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폴랴르니예 조리는 찾은 거예요?" 키릴이 푸념했다.
"응?" 아르티옴이 멍하니 되물었다.
"폴랴르니예 조리요! 알아보러 간다면서요! 찾아냈어요? 거기 갔다온 거죠, 그렇죠?"
"그래, 맞아. 찾아냈어."
"엄마, 들었어요? 아르티옴 삼촌이 폴랴르니예 조리를 찾았대요!"
나탈리야는 입술을 오므렸다.
"그렇지 않아, 키리우셴카."
"삼촌! 진짜죠, 안 그래요?"
"그만해." 나탈리야가 아르티옴에게 말했다.
"거긴 어때요? 폴랴르니예 조리에 뭐가 있었는데요? 거기 세균들은 좀 어떻대요?"
"잠깐만." 아르티옴이 말했다. "잠깐만, 꼬맹아."
수호이는 플랫폼의 남쪽 끝에서 남자 몇 명과 서서 잔치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진홍빛 얼굴은 진홍빛 조명 속에서 신호기처럼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아르티옴은 수호이에게 가고 싶었다. 그는 자리를 뜨려 했고 키릴을 옆으로 옮겼지만, 그의 양아버지가 눈치채고 손을 흔들었다. 거기 있어라, 내가 갈게.
"무슨 일이야?" 안나가 물었다.
"아, 엄마한테 진짜라고 말해주세요!"
"됐어! 이제 잘 시간이다!"
수호이가 잔칫상에 돌아왔다. 그는 아르티옴 옆에 앉아서 마치 입술이 갈라져서 벌리는 게 고통스러운 것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키릴은 자기 어머니에게 짜증이 나서 포크로 프로슈카의 망가진 눈알을 푹 찔렀다. 다쉬카는 일리야 스테파노비치에게 기름진 윗다리를 큼지막하게 떼어주었다. 아르티옴은 수호이의 팔꿈치를 잡았다.
"무슨 일인가요, 사샤 아저씨?"
"너를 잡으러 왔어. 물론 우린 돌아가라고 통보했지."
"오르도 사람들이요? 멜니크가 보냈습니까?"
안나는 꼭 금방이라도 휘두를 것처럼 손에 나이프를 쥐고 있었다. 아르티옴은 주머니에 손가락을 얹었다. 리볼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니. 한자에서 왔대."
"수가 많나요? 특수부대를 보낸 거예요?"
"둘이야. 일반인이었고."
"두 명밖에요? 그리고요? 또 뭐라고 했어요?"
"우리한테 아침까지 생각할 시간을 준다더구나. 네가 내 아들이고 뭐 그런 것들을 이해한대." 수호이는 자기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일을 극단적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다나."
아르티옴은 '아들' 이라는 단어로 입씨름하지 않았다.
"그럼 아침이 오면 어떻게 되는데요?"
"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거래. 더이상 우리로부터 아무것도 사지 않을 거고, 팔지도 않을 거야. 돼지들을 먹일 혼합 사료 같은 것들 말이다. 게다가 어떠한 이동도 금지야. 이미 알렉세예프 역과 손을 써 뒀다더구나."
수석 정찰병인 안드레이가 일어났다. 그는 잔을 들었다.
"건배! 네 아버지와 나는 이미 논의를 마쳤다, 아르티옴. 동지 여러분, 저는 불가항력의 희생자입니다. 사랑에 빠졌거든요. 그리고 제 짝은 크라스노프레스넨스카야 역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서른여덟 살이니까요. 그래서 전 제 소중한 고향 베데엔하를 떠나 한자동맹에 있는 제 신부와 함께하기 위해 이사를 떠날 겁니다. 그래서 나는 당초부터 뭘 위해 잔을 들고 싶었느냐? 저는, 아르티옴, 우리들 모두가 자기 거처를 마련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내 집은 텅 비었지, 너를 위해서!"
