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계단에 도착했다.
"자." 알렉세이 펠릭소비치가 주위를 두르며 손짓했다. "질문이 있네. 왜 소련의 상징인가? 나는 이렇게 답하네. 이 이전에,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곳은 모스크바 냉전박물관이었네. 개인 박물관 말일세. 하지만! 그것은 바로 그 냉전 시절의 진짜 정부 벙커에 위치해 있었지. 소위 SF라고 불리는 곳에! 즉 국가 시설 말일세. 어쩐 일인지 사유화가 되었고, 격동의 90년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네. 침수되고, 더러워지고, 버려졌었지. 왜냐하면 그 당시만 해도 우린 이 벙커들이 다시는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이곳의 새 주인은 자기네들의 향수감을 불러일으키는 취향으로 이곳을 꾸몄네. 이 모든 현수막들, 붉은 별들, 망치와 낫 등등. 기본적으로 소련을 암시하지만, 네프맨(역자 주 - NEPman, 소련 시절 레닌이 내세웠던 신경제정책의 지지자. 이 정책의 골자는 공산주의에 국가의 주도로 약간의 자본주의를 섞어 개인 사업과 사유재산을 허용하는 것이었다)다운 스타일일세. 우리에겐 매우 감사하게도 이곳을 아주 멋지게 개조해 놓았어. 나무 쟁기 시절에 이곳을 차지했다가 원자폭탄 때문에 떠나버린 것이지. 그들은 역사적 유물에 대한 흥미로운 전시품을 수집했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네. 그러나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그들은 국가 시설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누가 이곳의 진짜 주인인지 그리고 누가 단지 일시적인 주인일 뿐인지를 빠르게 상기했네. 왜냐하면 당연하지만 이곳에 와본 누구도 진짜 국가 시설로는 가고 싶지 않아했으니까. 온통 칙칙하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지. 어쨌든 개인은 개인일 뿐이었네. 그리고 이 모습은 장엄하고 숨막힐 정도로 훌륭해. 저 현수막을 보게. 그럼 자네는 우리의 위대한 힘이 전 세계를 얼마나 위협했는지 떠올리게 될 걸세. 그래서 우리는 여기 있는 어떤 것도 건드리지 않았네. 맵시 있고 애국적이며 안락하지."
미러볼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붉은 깃발을 간지럽히고 볏 위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하지만 붉은 라인은... 기관총으로 사람들을 몰아냅니다! 이 깃발 아래서... 바로 지금 콤소몰 역에서요! 바로 어제! 일주일 전에! 제가 안고 있던... 아이가 총에 맞았습니다... 제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글쎄, 무슨 말을 더 하겠나? 그건 우리 알 바가 아닐세."
"대령이 붉은 라인에게 탄약을 건네도록 강요한 게 당신들이었군요? 한자동맹 말입니다! 콤소몰 역에서 모스크빈에게요!" 아르티옴은 마침내 각성했다.
"첫 번째, 우리는 한자가 아닐세. 두 번째로, 우리는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았네. 그 탄약은 우리 것일세. 그리고 오르도는 그저 무장한 배달 용역일 뿐이고. 모스크빈은 제국에 취한 행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네. 그들이 그 총알로 무얼 하는지는 자기들의 윤리 문제일세.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전쟁을 멈췄네. 게다가 그건 시스템이 일반적으로 세워져 있지 않고, 중간 관리자급의 바보같은 계획의 결과로 시작된 거야. 자네의 영웅적인 벙커 때와 같은 일이지. 자넨 정말로 내전을 원하나?"
"콤소몰 역에서 붉은 라인은 그 사람들 전부를 다진 고기로 만들기 위해 그 총알들을 썼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을요! 왜 전쟁으로 저를 겁주려는 겁니까? 그곳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단 말입니다. 기관총을 덮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에요. 상상할 수나 있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를?"
베솔로프는 말을 멈추고 그들이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뭘 어쩌겠나? 우리는 버섯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고 있네. 살균제를 써보고 있어. 하지만 어떤 자연스런 과정이 있게 마련이네. 말하자면 메트로의 생태학인 거지. 나는 우리가 이것을 인구의 자정 작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당신은 여기서 배를 채우고 있잖습니까!"
