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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들 기나긴 터널을 지날때 손전등을 켠 채로 다니는건 사치라고 한다. 어두운 곳을 바라보다보면 눈이 적응해 흐릿하게나마 윤곽은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전등을 키지 않는다면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오, 버섯이다.”

오래된 침목에 기생하는 버섯 군락을 찾아냈다. 손전등을 키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수확이었을 것이다.
숙련된 약초꾼들은 어둠속에서도 쉽게 약초나 버섯을 찾는다지만 그 정도가 되려면 몇년은 약초를 코에 달고 다녀야했다. 그렇게 배우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가 하기 싫었다. 나는 이렇게 돌아다니는게 더 적성에 맞다.

내가 찾은 버섯은 느타리 버섯같이 생긴 버섯이였다. 겉보기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노란색이 감도는게 영 수상했다.
나는 버섯의 갓을 약간 뜯어 입술에 대보았다. 독버섯이면 화끈한 느낌이 들어야했지만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먹을 수 있나?”

뜯어낸 갓을 혀에 대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나는 뜯어낸 버섯을 이끼로 감싸 배낭에 갈무리했다. 일단은 챙겨도 괜찮을거 같았다.

여기저기 난 이끼를 챙겨가며 터널을 손전등을 킨 채로 한참을 나아가자 저 멀리 초소에서 메가폰으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지! 손들어!”

나는 손전등이 초소를 향하게 한 후 천천히 땅에 내려놓고 두 손을 들었다. 서치라이트가 나를 훑고 터널 깊은 곳까지 훑었다. 나 혼자임을 확인하자 초병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말했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초소쪽으로 옵니다!”

시키는 대로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초소쪽으로 가다갔다. 초병의 이목구비가 뚜렷해보일쯤에 초병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정지! 귀하께선 지금 삼성동맹의 영역에 들어오셨습니다! 곧 병사가 가서 몸 수색을 할 예정이니 부디 협조해주시길 바라며 병사의 요구에 비협조적일 시엔 사내 규약에 따라 사살 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초소의 문이 열리고 앳되어 보이는 병사가 나왔다. 병사는 내 목에서부터 양 다리, 사타구니까지 더듬어가며 몸 수색을 마쳤다. 허리에 매단 손도끼와 자켓 안주머니에 넣어놓은 38구경 리볼버를 조심스레 상자에 옮겨 놓은 후 정중하게 물었다.

“신분증은 어디 있습니까?”
“배낭 오른쪽 주머니에 있습니다.”
“직접 꺼내실 수 있습니까?”

나는 천천히 배낭을 끌러 초소에서 배낭을 보이게 한 후 오른쪽 주머니의 신분증을 꺼내 병사에게 건네줬다.

“김철수... 순환연맹 소속 맞으십니까? 소속 역은 어디죠?”
“연신내입니다.”
“출생년도는?”
“1999년생입니다.”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병을 향해 OK 사인을 보냈다. 초소의 문이 열리고 병사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삼성동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맡겨주신 무장은 나가실때 돌려드리겠습니다.”

초소를 지나 역 안으로 들어가자 말로만 듣던 삼성동맹은 정말로 활기찼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 내를 오가고 분위기도 우중충한 순환동맹과는 달리 밝았다. 나는 도시에 상경한 촌놈같은 기분을 느꼈다.

시장에 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좌판을 놓고 물건을 팔고 있었다.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여기저기서 호객하는 소리와 흥정하는 소리가 귓 속을 채웠다. 이끼 두덩이에 총알 하나, 총알 5개에 필터 하나...

‘이게 시장이지.’

순환동맹의 시장은 이 곳의 시장과 비교했을땐 아이들 소꿉장난 같았다. 나는 우선 채취한 버섯과 이끼를 팔기 위해 식료품점을 찾았다.

‘DMC 식품점. 식료품 매매/매입. 감정 무료.’

식료품점은 시장 한 가운데에 있었다.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나를 힐끗보더니 인사를 해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버섯을 따와서 감정 받으려고요. 추가로 이끼도 팔게요.”

배낭에서 버섯과 이끼를 꺼내놓자 사장은 버섯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노랑느타리버섯이네요. 이끼로 감싸 신선도도 나쁘지 않고..“
“식용 가능한가요?”
“네, 색만 다르지. 느타리버섯이랑 같아요. 향도 좋고, 식감도 나쁘지 않죠. 두 덩이에 5미리 2개로 합시다.”
“너무 싸게 치는거 아니에요?”
“버섯 물량은 많이 돌아요. 원래 그 정도 합니다.”
“그래도 한 덩이에 2발은 주셔야지.”

식료품점 사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곤란한데요... 버섯 한덩이에 5미리 2발이면 그냥 소매가로 팔겠다는 겁니다. 저도 장사하는 입장인데 그러면 곤란하죠.”
“5미리 하나에 9미리 하나.”
“하... 5미리 하나에 38하나. 그 위론 안받을겁니다.”

사장이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38구경이 추가된 걸로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버섯이 8덩이니 5미리와 38 각각 8개씩 드리겠습니다. 이끼는 합쳐서 5미리 1개입니다.”

이끼는 기대도 안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장이 내민 총알을 받아 가게 밖으로 나왔다. 5미리 9개와 38 8개. 꽤나 짭잘한 수익이다.

어느정도 수익이 생겼으니 삼성동맹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 삼성동맹은 메트로 내에서 가장 먼저 버섯 재배에 성공했으며, 압도적인 재력을 바탕으로 보따리 상인들과의 거래도 활발하다.
그래서 다른 세력들에 비해 식량과 향신료 확보가 쉬웠으며 다른 세력이 아무 맛도 안나는 이끼를 씹거나 톱밥죽을 먹을때 삼성 동맹은 소금 친 이끼구이와 후추 뿌린 톱밥버섯죽을 먹을 수 있었다.

