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는 죽음을 뱉어대며 그들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저격소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떠올린 레탸가가 사수를 제압했고, 일 초 후에 사수의 시체는 인파에 휩쓸려 석판을 가로질러 질질 끌려갔다.
아르티옴은 콜랴를 가능한 한 오래 껴안고 있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전적으로 모든 것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죽은 자들은 무관심한 시선을 던지며 침묵을 지켰다. 계속 울부짖고 있는 다른 이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자비를 중얼거리는 곳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죽어가는 이들은 신과의 대화를 마쳤다. 아무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줄지어 걷고 흩어지지 않기 위해 갑자기 서로의 손을 붙잡기 시작했다. 아르티옴의 손은 양쪽으로, 그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잡혔다. 따뜻하고 열정적인 손이었다. 그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양쪽 모두 손을 놓았다.
사람들은 이미 한자동맹 국경수비대의 찌그러진 얼굴 위로 걸어가고 있었고, 굶주린 선봉대는 이미 철조망을 뚫고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이미 링 라인의 콤소몰 역에 도착했을 때 그들 뒤에서는 화염방사기들이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마처럼 나타났다.
아르티옴과 레탸가와 다른 사람들은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홀로 밀려들어갔다. 행복한 모자이크로 덮인 천장, 과분한 빛을 내는 샹들리에, 달래는 듯이 신성하고, 침입에 놀라 새된 소리를 지르며 꽁무니를 빼는 잘 씻고 다니는 작은 사람들, 망명자와 침입자들. 서두르고 허둥지둥대면서 모두 잡히기 전에 이 궁전을 벗어나 달아나려고 터널로, 굴로, 시야 바깥으로 도망치는 쥐나 바퀴벌레 같았다.
그들 뒤에서 화염방사기들이 불을 뿜었다. 불에 탄 첫 번째 사람들이 울부짖었고, 구운 고기와 탄 머리카락 냄새가 공중에 퍼졌지만 아르티옴과 레탸가와 료카는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돌아보지 않은 채로 팔짱을 끼고 터널의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뒤에 있는 터널에서 누군가 사람들에게 멈추라고 명령하며 소리쳤다. 현장으로 달려온 한자 경비병들은 이미 사람들을 체포해 집으로, 붉은 라인으로 끌고 돌아가고 있었다. 이 탈주범들은 여기서 수배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 셋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말할 공기도 충분치 않았다.
* * *
쿠르스크 역으로 나가는 출구 앞에 마침 터널 간 연결 통로가 있었고, 경비병들에게 부상을 입힌 후 그들은 통로를 통해 푸른색의 아르바트스코-포크롭스카야 라인(역자 주 - 모스크바 메트로 3호선)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레탸가가 그곳 환기구를 기억해 냈다. 그들은 금박이 벗겨져 가는 교회 돔과 금박이 벗겨져 가는 부서진 상점 창문 사이 폐허가 된 무너진 벽돌집 뜰 틈으로 허둥지둥 빠져나왔다.
그들은 고함소리와 비명소리에 귀가 멍한 채 숨을 돌리기 위해 앉았다.
레탸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료카는 혼란스럽게 눈꺼풀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르티옴은 토했다. 그들은 담배를 피웠다.
"지금 기분이 어때?" 아르티옴이 레탸가에게 물었다. "할 말 있어?"
레탸가는 곰 같은 어깨를 으쓱였다.
"놈들이 그 애를 죽였어. 내가 안고 있던 애를."
"봤어."
"우리가 준 그 총알로 죽였다고." 아르티옴이 말했다. "스비놀루프, 그 망할 자식. 소령 말이야. 네 탄약으로. 분명 자기네 거는 다 써 버렸겠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떠나버렸지. 살아 있었어. 그 모든 시체들이 저기 뒤에 남겨져 있는데. 하지만 그자는 살아있지. 계속 살아갈 거고."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야."
"그건 그놈도 똑같아. 스비놀루프가 모든 일을 혼자 생각해낸 게 아니란 건 확실해. 그들 모두가 명령을 따르고 있었어."
