 그놈들은 제재를 좀 당해야 해. 하지만 우리 말고 또 누가 그렇게 하겠어? 결정적인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거야."


"봐, 그 버섯들이... 정말로 중요한 걸로 밝혀졌잖아." 아르티옴이 말했다.


"정말로." 레탸가가 동의했다. 그는 휘파람을 조금 더 불었다.


"대령님이 뭐라셨어?"


"너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데려오고 네 모든 변덕을 받아주라고 하시더라." 레탸가가 대답했다.


"그렇군."


"난 별볼일 없는 사람이야, 형제. 들여다보라는 명령을 받지도 않은 곳을 훔쳐보는 것조차 싫어. 나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른 누군가를 방해하지 말고. 내가 뭘 결정할 수 있겠어? 내 말 이해하지?"


아르티옴은 마침내 레탸가를 쳐다보았다. 신중하게, 진정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넌 그렇게까지 별볼일없지 않아." 아르티옴이 말했다.




* * *




"아르티옴!" 멜니크는 그를 맞아 책상 뒤에서 휠체어를 몰고 나왔다.


아르티옴은 말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가 준비했던 모든 연설은 응고된 돼지 젖마냥 입에서 시큰해졌고,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그걸 뱉어냈지만 여전히 혀에 쓴맛이 남아있었다.


"들어봐." 멜니크가 그에게 말했다.


아르티옴은 들었다. 그리고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 서류가 가득 쌓여 있었다. 벽에는 지도가 걸려 있었다. 저 위에 방해기들이 서 있을까? 모스크바의 방어선과 함께? 붉은 라인이 벙커를 습격했을 때 목숨을 잃은 동료들의 명단이 벽에 붙어 있었다. 그들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넘버 텐, 울만, 나머지 모든 동료들의 영혼이? 어쩌면 저 종이 더미에 앉아서 반쯤 찬 작은 유리잔으로부터 알코올의 독기를 마시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반 잔으로 두 소대 모두가 완전히 취했을 것이다. 영혼은 그렇게 많은 술이 필요치 않았다.


"우린 이 일을 비밀에 부칠 거다." 멜니크가 말했다. "내가 정리하마. 내 잘못이다. 내가 경고했어야 했네."


"그럼 정말로 붉은 라인 짓이 아닌 겁니까?" 아르티옴이 물었다. "통신 센터에서 그 트럭들이요?"


"아니야."


"하지만 그자들은 우리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죠? 제가 아군을 죽인 건 아니죠?"


"아니다, 아르티옴."


"누굽니까? 그 사람들이 누구냐고요?"


멜니크는 풋내기에게 진실이 필요할 것인지 묻는 듯이 잠시 망설였다. 그렇다고 그가 어쩔 수 있을까?


"피폭을 많이 당했나?" 멜니크가 아르티옴에게 조금 더 가까이 굴러오더니 자신에게 빛이 닿지 않도록 멈추었다.


"그 사람들은 어디 소속입니까?"


"한자다. 한자동맹 병사들이야."


"한자동맹이요? 하지만 풍력발전기들은... 누가 그걸 지었습니까? 저는 붉은 라인이 로코솝스키 불바르 역이랑... 루뱐카 역에서... 건설 공사용으로 보낸... 추방한 정치범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르티옴..." 대령은 라이터를 켜고 한 손으로 불을 붙였다. "한 대 피겠나?"


"예."


아르티옴은 스스로 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그는 숨을 가득 깊이 들이마셨다. 그 모습은 대비를 조금 더 돋보이게 했다. 그는 상관을 방해하거나 도우려고 들지 않았다.


"아르티옴, 나는 네가 모든 것을 신뢰하기 힘들 거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지금은. 하지만 생각해 봐라. 붉은 라인이 한자를 위해 무언가 지어준 적이 있었나? 자기들의 맹적을 위해?"


"아닙니다."


"그래, 그렇지 않을 걸세. 한자는 모든 것을 스스로 했다.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구덩이 속의 시체들...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습니다. 그 안에 꽉 찼어요. 그 시체들은 누굽니까?"


멜니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구덩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가 개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까?


"스파이들. 공작원들. 잠재적인 스파이와 잠재적인 공작원들."


"한자동맹은 우리마저 모르게 이 일을 해 왔습니다... 아무도 모르게요... 그동안 내내 이래왔던 겁니까? 모든 것을 숨겨가면서? 지워버리고 삭제해 가면서요? 온 세상을요?"


"모스크바를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왜 그자들은... 서방 세계, 미국인들은... 다른 도시들을 폭격하지 않는 겁니까? 보세요, 제가 직접 들었단 말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예카테린부르크! 전부 바깥에 존재합니다... 수다를 떨면서요... 평화로운 주제에 관해서 말이에요. 그것도 러시아어로! 다들 존재한다고요! 국가가 저 바깥에 있습니다! 우리만 유일하게 그렇지 않습니다. 저 밖의 전쟁은 어떻고요? 아직도 진행 중이랍니까?"


"저 바깥이라... '저 바깥' 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지? 자넨 고작 30분 동안 방송을 들었을 뿐인데. 이건 모두 통신 게임이다, 아르티옴. 어느 쪽이 우리 편이고 어느 쪽이 돈을 받은 용병일지 어떻게 알 수 있지? 그자들의 공작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메트로 말고 무엇이 진짜 우리 것이지? 아무것도 없네. 메트로가 우리에게 남은 전부야! 어디에 진짜 살아있는 삶이 있지? 그놈들은 거미줄에 거미가 들어앉은 것처럼 도처에 앞잡이들을 심어뒀어. '여긴 블라디보스토크야, 와서 함께하자고. 여긴 페테르부르크야, 어서 와!' 그리고 거기에 낚여서 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끝장나지. 이마에 총알이 박히는 걸세. 러시아는 더이상 없어! 모든 일이 우리가 두려워했던 대로 일어나고 있네. 그놈들은 우리를 기습하고, 짓뭉개고, 점령했다. 우리가 여기서 버티지 못한다면,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걸 알려준다면, 우리가 다음 차례가 될 거야.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아르티옴. 죽은 척 하는 거지. 그리고 힘을 비축하는 거야. 반격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냥 오는 것뿐이라면요? 우리네 편이? 그런 식으로 다른 마을에서 말입니다. 공작원 같은 게 아니라, 우리네 사람이라면요? 러시아인들이요. 진짜라면요?"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아르티옴. 모든 사람들을 체크할 수는 없어. 그들은 적이고, 전부 멈춰세울 뿐이다."


"그 사람들이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서 온다면요?"


"주요 방향은 모두 방어되고 있네."


"전파방해기들은요?"


"그게 유일한 방해기가 아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것도… 어찌 됐건 제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거라는 겁니까?"


"시간이 없었을 거다, 아르티옴. 레탸가가 너를 거기서 꺼내준 건 잘된 일이야. 네가 철탑을 하나만 더 부쉈다면 나는 한자와 거래할 수 없었을 거다. 그들의 명령은 포로를 잡지 말라는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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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번역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