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 제 3차대전이 최악의 방법으로 막을 내렸다. 핵전쟁, 수평선 너머로 내달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아주 긴 역사를 가졌던 인류 문명도 막을 내렸다.
뉴욕, 워싱턴 D.C, 뉴욕, 런던, 모스크바, 베이징, 도쿄… 수많은 인류의 도시가 수평선을 그득하게 매우는 미사일의 꼬리와 함께 버섯구름에 바스라졌다. 그러나 서울은 달랐다.
길고 길었던 핵전쟁의 종막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던 사드 덕에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돌아가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사드도 계절풍을 타고 사면에서 날아드는 방사능 낙진과 생화학 무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것 때문에 살아남은 이들은 두더지 신세가 되었고, 또한 문명은 한걸음 뒤로 퇴보했으며, 한때 대한민국 최대 규모라 불리워지던 서울 지하철은 철길이 끊기고 전동차가 멈추었으며, 임시 대피소에서 삶의 터전으로 변모했다…
이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일궈낸 것을 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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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천장이 어떻게 무너진건지에 대한 소문이 자자한, 이젠 사람이 살지 않는, 또한 살 수 없는 유령역이 된 홍제역 승강장 한켠에서는 오랜 세월만의 손님이 오고 있었다.
또한 그것을 증명하듯 무너진 스크린도어의 틈새로 짐가방과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툭하고 던져졌다. 그것은 잠깐 동안 도깨비가 만들어낸 주인 없는 보물처럼 놓여져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힘 쓰는 소리와 동시에 넓어진 틈새로 개구리 군복과 헤진 야상을 차려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특이하게도 중식도를 갈아 만든 대검을 오른팔에 매달고 있었고, 그의 왼팔에는 2호선을 차지하고 무역으로 먹고 사는 삼성동맹이 dmc 전쟁에 참전했던 병사들에게 수여한 저시인성 명찰을 매달고 있었다. 그것들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남성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다는 듯 헤져있었다.
승강장에서 막 올라온 그의 양 손에는 K5 권총과 가이거 계수기가, 또 그는 헤드랜턴을 끼고 있었는데, 그 어느것도 이 노쇠해진 역이 안전하다고 말해주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가이거 계수기를 잠깐 야상 주머니에 찔러넣고 오른손으로 권총을 한손 파지 한 다음 헤드 랜턴으로 옷을 비추며 왼 손으로 그의 옷에 들러붙은 역의 세월을 털어냈다. 그러다 그는 그의 왼팔을 털다 손길을 멈췄다. 송장쥐, 그것은 이름이라 보기 보다는 멸칭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만 같았다.
송장쥐는 옷을 대강 털어내고는 가이거 계수기를 왼손으로 들었다. 또한 그는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위협적인 생물이 있나 확인했다. 그러나 그의 고갯짓에 이리 저리 움직이는 지름 1M 짜리의 백색 원은 되려 노쇠해진 역의 쓸쓸한 흉터만을 들췄다.
무너진 천장, 모조리 동파해 고드름이 무수히 걸린 파이프, 정체를 알수 없는 것이 들고 일어나 갈라진 바닥의 타일, 쥐먹은 전선과 떨어진 형광등, 무너진 바리게이트와 휘어버린 기관총의 총열…
썩은 바람이 불고 간 자리였으며, 삶의 온기 따위 한톨도 남아있지 않은 공간이었다. 이젠 신경 쓰는 것조차 피곤해져 버린 것들… 송장쥐는 꺼끌한 입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또 송장쥐는 그의 발에 치인, 갱지로 만들어지고 연합대학에서 -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대학생들이나 교수들이 연합해 만든 집단 - 발매한 dmc 전쟁 종전과 관련된 신문을 닳고 닳아 버린 군홧발로 짓밟아 찣었다.
송장쥐는 조금이나마 편해졌다는 표정으로 짐가방과 소총을 추스렸다. 그리고 그는 소총의 끝에 오른팔의 대검을 착검하고 가이거 계수기를 가방의 오른쪽 끈에 매달았다.
