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몇 번 해변에서 시나리오 올리긴 했는데, 내년 모 공모전에 제출하려고 전공교수님이셨던 분 말씀 들으며 대량으로 수정하고 있음.
이번에 퀄리티도 ㅈㄴ 올려서 다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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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4. 다음날, 잠수함 지휘실 (낮/안)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57mSv/100mSv이다. 미래가 함장에게 다가간다.
미래: 중위, 정미래! 함장님,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함장: 그래, 얘기해.
미래: 저희가 지나는 곳은 부산 앞바다입니다. 부산은 현재민의 고향이니, 한 번이라도 보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장: 그래, 보게 해줘야지. 현재민 중위! 잠망경을 올려줄 테니 부산을 마지막이라도 봐라.
재민: (경례하며) 중위, 현재민! 함장님 감사합니다!
재민, 잠망경을 통해 부산을 본다. 화면이 전환되어 잠망경의 시야가 보인다.
재민: 이거 완전히…모두 끝장났습니다. 일단 군부대나 산업시설은 완전히 박살났지만…어라?
재민,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잠망경을 돌린다.
재민: 의외로 해운대해수욕장은 조금 멀쩡합니다.
함장: (고개를 까딱이며) 그래? 의외네.
재민: 저기 해운대 안쪽에 있는 횟집에서 저희 부모님이 맛있는 횟감을 파셨습니다…. 아, 아직 있습니다! 다른 곳들도 대부분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클럽에서는 여자 몇 명 꼬시기도 했습니다.
다들 웃는다. 잠시 후 재민이 잠망경을 닫는다.
함장: 그래, 충분히 잘 봤나?
재민: 네, 감사합니다.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
함장: 그래, 가봐.
재민: 네.
재민,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떠난다.
S#35. 잠수함 1번 어뢰실 앞 (낮/안)
재민은 권총 한 자루와 함께 비장한 표정으로 어뢰실 앞에 서있다.
재민: 기회는 지금뿐이야.
S#36. 잠수함 지휘실 (낮/안)
함장과 승조원들이 대화하다가 경보음을 듣는다.
승조원1: 함장님, 1번 어뢰실이 개방됐습니다!
함장: 1번이라면…지금 비었는데.
승조원4: 함장님, 현재민 중위가 없어졌습니다!
함장: 뭐라고? 1번 어뢰실로 가자!
Cut to
함장과 승조원들은 1번 어뢰실 앞으로 온다. 그곳 앞에서 해치를 열고자 하나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함장: 현재민 중위! 현 중위, 들리나?
해치가 열리고, 함장과 승조원들은 그곳을 확인한다.
승조원5: 벌써 나갔나 봅니다!
Cut to
함장, 뛰면서 지휘실로 돌아간 다음에 잠망경으로 밖을 바라본다. 바깥에서는 재민이 고무보트를 타고 해운대해수욕장으로 향하고 있다. 함장, 잠망경에 달린 외부 스피커를 켠다.
함장: 현재민 중위! 바보 같은 짓 하지 말아라. 당장 귀환하라!
재민, 미소 지으며 조용히 경례한다. 함장은 한숨을 쉰다.
함장: 지금이라도 괜찮다! 방사능 제독시설이 있으니까 당장 귀환하면 별문제 없을 거야.
재민: 함장님, 죄송하지만 전 집에 갑니다.
잠시 침묵.
함장: 알았다. 무운을 빈다.
S#37. 잠수함 회의실 (낮/안)
승조원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소란스럽고, 맨 앞에는 함장이 서 있다.
함장: 조용!
잠시 침묵.
함장: 현 중위의 탈영은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그래서 한 가지를 제안하겠다. 현 중위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오늘 하루 정박할지, 아니면 지금 바로 귀환할지 결정해주면 좋겠다. 계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하므로 자유롭게 손을 들어라.
승조원들: 네!
함장: 자, 부산에 하루 정박하고 싶은 인원은?
총승조원 31명 중 25명이 손을 든다. 함장이 숫자를 센다.
함장: 다수결로 정해졌으니 오늘 하루는 정박하겠다. 이상!
S#38. 병원 방사능 폐기물 처리실 (아침/안)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61mSv/100mSv이다. 성연, 방호복을 입은 채 내빈의 시신이 있는 침상을 민다.
성연: 끙, 끙….
성연, 다른 침상들이 놓인 곳으로 끝까지 민다.
성연: 으차, 으차…끙! 됐다.
성연, 다 밀어 넣은 침상을 잠시 바라보며 내빈의 죽음을 회상한다.
S#39. 회상 - 병원 피폭 환자 격리실 (저녁/안)
내빈이 병상에 누워있고, 그 옆에 환자 모니터링 장치가 있다. 그 반대쪽에는 성연, 의사, 간호사가 있다.
내빈: (편안하게) 정말…감사합니다. 이제 여친에게 돌아가겠습니다.
내빈이 눈을 감자 그의 심장박동이 멈추고, 기계에서 ‘삐-’소리가 난다. 그것을 본 성연은 눈물을 흘린다.
S#40. 병원 방사능 폐기물 처리실 (아침/안)
회상이 끝난 성연, 한숨을 내쉬며 시신을 바라본다. 내빈 옆에는 그의 가방이 보인다.
성연: (마음의 소리) 뭐가 있는지 볼까.
성연, 내빈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물에 약간 젖은 흔적과 흙먼지가 묻은 흔적도 보인다.
성연: (마음의 소리) 아직 시간 한참 남았으니까, 한 번 보자.
성연, 그의 일기를 펼쳐서 읽는다.
성연: 2025년 7월 1일. 벌써부터…
S#41. 공상 – 대피소 (새벽/안)
내빈의 목소리로 일기장을 읽는다. 장면 전환으로 대피소에 사람들이 꽉 찬 장면이 보인다.
