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하니 그 사람들이 무슨 신호 같은 걸 잡았다던데요..."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우리가 유일한 생존자인 게 아니라면..."
"하지만 달리 어디에 생존자가 또 있다고? 누가? 누가 그랬는데?"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나오면 다 밝혀지겠죠. 회의 중이라잖아요."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그동안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잖아... 그리고 우린 그걸 받아들였고."
"오르도가 찾아냈어. 말해줄지 말지를 두고 다퉜다던데."
"그럼 그 사람들은 누군데? 벤치에 묶여있던 사람들 말야."
"테러리스트를 몇 명 잡은 거야. 뭔지 곧 말해주겠지."
아르티옴은 사람들이 속삭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에게 보이는 것은 똑같은 검은 등짝, 방탄조끼의 어깨끈, 북슬북슬한 뒤통수와 보폭을 넓게 선 군화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이 진동하고, 산소가 불타오르고, 벽이 닫히고 있었다. 이곳엔 그런 사람이 족히 수백 명은 있었다. 멜니크가 사람들이 자기 대답을 들을 때까지 기다리게 하도록 내버려 두자.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
누군가가 능숙하고 단호하게 길을 헤쳐나오고 있었다.
"의회로 가야 합니다! 비켜요!"
저지선을 치고 있던 병사들도 혼란스러워했다. 맨 처음에 그들은 서로를 어느 때보다 더 꽉 붙잡았다. 그리고 곧 의심스러운 듯이 동요했다.
티무르의 목소리였다. 그는 레탸가와 아르티옴의 동료였다. 또다른 이단아인 티무르는 료카와 호메로스, 구출된 안나와 함께 떠났다! 왜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 왜 돌아왔을까? 그는 지금 벙커를 급습하고 있어야 했다. 아니면 이미 벙커를 점령한 것일까? 의회에 베솔로프의 잘린 목이라도 가져왔단 것인가?
"길을 비켜요! 의회의 초청입니다!"
저지선이 활짝 열렸고 병사들은 티무르를 원 안으로 들였다. 프린스와 루카가 함께였다. 두 사람 역시 아르티옴의 옛 동료였다. 티무르는 벤치에 있는 아르티옴을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의회로 들어갔다. 프린스와 루카는 경계를 풀지 않고 있었다.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뭐라고 입씨름을 하고 있을까? 시간 끌기? 최후통첩 보내기? 용서 구하기? 쟁반에 놓인 베솔로프의 모가지 살피기?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에 있는 모두가 독살이라도 당한 것일까?
"비켜요! 비켜! 의회에 볼일이 있어요!"
이번엔 또 누구일까?
군중들은 이제 조금 전의 경의를 잃어버린 채 불평하며 마지못해 갈라졌다, 대체 우리가 왜 비켜야 하는데? 아르티옴은 목을 길게 뺐다. 그를 둘러싼 검은 원 역시 순순히 흩어지지 않았다.
그는 문제의 인물을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저지선을 통과한 첫 번째 사람은 베솔로프였다.
살아 있고, 창백하고, 격앙되어 있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사도 료카가 그의 뒤에 나타났다. 알렉세이 펠릭소비치는 아르티옴에게 음산한 시선을 던졌지만, 인사를 건네지는 않았다. 반면 료카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사도가 인질을 잡아온 걸까? 다른 두 명의 오르도 대원들이 함께였고, 그들은 바깥에 서 있었다.
아르티옴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속으로 질문들을 주워섬기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그가 다시 뒤로 자빠지게 하려고 무릎 뒤를 가격했고, 그는 넘어졌다. 프린스와 루카는 그에게 일격을 가한 자에게 싯싯거리며 불만을 표했고, 동시에 권총을 그러쥐었다.
두 사람은 잠시 기다렸다가 뒤로 물러났다.
지금 모든 것은 여기가 아니라 바로 저 문 뒤에서 결정되고 있었다.
마치 콤소몰 역에서 기관총 바로 앞에 서 있을 때처럼 정말로 숨이 막혔다. 사람들은 앞으로 밀고 나갔고, 저지선은 자리를 내어줄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뒤로 줄어들었었다. 무게가 0.5톤이나 나가는 폭 2미터짜리의 청동 샹들리에는 마치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사슬에 매달려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소리가 역을 가로질러 울려퍼졌다. 기침 소리였다.
