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는 막다른 터널 끝에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며 역 끝까지 걸어갔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아르티옴이 귀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쳐다보았지만, 안나에게는 영웅을 보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당신 아버지는 저기서 돼지를 치고 있어요!" 아이굴이 울타리 저 끝을 향해 손짓했다.


아르티옴은 숨이 막혔다.


그들은 욋가지 울타리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축축한 분홍색 주둥이들을 지나 걸어갔다. 젊은이들이 여물통을 이리저리 밀치고 있었다. 수퇘지가 울음소리를 냈다. 핏기 없는 속눈썹을 한 거대한 암퇘지들은 각자 열 마리쯤 되는 작고 꿀꿀대는 새끼 돼지를 줄지어 데리고 있었다.


고무장화를 신은 수호이는 한 살배기 수퇘지들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양돈장 작업반장인 표트르 일리치가 그 옆에 서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놈은 잡지 마세요, 산세이히. 아팠던 놈이라서요. 맛이 쓸 겁니다. 저기 저쪽에, 저 활발한 놈을 추천합니다. 프로슈카요. 이리 오렴, 프로슈카. 좀 더 일찍 말하시지 그러셨어요, 알렉산더 알렉시비치. 하루 전부터 먹이를 주지 않는 게 가장 좋은데요."


"음... 나도 놀랐지 뭐야..." 수호이가 아르티옴을 보지 못한 채 말했다. "내 아들이 돌아왔어. 난 모든 관계가 끝났을까 봐 두려웠는데. 소식 한 줄도 없었거든. 하지만 살아있더군. 제 아내도 데려왔고. 아마 둘이 화해한 것 같아. 잘된 일이지. 좋아, 자네가 추천한 프로슈카로 하지."


"프로샤... 프로셴카. 이리 오려무나. 이제 어떻게 해야 저 골칫거리를 끌어낼 수 있을까? 이놈은 잠시 굶을 필요가 있었고 먹이를 찾으러 스스로 밖으로 나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당장은... 아뇨, 끌고 가지는 마세요. 돼지는 강요당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제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아르티옴은 그들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멈춰섰다. 그는 수호이를 바라보았다. 눈이 따가웠다. 악취 때문일까?


수호이는 뒤로 물러나서 전문가에게 길을 내주었다. 작업반장은 갈고리에 걸려있는 빈 양동이를 내려 프로슈카의 머리에다 씌웠다. 돼지는 얼어붙었고, 처음에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미심쩍은 듯이 낑낑대더니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표트르 일리치는 돼지의 꼬리를 붙잡고 우리의 출구를 향해 뒷걸음질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다른 곳을 잡지그래. 중요한 놈이잖나."


"하지만 아무도 날뛰지 않으니까요."


양동이를 쓴 프로슈카는 얌전해졌다. 꼬리를 끌고 길을 안내하면서, 그들은 재빨리 돼지를 우리 바깥으로 꺼냈다. 그리고 씌웠던 양동이를 벗겼다. 표트르 일리치는 돼지의 귀 뒤쪽을 긁어준 다음 기분이 좋아 반쯤 열린 열린 입에다 능숙한 솜씨로 올가미를 씌워넣어 송곳니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당겨 긴 주둥이 위로 단단히 끌어올렸다. 그는 밧줄을 울타리 벽을 지탱하는 작은 기둥에 묶었다. 아르티옴은 수백 번도 더 보고 직접 해본 일이었기에 그 광경을 지켜보지 않았다. 그는 수호이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수호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 일어났구나!"


그는 앞으로 다가갔고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눴다.


"안나. 잘 돌아왔다."


"잘 지내셨죠, 사샤 아저씨?"


"우린 여유롭게 잘 지내고 있어." 수호이가 미소를 지었다. "보고 싶었단다."


"여어, 여행자 여러분!" 표트르 일리치가 왼손을 내밀었다. 벌써 그의 오른손에는 마치 뿔 달린 대못 같은 도살용 장도가 들려 있었다. "좋습니다, 산세이히. 잠깐 담소 나누고 오시죠."


