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티옴은 연기를 들이마시며, 풀려나가는 단어들을 붙잡고 줄세웠다.
"저를 지켜보고 계셨습니까? 제가 트라이컬러 빌딩이나 고층 건물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말입니다."
멜니크의 입가가 씰룩였다.
"알고 있었다."
레탸가가 했던 말이었다.
"왜 저를 말리지 않았죠?"
"왜냐하면 너는 우리 일원이니까. 비록... 내가 네게 그런 말을 했다지만은."
"하지만 대령님은...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어떻게?"
"정보를 받았다. 얼마 전에."
아르티옴은 연기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는 벽을 등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의자가 하나도 없었다. 휠체어에 앉은 멜니크는 이제 그보다 키가 더 커졌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르티옴보다 커야 했다. 그가 바퀴 대신 다리를 달고 있었을 때는 더 컸었다.
"있잖습니까, 대령님... 저희가 나눈 마지막 대화에서 대령님은 제가 정신분열증이라고 결정적으로 논증하시지 않았던가요."
"널 보호하려고 그랬어. 그래서 네가... 이미 해 버린 그 모든 일들을 막으려고 그랬네."
"하지만 왜 그냥 설명해주시지 않은 겁니까? 아니면 제가 결국은 정신분열증이 맞는 건가요? 예?"
"아르티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정신분열증이 맞습니까, 아닙니까? 그냥 말해 주세요."
"들어 봐. 검은 존재에 관한 네 이야기 말이다. 네가 세상을 구할 수 있었다는 그 확신. 네가 그것들에게 선택받았다는 것. 너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거라는 것.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간단히 할 수 있겠나?"
검은 존재에 관한 아르티옴의 모든 이야기. 그의 모든 이야기. 전부 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죠? 우리가 그것들을 미사일로 쓸어버린 일... 그건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렇죠? 우리는 결코 온 세상의 마지막 생존자도 아니었고, 여기 모스크바의 마지막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존재들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구하지 않았고요. 왜냐... 왜냐하면... 하지만 어떤 끔찍한 일도 없었죠. 세상은 여전히 전과 같이 굴러가고 있고요. 하지만 제가 그들을 구했더라면, 글쎄, 동물원에 선보일 것이 하나 늘어난 셈입니다. 이들이 천사인지 아닌지는 아무짝에도 상관이 없을 겁니다. 기적이 아니라 호기심일 뿐입니다. 저도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얼마나 멍청한 바보였는지 우습지요, 그렇죠, 스비야토슬라프 콘스탄티노비치?"
"아니."
"우습고말고요." 아르티옴이 반박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모음을 발음하는 것도 어려웠다. 마치 갑상선종이 방해하는 것처럼.
"나는 네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자네가 그것들에게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지. 하지만 네 상태를 고려할 때, 나는 방해기에 대한 비밀을 알려줄 권한이 전혀 없었어."
"제 상태요." 아르티옴이 되풀이했다. "예. 확실히 정신분열증이군요. 처음엔 제가 세상을 구하고 있는 줄 알았고, 그 다음엔 제가 세상을 망쳤다고 생각했고요. 과대망상이죠."
"넌 단순히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상상해야 했지. 하지만 지금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네가 완벽하게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있다고 확신이 드는군.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그럼 대체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아르티옴은 담배에 묻은 빛나는 재를 마치 총신이라도 되는 마냥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주머니 크기의 둘둘 말린 지옥 같았다. 항상 그와 함께 있었다.
"많은 것을 스스로 추론해야 했죠." 아르티옴이 동의했다.
