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아르티옴의 머리에서 자루를 벗겼다.


그리고 그는 눈을 떴다.


그러나 보지 않고도 아르티옴은 이미 그들이 그를 데리고 오는 동안 소리를 통해 이곳이 츠베트노이 불바르 역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를 데려갔던 바로 그 장소였다. 그들은 그가 벙커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없도록 머리에 자루를 씌운 채 끌어냈다.


그들은 수갑을 풀고, 머리 위로 볼품없는 옷을 잡아당기고, 아르티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러자 블루잉(역자 주 - bluing, 철을 산소와 반응시켜 푸른색을 띄게 하는 것. 외관이 미려해질뿐만 아니라 녹이 스는 것을 막아준다) 처리된 권총이 절그럭 소리를 내며 아르티옴의 옆에 떨어졌다.


아르티옴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권총을 잡는 것이었다. 총은 비어 있었다. 그는 돌아섰지만, 호위병들은 이미 군중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두 개의 회색 인간 알갱이가 나머지 회색 모래더미에 파묻히기 전에 잠깐 눈에 잡혔다.


그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아르티옴을 즉시 벙커 밖으로 내던졌다. 그는 여전히 웨이터의 옷을 입고 있었다. 여의사는 그가 쫓겨나기 직전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주름이 있는 그의 바지주머니에 간신히 알약 같은 무언가를 쑤셔넣었다. 친절한 영혼 같으니. 그리고 자루가 그의 머리에 씌워졌다.


아르티옴은 잠시 앉아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으므로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다해 사방에서 교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아르티옴은 연약한 합판 두개골 속으로 그가 알게 된 모든 지식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다. 새로운 지식이 밀리미터 두께의 머릿속 벽을 압박했다. 아르티옴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타협은 없었다.


메트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그러니까 생지옥, 암울한 절망과 무감각이 정말로 누군가에 의해 그런 식으로 조절되고 모두에게 완벽하게 잘 어울린다고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이 터널을 채우기 위해 흙과 함께 매장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 없이는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들이 없다면 세상은 붕괴되고 땅 속으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을 용서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아르티옴은 거기 앉아서, 몸을 섞고 있는 누군가의 헐벗은 하얀 뒷모습이 마치 베솔로프의 얼굴인 것처럼 바라보며 그것과 논쟁을 벌였다. 그는 거기다 대고 베솔로프에게 말할 만큼 재치있지 못했던 모든 말을 했다.


"당연하지만, 만약 당신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 왔다면... 어떻게 그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당신이 항상 그들을 여물통에서 고개를 숙이게 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이 똑바로 설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니면 위를 올려다보거나 적어도 앞을 향한다거나... 물론 그것이 당신이 일을 정리하는 방식이겠죠. 하지만 그것이 그들 스스로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니면 사람들은... 당신이 물어봤다고요? 그리고 당신은 사람들의 모가지에 옳은 답을 꽂아넣겠죠... 사람들은 묻습니다..."


뒷모습과 말씨름하는 것은 쉬웠다. 뒷모습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은... 당신들은 제거 대상입니다... 당신네 벙커 말입니다... 흩어 버리고... 종기를 째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아무것도... 당신들 살찐 쥐들은 붙잡혀야 합니다... 목덜미를...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해요...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려고 하죠... 마치 그들이 벙어리인 것처럼... 그리고 나면... 두고 봅시다. 벙커에 있는 모두들... 악취 나는 개자식들이야... 다 쫓아버릴 겁니다... 사람들이 나를 믿지 않는다면, 당신을 믿겠죠... 당신이 모든 것을 털어놓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러지 않는다면... 여기 이 총으로 날려버릴 겁니다... 우리는 뒤통수만 달려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입니다... 망할 놈들..."


