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나는 영웅을 원하지 않았나 봐! 나는 사이코패스를, 칼로 사람 목을 따고 피가 뿜어져 나와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남편을 원하지 않았어! 그런 건 원치 않았다고! 내 아버지 같은 남편을 원하지 않아! 알아들어? 난 착하고, 점잖고, 정상적인 인간을 원했어! 너 같은 사람 말이야. 예전의 너 같은 사람.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는 사람. 그리고 난 그런 사람과 그런 아이를 낳기를 원했지. 그 동류를."
"그런 사람들은 땅 밑에서 죽고 말지."
"모든 사람들은 땅 밑에서 죽어. 그래서 우리의 2세 계획은 끝난 거야?"
"그래, 끝났어."
"네가 삶을 위한 계획을 세웠던 게 언제였어? 나랑 가정을 꾸릴 계획 말이야."
그들은 건배를 나누지 않고 잔을 들이켰다. 아르티옴은 술을 길게 머금었다. 빈 속이 곧바로 액체를 흡수했다. 그의 피가 끓어올랐고 세상이 빙빙 도는 듯했다.
"난 살 수 없어, 안나. 더이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럼 나는 누구랑 살라고?"
"네 아버지가 다른 누군가를 골라 주시겠지. 정신분열증이 없고 가치 있는 누군가를."
"너 바보니?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거야? 아니면 그냥 너 혼자 떠드는 거야? 아버지가 누굴 선택하겠어? 아버지는 내가 열세 살이 될 때까지 나를 직접 씻겨주셨어! 열세 살까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난 아버지로부터 도망쳤어. 아버지한테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그리고 넌 아버지가 되고 싶어하잖아! 아버지가 되고 싶은 건지, 헌터가 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네!"
"아니... 제길... 내가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해?"
"왜 안 되는데? 감정적으로 되는 게 두려워?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할까봐서?"
"아니야. 하지만..."
"그럼 내 어머니가 어떻게 됐는지 말할 때까지 기다려!"
"돌아가셨지. 병으로 앓으셨잖아. 넌 아직 어렸고."
"형편없는 보드카로 명을 재촉하셨어. 아버지가 이틀에 한 번 꼴로 어머니를 두들겨 팼기 때문에 술을 달고 사셨지. 마음에 좀 들어? 응? 영웅적인 아버지상으로 어떤 것 같아?"
"안나."
"가서 거기 합류하던지. 아버지가 널 용서하셨대?"
"하지만 대령님은 널 애지중지하시던데... 혹시 너까지...?"
"아니. 아버지는 어머니를 끝까지 두들겨 패는 것만으로 만족했어. 아버지는 나를 잘 돌봐주셨어. 그래, 날 애지중지하시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들어주셨어. 내가 아버지의 무르팍 위에 앉아있던 때까지는."
"잠깐만. 대령님이 왜...? 내가 통신 센터에 있었을 때... 내가 막... 그 사람들이 센터를 습격하려고 했을 때... 너는... 너는 어디 있었는데? 그때?"
안나는 술을 단숨에 비웠다. 그녀의 눈은 새빨갰고, 아르티옴의 눈처럼 눈물을 흘리지 못할 것 같이 보였다. 아르티옴은 그녀가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그렸다는 것을 갑작스레 눈치챘다. 안나. 속눈썹.
"나는 아버지에게 솔직하게 말했어. 만에 하나 내 남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아버지에겐 때때로 그걸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어."
아르티옴은 씩 웃었다. 그는 미소를 경멸스럽게 띠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요! 한 잔 더!"
"제 것도요."
"나의 어머니께 건배!" 안나가 유리잔을 치켜들었다. "영웅과 결혼했기 때문에 술에 절었던 어머니께 건배. 그러니까 너도 이제 네가 틀렸다는 걸 알겠지. 난 아버지가 아니라 내 어머니를 닮았어, 아르티옴."
