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수 없는 터널 아주 멀리, 끝 보이지 않는 그 터널 끝에서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겨울과 죽음을 뜻하는 아련한 피 비린내가 향수를 불러 일으키듯 아련히 스쳐 불어갔다.
그 바람에 서린 추위에, 혹은 향수에 송장쥐는 코를 훌쩍하고 들이키며 걸음을 멈췄다. 잠깐의 멈춤, 그 덕에 송장쥐는 깨달았다.
자신이 전직 해병대원이나 왕년의 군인이 아니였음에도 터널 400M 지점에 서서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이유를. 그러나 그런 것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소용이 있으랴? 세상이 망해버렸는데.
송장쥐는 이미 망한 세상 복잡하게 사는 것 귀찮고 그럴 이유 없다는 듯 탄창이 곧 바닥으로 떨어질 듯 달커덕 거리는 M16A1 소총을 멜빵으로 어깨에 매고 담배를 낚시 조끼 주머니에서 꺼내 입에 물어 불 붙였다.
헛수고였다.
맛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되려 떠올리기 싫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장점이라곤 맛있다는 것 하나 뿐이였다. 담배는 송장쥐에게 시장 바닥에서 돌아다니는 공장 폐기물로 만든 싸구려 수면제만큼의 쾌락을 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타들어가는 선홍빛 담뱃불이 더 큰 쾌락을 가져다 주었다. 정신적 쾌락과 시각적 쾌락이라는 종류의 차이가 있었지만 무슨 상관이랴? 어찌되었던 그것도 쾌락인데.
하! 송장쥐는 일련의 깨달음에 감정이 거의 담기지 않고 새어버린 싸구려 웃음을 뱉으며 오래된 방탄모 옆에 절연 테이프로 붙인 회중 전등을 꺼버렸다.
터널을 비추는 마지막 광원, 그것은 선홍빛 담뱃불의 차지였다. 뭐, 그것이 터널을 비춘다.. 라고 표현하기엔 너무나 아련하고 약했으나.. 송장쥐는 터널을 비춘다는 그 행위 따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손으로 담뱃불을 가렸다.
불은 마음에 들지만, 비춘다는 개념을 싫어한다니, 그것은 불을 싫어함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였기에.. 하나의 아이러니...
곧 그런 생각은 양 눈을 가득 채운 어둠에 깊숙히 가라앉아 형태로 알아볼수 없게 되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자 돌연변이의 토하는 듯한 소름 끼치는 울음 소리가 메아리쳤다.
소름끼쳤다. 공포스러웠다.
송장쥐는 불을 키지 않았다. 양 눈이 빛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 이 깊은 어둠 너머를 담을 수 있을 때 까지 그럴 생각인양.
그러나 어제, 혹은 아주 옛날엔 미래였을 오늘을 위해 거의 모든것에 발 담구며 발버둥쳤던 과거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양 눈은 뿌옇고 검은 안개만을 꽉꽉 담고 있을 뿐이였다.
송장쥐는 답답한 현실에 이를 갈고 싸구려 웃음을 다시 한번 뱉으며 소총의 총열 언저리에 절연 테이프로 감긴 라이트를 켰다. 환한 빛이 파도 치듯이 눈에 들이치자 송장쥐는 그것이 아프고 눈부시다는 듯 눈꺼풀을 꾸욱 감았다.
송장쥐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싸구려 극본 같다고 생각했다. 몸은 며칠간의 홀로하는 행군으로 엉망이였고, 인생의 흘러간 세월, 그것에서 발췌해낸 편린조차 전부 전개따윈 없는 절정을 부르짖고 있었다.
자, 다시 한번 절정을 달려보자, 눈꺼풀과 눈 안에 무엇이 비추어지든 상관 없으니.
송장쥐는 터널을 걷던 걸음을 한번 더 멈춰 세웠다. 그리곤 총구를 돌려 기둥의 옆면을 살폈다.
두 레일 사이에 떡하니 서있는 기둥 중 하나에는 갈색빛 도는 글자로 역의 이름이 써져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 시티."
송장쥐는 자신도 모르는 새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역명을 중얼거리며 마른 침을 삼켰다. 다른 이들이 들었으면 - "그냥 두 강대 세력 간의 전쟁이 있었던 무너진 역 아니냐, 왜 이리 과민 반응 하냐. "- 라 했겠지만 그녀에겐 조금 달랐다....
대충 보자면 다른 역과 다른 점이라곤 세월을 심하게 맞은 것 뿐인 역처럼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녀에게는 많은 것들이 달랐다. 따지고 보자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적이 여럿 있으니 많은 건 아니였다.
송장쥐는 탐색을 이어가기 위해 소총의 총구를 돌렸다. 휙휙 돌아가는 총구와, 그에 발 맞추어 춤을 추는 빛에 이따금식 세월에 황동빛을 잊은 탄피와, 한발 한발이 죽음의 선이였을 탄흔, 죽음의 흔적과도 같은 말라붙은 핏자국과 장갑열차, 혹은 인민 전선 빨갱이들의 85MM 야포 사격에 무너진 천장의 흔적, 그리고 귀향길과 묻힐곳 잃은 채 버려진 백골들이 그 빛에 제 몸을 들춰낼 뿐이였다.