"만약 네가 나라고 해서 모든 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냥 바보였어요. 도대체 어디다 쓰려고 그런 짓을 한 걸까요? 저는 제가 대령님을 데리고... 안나를 먼저, 그전에... 그리고 대령님... 아이들... 제 양아버지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도시에서 살 수있을 줄 알았어요 함께요. 집에서. 생각했어요. 떠올려 봤고요. 아니면 그 수도원에서라도... 모두 함께요. 아니면... 철도를 타고 떠날 수도 있고요. 세상과 지구를 눈으로 보기 위해서요. 제 꿈이었습니다. 세상이 아직 남아있다면, 그게 제가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럼 저는...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대령님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사실을 말하지 않죠? 알아서 선택하게 하세요...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하면, 보내달란 말입니다!"
"또 바보같은 소릴 시작하는군." 멜니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들은 모스크바를 떠날 거다. 그다음엔 어떻게 될까? 저 바깥에서 처리당할 거다! 한 명 한 명씩! 전부 다!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 메트로는 우리의 요새일세. 적에게 포위된 요새. 우리는 모두 수비대의 일원이다. 오르도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말이다. 그리고 우린 영원히 여기 머물지 않을 걸세. 공격을 위해 힘을 키우고 있는 거야. 반격하기 위해서. 알아듣겠나? 우린 여길 떠날 거야. 하지만 항복하지는 않는다! 백기를 들어선 안 돼! 그렇게 두진 않을 거다. 우리 것을 되찾기 위해 여길 떠날 거다! 우리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고! 이해가 되나, 응?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저 밖에 아무도 널 기다리고 있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건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나는 널 비웃기나 하려고 부른 게 아니다. 그게 거기서 널 꺼내준 이유도 아니고."
"그럼 왜죠?"
멜니크는 터덜터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서랍을 열고,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뒤적이다가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여기."
그는 아르티옴에게 몸을 기울여 주먹을 내밀어 보였다. 그는 천천히 주먹을 열었다. 딱히 연극적이지는 않았지만, 멜니크는 마치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바닥 위에는 명찰 하나가 놓여 있었다. 명찰 한쪽에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우리가 아니면 또 누가 하겠는가?'. 아르티옴은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명찰을 뒤집었다. 아르티옴 초르니. 그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과 자신이 직접 지은 성씨. 그것은 아르티옴의 명찰이었다. 1년 전에 멜니크에게 압수당했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가져가게."
"이게... 뭡니까?"
"나는 네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아르티옴. 생각을 마무리했고, 네가 다시 오르도로 돌아오기를 바란단 말이다."
아르티옴은 자신의 성씨를 둔감하게 검토했다. 무의미했다. 그것은 더이상 아무것도 뜻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르티옴의 회개였었다. 불타는 십자가였고, 그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일까? 그는 잘못이 없었다. 다 끝난 일이었다. 그는 흑금 상감으로 아로새겨진 글자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무언가가 그의 귀를 두들겼다.
"왜죠? 제가 모스크바의 위장을 노출시켜서입니까?"
"나는 그자들이 널 건들게 두고 싶지 않다." 멜니크가 대답했다. "넌 우리 일원이야. 그놈들은 알아서 하라고 해."
아르티옴은 담배를 껐다. 그는 담배가 손가락을 태우려는 시점에서 멈췄다. 그놈들이라.
"제가 왜 필요합니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중요할 때야. 우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붉은 라인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파시스트 놈들을 가려내야 해. 전쟁을 멈출 마지막 기회다, 아르티옴. 그렇지 않으면 더이상 어떤 통신 신호도 나오지 못할 거다. 방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들 때문에라도. 우리는 서방 국가들이 할 일을 대신할 거다. 그놈들은 놀랄 기회조차 얻지 못할 거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함께할 건가, 말 건가? 약간의 치료만 받으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제 사람들은요? 사벨리와 료카 말입니다. 그 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훈련시킬 걸세. 자네가 이미 그 둘에게 대외비에 접근하는 걸 허가해 버렸으니."
"오르도로 편입시키시려고요?"
"오르도로 편입시킬 거다. 내가 알기론 너희 셋이 통신 센터를 차지했다던데. 그건 좋은 추천거리지."