아르티옴은 빈 권총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런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르티옴에게는 작은 팀 하나만 있을 뿐이었지만, 어쨌든 있긴 있었다. 레탸가, 호메로스, 료카. 그는 이들을 모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진실의 반절은 알고 있었고, 그는 나머지 절반을 말해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물어볼 것이었다. 함께라면 그들은 쥐새끼들의 둥지를 찾아서 잡아찢을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일주일? 아니면 그 이상? 아마 다들 온 메트로를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아르티옴은 멜니크와 한자동맹이 그를 찾지 못하도록 갈라진 틈과 균열 사이에 웅크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메로스에 관해서는, 더이상 제국은 없었다. 어쩌면 호메로스는 다른 이들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아르티옴은 노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는 일어났다.


아르티옴은 손에 번호표를 받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남자들을 팔꿈치로 밀어젖히고, 보송보송한 파시스트들을 지나, 가능한 한 많은 창녀들을 지나, 사랑을 찾아내러 온 겁에 질린 사춘기 소년들을 지나, 구경이라도 하고파하는 그을린 스토커들을 지나, 삶에게 약탈당하고 이제 여자를 통해 삶을 약탈하려 하는 악한들을 지나쳤다. 이제 막 지하 세계에서 성년으로서의 삶을 시작했거나 이미 끝마친 그 모든 이들을 지나쳤다.


사샤의 거처가 어디였더라?


그는 곧 찾아냈다.


아르티옴은 노크도 하지 않고 새치기를 해서 안으로 들어가 바지 없는 싸움닭의 머리를 권총 개머리판으로 후려치고 그자를 사샤에게서 끌어낸 다음 구석에 처박았다. 그리고 그는 사샤가 몸을 감쌀 수 있도록 돌아서서 인사를 했다.


"어르신은 어디 갔지?"


"당신은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아르티옴." 사샤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돌아온 거예요?"


"어르신 어디 가셨냐고? 너한테 계속 귀찮게 굴었지, 안 그래? 아니면 멈췄나? 어디 가셨어?"


"그들이 데려갔어요. 제발, 가요."


"그들? 그들이 누군데?"


"당신... 그자가 당신을 도왔나요? 알렉세이가 도와줬어요? 좀 달라 보이네요. 나아졌어요."


"그가 도와줬어. 네가 도와줬고. 퍽이나 고맙네. 모두에게 말이야. 내 모든 은인들에게."


"당신은 알고 싶어했잖아요. 이제 알았겠죠. 그렇죠? 아니면 뭘 원했는데요? 그냥 죽는 거요?"


"그래. 미안해. 나... 나는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어... 그들로부터. 그건 자선 동냥이야. 난 그런 걸 원하지 않아. 않았어. 하지만 이젠... 어쨌든 고마워."


"왜 그곳을 떠났나요? 거기... 거기서의 삶은 완전히 달라요, 안 그런가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말이야? 그자가 널 데려다준 적이 없었나?"


"그는 약속했어요. 그럴 거예요. 하지만 내가 대신 당신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당분간은요."


"넌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어. 저 아래도 똑같이 살고 있어. 먹을 게 더 잘 나올 뿐이야. 음... 그리고 의료 시설도. 네 말은 네가 거기 갈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들이랑?"


"그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나요?"


"전부 다 말해줬어. 모든 것을. 보이지 않는 감시자들, 실세들, 붉은 라인, 파시스트, 전부 다."


"그리고 당신을 보내줬나요?"


"응."


"당신은 떠나야 해요. 그들이 당신 동료들을 모두 데려갔어요. 그 브로커 말이에요. 전부 다요. 당신이랑 같은 날에... 아마 더이상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모르겠네요."


"누가? 감시자들이?"


"아니, 그 사람들 말고요. 당신네 오르도요."


"오르도라... 들어봐. 넌... 나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가 네게 모든 것을 설명했지, 안 그래? 넌 다 알고 있었어. 지상에 대해서. 온 세상에 대해서. 하지만! 그게 네 꿈이었잖아, 응?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 말이야. 내 꿈처럼.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저 위로 갈 수 있어. 다시. 지상으로! 네가 말해준 거잖아. 바로 네가! 여기서 뭘 하는 거야? 왜 이 오물 구덩이에 매여 사는 거냐고? 왜 도망가지 않는 거야? 왜 여기 있는 거지?"