송장쥐는 코로 숨을 들이쉬면서 귀를 기울였다. 어째 아직도 그때의 화약냄새와 피냄새가 둥둥 떠나니며 코 점막을 뚫고 뇌에 꽂히는 느낌이였다.
송장쥐는 소총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쭈그려 앉아 겉잡을 수 없는 사색에 잠겼다. 그래, 아직도 그녀는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기억하고 있었다.
종말에 어울리지 않게 잘 다듬어져 멋들어진 콧수염이 있었던 장교가 전투가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 됬고, 연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증명하는 것 같은 쉰 목소리로 깩깩 질러가며 내뱉던 격려의 연설도.
그 연설에 무조건 들어가던 자유, 평등, 평화 라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허울 뿐인 막연한 단어도, 그 단어들에 혹해 적 기관총 진지에 소총을 쏘면서 내달리던 무모한 신병들도, 플랫폼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문명의 수명을 도려내 쏘아내던 노병들의 목소리도.
빨갱이의 납탄 세례에 다진 인육 덩어리가 된 강휘, 유탄에 사지가 찣기며 사라져 남은거라곤 고장난 손목시계 뿐인 성윤이, 여자가 힘은 쓸수 있냐? 라며 놀리다가 돌격할때 터진 파편 수류탄에 터져 죽은 영진이, 종전 무렵까지 살아있었지만, 마지막 전투 때 장갑 열차의 오포격에 허울뿐인 평화조차 맛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진율이...
송장쥐는 울렁거리며 올라오는 무언가를 꿀꺽하며 삼키곤 가래침을 뱉으며 감정을 눌렀다. 그리곤 상행선 터널에 정차 되어있던 궤도차에 올랐다.
궤도차, 궤도차, 궤도차...으음. 그 말을 떠올리니 전선에 투입되며 왁자지껄했던 순간이 떠올랐다는 듯 송장쥐는 기억에 잠길 뻔했지만 한숨과 함께 현실을 내뱉으며 궤도차의 계기판 아래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이제 난, 삼성동맹 보병도 아니고... 그들 중 나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때로 돌아가는건 불가능하잖아..."
송장쥐는 으음 소리와 함께 열쇠를 꽂아 돌린 다음 브레이크를 풀고, 자그만하고 낡은 엔진 하나가 놓여있는 엔진룸이라 부르기도 뭐한 것으로 기어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낡은 엔진음과 함께 터널이 빛나기 시작했다.
===
맘ㅇ에 안들어서 다시 쓸 예정
그 바람에 서린 추위에, 혹은 향수에 송장쥐는 코를 훌쩍하고 들이키며 걸음을 멈췄다. 잠깐의 멈춤, 그 덕에 송장쥐는 깨달았다.
자신이 전직 해병대원이나 왕년의 군인이 아니였음에도 터널 400M 지점에 서서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이유를. 그러나 그런 것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소용이 있으랴? 세상이 망해버렸는데.
송장쥐는 이미 망한 세상 복잡하게 사는 것 귀찮고 그럴 이유 없다는 듯 탄창이 곧 바닥으로 떨어질 듯 달커덕 거리는 M16A1 소총을 멜빵으로 어깨에 매고 담배를 낚시 조끼 주머니에서 꺼내 입에 물어 불 붙였다.
헛수고였다.
맛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되려 떠올리기 싫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장점이라곤 맛있다는 것 하나 뿐이였다. 담배는 송장쥐에게 시장 바닥에서 돌아다니는 공장 폐기물로 만든 싸구려 수면제만큼의 쾌락을 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타들어가는 선홍빛 담뱃불이 더 큰 쾌락을 가져다 주었다. 정신적 쾌락과 시각적 쾌락이라는 종류의 차이가 있었지만 무슨 상관이랴? 어찌되었던 그것도 쾌락인데.
하! 송장쥐는 일련의 깨달음에 감정이 거의 담기지 않고 새어버린 싸구려 웃음을 뱉으며 오래된 방탄모 옆에 절연 테이프로 붙인 회중 전등을 꺼버렸다.
터널을 비추는 마지막 광원, 그것은 선홍빛 담뱃불의 차지였다. 뭐, 그것이 터널을 비춘다.. 라고 표현하기엔 너무나 아련하고 약했으나.. 송장쥐는 터널을 비춘다는 그 행위 따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손으로 담뱃불을 가렸다.
불은 마음에 들지만, 비춘다는 개념을 싫어한다니, 그것은 불을 싫어함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였기에.. 하나의 아이러니...
곧 그런 생각은 양 눈을 가득 채운 어둠에 깊숙히 가라앉아 형태로 알아볼수 없게 되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깔리자 돌연변이의 토하는 듯한 소름 끼치는 울음 소리가 메아리쳤다.
소름끼쳤다. 공포스러웠다.
송장쥐는 불을 키지 않았다. 양 눈이 빛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 이 깊은 어둠 너머를 담을 수 있을 때 까지 그럴 생각인양.