"그런 인상을 받았겠지." 베솔로프가 동의했다. "하지만 폴리스의 높으신 분들이나, 모스크빈 또는 멜니크 대령 역시 배를 채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세. 이건 가이사에게 바칠 일이야(역자 주 - 마태복음 12장 21절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 가이사, 즉 카이사르 황제로 대표되는 붉은 라인과 제4제국, 한자동맹 등의 메트로 각 세력의 통치를 받고 그 질서를 따라 살고 있으면 마땅히 그들을 따라야 한다는 비유). 국가 비축량으로는 모든 이들에게 나눠줄 보존 식품이 충분치 않네. 그게 세상이 만들어진 방식이고. 내가 여기서 나가서 불쌍하고 굶주린 어린 소녀에게 내 접시 찌꺼기를 먹인다 한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걸세. 내가 남긴 찌꺼기는 예수의 오병이어가 아니야. 하지만 그럴지라도 나는 나가서 굶주린 어린 소녀를 먹이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지만 말일세."
"왜냐하면 당신의 한자동맹은 제국보다 나을 게 하등 없으니까요!"
"이보게, 본질적으로 한자는 제국과 다를 게 없네."
"뭐라고요?"
"따라오게나."
아르티옴은 절뚝거리며 베솔로프의 뒤를 따라갔다.
현수막이 걸려있는 계단에서 그들은 오른쪽으로 돌았다. 머리 위로 선홍색 별이 반짝였다. 진홍색 표지판이 빛나고 있었다. BUNKER 42. 이 모든 것을 충당할 전기가 있었다. 이 모든 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들은 복도를 따라 걸었고 빈 술집으로 들어갔다. 카운터는 네온사인 선으로 만든 칼라슈니코프 소총에서 나오는 빛을 받고 있었다. 바텐더는 없었고, 이미 따진 병들이 내져 있었다. 베솔로프는 러시아산이 아닌 라벨이 붙은 무언가의 코르크 마개를 이로 잡아뜯고 병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는 아르티옴에게도 권했으나, 아르티옴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자, 냉전박물관일세!" 베솔로프가 네모난 대갈못이 박힌 철판으로 덮인 좁은 통로로 돌며 말했다.
그들은 박물관 공간으로 걸어들어갔다. 벽에 붙은 오래된 지도 아래 불이 켜져 있었고, 지도의 절반에 걸쳐 거대한 진홍빛 그림자가 USSR이라는 글자를 만들고 있었다. 회색의 작은 유럽 국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미사일과 넓은 날개의 비행기들의 실루엣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구석에는 낡은 제복을 입은 창백한 마네킹이 서 있었다. 바보같은 하계 제복이었다. 마네킹은 회색 아마씨유 페인트로 칠해진 거대하고 뚱뚱한 폭탄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 즐거운 작은 전시품이 있네. 소련에서 개발하고 생산된 최초의 원자폭탄 모형일세..."
폭탄은 마치 사람들이 지옥을 들여다보게 해 줄 것처럼 코 부분에 유리 뚜껑이 씌워져 있었다. 하지만 물론 폭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표시기가 달린 모종의 장비들뿐이었다.
하지만 아르티옴은 그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유럽의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부 당신 짓이죠, 안 그렇습니까? 방해기들 말입니다. 저는 오직 그것 때문에 당신을 찾아다녔어요. 저게 다 무슨 쓸모입니까? 우리 모두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죠? 메트로 안에서요? 전 세계가 살아남았는데도..."
"정말로 살아남았을까?" 베솔로프는 눈썹을 추어올렸다. "음, 좋아, 알겠네. 살아남았지. 내가 자넬 데려왔지 않나!"
"지도에 있는 저 미사일과 비행기들. 다 오래된 거죠? 심지어 러시아가 아니라 USSR, 그러니까 소련이라고 쓰여 있잖습니까! 얼마나 된 거죠, 백 년쯤 됐나요? 결국 적대 세력 같은 건 없지 않습니까? 멜니크 대령이 두려워하는 적들 말입니다. 방해기들이 거기 있는 이유 말이에요. 전쟁은 끝났습니다! 바로 그때요! 그렇죠?"
"모든 것은 매우 주관적이네, 아르티옴. 아마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진행 중이겠지."
"서방 세력은 계획 따위는 꾸미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죠? 대령에게 저 지도를 보여주란 말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에게 가장 편리한 대로 믿게 마련이네."