"신선한 고기로 널 놀래켜 주고 싶었거든." 수호이가 웃으며 말했다. "내 깜짝 선물을 망치다니."


프로슈카는 밧줄을 최대한 멀리 끌고 갔지만, 줄은 짧았다. 녀석의 뒷다리는 기둥에서 가능한 한 멀리까지 움직였지만 밧줄에 묶인 주둥이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슈카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녀석은 자기가 죽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때 수호이도 녀석을 쓰다듬어 주었고, 젊은 수퇘지는 얌전하고 사려 깊어졌다.


표트르 일리치는 프로슈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맥박을 더듬으며 옆구리를 긁어주었다. 그는 피부와 갈비뼈 사이로 심장을 찾아냈다. 그는 아직 피부를 긁어주지도 않은 왼손으로 찌를 지점에다 칼을 댔다. 다른 돼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알아보려고 호기롭게 주둥이를 가까이 내밀며 둥글게 모여들었다.


"좋아, 잘 가라."


표트르 일리치는 오른손을 손잡이 위로 강하게 휘둘러 못처럼 박았다. 칼은 손잡이 바로 위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프로슈카는 홱 움직였지만, 여전히 서 있었다. 돼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상처에서 칼날을 빼내고 작은 천으로 좁은 구멍을 깔끔하게 막았다.


"됐다. 물러서세요."


프로슈카는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비틀거렸다. 녀석의 뒷다리는 휘청거렸고, 주저앉았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넘어졌다. 돼지는 자기가 배신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녀석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더이상은 불가능했다.


돼지 몇 마리가 작은 단추 같은 눈으로 녀석을 무관심하게 쳐다보았고, 몇몇은 여물통에서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어떻게 해도 프로슈카의 경보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녀석은 옆으로 쓰러져서 다리를 홱홱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 동안 꿀꿀대다가 흑갈색의 둥근 공 모양의 똥을 쌌다. 그리고 잠잠해졌다. 이 모든 과정을 어떤 돼지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일어난 죽음도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다 됐군!" 표트르 일리치가 말했다. "이놈을 도축해서 주방으로 가져갈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구울까요? 족발을 삶을까요?"


"구울까, 삶을까, 아르티옴?" 수호이가 물었다. "어쨌든 깜짝 놀래키는 건 실패했으니까."


"굽는 게 낫겠네요."


수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냈니?"


"잘 지냈냐고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가자. 여기 서 있을 이유가 없어. 어딜 갔었니?"


"어디요?" 아르티옴은 안나를 훑어보았다. "폴리스에 있었어요. 폴리스나 멜니크에게서 찾아온 사람이 있었나요? 아니면 좀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라던가요? 저를 찾는 사람이 있었어요?"


"아니. 아무 소식도 없었어. 왜, 그런 사람이 있었어야 했어?"


"우리 주민들이 밤중에 중앙 메트로에서 돌아오지 않았던가요? 한자동맹에서? 무슨 소문이라도 가져오지 않았어요?"


수호이는 아르티옴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무슨 일이지? 뭔가 있었구나, 그렇지?"


그들은 돼지우리에서 나와 역으로 걸어들어갔다. 빨간 비상등은 마치 수호이가 돼지의 목구멍을 잡아찢은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아르티옴이 그랬거나.


"가서 담배 한 대 하시죠."


아르티옴의 양아버지는 담배 피우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담뱃갑에서 돌돌 말아 만든 수제 담배를 꺼내 내밀었다. 안나도 하나 꺼내갔다. 그들은 무사히 거주 구역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달콤하게 불을 붙였다.


"생존자를 찾았어요." 아르티옴이 간단하게 말했다. "다른 생존자들이요."


"네가? 어디서?" 수호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안나를 쳐다보았다.