내빈: 벌써 공격이 있었다. 하필 새벽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다행히 핵탄두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모르겠다. 언젠가는 핵미사일도 쏘지 않을까? 일단 지금은 자둬야겠다.
S#42. 공상 – 대피소 (낮/안)
장면 전환. TV 뉴스에서 ‘북한군, 핵무기 사용 결정’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내빈: (보이스오버) 7월 9일. 결국 북한이 핵을 쓴다고 했다. 오늘밤 자정까지 항복하지 않으면 쏠 거라던데. 참담하다. 다들 지하로 대피하라고 하지만 여긴 지하가 아닌 학교 체육관이다. 씨발…이대로 죽는 걸까?
S#43. 공상 – 대피소 (밤/안)
장면 전환. 대피소의 유리창이 모두 깨져있고, 어떤 물건들은 아예 뒤집혔다. 피난민들 일부는 기침하고, 머리카락과 얼굴 일부가 타버린 여자가 내빈 옆에 있다.
내빈: (보이스오버) 7월 10일. 결국 핵을 썼다. 씹새끼들…. 근처에서 터졌는데 여기도 많이 날아갔다. 모두 다쳤다. 근데 내 옆에 학교 선생님이 있다. 머리카락과 얼굴이 좀 타버렸는데, 살아남았다…있는 건 먹을 거, 마실 거. 군인도 대부분 죽었다. 어떡하지?
S#44. 공상 – 터널 (새벽/안)
어느 터널에 걸터앉은 내빈은 일기를 쓰고 있고, 그 옆에 군인 하나와 선생이 쭈그리고 누운 채 잠들어있다. 밖에는 회색 비가 내린다.
내빈: (보이스오버) 7월 16일. 군인 이름은 김성태, 선생 이름은 최새봄이다. 다들 너무 어리다. 일단 군인이 말해준 대로 안전지대인 강릉으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지금 춘천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
내빈, 새봄에게 고개를 돌린다.
내빈: (보이스오버) 새봄은 올해 합격했다. 하필 첫 연도에 전쟁이 나다니…끔찍하다. 얼굴 일부가 타버려서 많이 울었다. 난 산 게 어디냐고 했지만, 우리도 언젠간 죽을 거다.
S#45. 공상 – 산길 (저녁/밖)
내빈, 새봄을 부축하며 산길을 걷는다.
내빈: (보이스오버) 7월 27일쯤. 성태는 죽었고, 둘뿐이다. 저기 불빛이 보이지만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제는 피 섞인 기침이 나왔다. 하지만 새봄 덕분에 외롭진 않다. 그동안 여러 일이 있었지만 새봄이가 도와서 강도를 피했다. 또 내가 달래주니 힘을 낸다. 듬직하다. 자꾸 새봄 생각이 난다…
S#46. 공상 – 산길 (새벽/밖)
내빈, 산 중턱에 어느 무덤 앞에서 훌쩍인다.
내빈: (보이스오버) 8월쯤. 새봄도 죽었다. 강릉 표지판이 보이지만 나 혼자다. 혼자 어떻게 살까. 새봄은 내게 살아달라고 했지만, 죽고 싶다. 외롭다.
S#47. 공상 – 강릉 외곽 (아침/밖)
내빈, 비틀거리며 시가지를 걷는다.
내빈: (보이스오버) 마지막 일기. 도착했다. 강릉…드디어. 근데 살기 싫다. 왜 나뿐일까. 기분이 좆같다. 새봄이랑이었으면 그나마 좋을 텐데. 새봄이랑 보고 싶다. 다리도 떨리고, 앞이 가끔 흐려진다. 나도 여기까지다. 더 못 써. 한마디만 더 하자면…
S#48. 방사능 폐기물 처리실 (아침/안)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성연, 울먹이며 일기를 읽는다.
성연: 한마디만 더 하자면…새봄아, 곧 갈게.
성연, 결국 운다. 잠시 울다가 알림벨이 울린다.
성연: 아, 벌써 시간이…!
성연, 일기장을 폐기물 용기에 넣은 뒤 처리실에서 나와 문을 닫는다.
S#49. 병원 로비 (낮/안)
방호복을 벗은 성연이 자리에 앉아 있고, 잠시 후 의사와 간호사가 온다.
의사: 좀 늦으셨네요.
성연: 아, 네. 뭐 좀 보느라요.
의사: 뭘 보셨어요?
성연: 일기장이요. 내빈님 꺼.
의사: 네, 알겠습니다. 뭐라고 쓰셨던가요?
성연: 대피소에서 있었던 얘기랑 여친 분 얘기요. 좀 울었어요.
의사: 그러셨군요. 성연님, 일단 기운 내시고요. 한 가지 여쭤도 될까요?
성연,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린다.
성연: 네네, 말씀하세요.
의사: 혹시 일기장에 여친분 무덤 위치도 쓰셨던가요?
성연: 네, 대충 나와 있었어요.
의사: 어디쯤인가요?
성연: 강릉 서쪽에 철도길 근처니까…가봐야 알 것 같아요.
의사: 그러면 피폭 시신 처리 업체를 부를 테니까, 업체 직원분들께 내빈님 유언대로 여친 분의 무덤 위치까지 안내해 주시겠어요? 제가 병원 측에 방호복 달라고 미리 말씀드릴게요.
성연: 네, 저도 익숙한 곳이니까 그렇게 할게요.
의사: 그리고 간호사님께서는 사망신고서 문항을 좀…
S#50. 병원 로비 근처 복도 (저녁/안)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성연은 다시 만난다.
의사: 자, 다들 고생하셨고 이제 곧 퇴근하죠.
