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메트로)의 시대가 열린 후에 나는 아직까지도 지하철역에서 살아가는 생활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반파된 다목적 체육관에서 혼자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어제 저녁 쯤에 얻은 참치캔들이 그대로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나는 정오가 조금 지나 체육관 중앙에서 잠을 깼다. 체육관 안에는 이제는 나밖에 쓰지 않는 운동기구와 각종비상식량 도구들이 너브러져 있었다. 세계가 아직 이렇게까지 파괴되기 직전까지 나는 비상식량을 쟁여놓고 있었다. 처음 2년간은 그 비상식량만으로 버틸 만했으나, 그 이후로는 편의점이나 식료품점 백화점 등등을 털어다니며 식량을 확보하고 있었다. 도시철도(메트로)의 사람들이랑 마주칠 때면 항상 경계심이 든다. 몇몇 타락한 그쪽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그저 무저갱 속으로 스스로 추락한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로 식량을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나를 칼로 찌르려 했던 아저씨와 다투다 그 아저씨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린 기억이 떠오른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나는 지상의 지옥을 지키는 악마인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체육관 입구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나는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서 체육관 정문 쪽으로 나아간다. 정문 앞에 서서 손으로 문을 두드리는 건장한 성인이 보였다. 나는 자물쇠가 걸려있을 문을 열면서 말했다."무슨 일이십니까?" 나의 퉁명스런 말에 그 남자는 말했다."혹시 식량여유분이 있으면 조금만 나눠 주게 이 주변은 이제 다 털렸어. 나는 괜찮지만 내 처자식이 걱정이라 이번 한번만 부탁하네 자네는 혼자니까 큰 부담이 없을 거 아닌가". 나는 그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이런 세계에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없는 것도 있는 척 있는 것도 없는 척을 해야한다. 나는 그 사내의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처자식은 어디에 있으면 거주지를 밝히라고 했다. 그 사내는 언짢아 했지만 가족사진과 지도를 보여주며 제발 한번만 베풀어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서는 나는 마지못해 참치캔 10통과 건조식품 10일치를 주며"제가 줄 수 있는 최대한 입니다. 저도 이제 다른 곳으로 옮겨야 되거든요."그 사내는 식량을 받아들고 아주 고맙다는 듯이 깊이 고개를 숙이며"정말 고맙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아 참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거든 근처 지하철역은 피하게 세력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말이야 그럼 몸 간수 잘하게." 그 사내는 멀리 떨어져 가면서도 이따금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듯한 눈빛을 보내곤 했다. 그가 해준 조언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도시철도의 어둠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는 그 어둠 속으로 내 몸을 던지지 않기로 다짐한지 오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