아르티옴은 말을 이으려 입을 뗐으나 갑자기 생각에 잠겼다. 베데엔하는 독립된 역이었다. 수호이가 그들의 역장이었다. 하지만 메트로에 독립된 역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정말이에요." 안나가 확인시켜 주었다.


"모르셨어요?"


"나 말이니? 몰랐다." 수호이는 더욱 수척해지고 머리숱이 적어진 아르티옴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중간 수준이라." 아르티옴이 혼잣말을 했다. "좋아."


"뭐라고?"


"사샤 아저씨. 사정을 말하자면 길어요. 요점만 알려드릴게요. 우리가 유일한 생존자가 아니었어요. 전 세계가 살아남았다고요. 러시아의 수많은 도시들도, 서방 세력도."


"이것도 정말이에요." 안나가 말했다.


"서방 세력이라고? 그럼 전쟁은 어떻게 된 거지?" 수호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아직도 전시 상황인 건가? 왜 방송 전파는 고요한 거지? 왜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 생존자들을 못 봤을까?"


"무선 통신을 방해했어요. 소련 시절처럼요." 아르티옴은 설명하려고 애썼다. "왜냐면, 그들 딴에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하거든요."


수호이는 이해를 마쳤다.


"익숙한 일이구나."


아르티옴은 미심쩍은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익숙하다니요?"


"우린 전에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지. 그게 누구였니? 붉은 라인?"


"베솔로프를 아세요?" 아르티옴이 물었다.


"베솔로프?" 수호이가 되풀이했다. "한자동맹에 그 사람?"


"한자 같은 건 없어요, 사샤 아저씨. 붉은 라인 같은 것도 없고요. 곧 존재하지도 않게 될 겁니다. 머지않아 공통의 적에 맞서기 위해 모두가 하나로 결합할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절대 메트로 바깥으로 올라가지 않아요. 그게 새로운 각본입니다."


수호이는 그 말을 믿는 것 같았지만, 확신을 기하기 위해 안나에게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또 있니? 다른 도시에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는 걸?"


"어제 폴리스에서 그걸 공개적으로 발표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사실이에요, 알렉산더 알렉시비치."


"온 세상이 살아남았다고?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다니? 우리보다 낫대?"


"모르겠어요. 그런 말은 안 했거든요." 아르티옴이 설명했다. "하지만 더 나빴다면, 분명히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수호이는 너무 빨리 타버린 첫 번째 담배에서 바로 두 번째 담배로 불을 붙였다.


"이런, 망할, 제기랄."


그는 잠시 붉은 램프를 바라보았다.


"혹시 베솔로프에게 뭐든 빚진 게 있으세요?" 아르티옴이 물었다.


"아니. 내가 무슨 빚을 지겠어? 한자에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을 뿐이야."


"좋아요. 사샤 아저씨... 역을 폐쇄해야 합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닿지 못하도록요.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 준비시켜요. 아저씨가 모든 것을 말해줘야 해요. 사람들이 아저씨 말은 믿을 거예요."


"준비시키라니 뭘?"


"여기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야 해요. 메트로 바깥으로요. 그럴 수 있을 동안에요. 적어도 우리 주민들이라도 말입니다."


"어디로 데리고 나가는데?"


"지상이요."


"정확히 어디로? 역에는 200명의 사람들이 있어. 여자랑 아이들도 있고. 어디를 데리고 가겠다는 거야?"


"정찰을 보낼 거예요. 배경 방사선 수준이 낮은 곳을 찾아서요. 무롬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은 그냥 지상에서 살아가요."


수호이는 연속으로 세 번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뭐하러?"


"뭐하러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왜 우리가 무롬까지 가야 하는데? 뭐하러 모든 이들이 메트로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겠어? 사람들은 여기서 살고 있어, 아르티옴. 여기가 바로 집이야. 널 따라가진 않을 거다."


"왜냐면 다들 지상에서 태어났으니까요! 신선한 공기 속에서! 탁 트인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요!"