사샤는 아르티옴의 정면에 서서 연필화처럼 섬세하게 자신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골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떠나요. 정말이에요."


아르티옴은 사샤의 잔가지 같은 손목을 붙잡았다.


"말해줘. 나는 사람들이 일어나게 하고 싶어. 넌 내가 왜 거기 머물지 않았느냐고 물었지.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전부... 우리들. 여기 우리들 모두 말이야. 다들 알아야 해. 모두가. 알아야만 한다고. 다시 날 배신하진 않을 거지? 그자에게? 나를 넘기지 않을 거지?"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을 하고 사샤의 입술은 굳게 닫혔다. 아르티옴은 기다렸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가지도 않을 거예요."


"왜지?"


"아르티옴. 나는 그를 사랑해요."


"누구를?"


"알렉세이."


"그 사람을? 그... 늙은 바보를? 그 변태를? 하지만 그는... 그자는... 영혼이 없어... 그 사람이... 사람들에 대해 하는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베솔로프를 사랑한다고?"


"그래요."


아르티옴은 그을린 손가락에서 사샤의 팔을 놓아주고 뒤로 물러났다.


"그럴 순 없어!"


"나는 그를 사랑해요." 사샤는 움츠린 어깨를 으쓱했다. "알렉세이는 내게 자석과도 같아요. 그는 자석이고, 나는 철제 서류철이죠. 그게 다예요. 그는 내 주인이고요. 그리고 항상 내게 친절했어요. 맨 처음부터요."


"그놈은 널 이용하라고 빌려주잖아! 너를! 그놈은 너와 그 모든 놈들이 ... 더러운... 그걸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고!"


"알아요." 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즐기죠. 저도 그게 좋아요."


"너도 좋다고?"


"그래서 뭐가요? 당신도 받아들일 수 없나요? 호메로스처럼요? 그렇다면 미안하네요."


"그리고 너는 그자가 널 거기로 데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같이 가려고?"


"거기 자리가 하나 났어요. 알렉세이는 허가를 받았고요. 하지만 나는..."


"알았어. 알겠어. 너 대신에 날 보냈단 말이지... 이해해. 좋아."


"당신은 가야 해요."


"정말로 그곳에 가고 싶어? 베솔로프한테? 24시간 내내 술을 마시는 소굴로? 그 벙커로? 저 위로 가는 대신에 더 아래로 내려가겠다고?"


"난 내가 어딜 가든 상관없어요. 나는 그와 함께 있고 싶어요. 나는 그의 것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알겠어. 이해해."


아르티옴은 거기 조금 더 서 있었다. 그리고 목에서 십자가를 떼어내 사샤에게 던졌다.


"다음에 봐. 고마워."


"다음에 봐요."




* * *




아르티옴은 걸어나왔다. 엉망진창이고 흔들리는 세상이었다.


아르티옴은 음탕하고 덧없고 술에 취한 군중들 속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는 사샤에게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어떻게 그녀가 베솔로프와 함께 갈 수 있을까? 어떻게 그녀가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녀가 자신의 비행선을 벙커의 꿈과, 아니면 사창가나, 쥐꼬리만한 이익이나, 지조 없는 매음굴 거처와 맞바꿀 수 있을까? 베솔로프는 그녀에게 벙커에서 남은 음식 찌꺼기들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남은 사랑의 찌꺼기들도.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 두 종류의 찌꺼기면 그녀는 충분했다. 그녀는 버릇없지 않았으니까.


아르티옴이 사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뭘까?


그가 사샤를 미워할 수나 있을까?


"이봐, 웨이터!" 누군가 아르티옴의 시종 복장 쪽으로 손을 뻗었다. "술 1리터!"


"가서 엿이나 쳐먹어!"


아르티옴은 부두로 나왔다. 물이 찰랑찰랑하게 차 있었다.


그는 그걸 깨부숴야 했다. 모든 것을 다. 전부 박살내버려야 했다.


그러니까 멜니크는 아르티옴의 동료 모두를 데려가버린 것이다. 호메로스, 료카, 레탸가. 그들이 살아있다면, 아르티옴은 그들을 풀어줘야 했다. 그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멜니크 대령.