"그럼 어디다 쓰는 겁니까? 저 방해기들을 왜 세워뒀냐고요? 왜 다른 도시에서 오는 사람들을 죽입니까? 전 세계가 산산조각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무엇 때문에? 우리가 혼자 남겨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럼 왜 우리는 이 메트로에 갇혀있는 겁니까?"
"왜냐하면." 알렉세이 펠릭소비치는 독사가 허물을 벗는 것처럼 모든 장난기를 걷어내며 말했다. "메트로 밖에서 우리는 더이상 사람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네. 위대한 국가가 되는 것을 멈추게 될 거야."
"뭐라고요?"
"그것도 설명해 주지. 그러니까 그만 소리지르고 들으려고 해 보게. 그나저나, 방해기를 세운 건 우리가 아니야. 소련 시절부터 있었던 오래된 걸세. 품질 한번 좋지 않나! 그것들은 90년대에 일반 사업가들이 임대해서 음악을 송출했었지. 일시적으로 말일세."
늙은 웨이터의 옷은 아르티옴에게 헐렁하고 후줄근하게 걸려 있었다. 그의 뒤 어딘가에서 경비원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알렉세이 펠릭소비치는 가슴주머니에서 구석에 이니셜이 새겨진 손수건을 꺼내 폭탄 위에 올려놓고 먼지를 닦아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 이 아름다운 물건에서 시작하게 될 것 같군."
"대체 왜 이걸 여기에 두고 싶어하는 겁니까?" 아르티옴은 마치 베솔로프가 시체의 입술에 대고 키스하는 것처럼 혐오감을 느꼈다.
"아, 이것 좀 보게. 사람은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해." 베솔로프는 아르티옴을 향해 몸을 돌려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 있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네. 이 폭탄은 우리 주권의 원천이니까!" 알렉세이 펠릭소비치는 폭탄의 거대한 뱃구레를 두드렸다. "본질적으로 우리가 서구의 침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 우리의 독특한 사회 질서와 문화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것 덕분일세. 만약 과학자들이 이걸 만들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릎을 꿇고 말았겠지. 음, 그 이후로는..."
"그리고 제3차 세계대전에서는 우리가 이 폭탄에 맞게 됐고..."
"제3차 세계대전?" 알렉세이 펠릭소비치가 아르티옴의 말을 가로막았다. "제3차에서 우리는 약간 이성을 잃었었지. 말하자면, 우린 텔레비전의 정보에 너무 사로잡혀 있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그러게 마련이지. 현실을 환상으로 대체하는 것 말일세. 그리고 완벽한 가짜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야. 원칙적으로 꽤 쓸만한 것일세. 예를 들어, 온 메트로는 이 가상 좌표평면 시스템을 꽤나 훌륭하게 관리하고 있네."
"온 메트로가 꽤나 훌륭하게 관리된다고요?" 아르티옴이 베솔로프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내 말은 모든 것이 굴러가고 있다는 걸세. 모든 사람들이 엮이고 관련되어 있지. 붉은 라인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한자동맹과 파시스트들과 싸우고 있다고 믿네. 제4제국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붉은 라인과 돌연변이 떼와 싸우고 있다고 믿고. 한자동맹의 사람들은 모스크빈으로 아이들을 겁주고 자기네 이웃을 붉은 라인의 스파이라고 알리지. 마치 그 모든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마치' 라고요? 제가! 바로 그곳에 있었습니다." 아르티옴은 갑자기 이 박물관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느꼈다. "저는 터널에 있었습니다. 푸쉬킨 역이랑 쿠즈네츠키 모스트 역 사이에요. 붉은 라인과 파시스트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학살 말입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미끼가 됐습니다. 싸움에서요.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이요. 그들은 거기서 마구 난도질해서 서로를 죽였습니다. 곡괭이로요. 그리고 칼과 금속 봉으로요. 정말로 벌어진 일이란 말입니다. 알아들어, 이 쓰레기야? 그건! 진짜로! 일어났다고!"