"도대체 왜 그놈을 나랑 비교하는 거야?"
"우이도 누군가을 주길 수 있다면 좋겠군요." 료카가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해낸 사암. 그 망할 놈. 더이상 이런 명녕을 못 내리게..."
"나는 그자가 죽었을 거라 확신했어. 총을 두 발을 쐈다고. 이마에다 쐈어야 하는 건데."
아르티옴의 왼팔은 감각이 없었고, 어깨는 흠뻑 젖어 있었지만 지금 당장 그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소령을 자꾸 생각해봤자 뭐 해요?" 료카가 이의를 제기했다. "소령 같은 건 차고 넘쳐요. 소령을 주기면 대위만 행복하게 만들 뿐입니다. 군의 원수을 잡아야 해요."
"내가 그놈을 거기서 끝장냈었대도 뭐가 달라졌을까? 사수들은 어찌 됐건 기관총을 장전했을 거야.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어. 사람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나는 여길 떠날 수 있다고 했어. 지상으로 올라가라고. 내 말을 아무도 듣지 않았잖아! 사람들 중 누구도! 곧 죽을 사람도 말이야. 그 사람들에겐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기관총을 덮치는 게 더 쉬웠던 거야! 넌 뭘 할 수 있는데?"
레탸가는 피 묻은 콧물을 손으로 훔치고 대충 바지에 비벼 닦았다. 그는 이마를 문질렀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넌 사람들의 방향을 바꿀 수 없어. 동물 떼나 마찬가지야. 내가 갈 곳이 어디 있겠어?" 레탸가가 물었다. "이건 탈영이야. 갈 곳은 없어졌어."
아르티옴은 잠시 레탸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화성 인간이었고, 불타지 않았다. 태울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르티옴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르티옴의 청력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늘어난 고막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아래쪽에서, 균열 틈새로, 하수구 맨홀로, 배수구 창살로, 환기 시스템으로, 모든 면을 통해서 땅 밑에서 나는 소리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한탄하고 울부짖는 소리. 묵직한 모스크바의 점토층에 막혀 약해진 소리는 부서진 도관을 통해 수없이 굴절되었다. 메아리였다. 사람들은 달아날 수 없었다. 목소리만이 그럴 수 있었다.
마치 탄생과도 같았다. 모스크바는 이미 죽은 여자와 같았지만, 그녀 뱃속의 아이들은 여전히 겁을 집어먹은 채로 살아 있었다. 그들은 태어나고 싶어했고, 그 속에서 울고 있었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누구도 내보내주지 않았다. 그녀는 콘크리트 자궁을 닫아버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쥐어짜 죽였다. 고통이 끝나고 그들은 침묵에 빠졌고, 아무도 태어나지 못했다.
담배가 다 떨어졌다.
밤이었다.
모스크바는 마치 구정물이 담긴 양동이처럼 모든 피를 씻어내기 위해 이 밤 속에 잠겨 있었다. 흐린 밤이 끝나면 흐린 낮이 올 것이고, 아무도 전날의 일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밤사이 모든 것이 씻길 것이다. 사람들이 곡괭이를 들고 서로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던 캄캄한 터널에 대해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없었다. 전파방해기들에 대해 알아낼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었다. 무신론자들이 성호를 그으면서 장전되는 기관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그들은 무얼 위해 죽어갔나? 어떤 것을 위해서?
"레탸가. 레탸가. 적이 존재하긴 하는 거야? 서방 세력이? 미국이? 정말이야? 진짜로 다들 존재해? 솔직하게 말해줘."
레탸가는 사팔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지만, 어둠 때문에 마치 그의 눈은 고르고 정상적으로, 진실되게 보였다.
"반드시 존재해."
"망할 놈의 적이 대체 왜 피요해요?" 료카가 물었다. "우인 그놈들 없이도 잘 살고 있어요!"
"그들이 원한다면, 확신을 기하기 위해 결국 우리를 공격할 거야. 최후의 일격을 가하겠지. 그들이 우리를 심하게 두려워한다면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
"아니."