그게 다일까? 아르티옴은 두피에 손을 얹었다. 사샤가 머리를 밀어줬었다.
"넌 방사능을 너무 많이 마셨어." 멜니크가 단정지었다. "입원하도록 하지. 거기 잠시 머무르면서 예후를 보자고. 그리고 나서..."
"대령님.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봉투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죠?"
"봉투라니?"
"저희가 제국에 전하기로 했던 그 봉투 말입니다."
"아." 멜니크는 얼굴을 찡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최후통첩이었네. 오르도의 최후통첩. 즉시 작전을 중단시키고 모든 병력을 철수하라는 요구였어."
"그게 다입니까?"
대령은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는 그의 잇새에 물려 원을 그리며 연막을 놓고 있었다. 그는 말을 짜내었다.
"오르도와 한자동맹의 최후통첩이었지. 두 쪽 다 공동으로 말일세. 완전 정지야. 다들 널 기다리고 있다, 아르티옴."
아르티옴은 끈을 똑바로 잡고 목에 건 다음 명찰을 내려 셔츠 밑으로 넣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르티옴은 자신이 왜 벙커에서 죽지 않은 건지 궁금했다. 레탸가 탓일까? 만약 그들이 붉은 조준선을 아르티옴에게 겨눴더라면, 그가 좀 더 나아졌을까, 나빠졌을까? 알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나? 그가 지금 원자병으로 죽고 만다면 어떨까? 그는 멜니크의 사무실에서 자식들과 함께했을 수도 있었다. 또는 저 벽에 걸린 명단 종이 속 글자가 되어 언제나 유쾌하고 항상 취한 채였을수도 있었다.
"우리의 전우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멜니크가 약속했다. "우리가 널 데려간다면 말이지만..."
"절 어디 둘지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이미 저 자신을 잘 압니다.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일이라니?"
"레탸가가 그랬습니다. 붉은 라인을 상대로 하는 작전이 있다고요. 병력이 부족하다고 그랬습니다."
멜니크가 고개를 내저었다.
"너는 서 있기도 벅찬 몸이다, 아르티옴! 자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저 대원을 따라가서 휴식을 취하고... 저기 밖에 있다... 재배치를 도와줄 걸세."
"작전에 함께하겠습니다. 언제죠?"
"도대체 왜?" 멜니크는 바닥에 엉덩이를 내던졌다. "왜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나?"
"정말로 뭔가를 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라는 단어를 생략한 채 아르티옴이 말했다. "그냥 누워 있는 게 아니라, 마침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 *
"부부용 감옥 면회실 같네."
"좀 걸을래?"
"그래."
안나는 문을 열고 먼저 걸어나갔고, 아르티옴도 뒤따랐다.
아르바트 역은 마치 꿈의 러시아와 같은 왕궁에 있는 방 같았다. 웅장하고, 새하얗고, 금빛이며, 끝이 없었다. 소실점을 따라 사라지고 있는 저기 어딘가에 아르티옴이 가야 할 곳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것도. 헤어스타일 말이라면, 방사능을 좀 쐬었거든."
"일반적인 일을 말하는 거야."
"일반적? 일반적이라... 너도 알고 있었어? 통신에 관한 걸?"
"아니."
"전에 대령님이 말해주시지 않든?"
"아니, 아르티옴. 전혀. 지금까지 거기에 대해 나한테 아무 말도 해 주신 적이 없어."
"그래. 그렇다면 됐어. 더 할 말은 없네."
"더 할 말이 없다고?"
"달리 할 말이 뭐가 있어? 내 궁금증은 해소됐어. 그게 다야."
사람들이 그들을, 안나를 쳐다보았다. 아르바트 역에 있는 총사령부의 모든 화석 놈들과 책상물림들은 굳은 관절에 금을 내고, 주름진 주홍색의 목이 돌아가지 않기라도 하는 것처럼 상체를 틀었다. 어쨌든, 그녀는 아름다웠다. 키가 크고, 밝고, 도도했고, 헤어스타일은 보이시했다. 연필로 그린 듯이 기세 좋게 뻗은 눈썹이 위아래로 각도를 틀었다. 웬일인지 그녀 역시 정복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돌아온다고?"