저지선에 있던 병사들이 격앙되었다. 군중들은 침묵을 지키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수많은 스피커에서 기침 소리가 띄엄띄엄 흘러나왔다. 이곳도 나름대로 공공 방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모양이었다.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하나둘. 하나둘."
바로 역 맞은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톤이 굵은, 즐거워하는 목소리였다.
"친애하는 주민 여러분. 주목해 주십시오. 곧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해산하지 마십시오."
"진실을 알려주시오! 진실을 말해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아나운서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목소리는 그저 목청을 가다듬고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중요한 무언가를..."
"정말 그럴 수도..."
"놀라운..."
문이 열리고서야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갈색 양복을 입은 뚱뚱한 남자가 사무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검은 원 안으로 걸어나왔다. 남자는 안경을 쓰고 있었고, 쓸어올린 넓은 이마는 툭 튀어나온 뒤통수까지 솟아 있었다. 수행원이 그를 부축했고 그는 군중들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아르티옴 옆에 있는 대리석 벤치로 기어가다시피 했다.
"평의회 의장은... 스스로..."
그때 멜니크와 안조르가 문간에 나타났고, 티무르가 뒤따랐다. 그들은 벤치에서 멀어지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찢어졌다.
뚱뚱한 남자는 코를 훌쩍였다. 그는 땀에 젖은 이마를 훔친 지저분한 손수건으로 안경알을 닦은 다음 안경을 콧등에 다시 얹었다.
"여러분.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다소 불쾌한 사건 탓이었죠. 우리 모두가 안전하기 위해 필요한, 매우 존경스러운 오르도 내부에서... 말하자면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애매하게 굴지 마시오! 확답을 줘!"
"네. 물론입니다. 본론으로 바로 가죠. 요점을 확립해 두었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믿기 힘들겠죠. 하지만 우리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절한 때가 되면 발표할 증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뭐, 좋아요. 우리는 꽤 확실히 밝혀냈습니다. 모스크바는 지난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도시가 아닙니다. 우리가 라디오 방송을 가로챘거든요."
군중은 말문이 턱 막혔다. 고요했다. 갈색 옷을 입은 남자의 지루하고 곰팡내나는 목소리를 제외한 다른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할 말을 잃은 아르티옴은 마치 남자가 신의 계시인 것처럼 그를 올려다보았다. 레탸가가 총에 맞기 전 그가 레탸가를 바라보던 대로였다. 마치 그가 성인(聖人)이라도 되는 듯이.
"우리는 여러분에게 그 방송을 들려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몇 마디만 해 두죠. 개인적으로는, 또한 여러분 모두에게도, 이것은 가히 충격적인 일입니다. 문제는 그 방송이 대서양 반대편에서 왔다는 겁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동지 여러분, 형제 여러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습니까? 우리나라를 절멸시키고 1억 4천만의 우리 동포를, 부모, 자녀, 아내, 남편들을 무덤으로 보낸 원수가 아직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더이상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존재를 드러낸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새로운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겁니다."
아르티옴은 울부짖고 고함을 치며 벤치에서 미끄러져 차가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지금껏 단 한 가지 사실만이 우리를 지켜주었습니다. 우리가 메트로에 살고 있다는 것 말이죠. 지상은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신했다는 것. 그 덕에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우리가 앞으로도 살아남을 유일한 기회입니다. 압니다. 두렵죠. 믿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에게 믿어달라고 부탁합니다. 폴리스 의회가 부탁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오늘 녹음된 거니까요. 뉴욕발 방송입니다."
스피커가 다시 켜지며 지직거렸다.
"지지지지... 위이이이... 치익치익..."
그리고 노래가 울려퍼졌다. 낯설고 이상한 노래였다. 외국어였고, 드럼과 함성 소리, 트럼펫 팡파르와 나팔 소리가 들렸다. 일그러진 리듬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찬송가와 행진곡 사이 어딘가를 반쯤 통곡하며 읊조리기 시작했다. 여성 합창단이 화음을 넣고 있었다. 노래는 억누를 수 없는 힘으로 울려퍼졌다. 그 안에는 반항적인 도전이, 악의적인 기쁨과 야만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에너지가 담겨 있었다.