"그리고 다른 모든 도시들, 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다른 소도시들, 왜 그곳들을 폭격하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 있어? 아니면 다들 점령당했고, 우리가 정복당하지 않은 마지막 도시인가?"
"아니야! 내가 생각해봤든 아니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요점은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들은 우릴 전혀 신경쓰지 않아, 레탸가. 적들 말이야.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너는 그 이야기를 믿었고, 나도 그랬지. 우린 항상 누군가가 우리에게 관심을 둘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우리가 마지막이거나,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세상이 운명이 바로 여기서 결정되고 있다고. 빌어먹을. 여기서 결정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제국을 세우고, 기관총을 덮치고, 건설 현장에서 죽고, 개들에게 우리 자신을 먹이로 주고, 인류를 구하고, 전부 지하에서 벌어지는 일이지. 우리의 모든 투쟁이, 희생과 영웅적 행위가. 그건 개미집 속 개미들의 영웅적 행위일 뿐이야. 아무도 들을 수 없어. 우린 헛되이 죽어가. 우릴 덮은 뚜껑을 치우고..."
"방패야! 뚜껑이 아니라 방패라고!"
"그 방패를 치우더라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 확신할 수 있어. 우리 적들은 우릴 신경쓰지 않아, 레탸가. 우리가 신경쓰고 있는 꼴이지."
"나도 확신할 수 있어." 레탸가가 격렬하고 고통스럽게 말했다. "대령님이 하신 말이 진실이라고 말이야."
"대령은 멍청한 바보야." 아르티옴도 마찬가지로 격렬하게 대꾸했다. "멍청한 바보고, 너는 세뇌되어 왔어. 나도 멍청한 바보였지. 발라시하에서 그런 이야기를 묵인하고 말다니.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때 했어야 했는데. 그 모든 방해기들을 지옥으로 보내줬어야 했어. 다 납작하게 밀어버렸어야 했다고. 그리고 일이 어떻게 됐는지 좀 봐. 그렇죠, 사벨리?"
"맞아요." 료카가 짓밟힌 사벨리를 위해 대답했다.
"그건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을 거야." 레탸가가 내뱉었다. "모스크바 전역에는 많은 방해기들이 세워져 있어. 그리고 사람들은 결국 네 말을 믿지 않았을 거고."
"왜냐면 네놈들이 지금껏 사람들을 세뇌시켜 왔으니까! 어떻게 사람들이 내 말을 믿겠어? 그건 그들 잘못이 아니야!"
"나는 아무도 세뇌시킨 적이 없어."
"아하. 너는 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은 다 추려내 버리는구나."
"그건 적에 대한 거야. 나는 적들로부터 조국을 지키고 있어! 그리고 내가 발라시하에서 너를 끌어내주지 않았더라면, 이 헛소리꾼아, 한자동맹 병력이 너를 바로 거기 땅에다 처박았을 거야! 네가 뭐에 맞았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나를 끌어낸 건 네가 아니었어! 대령이었지! 그것도 내게 미안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망할 도구를 구하기 위해서였고! 그게 다야! 대령은 너한테 날 제거하라고 했잖아! 나를! 그걸 생각해봐! 내가 그에게 누구지? 사위야! 자기 딸의 남편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대령은 나에게 처형을 언도하고 있어!"
"하지만 난 널 처형하지 않았어."
"아, 정말 더럽게 고맙군그래!"
"천만에!"
"그리고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뭘까? 내가 방해기에 대해 알고 있어서? 어떻게 그들이 사람들을 세뇌시키는지 알아서? 아니면 뭐지? 내가 붉은 라인에게 탄약을 넘기는 임무를 반대했다면? 2만 발의 탄약을! 2만 발! 넌 오늘 실컷 좋은 대접을 받았어. 이제 이런 바보짓은 그만둘 때라고!"
"그럼 적어도 전쟁은 멈출 수 있어! 그게 모스크빈 서기장의 조건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대령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라고 말한 게 그런 뜻이었군! 지불되어야 한다고 했어! 고작 2만 발, 안 그래?"