안나는 겉과 속마음이 같은 것처럼 들리는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마치 얼굴은 도자기로 되어 있고 등에는 태엽 열쇠가 꽂혀 있는 것처럼.
갑자기 아르티옴은 등에서 식은땀이 솟는 것을 느꼈다.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깨닫게 되는 몇몇 것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르티옴은 이러한 대화에 내성이 전혀 없었다. 그는 혼자서 발걸음 수를 세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그것들은 동시에 그의 서투름, 비겁함, 그리고 비참함을 재며 똑딱이는 미터기가 되었다.
"그건 네 아버지 생각이야. 명찰을 돌려주시더군."
"우리 일을 말한 거야."
"글쎄... 만약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받아들였지. 그럼 나는... 갈 곳이 없을 거야... 베데엔하 역에서 살 수는 없어, 안 그래? 난 여기 있을 거야. 막사에. 오늘 무슨 작전이 있다던데. 날 보낼 거야. 그리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멈춰봐."
"잘 들어. 나는... 모르겠어. 어쩔지. 어떻게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나는 네가 돌아오기를 바라."
그녀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말했다. 차분하고, 단호하고, 조용하게.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아르바트 역에는 두 사람이 이야기할 만한 곳이 없었다. 벽 반대편에 있는 지인들보다는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가 더 나았다. 군중둘이 소통을 방해했다. 군중들 속에서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안나, 잘 되지 않았잖아. 모든 게 다 잘못 굴러갔어."
"잘 안 됐지. 그래서 뭐?"
"그게 다야."
"그게 다라고? 이미 포기한 거야?"
"아니. 그게 아니야."
"그럼 어쨌든 원치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도망치는 거고? 너는 도망치려고 그런 바보 같은 변명을 했어."
"나는..."
"나는 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어. 네가 필요해, 아르티옴. 내가 이 말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내가? 이 말을 하는 데 무슨 대가를 치르는지를?"
"우린 다시 붙일 수 없어."
"뭘 다시 붙인다는 거야?"
"너와 내 이야기를. 모든 게 잘못됐잖아. 이것도 저것도... 전부 다. 실수가 너무 많았어."
"그래서 그렇게 황급히 떠나는 거야? 실수가 너무 많았으니, 이만 떠나야겠어. 그런 거야?"
"아니."
"맞잖아!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야 했다는 거지. 네가 떠나겠다면, 뭐 오케이야. 다시 붙일 만한 건 없으니까. 그런 거야?"
"아니야. 너 대체 무슨...?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아니라고? 하지만 나한테 좀 걷자고 한 건 너잖아. 진정한 전략가 납셨어."
"그만해."
"아니면 이런 건가? 내가 직접 말했듯이, 나는 자존심 있는 여자야. 그리고 너는 이렇게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인사도 없이 도망쳐도 저 여자는 비굴하게 굴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겠어? 왜 내가 자길 버렸는지 물어보러 올 바에는 차라리 목을 매고 말겠지."
"난 널 버리지 않았어."
"하지만 도망쳤잖아."
"안나, 제발. 왜 이러는 거야? 바보 같은 여자처럼? 넌 여자가 아니야, 안나. 넌 진정한 남자라고! 너는 내 전우야! 가슴 달린 레탸가라고!"
"아, 제발. '우리는 이제 끝이야, 안나.' 이렇게 말해줘. 얼굴을 보고 직접 말하라고, 징징대지 말고. 그리고 이유를 설명해."
"왜냐하면 우린 어쨌든 잘 되지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모든 게 잘못됐으니까."