송장쥐는 처음의 설계 의도를 벗어나, 재난을 겪은 인간의 손을 거쳐 원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개조되고, 이젠 아예 버려져 버린 화재 대피 기구함을 지나쳐 울퉁 불퉁해진 계단을 올랐다.
지하 2층, 모닥불이 바람에 날아든 방수포를 먹고 자란 듯 역 여러 곳에는 까맣게 그을린 흔적과 다 타버린 재들만이, 땅과 가까워져 더 크게 자라난 고드름과 함께 있었다.
따뜻한 불은 사라지고 모든것을 삼키는 불만이 남아있었으며, 아이가 가난한 마음에 놓지 않고 붙잡고 있었던 곰 인형은 어느새 주인을 잃은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송장쥐는 소총의 방열판을 잡고 있던 왼손으로 곰인형을 주웠다. 그것은 까끌한 돌연변이의 가죽이 아닌 전쟁 전의 솜털로 표면이 이루어져있었는데, 또한 찣긴 곳이나 수선된 곳도 적어 팔만 할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님 우는 어린애에게 쥐어주면 딱이겠어. 송장쥐는 가방에 인형을 집어 넣으며 사람 따윈 남지않은, 수백명의 공동묘지가 된 지하 2층의 거주 구역을 지나쳐 올라가면 무슨 출구가 있는지를 알리는 이정표마저 지쳐 떨어진 계단을 고독히 거슬러 올라갔다.
비릿하고도, 또한 썩은 냄새를 가진 바람이 그에게 건승을 빌어주듯 불어왔다. 그것은 차라리 자신의 창자에서 벗어나려는 이에 대한 메트로의 비웃음에 가까웠다.
송장쥐는 뺨을 스치는 바람과 함께 목소리를 팍 올리며 비명을 지르는 가이거 계수기에 군복 아래의 보호복을 살폈다. 그가 보호복을 살피는 이유는 6호선 끝 P자 모양의 6개의 역으로 이루어진 순환연맹 소속의 디젤 궤도차 하나를 기가 막히게 날려 먹으며 바닥을 굴렀기 때문이었다.
보호복은 때가 타 약간 잿노란빛을 띄고 있었긴 하지만 딱히 찣어진 곳은 없었다. 그러나 가이거 계수기는 메트로 공방제 답게 벌써부터 측정치를 넘기고는 침묵하고 있었다. 송장쥐는 K - 1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끈을 당겼다.
적당히 튼실하게 당긴 끈은 턱을 아프게 하지도, 또한 바깥의 공기가 새어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었지만, 송장쥐는 되려 그것이 아쉬웠다. 무색 무취의 공기만 맡을수 있다면 우리는 금세 땅 위의 공기를 잊어버릴 것이 틀림없었기에.
그러나 송장쥐는 또 쓰지 않는다면 생화학 무기와 방사능에 온 몸이 쩔어 온 몸의 장기가 녹아 아주 끔찍하게 죽어갈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군말 없이 필터를 통해 정화된 공기를 삼키며 계단을 올랐다.
송장쥐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머리에 달린 헤드 랜턴은 말없이, 또한 소리 소문 없이 제 몸집을 키워왔던, 영원한 것처럼 느껴지는 겨울이 이루어낸 결실인 고드름을 비추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여름이 오면 버려진 역 이곳 저곳을 헤치며 녹아 내릴 것들이었다.
송장쥐는 어쩌면 자신이 이 역의 멀쩡한 모습을 보는 마지막 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금세 그것을 고개 저어 털어내고 삐그덕 거리는 개찰구를 밀어 넘었다. 내가 마지막일리가…
안 ㅐ ㅅ, 니은 자와 오 자가 떨어져 나간 작은 부스 안에는 군청색의 서울 메트로 제복을 입은 채로, 두개골 오른편이 뚫려 죽어있는 백골이 쓸쓸한 분위기를 뿜으며 혼자 앉아있었다, 그것은 손에 S&W M60 리볼버를 들고 있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역장이었나? 송장쥐는 금세 여러가지 것들은 조합해 추론해냈다. 아마 그는, 혹은 그녀는, 역의 천장이 이젠 영원히 알 수 없게된 원인에 의해 무너지던 날 그것을 막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하며 스스로 끝을 매듭 지은 듯 했다.
