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요! 신문! 신문 사세요!"
덕산이 외쳤다.

"조정에서 배급품 거래에 대해 대책을 세운답니다!"
덕산은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속보요!집현전 학자들이 증기로 설계도 해석을 70뻐센뜨 완료했답니다! 신문을 가져가세요!"

덕산은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도, 오늘은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문을 무려 40부나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덕산은 오늘 추가 배급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배급하는 식사로도 충분하지만(하지만 광산 인부 아저씨들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신문과도 같이 덕산도 배급품중에 들어있는 건량을 3봉지 모아서 쌀빵 3개로 바꾸어 먹을 생각이었으니까.

덕산은 잠시 손을 비비며 주상전하가 게신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덕산은 추운 마음에 몸을 떨면서도 엉뚱한 생각을 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망하기 전'세상은 어땠을까?

어른들의 말로는 그때는 1년이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졌고 온 세상이 나무와 풀.꽃으로 뒤덮혀 있었다고 했다.

덕산은 그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아무튼. 지금 한양은 어른들의 불평에 비해 살기 좋은 도시였다.

24시간 따뜻한 열을 내뿜는 증기 열발전탑과 그로 인해 밤에서 환한 거리들. 주상전하의 은혜를 받는 백성들.

덕산이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이 도시보다 나은 곳을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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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빙하기 이후 1년 7개월.
스발바르 제도 113번 건설지부.
한양.
영하 40도.





"주상전하! 하문하여 주시옵소서!"


마치 얼음이 휘날리는 것 처럼 눈보라가 휘날리고, 온 풍경이 눈과 얼음덩어리로 가득차 있는 이 작디작은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갔다.

중앙의 발열기가 증기팔을 쉬지않고 움직이며 열을 쏟아붓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허술해보이는 천막들이 덕지덕지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천막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나무로 지어진-그것도 꽤나 멋들어지게 지은-이 풍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옥이 자리잡아 있었다.

그리고 그 멋들어진 한옥 안에는, 허술하지만 이 장소에 있는 나무판떼기로 대충 모양이라도 내서 만든 옥좌에 앉아있는 곤룡포를 입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를 향하여 수십의 노인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전하, 참의원장 이조선이 아뢰옵니다, 우리 조선이 이 조그마한 정토에서 종묘사직을 보존할 수 있었으니 이는 실로 하늘이 축복하시는 것입니다, 하오나 수십만이 넘는 우리 조선의 백성중! 고작 삼백만 살아서 이곳에 도착하였나이다! 그러나 그 살아서 여기까지 온 삼백의 백성들마저! 엄동설한에 얼어죽고 있사옵니다! 전하! 부디 가져온 왕실 예품들을 녹이고 부숴서! 백성들의 거주지라고 보완해주어 백성들이 얼어죽지 않을 수 있사옵니다!"


"자네! 무슨 망말인가? 감히 왕실 예품들을 녹이고 부숴서 자재로 쓰자고? 우리 삼백년 조선 왕실의 정통을 깨부수자는 말인가? 전하! 역적 이조선의 목을 치시옵소서!"


"조용히 하거라! 참의원장 이조선은 답하라. 우리 조선백성들 중에 저 발열탑을 조정하거나 이곳에 버려져 있는 기물들의 설계도를 해석할 수 있는 이들이 없어도, 볼란서인 두명과 영길리인 곤월 선생을 필두로 한 양인 열명은 그걸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전하, 그들은 지금 재빨리 발열탑을 작동시킬수 있게끔 석탄 시추기라는 이름의 기물의 설계도를 해석하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그 일은 너무나 오래 걸리옵니다. 저 발열탑이 없으면 우리 백성들이 순식간에 얼어 죽어나가온데 저 발열탑을 돌릴 석탄마저 부족하니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사옵니다."


"이조선의 말은 잘 들었다. 자원부장은 할말이 있는가?"


"자원부 부장 김종포가 감히 아뢰옵니다. 백성 아무개가 발견한 바로는 저 외곽에 버려져 있는 석탄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백성들을 시켜 그 석탄을 이곳으로 가져오게 하시옵소서. 그러면 우선 시간은 벌수 있게끔 일주일 동안은 발열탑을 돌릴 수 있을 것이옵니다."


"군역에 동원되어서 생기는 백성들의 불만은 어찌 할 것인가?"


"이곳으로 올때 싫고 온 건락을 조금 더 배급해주는 식으로 하면 불만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좋다, 신하들은 듣거라! 과인이 부덕한 탓에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로다! 백성들에게 하여금 외곽에 있는 석탄을 가져오라 명하고, 양인들에게 설계도 해석을 조금 더 서두르게끔 하도록 하라, 또한 백성들에게 주변에 있는 나무를 캐는 것을 허락하여 백성들이 모닥불이라도 쬘 수 있도록 하고, 목재로 된 예품들을 자재로 쓰도록 허해주어라!"


"전하! 아니되옵니다! 예품들을 자재로 쓰도록 분해한다면. 종묘와 사직의 위신이...."


이형은 옥좌를 주먹으로 쾅 하고 쳤다.

나무로 허술하게 만들어진 옥좌가 삐그덕거렸다.


"이 나라의 종묘와 사직의 위신? 백성들이 죽으면 그 위신따윈 아무 쓸모도 없거늘 경들은 왜 그런 당연한 이치를 모르오! 이 조선 백성들 중 산자가 겨우 삼백이오, 그렇게 살아남은 삼백마저 얼어죽어나가고 잇거늘, 어찌 위신을 들먹이느냔 말이다!"


이형은 한숨을 푹 쉬고는 신하들에게 물러나라고 하고는 옥좌에 가만히 앉아 천장만 바라보았다.


....자신이 처음 고종에 빙의했을 때, 얼마나 신났던가. 조선을 개혁하고 국제사회에 발을 내믿도록 했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프랑스가 흔히 내가 알던 배가 아니라 왠 비행선들이 줄줄히 달려있는 배를 가지고 오고, 증기심인지 뭔지를 가지고 와서는 구구절절 설명한 것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갑자기 빙하기가 와서는 자신이 바꾼 조선을 모조리 부숴버릴 줄 누가 알았는가?


신하라는 놈들은 이곳에 와서도 자원부니 배급부장이니 건설부장이니 하며 권력을 쥐겠다고 서열나누기를 하고 있었고, 그러는 와중에도 백성들은 얼어죽어 갔다.


이형은 옥좌의 뒤로 걸어가서, 어설픈 목재로 허술하게 만들어둔 종묘에 절을 올렸다.


참으로 빌어쳐먹을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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