그러나 어제, 혹은 아주 옛날엔 미래였을 오늘을 위해 거의 모든것에 발 담구며 발버둥쳤던 과거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양 눈은 뿌옇고 검은 안개만을 꽉꽉 담고 있을 뿐이였다.
송장쥐는 답답한 현실에 이를 갈고 싸구려 웃음을 다시 한번 뱉으며 소총의 총열 언저리에 절연 테이프로 감긴 라이트를 켰다. 환한 빛이 파도 치듯이 눈에 들이치자 송장쥐는 그것이 아프고 눈부시다는 듯 눈꺼풀을 꾸욱 감았다.
송장쥐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싸구려 극본 같다고 생각했다. 몸은 며칠간의 홀로하는 행군으로 엉망이였고, 인생의 흘러간 세월, 그것에서 발췌해낸 편린조차 전부 전개따윈 없는 절정을 부르짖고 있었다.
자, 다시 한번 절정을 달려보자, 눈꺼풀과 눈 안에 무엇이 비추어지든 상관 없으니.
송장쥐는 터널을 걷던 걸음을 한번 더 멈춰 세웠다. 그리곤 총구를 돌려 기둥의 옆면을 살폈다.
두 레일 사이에 떡하니 서있는 기둥 중 하나에는 갈색빛 도는 글자로 역의 이름이 써져 있었다.
"디지털 미디어 시티."
송장쥐는 자신도 모르는 새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역명을 중얼거리며 마른 침을 삼켰다. 다른 이들이 들었으면 - "그냥 두 강대 세력 간의 전쟁이 있었던 무너진 역 아니냐, 왜 이리 과민 반응 하냐. "- 라 했겠지만 그녀에겐 조금 달랐다....
대충 보자면 다른 역과 다른 점이라곤 세월을 심하게 맞은 것 뿐인 역처럼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녀에게는 많은 것들이 달랐다. 따지고 보자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적이 여럿 있으니 많은 건 아니였다.
송장쥐는 탐색을 이어가기 위해 소총의 총구를 돌렸다. 휙휙 돌아가는 총구와, 그에 발 맞추어 춤을 추는 빛에 이따금식 세월에 황동빛을 잊은 탄피와, 한발 한발이 죽음의 선이였을 탄흔, 죽음의 흔적과도 같은 말라붙은 핏자국과 장갑열차, 혹은 인민 전선 빨갱이들의 85MM 야포 사격에 무너진 천장의 흔적, 그리고 귀향길과 묻힐곳 잃은 채 버려진 백골들이 그 빛에 제 몸을 들춰낼 뿐이였다.
송장쥐는 코로 숨을 들이쉬면서 귀를 기울였다. 어째 아직도 그때의 화약냄새와 피냄새가 둥둥 떠나니며 코 점막을 뚫고 뇌에 꽂히는 느낌이였다.
송장쥐는 소총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쭈그려 앉아 겉잡을 수 없는 사색에 잠겼다. 그래, 아직도 그녀는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기억하고 있었다.
종말에 어울리지 않게 잘 다듬어져 멋들어진 콧수염이 있었던 장교가 전투가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 됬고, 연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증명하는 것 같은 쉰 목소리로 깩깩 질러가며 내뱉던 격려의 연설도.
그 연설에 무조건 들어가던 자유, 평등, 평화 라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허울 뿐인 막연한 단어도, 그 단어들에 혹해 적 기관총 진지에 소총을 쏘면서 내달리던 무모한 신병들도, 플랫폼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문명의 수명을 도려내 쏘아내던 노병들의 목소리도.
빨갱이의 납탄 세례에 다진 인육 덩어리가 된 강휘, 유탄에 사지가 찣기며 사라져 남은거라곤 고장난 손목시계 뿐인 성윤이, 여자가 힘은 쓸수 있냐? 라며 놀리다가 돌격할때 터진 파편 수류탄에 터져 죽은 영진이, 종전 무렵까지 살아있었지만, 마지막 전투 때 장갑 열차의 오포격에 허울뿐인 평화조차 맛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진율이...
송장쥐는 울렁거리며 올라오는 무언가를 꿀꺽하며 삼키곤 가래침을 뱉으며 감정을 눌렀다. 그리곤 상행선 터널에 정차 되어있던 궤도차에 올랐다.
궤도차, 궤도차, 궤도차...으음. 그 말을 떠올리니 전선에 투입되며 왁자지껄했던 순간이 떠올랐다는 듯 송장쥐는 기억에 잠길 뻔했지만 한숨과 함께 현실을 내뱉으며 궤도차의 계기판 아래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이제 난, 삼성동맹 보병도 아니고... 그들 중 나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때로 돌아가는건 불가능하잖아..."
송장쥐는 으음 소리와 함께 열쇠를 꽂아 돌린 다음 브레이크를 풀고, 자그만하고 낡은 엔진 하나가 놓여있는 엔진룸이라 부르기도 뭐한 것으로 기어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낡은 엔진음과 함께 터널이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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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ㅇ에 안들어서 다시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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