"가엾게 됐네. 하지만 그게 무얼 증명하지? 거기서 누가 죽었나? 붉은 라인이? 파시스트가? 아니. 한 쪽에는 특정한 수의 유전적으로 손상된 자들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특정한 수의 공작원과 입 싼 자들이 있네. 갈등은 통제되고 있어. 자네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건 아주 독창적인 자정 방식일세. 마치 우리네 시스템이 살아있는 유기체라도 되는 것처럼... 생존을 방해하는 세포들은 죽고 벗겨져 나가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그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네. 제국 정보기관의 중위급 지휘관이 지도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붉은 라인을 공격한 걸세. 붉은 라인도 제국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조금도 알지 못하고 말이야."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음, 그건, 물론 존재한다네! 이름이 말이야. 사람들이 스스로를 무언가라고 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네. 자신들이 누군가라고 믿는 것 말일세. 누군가에게 맞서 싸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수용하지. 우리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닐세! 그리고 우리는 가능한 최대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자네가 돌연변이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싶다면, 철위단이 신병을 모집 중이네. 또는 자유 배급과 공동의 대의를 꿈꾼다면, 붉은 라인으로 달려가게. 아무것도 믿지 않고 사업만 벌이고 싶다면, 한자동맹으로 이주하면 된다네. 자네는 지식인인가? 그럼 폴리스로 가서 에메랄드 시티를 꿈에 그리며 자네 마음대로 바지에 구멍을 내게. 보게, 편리한 시스템이지. 나는 이미 츠베트노이 불바르 역에서 그걸 자네 머릿속에 되풀이해서 말해 줬네. 왜 지상으로 올라가려고 하나? 우리는 여기서 자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데 말이야. 지상에서 무얼 바라는가?"
알렉세이 펠릭소비치는 나가는 길에 멈춰서서 폭탄의 성소를 한바퀴 돌아보고 불을 껐다. 아르티옴은 여전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니까 당신은 한자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까? 이 모든 것이 한자가 아니라고요?"
"무슨 한자 말인가?" 베솔로프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했잖나. 한자동맹 같은 건 없다고. 알겠나? 링 라인이 있고, 자기들이 한자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뿐일세."
"그럼 어디서 왔습니까?"
"어디라니, 여기지." 알렉세이 펠릭소비치는 터널 바깥에 조립된 아치형 천장으로 눈을 들었다. "바로 이곳일세. 보다 정확히는 저기 있는 방에서 말해주겠네. 따라오게."
그들은 쪽모이 세공 마루가 깔려 있고 녹색 램프가 켜져 있는 책상이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왔다. 경비 초소였다. 장교복을 입은 당직 보초가 일어나서 경례를 했다. 응접실인 것일까? 다음 중간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있었지만, 모조품이었다. 마치 다른 시대의 방 같았다. 2000년대를 흉내낸 것 정도가 아니라,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들은 계단을 올라갔고, 거기에 문이 하나 있었다.
사무실이었다. 유리문이 달려있고 무거운 책들로 가득 찬 책꽂이와 방 한가운데에 있는 연단 혹은 단상으로 보이는 것. 그리고 그 구석에 스비놀루프나 멜니크의 것과 같은 고위 간부용 책상이 있었다. 책상에는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움직임이 없었다.
남자는 뒤로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플라스틱 눈이 빛났다.
그는 어깨끈에 금색 별이 달려 있는 튜닉을 입고 있었다. 검은 콧수염이 덥수룩했다. 머리는 가로질러 빗겨 있었다.
"이건..."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매혹적이지, 안 그런가?"
"스탈린입니까?"
"실제 크기의 스탈린 인형이지. 밀랍일세. 한번 보게나."
아르티옴은 이 백일몽에 휩싸인 채로 고분고분하게 단상에 올랐다.
스탈린은 뼈 없는 그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마치 인형 지도자가 무슨 법령에 서명하려는 참인 것처럼, 밀랍 주먹에서 펜 한 자루가 튀어나와 있었다. 다른 한 손은 평평한 손바닥에서 손가락을 앞으로 쭉 펼치고 있었다. 그는 콧수염 아래로 칼로 조각되어 흔들리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손 옆에는 시들지 않는 헝겊 장미들이 놓여 있었다.
아르티옴은 불가항력적으로 스탈린의 코를 만졌다. 스탈린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죽고 나서 부활했다는 것을 개의치 않았고, 세상이 가루로 변한 지금 탈출한 대가로 자신이 인형이라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사람들이 그의 발 앞에 꽃을 놓아두거나 코를 비틀어 대도 개의치 않았다. 스탈린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스탈린에 관련된 모든 것이 괜찮았다.