아르티옴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서 잔을 맞부딪친 다음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수호이에게 속삭였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 버섯이, 음, 너도 알다시피... 당분간은 돼지고기뿐이야. 다만 돼지들에게 먹일 게 없다는 게 문제야. 모든 사료가 한자동맹에서 오거든..."
"한자가 언제부터 동물 사료를 취급했죠? 어디서 얻는대요? 전염병에 타격이 없었답니까?"
"혼합 사료라고 했잖아. 버섯으로 만든 게 아니야. 이것저것 섞은 거지. 어쨌든 돼지들은 그걸 먹거든. 먹이를 거부하지도 않고 살이 잘 쪘어."
"하지만 돼지 치는 사람들이 그게 무슨 먹이인지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어디서 난 건데요? 아마 우리도 그 비슷한 걸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쎄다. 물어보지 않았어. 아마 한자동맹이 붉은 라인에서 받아오는 걸 거야. 소문대로라면 말이지. 우린 그걸 먹여봤고, 돼지는 잘 먹었어. 그러니 왜 괜히 빼겠니. 우리는..."
"붉은 라인이 그걸 어디서 구하는데요? 붉은 라인은..."
"표트르 일리치! 그자들이 혼합 사료를 어디서 가져오는지 기억하나?"
"왜 그러시죠, 셈해보자면 콤소몰 역일 겁니다. 꽤 가까운 곳이라고 말했던 걸 들은 게 기억나네요. 신선하죠. 비록 지난 몇 번은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콤소몰 역에서요?"
짭짤하고 쓴맛 나는 침이 아르티옴의 입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의 목구멍은 비좁았고, 무얼 삼키거나 숨을 뱉을 수가 없었다.
"콤소몰 역이라고요? 붉은 라인에서요?"
"한자동맹에서..."
"그건 상관없어요."
"그런데 그게 어떻다고?"
"불필요한 질문은 하시질 않는군요, 그렇죠? 봉쇄라던가 그런 거요."
"나는 사람들을 먹여살려야 해, 아르티옴. 이백 명의 목숨줄이 있어. 데리고 있다면, 좋은 일이야. 언젠가 네가 역장이 되면 너도 이해할 거다."
아르티옴은 일어섰다.
"한 마디 할 수 있을까요?"
"오, 우리 잔치의 주인공! 아르티옴, 건배하자고!"
그리고 아르티옴은 정말로 건배라도 제안하려는 것처럼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다만 그의 손가락은 잔 대신 허공을 움켰다.
"몇 사람이 방금 저를 잡으러 왔습니다. 아마 한자에서 왔겠죠. 저를 잡아가고 싶어하니 여러분께 나머지 모든 것들을 말할 시간이 없네요. 절 넘기지 않는다면 역을 봉쇄한다고 합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서로 조용히 시키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근교의 저녁을 그린 노래가 막 시작되다가 더듬으며 멈췄다. 몇몇 사람들은 계속 음식을 씹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모스크바는 사람들이 살아남은 유일한 도시가 아닙니다. 어제 폴리스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다른 생존자들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머지않아 여기서도 말해주겠죠. 그러니 제가 첫 번째라고 생각하세요. 전 세계가 아직 살아있어요! 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미국. 하지만 우린 그들이 방해기로 무선 접촉을 막아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알지 못했습니다."
죽은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얼이 빠진 채로 귀를 기울였다.
"더이상 여기서 살 이유가 없습니다. 언제든지 짐을 싸서 떠날 수 있어요. 지금 당장요.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지 가잔 말입니다. 모스크바에서 고작 3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무롬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이미 정상입니다. 사람들은 지상에 살고 있고요. 병들고 죽은 도시는 모스크바입니다. 탄두가 그 위에서 터졌으니까요. 우리는 여기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여기 있을 수도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떠날 것을 제안하고 부탁합니다."
"뭐하러?"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300킬로미터를 행군하면 뭐가 나오는데요?"
"뭣 때문에 저런 걸 들어주고 있어? 쟤는 그거에 꽂혀 있잖아."