성연, 멀어지는 의사와 간호사를 바라보다가 그들을 쫓아간다.
성연: 저기, 의사 선생님! 지금 바쁘세요?
의사: 네, 곧 퇴근 시간이라서요. 말씀하세요.
성연: 혹시 내빈님께 주신 그 약, 아직 가지고 계신가요?
의사: 네, 있습니다.
성연: 지금 2개만 주시겠어요?
의사: 아뇨, 아직은 안 됩니다. 때가 되면 생산될 겁니다.
성연: 아, 그게 실은, 제가 잠수함 승조원 한 분을 기다리는데요, 제때 못 오실까봐요….
잠시 침묵.
의사: 음, 알겠습니다. 간호사님! 성연님께 주시겠어요?
간호사: 네.
간호사,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파란 십자가가 새겨진 알약통을 들고 온다.
간호사: 여기 있습니다.
성연: 감사합니다!
성연, 알약통을 가방 속 보이는 곳에 넣는다. 걸으면서도 종종 약통을 쳐다본다.
S#51. 잠수함 침상 (밤/안)
우진: 하, 씨발…좆같네, 진짜.
우진은 잠수함 내 침상에 앉은 채, 머리를 숙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미래가 들어온다.
미래: 왜 그래?
우진: (몸을 일으켜 얼굴을 들고 경례하며) 소위, 박우진!
미래: 됐어. 무슨 일 때문에 그래?
우진: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해섭니다. 재민 중위님도 잃었고….
미래: 그래서?
우진: (갈수록 말이 흐려진다) 뭐랄까,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미래: 우진아, 일단 앉아보고 두 손 다 줘볼래?
우진, 앉아서 두 손을 내민다.
우진: 네!
미래, 몸을 숙이고 우진의 두 손을 잡아준다.
미래: 우진아, 앞으로는 지금 남아있는 것에 신경 쓰자. 알았지?
우진: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미래: 그니까, 우리가 살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 그동안에 절망하거나 난동 부리기보다는, 남한테 피해 주지 말고 보람 있게 보내자는 거야. 알았지?
우진: 하지만 그건 체념하는 거 아닙니까?
미래: 그래, 체념이야. 하지만 동시에 저항이기도 해.
우진: 무슨 뜻이죠?
미래: 음, 만약에 우리가 끝까지 남한테 피해 주거나 서로 싸우면서 죽는다면 민폐인 것을 떠나서, 우리 자신을 추하게 만들고 결국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거거든. 그렇게 죽는 건 싫지?
잠시 침묵.
우진: 네, 맞습니다.
미래,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진도 일어선다.
미래: 그래. 그럼 잘 지내고, 앞으로 뭐할지 고민해봐. 난 간다.
우진: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미래가 나가며 문이 닫힌다. 우진은 아래를 보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뜬다.
S#52. 다음날, 강릉 인근 (새벽/밖)
방호복을 입은 성연과 신부, 그리고 인부 2명이 두 무덤 앞에 서 있다. 한쪽은 내빈의 여자친구, 다른 한쪽은 내빈의 무덤이다. 일행 뒤에는 트럭 한 대가 있다.
신부: 성부와 성자의 이름으로, 천국에 가셨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다들 “아멘”이라고 말한다.
신부: 네, 이제 끝났습니다. 세 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인부1: (삽을 들고) 네, 감사합니다.
인부2: (손전등을 챙기며) 아닙니다, 오히려 신부님께 감사한걸요.
성연: 네, 일단 빨리 돌아가요.
신부와 인부들은 자리를 떠난다. 성연, 두 무덤을 보면서 가만히 서있다.
신부: 성연님, 이제 가셔야죠.
성연: 아, 네! 갑니다!
성연, 자리를 떠난다. 떠나면서 한 번 더 무덤을 돌아본다.
S#53. 부산 앞바다 (아침/밖)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69mSv/100mSv이다. 재민, 고무보트에 앉아 낚시하며 누웠다. 그의 옆에서 잠망경이 올라간다.
함장: 좋은 아침, 현 중위.
재민: (경례하며) 중위, 현재민!
함장: 몸은 좀 어때?
재민: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함장: 그래. 다행이다. 고통 없이 죽을 방법은?
재민, 권총을 보여준다.
재민: 여기 한 발 있습니다.
함장: 알았다. 뭐 좀 잡았나?
재민: 아직 못 잡았습니다. 근데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함장: 해봐.
재민: 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습니까?
함장: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안이다.
재민: 알겠습니다.
함장: 우린 여기에 다시 오지 않을 건데 괜찮고?
재민: 네, 괜찮습니다. 저는 가족들 옆에서 죽겠습니다.
함장: 그래, 식구분들께서는?
재민: 집에 돌아가 보니 다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옆에 이게 있었습니다.
재민, 파란 십자가가 새겨진 약통을 보여준다.
재민: 아마도 이 약을 잡수시고 고통 없이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함장: 그래, 다행이다. 아 그리고 재민 중위!
재민: 네!
함장: 남은 승조원들이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다던데, 한 번 들어줄 수 있나?
재민: 네, 물론입니다.
남은 30명의 승조원들이 재민에게 인사를 나누고, 함장이 마지막 차례로 인사한다.
함장: 현재민 중위는 내 최고의 후임 중 하나였어. 그 점을 잊지 마라.
재민: 저도 함장님이 최고였습니다.
함장: 그럼 이만. 다음 생에서도 꼭 만나자.
재민: (경례하며) 네!
잠망경이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잠수함은 다시 항해한다.
S#54. 잠수함 지휘실 (낮/안)
함장, 미래에게 다가가서 CD 하나를 건넨다.
함장: 정 중위.
미래: 네!
함장: 이거 하나 틀면서 분위기 좀 띄워줘.