아르티옴은 무감각한 손에 든 자신의 잔을 내밀어 약하고 맥없이 유리를 부딪쳐 건배했다.
"어머니는 블라디보스토크 출신이셨지. 어머니는 나를 재워주실 때 내게 해변에 대해 말해주시곤 했어. 바다에 대해서. 내가 잠에 들자마자 포켓 위스키병을 꺼내드셨지. 있잖아, 난 잠이 든 것처럼 눈을 감고 속눈썹 사이로 몰래 보는 법을 알고 있었어. 블라디보스토크는 어떻게 됐지? 대답이 됐니?"
"응."
* * *
"잘 지내나, 친구? 괜찮아? 열은 없고? 뺨이 시뻘건데."
"괜찮아."
"정말 다시 지상으로 갈 거야?"
"당연하지."
"진료소는 들렸고?"
"응. 내 등을 녹색 소독약으로 칠해주더군."
"좋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거기로 데려다 줄게."
똑같은 오프로드 차량이 엔진을 켠 채 대도서관 앞에 서 있었고, 그 뒤에는 범퍼에 이가 많은 완충기를 단 커다란 회색 트럭이 있었다. 보호복 안에 검은 제복은 차려입은 사벨리와 료카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이건..." 아르티옴이 말했다.
"우리 병사들이 저 안에 있어. 걱정 마. 한자동맹이 그냥 트럭을 빌려준 것뿐이야. 이런 걸 또 어디서 얻겠어?"
"그건 그래."
그들은 끼익 소리와 함께 출발해 호위를 받으며 신 아르바트 거리를 향해 출발했다. 레탸가는 아르티옴과 같이 오프로드 차량에 탑승했다. 그는 앞좌석에서 말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아르티옴을 훑어보았다.
"이건 무슨 임무야?" 아르티옴이 물었다.
"콤소몰 역까지 갈 거야." 레탸가가 설명했다. "보면 알아."
그들은 텅 빈 신 아르바트 거리를 질주했다. 아르티옴은 아무것도 눈에 담을 시간이 없었다. 모스크바의 돌연변이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왜 달아났을까? 돌의 도시 모스크바는 3천 년 전에 모래더미 아래 파묻힌 바빌론처럼 텅 비어 있었다.
가든 링까지 달려간 그들은 모퉁이를 돌아 아스팔트 위의 우스꽝스러운 금지선을 곧장 가로질렀고, 손님 없는 거대한 호텔 무더기와 직원 없는 사무실을 지나쳤다. 그리고 마법사들의 대머리 산(역자 주 - Bald Mountain, Лысая гор. 슬라브 민족 전설로서 마녀들이 주술적 목적으로 주기적으로 모인다고 전해지는 산) 같은 외무부의 뾰족한 건물을 지나쳤다.
"나는 지금 외교 문제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해."
"난 거기 개입하지 않아." 레탸가가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라디오를 듣겠지, 안 그래? 다른 사람들은 평소에 어떻게 지내나 알아보려고... 적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어떤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얼마나 교활한 속임수야."
"어떻게?" 레탸가가 반박했다. "방해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는데."
"그건 맞지." 아르티옴은 얼굴에 쓴 방독면을 매만졌다.
외무부 건물을 뒤로 하고 그들은 좁은 샛길로 들어서 높다란 담장 뒤에 있는 버려진 저택에서 멈췄다. 아마 무슨 대사관 같았다. 누더기가 된 뭔지 모를 국기 조각이 매서운 비에 하얗게 탈색된 채 걸려 있었다.
그들은 합의된 경적으로 신호했다. 호위대가 안뜰로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이 조용히 열렸다. 안에서 오르도 배지를 단 사람들이 차량으로 몰려들어 방문객들이 도중에 누군가를 태우고 왔는지 확인했다. 밖으로 기어나온 아르티옴은 안면유리창 너머로 익숙한 한 쌍의 눈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지?"