"왜냐하면 인간이 있어야 할 곳은 땅 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터널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벌레처럼요. 한 번이라도 떠올려본 적은 있습니까? 우리끼리 서로 싸우는 이런 바보같은 전쟁들... 여기에 내일이란 없어요. 이곳은 공동묘지, 메트로입니다. 우린 여기서 어떤 것도 되지 못할 거고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할 겁니다. 성장하지도 못할 겁니다. 아플 겁니다. 우린 퇴화하고 있어요. 공기도 희박합니다. 공간도 없고, 비좁기까지 합니다."
"우리한텐 이걸로도 충분해." 누군가 말했다.
"두샨베(역자 주 -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3500km 떨어진 타지키스탄의 수도)도 살아남았대요?"
"모르겠어요."
"그럼 우리를 벌레에 비교한 건가?"
"하지만 아직도 미국이 남아있다면,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건가요?" 테이블에 있던 누군가가 큰 소리로 생각을 내뱉었다.
"무롬에는 모든 곳이 흰색으로 칠해진 수도원이 있습니다. 그 위의 돔은 밝은 파란색이고요. 하늘의 색깔처럼요. 강둑에 서 있습니다. 숲에 둘러싸여서요. 거기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먼저 정찰대를 보내고, 나머지도 떠나는 겁니다. 어떤 종류든 교통수단을 찾아서 고칠 겁니다. 여자와 아이들은 자동차와 트럭에 태울 수 있습니다."
"그럼 저 위에선 뭘 먹고 사는데?"
"글쎄 여기선 뭘 먹는데요? 여기 당신... 빌어먹을. 그리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게 문제의 다예요. 이 장소까지도! 여긴 피난처가 아닙니다! 지하실이죠! 우리는 이곳을 떠나야 해요!"
"그러니까 너나 나가면 되겠네." 누군가가 낮고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혼자 못 나가서 안달인데? 왜 다른 사람들을 끌고 가려는 거냐고? 무슨 망할 모세도 아니고."
"그리고 한자가 저 사람이 한 짓 때문에 우리가 넘겨주기를 바란다면? 저 사람이 누굴 죽였나요?" 어떤 여자가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아르티옴은 수호이를 바라보았다. 수호이는 아르티옴을 도와줄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테이블 주위를 눈으로 훑고 있었다. 그러나 끼어들지는 않았다.
아르티옴은 이마를 훔쳤다.
"좋아요. 알겠습니다. 저는 탐험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순수한 탐험이 목적입니다. 우리는 동쪽으로 가서 여행을 떠날 거예요. 살기에 적합한 곳을 찾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거길 찾아내면 다른 이들을 위해 돌아올 겁니다. 누가 저와 함께 가겠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씹고, 입을 벌리고, 술을 마셨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안나가 나이프를 옆으로 치웠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나는 같이 갈 거야."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사방이 소란스러워졌다.
폐결핵 환자 키리우하는 자기 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벤치로 기어올라갔다. 아이는 결연하게 소리쳤다.
"저도요! 저도 같이 갈래요! 메트로 밖으로 나갈래요! 폴랴르니예 조리로!"
꼬마는 아르티옴과 안나 사이, 정확히 자신이 앉아있던 곳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이의 어머니 나탈리야는 테이블에서 뒤로 물러났다. 잔들이 날아가서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지금 당장 이리로 와! 됐어, 이제 잘 시간이야!"
"아, 엄마! 폴랴르니예 조리로 가자고요!"
"우린 아무 데도 안 가! 우리 집은 여기야!"
"아, 그냥 가서 보기만 할게요..."
"안 돼!"
"지상이에요, 나탈리야..." 아르티옴이 말했다. "저 윗공기는 달라요. 신선하죠. 그리고 결핵은..."
"결핵이 없다면 다른 뭔가가 있겠지. 무슨 병이 됐든! 저 바깥에 미국인들이 있다잖아! 우리를 미국인들한테 넘기고 싶은 거야?"
"당신이 떠나는 걸 원치 않는다면, 그 아이라도 보내주세요. 이 애가... 당신이 직접 그랬잖습니까. 얼마나 남았다고 했죠?"