미래: 네!
잠수함 내부에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다들 춤을 추거나 몸을 흔들고 있다.
S#55. 잠수함 조리실 (낮/안)
함장은 조리실로 찾아간다.
함장: 꽃등심이랑 배추 남았나?
조리병: 네, 많이 남았습니다.
함장: 술도?
조리병: 네. 가득 쌓였습니다.
함장: 그거 전부 꺼내자. (웃으며) 오늘은 파티다!
조리병: 네!
S#56. 잠수함 식당 (낮/안)
다들 식당에서 음악을 들으며 맛있게 밥을 먹고 술도 마신다.
우진: (웃으면서) 함장님, 근데 이러면 적 함대에 들키지 않습니까?
함장: 상관없어. 다 용왕님 만나러 갔을 테니까.
우진: 알겠습니다! 마음껏 즐기겠습니다!
깊은 바닷속에서 노래와 함성이 울려 퍼진다.
S#57. 부산 해운대 한 가정집 (저녁/안)
재민, 어둑어둑한 집에서 가족들 시신을 거실 소파로 옮겨서 앉힌다.
재민: 으, 차가워.
시신을 모두 옮긴 재민, 소파 가운데 앉는다.
재민: 뭔가 으스스한데….
그는 구역질하다가 약간 토하며 손으로 입을 가린다.
재민: 어라?
손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재민: (마음의 소리) 아까 콜라 때문인가.
장면 전환. 재민이 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삽입된다.
재민: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이제 가야지.
재민이 권총을 장전하자, 화면이 옆으로 이동하여 자신에게 권총을 겨눈 그의 모습이 그림자로 보인다.
재민: 엄마, 아빠, 지금 갈게요!
‘탕’ 소리와 함께 화면이 어두워진다.
S#58. 다음날, 강릉의 한 캠핑장 (아침/밖)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73mSv/100mSv이다. 캠핑장에서는 자동차들이 모여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중에서는 람보르기니(이하 람보)를 탄 깡패가 운전석에 누워있다. 람보에 다가온 캠핑장 주인(이하 주인)이 창문을 두드리자, 깡패는 창문을 내린다.
깡패: 누구세요?
주인: 고객님, 캠핑장 이용료가 미납된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나가주시겠어요?
깡패: 아니, 갈 데도 없고 호텔들도 다 비싼데 어디로 가요?
주인: 네, 고객님 사정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 있으신 다른 고객분들께서는 다 내십니다.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나가주시고 있고요.
잠시 침묵.
깡패: 알겠습니다. 오늘 내로 드릴게요.
주인: 오늘 영업시간은 오후 6시까지입니다.
S#59. 강릉의 군 초소 (낮/밖)
깡패는 람보를 몰며 시내 외곽으로 나선다.
깡패: 하아…. 아직 있나?
깡패, 군 초소로 다가간다. 그는 주위를 돌아본다.
깡패: 아무도 없어요?
깡패, 초소에 들어간 다음 그곳을 뒤적거린다.
깡패: 하나쯤은 있을 텐데.
깡패, 순간 놀란다.
깡패: 뭐야!
깡패, 권총을 들고 죽어있는 군인의 시신을 발견한다. 깡패는 시신에 테이프로 붙어 있는 종이를 떼어내 본다.
깡패: 유언장. 안녕하세요. 저는 강릉의 G 섹터 초소를 지키는…에이, 노잼이야.
깡패, 시신의 손에서 권총을 빼내어 장탄 수를 확인한다.
깡패: 음, 딱 좋다!
S#60. 캠핑장 (낮/밖)
깡패, 람보를 몰고 주인 사무실 근처로 다가간다. 권총을 숨기고 내려서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깡패: 계세요?
주인: 네, 나가요.
주인, 문을 연다.
주인: 무슨 일이시죠?
깡패: 밀린 비용 좀 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주인: 네, 주세요.
깡패, 권총을 주인에게 겨눈다.
깡패: 이거면 될까요?
주인: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아아, 지금 무슨 짓 하시는 건가요…네?
깡패: 에이, 왜 그러세요. 한 달 정도 알고 지낸 사이끼리.
주인, 뒤로 조금씩 물러서자 깡패가 다가간다.
깡패: 에헤이. 꼼짝 마시고, 소리도 지르지 마쇼잉, 네? 어차피 경찰 불러도 대가리 날라갑니다잉.
주인: 원하는 게 뭐죠?
깡패: 그냥 다른 건 없고, 남아있는 연료랑 식량 좀 주쇼.
주인: (숨을 헐떡이며) 아, 네네. 잠시만요.
장면 전환. 주인은 깡패의 요구에 따라 남은 연료와 식량을 준다. 깡패는 그것들을 람보에 싣고 자리를 떠난다.
깡패: (창문을 열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잉!
람보가 달린다.
S#61. 데스티니 술집 (저녁/안)
함장: 우리 해군 장병들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며, 건배!
술집 안엔 해군 승조원들과 강릉 시민들이 있다. ‘Sheldon Allman’의 ‘Crawl out Through the Fallout’이 술집에서 울려 퍼지고, 다들 웃으며 술을 마신다. 성연, 술집의 안쪽으로 들어가서 해진 교수를 발견한다.
성연: 어? 교수님 여기서 뭐하세요?
해진: 어, 그냥 한잔 걸치는 중이야.
성연: 그렇군요.
성연, 교수를 훑어본다.
성연: 어디 불편하신 건 아니시죠?
해진: 실은 불편하긴 해.
성연: 어디가요?
해진: 너희들한테 많이 미안해서. 못 막았잖아.
성연: 어떤…거요?
해진: 핵전쟁.
성연,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미소짓는다.