설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문이 열렸고, 사람들은 스텐실로 글자가 새겨진 녹색 아연제 상자들을 저택에서 끌어내 트럭에 실었다. 한 번에 두 상자, 세 상자, 더, 그리고 더...
탄약 상자들이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작업했고, 일은 1분만에 끝났다. 그들은 경례를 올리고, 부적절한 장부 속 모종의 서류에 서명하고, 문을 통해 차량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고, 저택은 다시 고요해졌다.
"뭐가 이렇게 많아?" 아르티옴이 레탸가에게 물었다.
"콤소몰 역에서 쓸 거야." 레탸가가 반복했다.
"거기 뭐가 있는데? 붉은 라인이 한자동맹이랑 교차하고 있고..." 아르티옴이 갑자기 깨달으며 말했다. "거기가 지금 최전선인가? 한자가 벌써 참전한 거야?"
"응, 맞아."
레탸가는 아르티옴과 공개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명백히 금지되어 있었다. 그는 잇새로 말을 뱉어냈지만, 아르티옴은 모든 것을 자신의 추리에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아군들이 벌써 거기 가 있어? 총알은 그것 때문이고? 붉은 라인을 막고 있는 건가?"
"그래."
"이건... 이건 벙커 때랑 다를 게 없군, 응? 맞지, 형제? 우리가 다시, 붉은 라인이랑... 똑같잖아. 우리가 그놈들을 잡지 않으면, 또 누가 그러겠어?"
"전부 다시 반복될 수 있지." 레탸가가 마지못해 인정했다.
"우리가 거기로 가게 돼서 기뻐." 아르티옴이 큰 소리로 선언했다. "이건 올바른 임무야."
* * *
그리고 그 일은 밤중에 다시 반복되었다. 가든 링 로드, 전조등이 달린 녹슨 자동차 더미, 건물 사이의 틈새, 바람에 흩날리는 비닐봉지, 구름을 희미하게 비추는 녹슨 달. 엔진이 으르렁거리고 아르티옴은 졸음을 느꼈다. 츠베트노이 대로를 지나, 고가 도로의 경사로를 따라, 까다로운 샛길들과 망자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길을 지나, 역 광장으로 이어지는 심하게 뒤틀린 트램 노선을 따라, 콤소몰 역으로 향했다.
세 개의 역이 있었다. 동쪽, 안나의 블라디보스토크만큼이나 멀리까지 가는 열차, 북쪽,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열차, 카잔과 그 너머 모스크바의 급소로 향하는 열차. 어디로 가고 싶든 간에 출발지는 바로 이 건물 뒤쪽이었다. 그 위에 객차를 얹고 레버를 놓은 다음 힘이 있는 한 계속 굴리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경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 데도 못 가잖아, 그렇지? 모스크바에 뚜껑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멜니크 대령님? 여기 있잖습니까. 이게 바로 뚜껑이나 다름없죠.
그들은 도로로 차를 몰고 올라갔고, 차량을 역의 거대한 홀에다 세워 두었다.
"이제 움직여." 레탸가가 명령을 내렸다. "여기부턴 우리 영토가 아니야."
그들은 즉시 문을 열고 차량 주위로 원을 그리며 흩어졌고, 이마로 야간투시경을 내렸다. 밤중의 적진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었다. 그들은 아연제 상자를 차에서 내려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아르티옴이 금이 간 나무문 옆에 서 있는 마지막 사람이었다. 그는 상자들을 가져다가 피라미드로 쌓았다. 이상하게 침착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참호의 흉벽 뒤에서 자동소총의 개머리판을 움켜쥐고 이마에 총알을 맞는 자신을 보았다. 벙커 안은 좋았었다. 모든 것이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는 정말로 벙커에 다시 들어가고 싶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이 총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쓰고 싶었다.
이제 그는 사샤에게 작별 인사를 하거나, 수호이와 화해하거나, 헌터를 만날 필요가 없었다. 어떤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들을 위해 멈출 수 없었고, 모든 것을 쉼표로 나눠 끊었다.