만약 아르티옴이 오르도를 그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가 감시자들을 상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르도는 벙커를 방어해냈다. 그러니 다른 벙커를 공격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어떻게 아르티옴이 그들을 부추길 수 있을까? 그들에게 자기네 동료들이 어떻게 팔렸는지 말해줄까? 하지만 그들을 팔아넘긴 것은 멜니크였다. 그런데 누구에게 팔았을까? 대령은 그 자신을 사고팔았다, 늙은 얼간이 같으니. 그리고 오르도 병사들은 그저 무의미하게 죽임을 당했다. 중간 관리자 수준의 계획 때문에. 멜니크 자신은 자기 두 다리를 무얼 위해 바쳤는지 알기나 할까?


만약 아르티옴이 대령에게 말했다면, 설명했다면?


멜니크가 메트로에 대해 뭘 알고 있었을까? 베솔로프가 그에게 선전한 것이었다. 그도 아마 진실의 절반을 목구멍에 쑤셔넣었을 것이다. 영웅에서 휠체어를 탄 오뚜기 장난감으로 바뀌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메트로를 구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가 나머지 절반의 진실을 믿지 않아 왔기 때문이었다!


플라스틱 병으로 된 뗏목이 플랫폼의 맨 끝에서 흔들거리고 있었고, 술에 취한 철도 제복이 그 옆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르티옴은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물에 잠긴 제국을 통과해서 항해하자. 천장까지 물에 잠길 수는 없으니까, 안 그래? 그리고 멜니크는 폴리스에 있을 거야. 대령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자. 멜니크가 몰랐던 모든 것을, 나머지 진실을 말해주고 알게 하자. 멜니크가 아르티옴 편이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의 동료들은 풀어줄 것이다.


아르티옴은 뗏목을 향해 걸어가면서 어떤 창녀의 집에서 돼지기름 램프를 집어들었다. 전등은 아니지만, 적어도 터널을 밝힐 수는 있을 것이다. 그는 몰래 뗏목으로 다가가 잠자고 있는 남자를 시종 신발의 엄지 쪽으로 쿡쿡 찔러보았다. 통나무 같았다.


아르티옴은 연약한 배를 풀고 그 위로 뛰어올라 탁한 물이 찬 터널 속으로 출발했다. 노 대신에 막대기에 붙인 국자가 있었다. 한 쪽을 젓고, 다른 한 쪽을 젓고. 뗏목이 물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다시 돌아가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쨌든 뗏목은 어둠 속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램프는 바로 한 발짝 앞에 켜져있을 뿐이었다. 국자도 그보다는 멀리까지 닿았다. 터널은 내리막이었고 물은 오르막이었다. 천장이 더 낮게 내려왔고, 아르티옴의 정수리에 가까워졌다. 숨쉴 공기가 충분할까?


아르티옴은 더이상 서서 노를 저을 수가 없었다. 천장이 너무 낮았다. 그는 주저앉아야 했다.


쥐 한 마리가 마른 땅을 보고 기뻐하며 아르티옴을 향해 헤엄쳐왔다.


쥐는 아르티옴의 뗏목에 올라타서 얌전히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는 쥐를 쫓아내지 않았다. 그는 쥐를 무서워했었지만,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쥐는 그냥 쥐였다.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였다. 어둠은 그냥 어둠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삶과 같은. 그리고 그가 다른 종류의 삶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다른 이들과 똑같이 그걸 눈치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램프는 걸이식이었다. 빛은 앞쪽뿐만이 아니라 아래, 투명한 선체 밑쪽도 비췄다.


그 아래서 무언가가 물을 튀겼다.


아르티옴은 사샤를 생각했다.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왜 그녀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땅속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왜 그녀 스스로 여기에 남았을까? 왜 베솔로프를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


돼지기름 냄새가 났다. 쥐가 냄새를 들이마셨다.