그야말로 무절제하고 방탕하게 몸을 움직이고 춤을 추기에 딱 맞는, 아니 그래야만 하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하얀 돌로 지어진 거대한 홀에 걸린 반 톤짜리 샹들리에 아래에 서 있는 그 누구도 털끝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샹들리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사람들은 우레 같은 드럼 소리를 들이마시고 공포를 내뿜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직접 들어보면... 저 야만인들의 짐승 같은 음악이죠... 다시 말해서 우리가 궁핍을 겪는 동안 그들은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들이 잔존 핵무기를 남겨두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습니다. 이들은 백 배는 더 위험한 적입니다. 여전히 우리가 파악해야 할 것이고요. 이제 우리의 삶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에 관해서... 여기 선언문이 있습니다. 모여보시죠."
회색 새치가 난 검은 머리칼에 말랐으면서도 건장한 체격을 한 티무르가 갈색 옷의 의장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몸을 숙여 아르티옴이 일어나 앉도록 도와주고 나서 벤치로 올라갔다.
"오르도의 고참병 일동은 우리네 전 사령관인 멜니크 대령의 독선적인 행동에 분노를 표합니다. 우리 동료가 공정한 재판도 받지 못하고 대령의 오른팔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폴리스 시민 여러분들께는 이번 소동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지휘 계통에서 물러날 것을 선언하며, 더이상 멜니크 대령의 휘하에 있지 않을 겁니다."
티무르는 흡연자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거칠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오르도 최고의 정보원이었고, 레탸가의 선임이자 스승이기도 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스몰렌스크 역의 오르도 기지는 우리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지휘관을 뽑기 위해 투명한 선거를 치를 겁니다. 그러나 또한 새로운 상황에서 겪을 일련의 갈등은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사령부로서 우리는 폴리스 의회에 직접적인 헌신을 맹세합니다. 충성을 다짐하고 어떠한 적에 맞서더라도 폴리스를 보호할 것을 약속합니다.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말입니다."
티무르는 갈색 옷을 입은 남자를 향해 몸을 돌려 경례를 했다.
박수 소리가 한 번 들리고, 이어서 또다른 박수가 울려퍼졌다. 그리고는 옷깃 스치는 소리, 재잘대는 소리, 손뼉 두들기는 소리가 퍼붓는 폭우처럼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만세! 이야! 영광입니다!"
"멍청아!" 아르티옴은 꽉 다문 잇새 사이로 티무르에게 포효했다. "끝내주게 바보 같은 놈! 폴리스는 없어! 의회도 없어! 넌 그냥 또다른 대가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거라고! 저들을 믿지 마!"
티무르는 아르티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너도 이들과 거리를 두게 할 거야, 아르티옴. 우린 아직 양키 놈들에 나란히 맞서 싸울 거라고."
"나는 그 질문이 제기된 방식에 동의하지 않네." 구부러진 휠체어에 앉아있는 멜니크가 근엄하게 말했다. "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이지. 이를 반란으로 간주하지는 않겠네. 일시적인 견해 차이일 뿐이야. 국토가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는 사소한 다툼을 벌일 자격이 없네.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지. 우리 오르도는 이미 너무도 큰 대가를 치렀네. 나 역시 오르도의 이름으로 폴리스 의회에 충성을 맹세하겠네. 내분의 시간은 끝났다고 생각하네. 우리는 더이상 서로를 죽일 권리가 없어. 붉은 라인, 제4제국, 한자동맹... 무엇보다도 우리는 러시아인 아닌가. 그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세. 우리는 대적의 위협을 받고 있네. 적들은 우리가 무얼 믿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아무런 구별 없이 우리 모두를 쓸어버릴 테니까!"
사람들은 들었고, 전부 받아들였다. 그 누구도 논쟁을 벌이거나 속삭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르티옴은 무게중심을 앞으로 기울여 무릎을 꿇었다. 그는 몸을 비틀며 간신히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멜니크에게 감화된 경비병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짧게 뛰어올라 신전에 올라앉아 있는 멜니크를 들이받았고, 휠체어와 함께 그를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잡아! 저놈 잡아라!"