수호이는 아르티옴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꼭 소아과 의사처럼 공감해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더이상 그런 걸 기억하지 못해, 아르티옴. 여기서 사는 데에 익숙해졌거든."


"여기서 사람들은 꼭 몰록 같아요. 두더지 같다고요!"


"아, 하지만 적어도 삶은 잘 굴러갈 거야. 모든 게 명확해. 사람들은 아무것도 바꾸고 싶어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앉는 순간 항상 하는 건 각자 자기가 과거에 어떤 식으로 살았었는지를 회상하는 거잖아요!"


"네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으로 데려가줄 수는 없어. 이들 역시 단지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돌아가길 원치 않고. 넌 아직 젊어.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올 거야."


"이해할 수 없어요!"


"음..."


"저는 그냥 역을 폐쇄해 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말하기 싫으시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병이 여기까지 번져올 테니까요. 그것이 다른 모든 곳처럼 사람들의 머리를 쓰레기로 가득 채우고 말 거예요... 저는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봤어요."


"나는 역을 폐쇄할 수 없어, 아르티옴. 우리는 한자동맹과 무역을 하니까. 한자로부터 돼지들에게 먹일 여물 같은 온갖 사료를 받고 있어. 또 리가 역에다가 거름도 팔아야 하고."


"무슨 온갖 사료요? 버섯이 있잖아요!"


"버섯은 죽었어. 수확량이 대부분 못쓰게 됐어."


"그것 봐." 아르티옴은 안나에게 비뚜름하게 미소를 지었다. "너는 버섯에 관해 걱정했었지. 우리가 버섯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드러났잖아. 하지만 그놈들의 망할 온갖 사료 없이는 안 된다니!"


"나를 판결하지 말거라. 나는 역장이야, 아르티옴." 수호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모든 것에 있어 나만을 바라보는 200명의 영혼을 거느리고 있어. 나는 주민들을 먹여살려야 해."


"그럼 적어도 제가 말하게 해 주세요!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니까요!"


"그럴 가치가 있을까?" 수호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하는 말이?"


"그럼요!"




* * *




사람들은 동의했다. 농장 일의 교대가 끝나면 저녁 식사 후에 사람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었다. 그때까지 아르티옴은 얌전히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베데엔하에서 보낸 옛 삶의 크기를 재 보려고 하면서 조용히 지냈다. 자전거. 터널 감시 근무. 천막. 목숨줄은 줄어들었고, 더이상 그는 다시 그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넋이 나간 일리야 스테파노비치는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아르티옴은 수호이와 일리야 스테파노비치가 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합의를 보았다. 그래서 그는 일리야에게 뭐가 뭔지, 어떻게 역이 돌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선생은 허름하고 남루한 몰골이었지만, 모피 코트 다쉬카는 곧바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은 일리야에게 연한 차를 가득 따라주었다. 버섯이 바닥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삶에 대해 물었다. 일리야는 회피적으로 대답했고, 아르티옴은 그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일리야 스테파노비치는 좋은 청자였다. 아르티옴은 그에게 역에 관해 설명해줄 때 이따금 자신에 관한 것도 이야기했다. 그냥 말이 그렇게 나왔다. 그들이 천막 사이를 거닐 때 몇몇 일들이 아르티옴에게 떠올랐다. 여기가 세냐가 살았던 곳입니다. 제 소꿉친구요. 우리는 식물원에서 같이 문을 열었어요. 걔는 나중에 죽었어요. 검은 존재들이 베데엔하로 진군해 올 때 보초를 서던 누군가가 정신이 나가서 걔를 살해했어요. 그리고 이곳이 제가 헌터를 처음으로 만난 장소입니다. 보세요. 우리는 밤에 텅 빈 홀을 걸었고, 헌터는 거대한 두 손으로 제 운명을 잡아채 순식간에 매듭으로 묶었습니다. 마치 금속 막대처럼요. 음, 그리고 이런저런 것들. 검은 존재 말입니다. 그 단계에서 검은 존재에 관해 쉬쉬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짓이었죠. 헌터의 모든 삶의 비극은 결국 물 먹은 도화선인 걸로 드러났고요. 일리야 스테파노비치는 마치 그 모든 것이 그와 관련이 있는 것마냥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아르티옴은 저녁 때까지 그렇게 버텼다.