"그럼 우리가 아군을 더 갈아넣어야 했을까? 또다시 벙커에서처럼?"
아르티옴은 그를 외면했다.
"그게 모스크빈이었어? 나는 그자란 걸 알아챘어. 모스크빈, 그리고 다른 하나는 베솔로프였지. 한자동맹의 베솔로프가 대체 누구야?"
"거물 중 하나지. 정확히 누군지는 나도 몰라."
"거짓말 하지 마." 아르티옴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넌 알잖아. 베솔로프가 누구야?"
"귀찮게 굴지 마."
"베솔로프는 총통에게 전할 봉투를 우리네 대령을 통해 전달했어. 서기장을 위한 탄약도 그랬고. 베솔로프가 그랬다고. 그리고 대령이 그자에게 보고를 하겠지, 안 그래? 응? 알렉세이 펠릭소비치에게 말이야! 왜지? 왜 대령이 그렇게 쩔쩔매는 거지? 그 진절머리나는 지프차들로 구워삶았나?"
"그래서? 한자가 우리를 도와준 거야! 네가 정리한 게 언제였어? 벙커 일이 끝난 다음에. 너는 네 안나를 데리고 물똥마냥 우리한테서 달아났잖아. 우리가 뭘 어쨌겠어? 벙커가 정리되고 남은 사람이 몇 명이었지? 절반쯤 됐나? 다들 총알구멍이 나 있었지. 만약 한자동맹이 없었다면 우린 산산조각이 났을 거고, 그걸로 끝장이었을 거야. 대령님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어. 아무도 기꺼이 도와주지 않았지. 하지만 다리와 한쪽 팔 없이 대령님이 뭘 할 수 있었겠어? 목이라도 매? 우리는 용병 일이라도 했어야 했나?"
"용병 짓을 하는 게 너의 그 오르도에 남아있는 것보다 더 떳떳한 일이야!"
"입 닥쳐! 알아들어?"
"너는 대령이 그 오프로드 차량들과 저격소총을 위해 뭘 지불했는지 적어도 알기나 해? 우리 병사들이야! 우릴 함정에 빠뜨린 건 한자였다고, 레탸가! 우린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벙커에 있었을 때! 도움을 구했다고! 하지만 그들이 왔나? 우리 병사들 대신에 그 사기꾼 놈들이랑 같이한 건 참 대단한 도움 납셨네! 그들 때문에 죽은 사람들! 대령이 팔아넘긴 거야! 바로 한자동맹에게!"
"그렇지. 않아.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그자들이 날 죽이려 한 이유는 뭔데?"
"네가 스파이라면? 공작원이라면? 방패를 부수려고 했잖아! 네가 만약 우릴 가지고 노는 거라면? 너는 네 방식을 고수했잖아. 대령님이 말하길, 네가 평화 협정을 방해한다면... 혹은 배달 일을 위험에 빠뜨린다면... 그때는..."
"누구의 스파이? 누구의 공작원?"
"미국. 너는 그 고층 건물에 올라갔을 때 그들과 접촉했고..."
"그리고 뭐? 내가 그들이 다시 미사일을 조준하도록 도와줬다고? 내 사람들을 향해서? 내 아내와 장인을 향해서? 너를 향해서, 이 얼간아? 너는 팔렸고, 나도 팔렸고, 우리 병사들 모두가 팔아넘겨졌어. 영혼도 함께 떨이로 말이야! 그게 바로 진실이야! 알겠어?"
"그들은 스스로를 희생했어. 그것뿐이야. 그리고 붉은 라인은... 해야만 했어. 힘든 일이지만, 꼭 필요해. 이제 힘을 합쳐야 할 때야, 아르티옴. 붉은 라인이 유일한 적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른 적이 있어. 진정한 적이. 떠나간 자들을 잊는 것은 어렵지. 나도 알아. 대령님 자신도 잊을 수 없는걸. 너도 봤잖아. 대령님이 어떻게 그들과 매일 술을 마시는지를."