"하지만 너야말로 정말로 멍청한 여자 같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는 없어? 뭐가 잘못됐는데? 내 아버지가 네 지휘관이었다는 거? 아버지가 우리 결혼을 반대했다는 거? 네가 구애했다는 거? 나보다 우리 아버지를 더 사랑했다는 거? 아버지가 네가 미쳤다고 생각한 거? 네가 언제나 스스로를 아버지와 비교했다는 거? 아버지가 진정한 영웅이고 조국의 구원자라는 거? 네가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했다는 거? 그냥 나랑 함께 있기가 싫다는 거?"
"닥쳐."
"왜? 넌 이 모든 걸 입밖으로 내지 못해. 내가 말해줄게. 누군가는 그래야 하거든."
"왜냐하면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왜냐하면 네게 정나미가 떨어졌거든. 왜냐하면, 그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왜냐하면 넌 내가 두렵기 때문이야."
"아니야!"
"왜냐하면 넌 우리 아버지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지옥에나 가버려. 꺼지라고, 어? 이제 됐어!"
"사람들이 널 쳐다보고 있어. 난처해라."
"다른 여자가 생겼어."
"아, 그게 네가 찾아낸 거였네. 한참 돌아다니더니 결국 찾았구나.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이렇게 말했어야지. '안나, 내가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었어. 지상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지하에서는 일주일도 안 돼서 누군가 나타나더라고.' "
"계속해봐. 실컷 과장해 보라고. 넌 일 년 내내 나한테 네 기술을 가르치려고 했지. 넌 절대로 나를 믿지 않았어. 넌 내 말을 믿지 않았고 나라는 사람을 믿어주지도 않았어. 네 아버지처럼. 대령님은 나더러 정신분열증이라더군. 지금도 그러셔. 넌 네 아버지를 닮았어!"
"난 내 어머니를 닮았어."
"넌 네 아버지를 닮았다고."
안나는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은 비틀거리며 그들 사이로 지나가고, 욕하고, 안나의 신분을 알아차리고 입을 딱 벌리고, 짜증냈던 것을 잊어버리고, 흐름에 거품을 끼얹었다. 두 사람은 마치 이 세상에 메트로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서로에게 몰두했다.
"한잔 하자."
"난... 작전에 나가기 전에 잠을 좀 자두고 싶어."
"넌 내게 빚졌어. 그러니까 입 다물고 따라와."
아르티옴은 이미 자신이 안나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전 개시 전에 해치워야 했다. 마침내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해내기 전에.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그녀에게 빚을 졌다.
두 사람은 보행자 통로에서 지적 잠수를 하는 자신들을 깨닫고, 무언가 들어있는 자루들 위에 주저앉아 커튼을 쳤다. 이젠 마치 둘만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아버지가 내게 사람을 보내셨어. 그 사람들한테 아버지는 내게 자유를 줬었다는 말을 해 달라고 했었지. 떼어내는 좋은 방법이야. 아버지랑 두 명의 무장괴한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다니."
"그렇게 되길 바라지는 않았..."
"넌 용감한 남자야, 아르티옴. 존경스러워."
"난 쓰레기야, 알겠어, 납득했어. 하지만 지금은 어때? 넌 이제 네 이상적인 아버지한테 돌아왔잖아. 안 그래? 응? 바로 그거야! 만세! 왜 이렇게 날 성가시게 하는 거야?"
"넌 어쨌든 진짜 바보 천치야."
"납득했어. 쓰레기랑 바보 천치."
"넌 내가 왜 너랑 같이 베데엔하로 떠난 건지 궁금하지 않아? 내가 네게서 무얼 봤는지? 여기 있는 모든 오르도의 종마 친구들이 내 뒤를 따라다녔고, 다들 거의 영웅이었는데다, 침을 흘리며 내 꼬리 밑에서 킁킁댔어. 심지어 그 헌터라는 사람까지도 말이야! 그런데 왜 너였을까?"
"그래, 궁금했지."
선생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틀만에 여기까지 정주행 다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