"나한테서 이 애를 뺏어가려는 거야!" 나탈리야는 목이 메기 시작했다. "너는 내 아들을 데려가려고 하는 거야! 아, 이 못된 쥐새끼 같으니라고... 너에게 내 아이를 넘길 수는 없어! 허락할 수 없다고! 내 작은 키리우하... 들었어요? 이놈은 내게서 내 아들을 뺏어가려 해! 장난감처럼 미국인들에게 던져주려고! 그리고 그 애가... 그리고 우리까지도 넘겨주려고!"
"이런 바보 같으니." 아르티옴이 말했다. "망할 년."
"네 지상으로 썩 꺼져버려! 우리를 벌레에 비교하다니! 이 애는 보내지 않을 거야! 어떻게 감히! 저놈들이 내 애를 데려가지 못하게 해요!"
"아이를 넘겨주지 마! 저놈은 미쳤어. 모두가 그걸 알고 있고! 저놈이 애를 어디로 끌고 갈지 어떻게 알아?"
"우린 저 애를 보내줄 수 없어요. 그건 너무 지나치잖아요!"
"삼촌이랑 같이 갈래요!" 키릴은 울기 시작했다. "지상을 보고 싶다고요!"
"아, 그냥 잡아다가 한자동맹에 넘겨버려, 그럼 되잖아." 누군가 말했다. "그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두자고."
"그러니까 꺼지라고! 네놈이 여기서 우리랑 함께 사는 게 그렇게 비참하다면 말이야! 나가, 이 배신자야!"
그들은 두 발로 펄쩍 뛰어 테이블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뭐, 그럼 여기 남으시든지! 먹어요! 계속 서로를 집어삼키고! 그자들이 당신들을 계속 데리고 있게 두고! 양떼처럼! 죽고 싶다면 죽으세요. 똥을 파헤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형편없는 과거를 계속 붙잡고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아이들에겐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왜 아이들까지 산 채로 묻어버리려 하냐고요?"
"양은 너야! 넌 매수된 거야. 아무도 너와 같이 가지 않을 거라고!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 함정으로? 얼마나 받고 이러는 거야? 그냥 이놈을 넘겨줘! 우리가 이따위 것 때문에 한자동맹과 관계를 끊어야 해?"
"좋아, 그쯤 하도록!" 수호이가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자기 아이를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우리 편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에게 매수됐습니다. 우리 모두를 독살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나 보죠! 아마 저 개자식이 차단문을 열지만 않았더라면 우리도 아프지 않았을 거예요! 너, 신경 꺼. 우리한테 참견하려 들지 말라고! 우리가 알아서 잘 할 거야, 됐어! 우리네, 집은, 여기야!"
"아르티옴 삼초오온, 저는 같이 갈래요, 가고 싶어요, 제발요오!"
"꺼져! 사라지라고! 우리가 널 넘겨버리기 전에! 왜 우리가 저놈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 해?"
키리우하의 손이 아르티옴의 검지를 찾아 꼭 붙잡았지만, 나탈리야는 아이를 홱 잡아당겨 끌고 갔다.
아르티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는 수호이를 돌아보았다. "아버지. 아버지는... 가실 거예요?"
"나는 못 가, 아르티옴." 수호이는 생기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같이 갈 수 없어. 내가 어떻게 사람들을 버릴 수 있겠니?"
아르티옴은 눈을 깜박였다.
그의 머리가 핑핑 돌았다. 씹어삼킨 것이 목구멍에 조약돌처럼 박혔다.
"아, 이 망할 메트로 전부를 삿대로 조져버려야 해! 나는 당신들 모두를 위해 목숨을 걸 준비를 했었는데,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그는 탁탁 소리를 내며 식탁에서 인간 돼지고기 접시를 쓸어내렸고 벤치를 발로 걷어찼다.
그 뒤로 안나가 성큼성큼 따라왔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들을 타박타박 쫓아오는 사람은 일리야 스테파노비치였다.