"대령은 그들과 비단 술을 마시는 것뿐이 아니야. 퍼마시는 거야! 퍼마신다고, 왜냐하면 그는 한때 영웅이었지만 이제 오뚜기 장난감 꼴이 되었으니까. 망할 팔다리가 없어졌잖아! 그리고 만일 대령이 정말로 서방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끝나지 않았어!" 레탸가가 포효했다. "어째서 알아듣지 못하는 거야?"
"증거가 있어? 그 베솔로프한테?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너는 세뇌당했어. 어떻게 그 사람이 널 이렇게까지 구워삶았을까?"
"세뇌당한 건 너야! 그들은 항상 존재해! 틈틈이 살금살금 기어나오고 있다고! 우리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기를 원하고!"
"개자식!" 아르티옴은 멀쩡한 쪽 다리로 뛰어올랐다. "너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아무에게도 증명할 수 없고!"
"그럼 너는 내게 무얼 증명했는데? 적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지?"
"무슨 의미가 있냐고?"
"그래!"
"난 몰라!"
"그럼 이제 날 내버려 둬!"
아르티옴은 잠시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절뚝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 가?" 레탸가가 그에게 소리쳤다.
"네 말이 옳아." 아르티옴이 뒤돌아보지 않고 혼잣말로 대답했다. "네가 옳아. 의미가 있을 거야. 그냥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뿐이야. 너의 대령도 그걸 이해하지 못해. 스비놀루프는 말할 것도 없고. 물어볼 누군가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잠깐! 아르티옴! 아르티옴!"
레탸가는 루뱐카 광장에서 아르티옴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방독면을 건네주었다.
"받아. 거기까지 가는 데 이건 나한테 필요없어."
아르티옴은 입씨름하지 않았다. 그는 방독면의 안면유리창에 침을 뱉고 문질러 발랐다. 그는 레탸가에게 낮게 읊조렸다. "고마워. 내가 지금 미리 죽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봐."
그는 루뱐카를 떠나 비틀거리며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사두마차가 낭떠러지 너머로 추락한 볼쇼이 극장을 지나, 물이 마른 분수대를 지나, 저승에서 온 손님들을 위한 호텔을 지나, 개들의 거리를 지나, 조용한 의회와 불 꺼진 별을 달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벽을 세우고 죽은 척하는 크렘린 궁을 지나 걸었다. 여기 어디쯤이었다.
아르티옴은 멈춰섰다. 어두웠다.
그가 어떻게 했었더라? 어디에 서 있었나?
두 번이나 총에 맞은 아르티옴의 어깨에서 피가 끝이 없다는 듯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이제 그는 상처가 없어지면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았다. 몸이 약해졌다. 그러나 그는 계속 찾아다녔다. 그리고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잠시 동안 한쪽 발을 질질 끌며 걸었고, 곧 발을 바꿨다.
희미한 달은 별로 쓸모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검은색을 찾기는 힘들었고, 달빛은 아르티옴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는 네 발로 거친 아스팔트를 손으로 더듬으며 기어갔다. 한 번은 신발을 잡았고, 또 한 번은 길 한가운데 떨어진 문손잡이를 잡았다.
료카와 레탸가가 다가왔다.
"뭘 찾고 있는 거야?"
"해답을." 아르티옴은 농담을 했고, 자신의 방독면 귀에 들리게 쉰 목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살짝 갈라진 구름의 장막 사이로 내려오는 달빛 아래서 아르티옴에게 윙크를 했다.
회색빛이 도는 검은 아스팔트 위에 놓인 것은 회색빛이 도는 검은 리볼버였다. 스비놀루프의 처형용 리볼버였다.
아르티옴은 그것을 주웠다. 묵직하고 무딘, 악의에 찬 무기였다. 바로 지금 아르티옴이 필요로 했던 것이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였다. 이런 종류의 일은 이것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었다.
"이제 됐나요?" 료카가 물었다.
"아니, 아직입니다." 아르티옴이 료카를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는 사창가로 갑니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