성연: 아하…. 근데 교수님 잘못은 아니세요. 일부 극소수 정치인들 잘못이죠.
해진: 그래도, 이렇게 된 게 내 책임인 것 같고 그래. 늘 미안하다.
성연: 괜찮아요, 교수님.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다른 것을 하시면 어떨까요?
해진: 어떤 거?
잠시 침묵. 성연, 눈을 굴리며 고민하다 내빈의 일기장을 상기한다.
성연: 예를 들면… 기록하시는 일을 하는 거죠.
해진: (마음의 소리) 기록 기록이라면 뭐가 있으려나? 회고록, 역사서, 아니면…
해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아래를 본 다음 시선을 성연에게 돌린다.
해진: 그럼 내일부터, 너 말대로 기록을 보존해야겠어!
성연: 어떤 기록이요?
해진: 이것저것 다! 혹시나 생존했을 우리 후대인들을 위해 같은 실수 반복 안 하도록 철저히 조사해야겠어. 아직은 도서관이 열려 있으니까.
성연: 좋은 아이디어세요!
우진이 해진과 성연의 사이로 걸어온다.
우진: 무슨 일이에요?
성연: 아 그냥…그런저런 일이에요.
해진: 다름이 아니라, 앞으로 뭘 하며 지낼지 이야기 좀 했습니다.
성연과 우진, 그리고 해진은 계속 대화하는데, 술집 구석에서 깡패가 성연을 노려보며 권총을 만지작거린다.
S#62. 데스티니 술집 (저녁/밖)
술집 바깥에서 사람들이 헤어진다. 사람들 가장자리에 성연, 우진이 서 있다.
성연: 사실 무서워요.
우진: 뭐가요?
성연: 저희가 곧 죽는단 거요. 죽기 싫어요.
우진: 이해해요. 하지만 어차피 죽는다면…그냥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성연: 전 모르겠어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성연, 우진에게 등을 돌린다.
성연: 전 이만 가볼게요.
성연이 우진에게서 멀어지자 깡패가 다가온다. 그녀는 깡패를 쳐다본다.
성연: 누구세요?
깡패: 저기 죄송한데, (람보를 가리키며) 이 차에 타세요.
성연: (무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누구신데요?
성연, 뒷걸음친다. 깡패는 그녀의 팔을 확 잡아챈다.
깡패: 아, 씨발 거 말 존나 안 듣네.
깡패, 권총을 꺼내 하늘로 몇 발을 발사한다.
깡패: 야 이 새끼들아, 잘 봐라!
사람들이 다들 깡패를 쳐다본다. 깡패는 그녀에게 총을 겨누며 주위를 둘러본다. 우진과 미래도 권총을 꺼내서 깡패에게 겨눈다.
성연: 저한테 왜 이러세요?
깡패: 순순히 따라오라고. 거 왜 일을 좆같게 만들고 지랄이야.
우진: 그 손 놔!
깡패: 시발 군바리 새끼. 어차피 뒤질 건데, 화끈하게 놀아야지, 안 그래?
우진: 당신만 그래? 우리 다 힘들어!
깡패: 그러니까 시발 화끈하게 따먹어야 할 거 아냐!
미래: (우진에게 속삭이며) 우진아, 내가 해볼게.
미래, 깡패 앞으로 약간 다가간다.
미래: 니는 안 억울하냐?
깡패: 응, 암 것도 못하고 뒤지는 게 존나 억울한데?
미래: 그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봐봐. 어차피 우리 다 뒤질 건데, 이렇게 남 피해 주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깡패: 뭔 개소리야?
미래: 여기서 남 피해 주는 행동하고 뒤지면, 나 같으면 억울해서 두 번 뒤질 것 같은데? 우리가 일으킨 전쟁도 아닌데 꼭 이렇게까지 해서 뒤져야겠냐?
깡패, 침묵하며 땅을 쳐다본다.
미래: 만약 우리가 여기서 총질하고 죽이면, 너나 나나 전쟁 일으킨 새끼들이랑 뭐가 다른데?
깡패: (마음의 소리) 아 씨발, 어그로 존나 끌리네. 따먹긴 글렀다. 일단 튀자.
미래: 있지, 솔직히 말해서 분명 딴사람도 너처럼 행동하고 싶어해. 하지만 그건 남한테 피해 주는 걸 떠나서, 자신을 망치고 좆같게 만드는 거거든. 그렇게 죽고 싶어?
깡패: 그럼 난 어쩌라고?
미래: 그냥 피해 주지 말고, 조용히 꺼져서 원하는 거 해. 성연이도 괜찮지?
성연: 아, 네네. 남 피해 안 주고 총만 압수하면 문제없어요. 어차피 감옥도 못 가니까….
잠시 침묵. 얼마 후 깡패는 성연의 팔을 놓아준다.
우진: 중위님, 제가 총 받겠습니다.
미래: 그래.
깡패는 총을 돌려서,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하고 손잡이는 우진 쪽으로 맞춘다.
우진: 그래그래. 좋아. 이리 줘.
우진, 총을 압수한다.
깡패: (고개를 숙이며) 정말 죄송합니다. 다들 시끄러웠죠? 죄송합니다.
깡패, 뒷걸음질하다가 람보를 타고 도망간다. 사람들은 도망가는 깡패를 바라본다. 잠시 후 성연은 우진을 바라본다.
성연: 저기, 저를 구해줘서 감사해요.
우진: (살짝 웃으며) 아, 뭐 이런 걸 가지고…군인의 의무니까요.
미래: 너무 걱정 마. 총은 압수했으니까.
S#63. 다음날, 대도호부관아 (아침/밖)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79mSv/100mSv이다. 강릉 시민들이 대도호부관아에서 단체로 소고기를 구워 먹는다.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을 찍거나 놀고 있고, 성연과 우진은 추첨 이벤트 부스 앞에 서 있다.