익사한 남자 하나가 뗏목 밑에서 몸을 뒤집으며 병들의 벽 너머에 있는 램프를 향해 모래가 들러붙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는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고 그게 무엇인지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퉁퉁 불은 손가락으로 뗏목을 움켜쥐고 통과를 방해하다가 놓아주었다.


천장이 더 낮아졌다. 엉덩이로 쪼그리고 앉은 아르티옴은 이제 손을 천장의 뼈대에 갖다댈 수 있었다.


쥐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쥐는 자신과 동류인 츠베트노이 불바르 역 쪽으로 헤엄쳐 갔다.


아르티옴은 멈췄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모든 것이 똑같이 어두웠다. 사실 훨씬 더 어두웠다. 그는 한손으로 가슴팍을 더듬었지만, 작은 십자가는 그가 사샤에게 돌려준 뒤였다. 뭐,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십자가 없이 기도했다.


그리고 노를 저었다.


그리고 나서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르티옴이 움푹 패인 깊은 곳을 지나간 모양이었다. 천장이 그를 짓누르는 것을 멈추고 위로 움직이면서 숨통이 트이게 했다. 앞쪽에 불빛이 어렴풋이 보였다. 천장 바로 밑에 매달려 있는 전구들이 깜박거리려 하고 있었다. 발전기들이 홍수에서 어떻게든 보호받은 것이 분명했다.


아르티옴이 역에 도착했을 때, 물은 정말로 얕아졌다. 플랫폼에 다다르자 물은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역의 주인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 맥없이 퉁퉁 불어 있었다. 아르티옴은 얼굴 전체로 강렬한 악취를 느낄 수 있었다.


지하수가 다윈 역을 휩쓸었고, 이곳은 다시 체호프 역이 되어 있었다. 현수막, 벽화, 초상화 등의 야만적인 장식물들은 모두 축축한 진흙 속에 배를 깔고 떠 있었다.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사람들은 용기를 내서 집을 정리할 것이다. 동물원을 재건할 것이다. 디트마르 대신 디트리히가 거기 있겠지만, 그게 다였다. 예브게니 페트로비치는 비록 그가 괴물이라 할지라도 가족의 일원으로, 시스템의 일부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이미 무척이나 훌륭하고 편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작은 사람들이 올라타는 곳이고, 저기는 다진 고기가 나오는 곳이었다. 발라시하처럼. 온 메트로처럼.


그리고 당연하게도, 누군가는 예브게니 페트로비치의 역사 교과서 집필을 마쳐야 할 것이다. 아마 일리야 스테파노비치가 될 것이다. 멜니크가 호메로스를 집어삼켰기 때문에 그 선생은 아마 혼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신경쓸 필요 없었다. 일리야 스테파노비치는 모든 것을 말이 되는 방식으로 설명할 것이다. 쉴러 역에서 그는 붉은 라인 군대에 맞서 영웅적으로 역을 방어했을 것이고, 기형아들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했다고 할 것이다. 그랬다, 그리고 숭고하고 사기를 높이는 모종의 피날레가 있을 것이다. 제국이 적들의 사악한 계략으로 인해 물에 잠겼지만 부서지지는 않았고, 이전 것보다 더 나은 불사조가 잿더미에서 솟아오를 것이다.


어떻게 사샤는 이런 상황에서 잘 수 있었을까?


아르티옴은 국자로 흠뻑 젖은 종이 한 장을 흩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얼룩진 신문이었다. 그는 어떤 곳에서 여전히 '철' 이라는 글자를, 다른 곳에서는 '주먹' 이라는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삶의 단편이었다. 여기 어딘가에 인쇄소도 있었지, 안 그랬나? 디트마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자는 진심으로 1만 부의 정확한 역사를 찍어내려고 했었다.


역이 끝나고, 다시 터널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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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나오는 '중간 관리자의 계획' 은 전사한 제4제국 장교 디트마르가 붉은 라인을 상대로 테아트랄나야 역에서 벌였던 전쟁을 말함. 혹시 모를까봐


그나저나 사샤를 얼마나 조교타락을 시켰으면 베솔로프를 좋아한다그러냐 ㄹㅇ 작가 개패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