물론, 그런 왕실 만찬은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참석자들이 초대되었다. 테이블은 막다른 끝, 연단 위의 '클럽' 에 놓여 있었다. 새로운 출구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가는 잘린 복도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주간 근무를 끝마치는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은 샤워실에서 할 수 있는 한 깨끗하게 차려입고 왔다.


선발 메뉴는 약간 빈약했지만, 프로슈카가 모든 것을 참작시켰다. 그들은 돼지를 더할 나위 없게 조리했다. 녀석은 머리가 분리된 채 구워져서 나왔다. 좁은 눈을 가늘게 뜬 머리통, 기름지고 투명한 양피지 같은 귀. 육질은 부드러웠고, 지방이 약간씩 느껴졌다. 녀석은 시기적절하게 도축되었다. 고기가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그들은 낡은 비축품에서 버섯 위스키를 꺼내 부었다. 축배를 들자는 제안은 점점 더 진심에서 우러나왔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건강해라, 아르티옴!"


"안나! 이건 네 몫이야!"


"그리고 마침내 찾아올 귀여운 아기들을 위해!"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지는 마라, 이제, 부모 차례군요. 그대에게, 바로 산세이히!"


몹시 흥분한 표트르 일리치는 이 굉장한 만찬에서 정말로 눈에 띄었는데, 그의 붉은 머리털은 진홍색 대머리 부분에 왕관처럼 솟아 있었다.


"그리고, 메트로라는 격렬한 대양 속 평화와 안정의 섬인 우리의 베데엔하 역을 위해 마십시다! 어떤 이의 노력 덕분이죠, 다들 누군지는 아실 겁니다!"


아르티옴은 자신이 한 조각도 먹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두 조각을 삼켰다. 훌륭한 젊은 수퇘지였다. 정말이었다. 비록 녀석이 바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꿀꿀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는 편이 최선이라 해도 말이다. 그러나 돼지들은 모두 얼마간은 꿀꿀거렸다. 잡아먹는 걸 그만둬야 했을까?


아르티옴은 잔을 비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호이는 결전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서로와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 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넌 자유롭게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어. 뱉은 말을 물리진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그저 네가 버섯이나 돼지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길 바라. 너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예를 들면, 정찰대라든지..."


"고마워요, 사샤 아저씨."


만성 기침 환자인 꼬마 키릴이 몰래 다가왔다. "왁!" 아이는 아르티옴을 놀래키려고 한 다음 그의 무릎으로 기어올라갔다. 아이는 자기 어머니에게서 도망쳤다. 이미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고, 자고 있었어야 했다. 그리고 아이 어머니, 나탈리야가 직접 왔다. 그녀는 아들을 꾸짖었지만, 잠시 동안 머무르기로 동의했다. 아직 젊은 수퇘지 고기가 좀 남아있었다.


"안나 누나아! 고기 좀 주세요!"


"이리 오렴. 네 접시에 좀 더 놓아줄게. 쑥쑥 자라려면 먹어야지."


키릴은 자기 접시를 받았고, 아르티옴과 안나 사이에 앉아 소중한 인생을 위해 고기를 씹기 시작했다.


세 번째 서빙 전에 아르티옴의 양아버지에게 경비원인 조지아 사람 우빌라바가 다가와 무언가를 속삭였다. 수호이는 기름진 입술을 닦고 나서 아르티옴을 쳐다보지 않고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아르티옴은 어깨 너머로 지켜보았다. 수호이는 알렉세예프 역으로, 메트로 속으로 이어지는 남쪽 터널로 불려갔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르티옴은 볼 수가 없었다. 수호이는 기둥 뒤에서 선로로 걸어갔다.


그는 10분간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