"실물만큼 크지, 응?" 베솔로프가 말했다.
"이것도... 박물관에서 가져온 겁니까? 전시품 중에서?"
아르티옴은 책장으로 걸어가서 손가락으로 유리문의 먼지를 긁어내고 선반을 보았다. 선반들은 터무니없을 만큼 똑같은 한 권의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책등에 인쇄된 글자는 이것이었다. J. V. 스탈린, 전집 제1권.
"이게 뭡니까?" 아르티옴은 베솔로프를 바라보았다.
"이곳이 진짜 벙커였을 당시 스탈린의 사무실은 이곳이었네. 안내원들은 스탈린이 이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말일세. 그는 시설이 가동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하지만 이곳의 주인들은 서양인 관광객들을 위해 모형을 만들었고 사무실을 본따 제작했지. 우리가 벙커에 들어왔을 때 스탈린은 이미 이곳에 있었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을 보존해 두었지. 자국민의 역사는 존중받아 마땅하네!"
알렉세이 펠릭소비치는 연단 위로 올라가 스탈린에게 다가가서, 스탈린의 책상에 걸터앉아 다리를 덜렁거렸다.
"연속성이란! 그는 저기 있고 우리는 여기 있지. 이자가 우리를 위해 벙커를 만든 것으로 밝혀진 셈일세.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세. 위대한 지도자지."
붉은 라인에 있는 콧수염 난 초상화를 제외하면, 아르티옴은 스탈린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위대한 지도자의 코를 만졌을 때 그는 무엇을 느꼈는가? 밀랍이었다.
"무슨 연속성 말이죠? 연속성은 붉은 라인에 있습니다."
"아르티옴. 이보게, 아르티옴!" 베솔로프가 투덜거렸다. "직접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도록 하지. 붉은 라인, 한자동맹 그리고 제4제국, 그들도 인형일세. 물론 그들은 독립과 경쟁과 투쟁을 흉내내지. 심지어 이성을 잃을 때면 실제로 싸우기도 하고 말이네."
"그럼 당신은 누구입니까?"
알렉세이 펠릭소비치가 껄껄 웃었다.
"그건 우아한 것, 그러니까 다당제일세. 히드라 같지. 자신에게 맞는 머리를 고르고 다른 머리와 싸우는 거야. 적의 머리가 용이라고 믿는 걸세. 그걸 정복하는 거고. 하지만 심장은 어떨까?" 베솔로프는 책상을 어루만지며 턱을 들어 사무실을 빙 둘렀다. "이것이 심장이네. 자네는 볼 수 없고,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네. 그리고 내가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머리에 맞서 계속 싸웠겠지. 붉은 라인이 아니면 한자동맹이라든지."
아르티옴은 책장을 떠나 베솔로프에게 걸어갔다.
"당신이 내게 보여준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겁니까?"
베솔로프는 물러나지도, 비켜서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자신이 아르티옴의 꿈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르티옴이 자신의 꿈속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르티옴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가서 자네가 여기 있었다고 말하고 다니게. 자네의 멜니크에게도 말이야. 대령이 자네에게 뭐라고 할까? 순 정신병이라고 말하겠지."
아르티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로 그가 이것을 술에 취해서 털어놓았을까?
"왜죠, 대령은 여기 와본 적이 없나요?"
"물론 아닐세. 왜 모두를 여기에 들이겠나? 이곳은 신전일세. 성역이라고나 할까."
"그럼 저는요?"
"자네 말인가? 자네는 성스러운 바보일세, 아르티옴. 신실한 바보들만이 신전에 발을 들일 수 있네. 심지어 그런 자들은 기적을 보이기까지 하지."
갑자기 아르티옴에게 무언가 깨달음이 찾아왔다.
"보이지 않는 감시자로군요."
-----
베솔로프 이새끼 말 뒤지게많네 ㄹㅇ 번역 좃같게시리
핵전쟁으로 세계가 멸망했는데 아직도 특권의식을 갖고있는게 레전드
아무튼 원자폭탄 모형을 보고 아름다운 물건이라고 말하는걸 보면 돌아도 믿을수없을 만큼 단단히 돌아버린 놈임
인간은 아닌듯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