진행자: 자, 이번에 당첨되실지? 두구, 두구, 두구, 두구….
성연, 상자에서 종이 하나를 뽑아서 그것을 진행자에게 보여준다.
진행자: 자, 조성연님 1등 당첨입니다!
진행자, 성연에게 금팔찌 한 쌍을 준다.
우진: 다들 즐거운 듯하네요.
성연: 그러게요.
우진: (웃으며) 늘 오늘만 같아라!
우진, 기지개를 편다. 성연은 그의 눈길을 피한다.
성연: 아…네. 그래야죠.
S#64. 강릉시립중앙도서관 (낮/안)
해진은 전기차를 타고 도서관 앞에 주차한다. 그는 도서관에 들어가서 안내데스크로 간다.
해진: 실례합니다.
안내원: 네, 말씀하세요.
해진: 이 도서관의 자료를 좀 보존하고 싶은데요. 혹시 여기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가요?
안내원: 네, 저희 강릉시에서는 수많은 자료와 기록을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시청 주도로는 납 상자에 자료들을 넣어서 보관할 거라고 했고요.
해진: 그렇군요. 저도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안내원: 네, 알아보겠습니다. 성함 좀 알려주시겠어요?
해진: 강릉시립대에서 근무 중인 신해진 교수입니다.
안내원: 잠시만요. 해당 부서와 통화를 해보겠습니다.
안내원은 시청과 통화한다.
안내원: 네, 교수님. 저희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시 차원에서 보존을 서두르고 있다네요. 참여도 가능하시고요.
해진: 네네, 감사합니다.
안내원: 일단 강릉시청 쪽으로 가보셔서 문의해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존을 원하시는 자료가 있으시다면 납 상자를 구매하셔서 따로 보존하시는 것도 가능하시다고 하네요.
해진: 네, 감사합니다.
안내원과 해진은 인사하고 헤어진다. 장면이 전환되어 해진은 도서관의 자료들을 프린트하거나 USB에 넣어서 보존한다. 저녁이 되자 해진은 집으로 돌아간다.
S#65. 캠핑장 인근 (저녁/밖)
깡패, 람보를 타고 멀리서 캠핑장의 주인 사무실을 바라본다.
깡패: 하, 씨발….
깡패, 주인에게 빼앗은 뒷좌석의 물품들을 돌아본다.
깡패: (마음의 소리) 돌려줘야겠지? 그리고 밀린 거랑.
깡패, 미래와의 대치를 상기하며, 땅을 바라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양손에 물품을 들고 차에서 내린다.
깡패: (마음의 소리) 일단 저 씹새끼가 군바리한테 찌를 수도 있으니까….
S#66. 캠핑장 (저녁/밖)
깡패,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깡패: 누구 없어요?
주인: (두려워하며) 저기 죄송한데 더 이상 가진 게 없어요! 그냥 돌아가세요!
깡패: 그게 아니고, 물건이랑 연료 돌려주고 사과하려고 왔습니다. 총도 이제 없고요. 그리고 물건 뺏어서 죄송합니다.
주인, 문에 있는 유리 구멍으로 깡패를 바라본다.
주인: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문 앞에 두고 가세요. 나중에 제가 가져갈게요.
깡패: 그리고 한 달 치 이용료도 낼까 하는데요. 알바해서 내도 돼요?
잠시 침묵.
주인: 글쎄요, 알바생들도 다 집으로 보냈는데…잠시만요.
주인, 문을 살짝 연 뒤 깡패를 문틈으로 쳐다본다.
주안: 정말 돈 주시는 겁니까?
깡패: (귀찮다는 듯이) 아, 네. 진짜라니까요. 제가 막판에 더럽게 죽긴 싫거든요.
깡패, 주머니를 뒤진 다음 주인에게 보여준다.
깡패: 봐봐요, 이제 총도 없다니까요.
주인: 잠시만요.
주인, 문을 닫고 종이 한 장을 꺼낸다.
주인: 그럼 여기 나가보셔서 1등하시고 상금은 포기하실 수 있으세요?
주인, 문을 조금 연 다음에 종이를 건넨다.
깡패: 뭔데요?
깡패, 종이를 받아서 잠시 본다.
깡패: 아, 네. 한 3일 정도 먹을 거랑 차 기름 좀 주시면 나가볼게요.
주인: 알겠습니다. 날짜와 위치는 거기 있으니까 그때 뵙죠.
깡패: 네네, 저번에 죄송했습니다. 돈 안 낸 것도요.
깡패, 빼앗은 짐을 문 앞에 두고 연료와 식량 일부를 챙겨서 람보로 돌아간다.
S#67. 경포호수광장 (낮/밖)
우진과 성연, 경포호수광장에 돗자리를 깔아 밥을 먹는다.
우진: 와, 맛있네요!
성연: 고마워요.
성연, 우진의 입에 반찬을 넣어주자 그가 맛있게 먹는다.
우진: 성연님.
성연: 네.
우진: 저희 말 놓을까요?
성연: 좋아요.
서로 웃는다.
우진: 이제 내가 밥 넣어줄게.
성연: (고개를 끄덕이며) 응!
우진: 아~ 해봐.
성연: 아~
반찬이 성연의 입으로 들어가려 했던 그때, 람보가 옆 도로를 쌩하고 지나간다. 이때 우진, 순간 반찬을 돗자리 바깥에 떨어트린다.
우진: 아 씨…뭐야!
성연: 아, 저 새끼, 재수 없어!
우진과 성연, 멀어지는 람보를 쳐다본다.
우진: 저 새끼 그냥 쏠 걸.