병사들은 아르티옴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그는 다리로 그 늙은 멍청이를 쥐어짜고, 짓누르고, 질식시키기 위해 목을 부여잡았다. 병사들은 아르티옴의 이빨 하나를 부러뜨렸고, 입막음 천이 떨어져 나갔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잖아! 이 개자식들아!"
가득 찬 군중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아르티옴을 문 안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멜니크를 들어올려 먼지를 털어주었다.
"이 더러운 자식. 이 비열한 놈아! 가루로 갈아버리겠어. 이 쓰레기 같은 놈. 네놈이랑 저 배은망덕한 놈. 둘 다 목을 매달고 말 거야. 이 곰팡이 같은 놈들. 거짓말이야. 전부 거짓말이라고."
티무르가 의장에게 설명했다.
"이자는 체포된 공작원입니다.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근거가 있습니다. 우릴 적에게 노출시키려고 합니다. 아직은 파악 중에 있습니다."
결국 병사들은 대령을 휠체어에 태우고 아르티옴을 안으로 끌고 왔다. 문 저편에서 수많은 출구가 있는 긴 복도가 펼쳐졌다. 그들은 곧바로 아르티옴을 내팽개쳤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부터 발작적으로 귀를 기울여 들었다.
"네, 대령님." 갈색 옷의 의장은 무거운 민머리를 움츠린 채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사람 목숨의 소중함을 아는 내용이 담긴 격언을 읊었죠. 이를 포함한 다른 모든 문제에 있어서 저는 당신 측과 완전히 연대합니다. 저는 우리네 외교관들을 지체없이 붉은 라인과 한자동맹, 그리고 제국 대표들에게 파견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협상 테이블에 둘러앉는 거죠.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불화를 종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린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힘을 합치자고요. 그리고 다 함께 총체적으로 우리가, 당신들이, 메트로를 방어해내야 합니다. 우리의 유일한 집이자 모두에게 같은 거주지니까요. 살아남고 싶다면 이곳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유일한 고향이 될 겁니다. 영원히 성스러운 안식처가 되는 거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일리야 스테파노비치가 공포에 질려 의장의 말을 반복했다.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와 그들 말이야. 무엇보다도 같은 러시아 사람이니까. 하나로 뭉치잔 말이지. 뭣 때문에? 대체 왜. 제국의 대표들에게. 나리네."
그러나 군중들이 그의 중얼거림을 덮어버렸다. 처음에는 이 폭로에 충격을 받고 멍한 채였지만, 이제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고 숙고하면서 태도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양키 놈들은... 지금까지... 음악을... 잔뜩 들었다고... 춤을 추면서... 짐승들처럼... 하지만 나는 항상 느꼈어... 그놈들과 그 어두운 힙합은... 여기 우리는 쓰레기 같은 거나 먹고 있는데... 그놈들은 그 쓰레기마저 가져가려 한다고...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인데도...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지... 우리가 평화롭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신경쓰지 마, 우린 기다릴 거야... 버틸 거야... 더 나쁜 적도 있었는데... 아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
"여러분도 알다시피, 적들이 없어도 지금은 어려운 시기입니다." 갈색 옷의 남자가 모든 군중들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버섯병은 우리 수확량을 바닥냈습니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한다면, 우리는... 굉장한 힘을! 우리에겐 시간이 많습니다!"
그는 술렁이는 웅성거림을 뚫고 고함을 쳐야 했다. 사람들은 마침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진실을 곱씹고 삼킬 수 있었다.
아르티옴은 산산이 부서진 채 벽에 기대 앉아 맛없고 뜨뜻한 피를 열심히 삼켰다. 그는 잃어버린 이빨이 있던 움푹 패인 곳을 혀로 더듬었다.
갑자기 복도 어딘가에서 베솔로프가 나타났다. 회의실에서 나온 걸까? 사도 료카가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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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배신을 당하기 시작하는 아르티옴
이제부터 개불쌍해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