"이제 따라와!"
그들은 각자 아연제 상자 두 개씩을 마치 아이를 품에 안은 것처럼 들고 어둠 속에서 반쯤 폐허가 된 홀 안으로 발을 들였다. 레탸가는 전등을 켜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야간투시경으로 차가운 윤곽을 더듬으며 부서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야시경 화면에서 유일하게 붉게 타오르는 열감지 빛은 아래에서 나오고 있었다. 지하를 따뜻하게 달구는 인간의 체온이었다.
그리고 저 아래에서, 그들은 벌집의 진동 소리처럼 불분명하게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아래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모든 곳에서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들은 주위를 둘러볼 수가 없었다. 미끄러운 계단을 일렬로 달려가고 있었기에 넘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환풍구 같은 곳이나 어쩌면 얇은 벽을 통해, 그들은 도관에서 부는 바람처럼 쉰 목소리로 울부짖는 소리와 먹먹한 굉음을 들었다. 하지만 파이프는 단단히 용접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걸음씩 내려갈 때마다 소리는 더 커졌고, 점점 더 달아올랐다.
"대체 무슨 소리죠?" 료카가 달리면서 숨을 헐떡였다.
"붉은 라인이 저 아래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갈 곳은 거기가 아닙니다."
그들은 어디선가 멈춰섰다.
"이제 왼쪽으로."
그들은 그림자도 없이 벽을 따라 움직였다. 어둠 속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벽의 갈라진 틈새로 흘러나오는 따뜻함은 여기 어딘가에 살아있고, 온기를 유지하고, 날숨을 내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슨 비밀 통로 같은 걸까? 그들이 적의 후방에서 접근하고 있는 건가? 여기에 복병이 있을까? 왜 전투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직 개전하지 않았나? 시작하기 직전인가? 저 모든 총알들. 저 양이라면 한 달 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르도의 다른 대원들은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게 불을 켤 수 없는 이유일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이제 행군한다."
누군가 앞에 있는 어둠 속에서 붉은 표적을 드러냈다. 작은 인간의 형체였다. 그들은 환기음에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살아있는 온기가 천장의 도관을 따라 흘러 발 아래 배수로의 창살 안으로 사라졌다. 배출 시스템일까? 분명히 근처에 큰 방들이 있었다. 난로에 불이 켜져 있고, 빛이 어른거리고, 사람들이 서로 무언가를 속삭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르티옴과 다른 오르도 대원들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정지."
그들은 벽에 있는 화로의 창살 아래서 멈췄다. 몇 사람의 붉은 그림자가 앞에 나타났다. 사람이라기보다는 황소에 가까워 보이는 하나는 불길에 휩싸여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고, 나머지 두 개는 핏기가 식은 듯이 흐릿했다.
화로를 통해 대화가 흘러나왔다. 단어들은 서로 달라붙고 융합해 가장자리를 갉아먹었고, 도관의 메아리는 모든 목소리의 어조를 하나로 작게 줄였기 때문에, 마치 후두에 금속 깔때기를 씌운 누군가가 독백을 읊는 것마냥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 도착했소? 네, 다 있습니다. 얼마나 됩니까? 정확히 합의된 대로입니다. 2만 발. 정확히는 2만 4천 발입니다. 나는 이게 우리 간의 문제를 해결하길 바랍니다. 우리의 공동 문제를. 해결되어야 합니다. 항상 해결됐고요. 그럼 악수 한번 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융통성에 감사드립니다. 아, 아니오. 물론 우리는 앞으로도 비슷한 월권을 피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상황이 통제불능이 되었다는 걸 완벽히 알고 있있겠죠.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오. 아래서부터 시작된 거요. 통제의 문제랄까. 우리의 협정은 항상 유효하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뭔가를 할 거요? 이미 했습니다. 음, 그리고 저는 이 소문들에 대해 따로 이야기하고 싶군요. 알잖습니까, 친구 대 친구로서요. 악의적인 말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보가 샜을 수도 있겠군요. 아니, 장담하오. 그것은 우리의 이익이 아니오. 우리는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소. 좋습니다, 그럼. 이거 가져가도 되겠소? 네,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막심 페트로비치(역자 주 - 막심 페트로비치 모스크빈, 붉은 라인의 서기장이자 지도자). 고맙소, 알렉세이 펠릭소비치."