성연: 그러게. 일단 남은 거나 먹자!
우진과 성연, 다시 밥을 먹고, 잠시 후 다 먹는다.
우진: 와! 잘 먹었다!
성연: 응, 나도.
우진: 이거 근데 어디서 배웠어?
성연: 아, 예전에 엄마가 알려준 거야.
우진: 아, 어머님? 잘 먹었다고 전해드…
잠시 침묵. 성연, 순간 표정이 굳는다.
우진: 아, 미안해.
성연: 아냐.
우진: 내가 괜히 얘기 꺼냈다. 미안해.
성연: 아냐, 단지….
우진과 성연, 서로 눈길을 피한다.
S#68. 강릉호텔 주차장 (밤/밖)
깡패, 술병에 입을 대고 마신다.
깡패: 일단 오늘 달린 곳이…경포호수에서 강릉시립대까지 왔다갔다 했는데. 그럼 몇 킬로냐.
깡패, 잠시 생각에 잠긴다.
깡패: (마음의 소리) 뭐, 생각보단 많이 갔네.
깡패, 람보의 히터를 틀고 의자를 뒤로 젖혀 잠든다.
S#69. 다음날, 허난설헌 기념관 (낮/안)
오늘의 피폭량/허용치는 86mSv/100mSv이다. 허난설헌 기념관 내부의 좌석에 금팔찌를 찬 손을 서로 맞잡은 채 우진과 성연이 앉아 있다.
성연: 허난설헌은 정말 아까워.
우진: 그러게. 시대를 잘못 태어났어.
성연: 우리도 평화로울 때 태어났다면 좋았을 텐데….
성연, 휴지에 대고 기침한다.
우진: 왜 그래?
휴지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이 보인다. 우진이 놀라자 성연은 흐느끼며 운다.
우진: 괜찮아?
성연: 아니, 안 괜찮아. 나 너무 무서워. (말할수록 성을 낸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죽어야 해?
우진: 죽는 거? 나도 억울하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왜냐하면…
성연: 솔직히 지겨워. 피곤해…. 다 귀찮아.
우진: 하지만 성연아, 아직은 시간이…
성연: 언제까지 그런 말만 해? 맨날 그래!
우진은 바닥을 보며 침묵한다.
성연: 됐어. 나 이제 그냥 갈게. 안녕.
성연, 우진에게 그녀의 금팔찌 하나를 준다.
S#70. 허난설헌 기념관 (낮/밖)
떠나는 성연과 그녀를 바라보는 우진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헬기 소리가 들리며, 하늘 위를 나는 헬기의 모습이 보인다.
S#71. 해군 헬기 (낮/안)
‘CCR’의 ‘Fortunate Son’이 나오고, 헬기에 탄 함장과 미래의 모습이 보인다. 둘 다 웃는다.
미래: 히~하! 베트남에 온 기분입니다!
함장: (웃으며) 그래, 멋있네.
미래: 전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함장님께서는 어떻습니까?
함장: 난 아직 죽을 준비가 안 됐어.
미래: 그럼 언제 가실 겁니까?
함장은 눈을 감는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가 다시 눈을 뜨고, 함장이 바다를 가리킨다.
함장: 이틀 뒤에! 승조원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돌아간다!
미래: (웃으며) 역시 함장님답습니다! 그러면 저도 그동안 할 일 좀 찾아보고 가야겠습니다!
헬기가 저 멀리 사라진다.
S#72. 강릉시청 (저녁/안)
해진은 강릉시청 근처에 주차하고 시청 민원실로 향한다. 민원실에서 그의 차례가 되자, 그는 담당자 앞에 앉아서 자료를 납 상자로 보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담당자: 이렇게 해서, 내일 작업이 모두 끝날 예정인데 괜찮으시겠어요?
해진: 네, 상관없습니다. 근데 저도 납 상자를 구매하려고요.
담당자: 자료들은 준비하셨나요?
해진: 네, 차에 있습니다. 가져올까요?
담당자: 아뇨, 괜찮습니다. 그 대신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자료들을 가지고 찾아주세요, 그럼 저희 측에서 납 상자도 준비해서 드리겠습니다.
해진: 네네. 감사합니다.
S#73. 강릉시청 (저녁/밖)
해진, 시청을 나오면서 석양을 바라본다.
해진: (마음의 소리) 하루에서 이틀….
해진, 주먹을 불끈 쥔다.
해잔: 그래, 고생해보자!
해진은 차에 타서 시동을 건다.
S#74. 해군기지 (저녁/밖)
해군기지 앞에서 우진은 성연에게 전화한다.
우진: 여보세요? 어, 성연아. 잘 지냈어?
성연: (전화음성) 아니, 별로. 왜 전화했어?
우진: 아 다름이 아니고, 이틀 뒤 알약 주잖아. 그래서 너랑 같이 먹고 죽고 싶은데 가능할까?
성연: (전화음성) 말했잖아, 난 죽기 싫다고. 몇 번을 얘기해야 해?
우진: 아니, 어차피 우린 다 죽잖아. 난 너 보고 싶어. 나나 너나 모두 언젠가는 죽을 건데 혼자 죽는 건…
성연: (전화음성) 너 어디 모자라? 난 애초에 죽기가 싫다고!
우진: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린…사귀는데. 적어도 같이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성연: 너 미쳤어?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난 죽어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오래 살고 싶어. 넌 안 억울해?
우진: 아니, 왜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누구는 죽고 싶어서 죽어?
성연: 언젠간 죽겠지만, 너랑 같이하긴 싫어. 맨날 뻔한 소리나 하잖아?
우진: (전화음성) 아 씨발, 진짜! 나도 죽기 싫다고 몇 번을 말해, 이 답답한 년아!
