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는 배경 설명하는 파트라 굳이 올리지 않았다가 챕터 1을 다시 보니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듯 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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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계는 핵전쟁으로 멸망했다.
전쟁의 시작이 누구 또는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제 와서 책임 공방은 의미가 없었다.
전 세계의 도시에서 거대한 버섯을 연상케 하는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죽음의 균사체는 인류가 지난 수천년 동안 지상에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탐욕스레 집어삼켰다.
한반도 역시 핵전쟁의 마수를 피할 수 없었다. 휴전선 너머에서 수천 발의 미사일이 날아와 전국 각지에 떨어졌다. 단 하루만에 국가가 붕괴되고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영남 지방은 수도권보다 피해가 더 컸다. 핵미사일에게는 영남 사람들에게 편안한 죽음을 베풀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핵탄두는 동해상에서 폭발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부산의 원자력 발전소를 덮쳤고, 침수된 원전은 대폭발을 일으켰다. 흉악한 규모의 방사능 물질이 부산을 넘어 경상도 전체로 퍼져나갔다. 동해안을 따라 세워진 다른 원자력 발전소들은 머지않아 자매와 그 운명을 함께했다.
경상도 한가운데 위치한 대구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겉보기에는 미사일이 직격한 다른 도시에 비해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지상에는 살아 움직이는 것을 모조리 숯덩이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방사선이 내리쬐었다.
기이하게도 처음 몇 해는 여름이 계속되었다. 1월에도 30도의 무더위가 계속되었고, 8월 무렵에는 40-50도를 상회하는 전례 없는 폭염이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과 도로를 뜨겁게 달구었다.
지상을 불태워버린 인간에게 분노한 신이 천벌이라도 내리는 듯, 하루에도 수천 번씩 도심 구석구석에 수십억 볼트의 낙뢰가 내리꽂혔다. 오래된 건물은 버티지 못했다. 불을 꺼줄 사람이 남지 않은 이 도시에서, 화염은 더 이상 숯덩이로 만들 것이 남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타올랐다.
그 다음에는 끝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관리되지 않는 상하수도 시설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퍼붓는 빗줄기를 감당하지 못했다. 땅이 갈라졌고, 지하도와 고가로는 무너져 내렸다. 산으로 둘러쌓인 근교의 마을은 모두 진흙더미 속에 파묻혀 사라졌다.
빗방울은 점차 눈송이와 얼음덩이로 바뀌었다. 한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고 불리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기온은 뚝뚝 떨어졌다. 사람도 동물도 자취를 감춘 땅은 순백의 눈으로 덮였다. 흉측한 철골 뼈대만 남은 채 비석처럼 솟아있는 건물에는 서리가 내리고 고드름이 맺혔다.
대구 시내의 지하철 역들은 구색만 갖춘 서류상의 대피소일 뿐이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극소수의 시민들은 침수되지 않은 지하철 역으로 피신했다. 철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더미 아래에 지어진 이 좁은 공간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살갗을 태워버리는 듯한 방사선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었다.
터널의 갈라진 물길을 따라 빗물이 빠져나갔다. 각 역의 생존자 집단끼리 서서히 교류를 시작했다. 대구를 4등분하듯 길게 뻗어나간 지하철 터널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이동했다. 각 역에 작은 마을이 생겼고, 마을은 도시가 되었다.
모두가 빠른 시일 내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녹아내린 노심에서 끝도 없이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은 결코 지상을 인간에게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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