송장쥐는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그 백골의 시체가 그의 어머니와 겹쳐 보였던 것이 까닭이었다. 그는 안 ㅐ ㅅ에서 뒤돌아 2번과 3번 출구 사이의 아스팔트 조각이 섞여있는 비탈길을 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송장쥐는 스물 둘의 혈기 넘치는 신입 피커가 아니였으며 방사능에 찌들어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지상보단 지하를 선호했으며 불 필요하다면 땅을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이 늘 그의 맘처럼 흘러갈 턱은 없었다. 무악재 역으로 가는 터널, 심지어 개구멍까지, 그 모든 길은 전부 무너져 내려 있었기 때문에 그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지상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지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두려워했다면 내가 어찌 스물 둘 때부터 피커로 살았고, dmc전쟁 때 기습소대에 들어갔겠는가. 그래, 차라리 나는 학자였다. 지상을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으로 여겼고, 나는 늘 미지의 존재를 마주치면 두려워하며 도망치기보단 끊임 없이 그들과 싸우며 그들을 탐구해왔다.
물론 내가 알아낸 것은 없지만… 송장쥐는 상념을 잊기위해 걸음을 더욱 힘차게 내딛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발은 상념에 치였다. 아니지, 빠지는건가? 아니다. 눈이 치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발이 눈에 빠진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아보인다…
송장쥐는 끄응하며 자꾸 왼편으로 흘러내리며 균형을 흐트리는 짐가방을 고쳐맸다. 또한 그는 수년만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자갈들을 쳐다보았다. 저것은 나 같았다. 그는 마지막 걸음을 딛었다.
수평선은 회색 액자틀에 갇혀 시뻘건 주홍빛 선을 남기고 있었다. 해는 액자틀에 가려져 있었고,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다. 송장쥐의 발은 어스름에 닿았고, 그의 방독면 렌즈는 양 눈으로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았다.
송장쥐는 노을빛에 눈이 부시다는 듯 양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이번 달에 지상에 나온 횟수를 샜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번 달은 지상으로 올라오는 것을 그만두면 될 것이었다.
“이번달은 푹 쉬고, 다음달을 기약하는 편이… 낫겠어.”
송장쥐는 오른손으로 소총의 조정간을 돌렸다. 그것은 달칵하는 인조적인 소리를 내며 죽은 도시를 짤막하게 울렸다.
하늘에 떠있는 것에 지쳐버려 수평선에 내려앉고 만 태양빛, 어스름, 죽지못한 세계라도 유쾌하게 유랑해보겠다는 듯 하얗게 변한 울음을 쏟고 유랑하는 구름, 서로 죽어가는 와중에도 더 죽이겠다며 쏘아버린 폭격에 의도치 않은 고도 제안이 걸려버린 도시…
하! 송장쥐는 자신의 생각이 우습다는 듯 짤막한 헛웃음을 내뱉었다. 젠장, 이젠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하다못해 고철이 된 비행기도 남지 않았는데, 고도제한이라니?
송장쥐는 세월이 얼어붙은 도로로 발을 딛었다. 고작해야 여름이 떠난지 다섯달인데, 도로의 미끄러움은 겨울이 다섯해는 계속되어 온 듯 했다. 그는 도로가 미끄러워지는 것에 질려 차라리 차 위를 뛰어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운전자의 유해 - 그래봤자 돌연변이에게 뜯기고 남은 것은 팔 한짝 - 가 이젠 뼈대만 남은 의자 아래 쪽으로 굴러떨어진 K5, 송장쥐는 그의 바로 옆에 있는 그것 위로 올라탔다.
광활한 전경, 그리고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아마 방독면을 벗으면 썩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었다. 정화통을 넘었기에 아무런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 바람…
송장쥐는 K5의 보네트를 밟고 K5와 접촉 사고가 있었던 듯 문이 열린 상태로 뼈대만 남은 레이를 향해 뛰었다. 덜커덩, 송장쥐의 귀를 울리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레이의 문짝이 바닥에 떨어지며 시끄러운 굉음을 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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