"그럼, 당신은 우리와 같이 지상으로 가기로 한 건가요?" 아르티옴이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아니에요. 여기 남을 겁니다. 당신에 대해 쓰겠습니다... 아르티옴... 이 모든 일이 대해서...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예? 제가 책을 쓰게 해 주시겠어요? 모든 것을 다 써 넣겠습니다, 마치 그게... 명예를 걸고 맹세해요!"
"망할, 쓰시죠. 어차피 아무것도 쓰지 못할 테니까. 아무도 그걸 읽지 않을 거고. 호메로스가 맞았습니다, 늙은 개자식. 모두가 동화책을 원해요!"
* * *
해질녘의 서쪽 하늘은 주홍빛이었지만, 막 씻어낸 물병 같은 동쪽 하늘은 수정처럼 선명하게 맑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이제 작은 은빛 못들이 하나둘씩 진청색 금고 안에 망치질되고 있었다.
그들은 음식, 탄약통, 총, 그리고 방독면 필터를 스테이션 왜건의 뒷자리로 던졌다. 디젤유가 가득 담긴 통이 여전히 세 개나 있었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양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야로슬라블 고속도로는 국민경제 성과 전람회장에서 땅덩이의 멀리 가장자리까지 쭉 뻗어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적 없는 자동차와 트럭들이 가득했지만, 과거 속에 끼어버린 차량들 사이로 보이는 좁은 틈새 방향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죽은 건물들은 그들 주변에서 금색으로 빛났고, 이 작별의 순간에 아르티옴의 눈에 모스크바는 따뜻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피부를 덮은 고무에 신물이 났고 여행 준비에도 신물이 났다. 그는 벌써부터 방독면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는 창문을 활짝 열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달리고 싶었고, 다가오는 공기의 흐름을 맨손으로 잡고, 따뜻하고 신선한 그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설레발칠 필요는 없었다. 못해도 서너 시간 뒤면 그들은 방독면을 한 번이자 마지막으로 영원히 벗어서 창문 밖으로 내던질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포옹을 나눴다.
"어디로 갈 거니?" 수호이가 물었다.
"어디든지요. 어디로 갈까, 안나?"
"블라디보스토크로. 바다가 보고 싶어."
"그럼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자."
아르티옴은 사벨리의 하얀 동물 가죽을 안나의 좌석으로 옮겼다. 그들은 조심해야 했다. 안나는 여전히 아이를 배야 하는 몸이었다. 그는 리볼버를 앞좌석 사물함에 넣었다.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그들은 문을 쾅 닫았다.
수호이는 그에게 몸을 숙였다. 그리고 창문을 내려달라고 했다. 그는 방독면 호스로 웅얼거렸다.
"아르티옴, 사람들을 심판하지 마. 그들 잘못이 아니야."
아르티옴은 그에게 키스를 날렸다.
"또 봐요, 사샤 아저씨. 이제 안녕."
수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일리야 스테파노비치는 몸을 움츠린 채 손을 흔들었다. 그들을 배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르티옴은 안나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장갑을 덮었다.
일본제 차는 푸른 연기를 내뿜고 행진곡을 울리며 곧바로 그 길을 향해 나아갔다.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바다 옆에 세워진 멋지고 신비한 도시,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서. 진짜로 살아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미지의 도시들을 가로질러서.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에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순풍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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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인간 돼지고기'.. 원문은 human pork 이므로 빼도박도 못하게 인육먹여 키운돼지 인증됨ㄷㄷ
시한부인 애가 너무 불쌍하다 아르티옴이 더 불쌍하긴 한데
그냥 너무 마음이 안좋은 결말임 이 소설 전체 통틀어 맘에드는 부분은 안나랑 화해한거 단 하나인듯
....2035는 진짜 너무 꿈희망 없는 엔딩인듯, 희망의 조그마한 등불 들고 희망을 찾는 이의 쓸쓸한 말로를 보여주는것 같아서..
고생하셨습니다
메트로시리즈 전부가 희망없는 결말이긴했는데 2035가 가장씁쓸하네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