"이쪽이다!"
"앞으로 전진!" 레탸가가 명령했다. "저 셋을 향하여."
알렉세이 펠릭소비치, 펠릭소비치, 펠릭소비치. 고맙소, 알렉세이 펠릭소비치. 예, 알겠습니다, 알렉세이 펠릭소비치. 납득했다. 아르티옴의 팔뚝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이미 문신 대신 딱지가 앉아 있었다.
"이 괴물 두더지들아, 빨리 이리로 와." 누군가 어둠 속에서 으르렁거렸다. "그 고철들을 넘겨!"
쉰 목소리. 낮은 흉성이었다.
작은 전등이 켜졌다. 불빛은 바닥 가까이에서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녹색 상자들과 스텐실로 된 글자를 건너뛰어 아연제 용기의 갯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해산, 왜 거기 서 있는 거야? 돌아. 셋. 넷. 그거야. 너는 배달됐어. 좀 걷고 있어. 대여섯."
아르티옴의 차례가 곧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상대방을 알아보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는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상대를 가까이서 보고 확신을 기하기 위해 그의 차례를 기다렸다.
"일곱, 여덟. 저기다 둬, 저기다. 다음. 아홉, 열. 됐어, 이제 가."
그들은 이 탄약들을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스무 개의 아연제 상자를 전부. 그들은 오르도 대원들이 버티는 데 쓰라고 총알을 가져온 게 아니었다. 2만 발의 총알을 전달해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일뿐이었다. 그것이 임무의 전부였다.
"열하나, 열둘."
아르티옴은 그것을 들었다. 그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놈들은 토끼야! 온순한 토끼! 아무 데로도 도망치지 못할걸! 열둘. 하지만 이 아래서 넌 죽을 거다. 열셋, 온순한 토끼들, 열넷.
아르티옴은 두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확신 없는 손으로 전술 조끼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는 그것을 빼다가 단추를 놓쳤다.
"다음! 거기서 꼼짝 않고 뭘 하는 거야?"
작은 전등의 광선이 스텐실 글자를 떠나 아르티옴의 눈으로 쿡 꽂혔다. 리볼버 총신이 그의 귀에 꽂혔던 것과 같은 식이었다.
그리고 아르티옴은 그에 맞서 자신의 전등을 들었다. 길고 무거운, 촛불보다 백만 배 밝은 것이었다. 그는 전원을 켰다.
무자비한 섬광 속에서 아르티옴은, 저승길에서 돌아오면서 약간 움츠러들고 창백해지고 주름진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감 있게 살찐 다리를 크게 벌리고 서서, 탐욕스러운 한쪽 손으로 그가 건네받은 녹색 아연제 상자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빛을 가려 막고 있었다. 앞뒤 가리지 않은 아르티옴에게 총을 맞았고, 뭉툭한 작은 총알에 맞고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황소 같은 몸집에 맞게 바늘을 기운 새 붉은 라인 군복을 입고 있었다.
글렙 이바노비치 스비놀루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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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비놀루프형이 왜 여기서나와
참고로 글렙 이바노비치 스비놀루프는 챕터 10에서 붉은 라인의 장교로 나온 놈으로 아르티옴에게 총을 맞아 쓰러졌다
챕터 5에서 나오는 한자동맹 장교 보리스 이바노비치 스비놀루프와는 형제 사이로 똑같이 생긴 시계를 가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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