성연: 너 지금 나한테 욕했냐, 개새끼야? 니 일 때문에 남 죽는 거에 익숙해졌나 봐?
우진: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이 씹년아? 나도 떠나보낸 전우가 몇인데 그런 개소리를 쳐해?
성연: 아, 예예. 너 혼자 쳐 뒤지든지 말든지 난 좆도 신경 안 쓸 테니까 니 혼자 하세요.
우진: 용기 내서 전화한 사람한테 존나 싸가지 없네. 미친년. 끊어!
전화가 끊긴다. 우진, 기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문 앞에 있는 함장을 본다. 우진, 창피한 표정을 짓는다.
우진: (경례하며) 소위, 박우진! 안녕하십니까, 함장님!
함장: 아, 박 소위. 조금 시끄러워서 나왔다. 일이 잘 안 풀렸어?
우진: 네, 대실패입니다. 용기 내서 전화했지만 결국 망쳤습니다.
함장, 우진에게 다가선다.
함장: 박 소위.
우진: 네.
함장: 안타깝다. 나도 옛날에 전 애인과 싸워서 헤어졌어. 성연님이 먼저 차갑게 대하셨기에 박 소위 잘못도 아니고. 특히 마지막으로라도 관계를 유지하려고 전화한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는 건 매우 무례했다고 봐.
우진: 아,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함장: 그래. 이제 진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들어가서 뭘 할지 고민해보고. 중요한 순간은 도둑같이 오니까.
우진: 네, 감사합니다.
우진, 기지 안으로 들어간다. 함장은 밖에서 뒷짐을 지고 저 멀리 바다를 쳐다본다.
S#75. 대학 내 카페 (밤/안)
손님이 북적거리는 카페에서 성연과 시민1이 서로 대화한다.
시민1: 그렇게 됐구나.
성연: 응. 결국 깨졌어.
시민1: 안 됐다. 잘 맞았는데.
성연: 뭐 어때. 그래도 너가 있잖아.
시민1: 그래. 야 근데 너 커피 4잔째인데 괜찮아? 그러다 잠 못 자!
성연: 뭐 어때. 어차피 곧 죽어.
시민1: 그래, 알았어. 나 내일 레이싱 보러 가야 해서 이만 갈게.
성연: 그래. 잘 가.
시민1, 자리를 뜬다. 성연은 시민1의 뒷모습을 보며 턱을 괸 채 한숨을 쉰다.
성연: (마음의 소리) 나도 너처럼 가족들이랑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성연, 미래에게 문자를 보낸다.
성연: (문자) 선배님, 지금 뭐하세요?
미래: (문자) 어, 우진이랑 얘기 좀 했다가 이제 씻으려고.
성연: (문자) 소식 들으셨나요?
미래: (문자) 그래, 들었어. 내가 미안해.
성연: (문자) 아니에요. 실은 저 많이 외로운데, 저랑 함께 가주실 수 있으신가요?
미래: (문자) 미안. 난 혼자 헬기 타다가 갈 거라. 많이 힘드니?
성연: (문자) 지금 전화 가능하세요?
S#76. 대학 내 카페, 해군기지 (밤/밖)
성연, 미래와 통화한다.
성연: 아, 네네.
미래: (전화음성) 그래서 우진이도 많이 힘들어하더라.
성연: 그렇군요.
미래: 성연아, 근데 있지. 내 경험인데, 말해도 될까?
성연: 네, 말씀하세요.
미래: (전화음성) 아무리 힘들어도 단 한 명만 있으면 그나마 세상에서 버틸 수 있어. 이해하지?
성연: (전화음성) 정확히 무슨 말씀이시죠?
미래: 뭔 소리냐면 설사 세상이 내일 당장 망해도,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애인이든 적어도 내 옆에 누군가 있어야 덜 외롭고 덜 고통스럽다는 말이야.
잠시 침묵.
성연: (전화음성) 아, 네네.
미래: 그래서 우진이도 많이 고심하는 것 같아. 얘도 내가 봤을 땐 사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 물론 누구나 죽고 싶진 않아. 그건 맞지.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너희 둘 다 서로 사과하는 게 어떨까 싶어. 물론 결정은 너의 몫이야. 나는 조언만 가능하고. 알지?
성연: 네네.
미래: (전화음성) 이건 내가 서로 소개해줘서 그런 것만은 아냐. 다만 너희들은 내 소중한 후임이고 후배니까, 뭐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 조언만 하는 거야. 너희도 나처럼 후회하기는 싫을 거 아냐.
성연: 아…전에 말씀하신 그 동기 분?
미래: 그래. 내가 걔랑 전쟁 전날에 게임하다가 지고 돈 내줘서 걔한테 싸가지 없게 대했던 거.
미래, 살짝 흐느낀다.
미래: 전쟁 때 걔가 인천으로 전출되고 나서 영영 사과 못한 거 있잖아. 난 지금도 걔를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아파.
성연: 아, 네…괜히 생각나시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해요.
미래: (전화음성) 아냐. 죄송할 것까진 없고, 그냥 어떤 게 더 너를 마지막에서라도 행복하게 만들지 고민해보라는 거야.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알았지?
성연: 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미래: 그래, 고마워. 아 근데 지금 시간이 벌써 늦었네.
미래: (전화음성) 나 내일 헬기 타고 레이싱 찍어야 하거든. 그래서 일찍 자야 하는데, 전화를 지금 끊어도 괜찮을까?
성연: 아, 레이싱. 알아요 마지막 경기라면서요. 먼저 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래: (전화음성) 그래, 나중에 또 보자.
성연: 네.
전화가 끊어진다. 성연, 카페 앞을 걷다가 달을 쳐다본다.
성연: (마음의 소리) 어떡하지…. 화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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