‘삼성동맹에 왔으면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지.’

나는 시장을 둘러보다가 매콤한 냄새가 나는 식당을 찾았다. 주방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의 식당이었다.

“어서오세요!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식당 안에 들어가자 귀엽게 생긴 여급사가 주방 근처의 빈 좌석으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 급사가 메뉴판을 가져왔다.

“주문 하실때 불러주세요~!”

나는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메뉴

-식사류-
1. 이끼전 —— .38 2개
2. 버섯꼬치구이 —— 9mm 1개
3. 버섯깐풍기 —— 5.56mm 2개
4. 모듬 꼬치구이 —— 5.56mm 1개, .38 1개
5. 톱밥 죽 —— .38 1개
6. 공기밥 —— .38 2개

-음료-
버섯주 —— 9mm 1개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진 않았다. 나는 버섯깐풍기와 모듬 꼬치구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버섯깐풍기 하나랑 모듬 꼬치구이 하나 주세요.”
“요금은 선불입니다!”

나는 5미리 3개와 38탄 1개를 내줬다.

“감사합니다~ 버섯깐풍기 하나랑 모듬 꼬치구이 하나!”

아무것도 없는 지하에서 만든 깐풍기는 무슨 맛일지, 모듬 꼬치구이엔 무엇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잠시 기다리자 급사가 꼬치구이를 쟁반 위에 올려 내왔다.

“모듬꼬치구이 나왔습니다!”

모듬꼬치구이는 말 그대로 ‘모듬’이다. 첫번째 꼬치는 이끼전이다. 초록색 이끼 주변으로 노란색 튀김 옷이 있는건 메생이 전같다.

‘튀김가루는 지상에서 가져온건가?’

이끼전을 먹어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질기고 풀 향이 나던 이끼의 식감은 먹기 알맞게 풀어졌고, 짭조롬하게 간이 되어 평소 먹던 이끼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이끼를 삶았구나!’

이끼를 삶아 쉽게 풀어지게 만들어 향을 빼고 질긴 식감도 잡았다. 삶은 이끼의 물기를 짜내고 살짝 말려 튀김옷을 입히고 튀겼을 것이다. 첫번째 꼬치부터 정성을 마다하지 않았다. 남은 음식들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다음은 바퀴벌레였다. 어릴땐 바퀴벌레를 무서워했지만 메트로에 새 둥지를 튼 이후로는 가끔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뒷다리의 까끌까끌한 감촉이나 씁쓸한 내장은 언제 먹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주저를 누르고 바퀴벌레 꼬치를 한 입 먹어보았다.

감칠맛 사이로 구수한 맛이 올라온다.

‘이 맛은 된장이다!’

바퀴벌레 내장의 쓴 맛은 된장 맛의 보조제로 훌륭하게 작용하고 있다. 된장의 감칠맛을 내장이 쓴 맛이 더욱 돋궈주어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어주고 있는 것이다. 된장을 발라 구운 바퀴벌레는 처음엔 감칠맛이 나다가 점점 고소해지며, 통통한 배를 씹을 때 터지는 내장의 쥬시함이 이룬 삼위일체 음식이었다.

게다가 바퀴벌레의 다리도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들어간 정성이 훌륭한 맛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개의 꼬치를 먹은 나는 남은 꼬치 하나에 손을 뻗었다. 버섯 꼬치다. 처음보는 버섯이 첫번째로 꽂혀있었다. 유황냄새가 나는 노란색 버섯이었다.

“저기요, 이 버섯은 뭔가요?”
“아, 그 버섯은 덕다리 버섯이라고 합니다. 향은 좀 그렇지만... 맛은 완전 다를겁니다! 일단 한번 드셔보는걸 추천해요!”

급사의 말을 듣고 나는 노란 버섯을 한 입 맛보았다. 향은 유황냄새였지만 맛은 닭고기였다! 그 뒤로도 송이, 잎새, 느타리, 찹쌀떡이 꽂혀있어 다양한 버섯을 맛볼 수 있었다.
버섯꼬치구이를 다 먹어 갈때 쯤 급사가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버섯깐풍기입니다!”

붉은 고추 기름에 볶아진 흰 버섯과 고추가루가 보인다.

‘이 흰 버섯은... 젖버섯이었나?’

젖버섯은 매운 맛을 내는 버섯이다. 상처를 내면 젖(유액)이 나오는데 그 유액에서 매운 맛이 난다고 한다. 식물 기름에 볶으면 그 유액이 기름에 녹아든다고 한다.

‘그래도 고추기름에 젖버섯 유액이라니...’

얼마나 매울지 상상도 되지않았다. 고기 대용으로 들어간건 두껍게 뜯은 느타리 버섯이다. 깐풍기 소스가 묻지 않은 튀김을 찾아 맛을 보았다. 느타리 버섯에 소금을 뿌려 수분을 뺀 후, 전분 가루를 입혀 튀겼다. 짭짤하고 쫄깃한 버섯의 맛이 그것을 증명한다.

소스의 맛이 기대가 된다. 향은 과거에 먹었던 깐풍기의 그것과 같았다. 그릇 아래에 모인 소스에 버섯 튀김을 듬뿍 발라 먹어보았다. 매콤한 맛이 혀를 감쌌다.

매콤함에 혀가 달아오르자 침샘에서 계속 침이 나와 달아오른 혀를 식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혀는 매콤함이 주는 강렬한 짜릿함을 잊지 못했다. 맑고 투명한 침에 점점 욕망이 녹아들어 끈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버섯을 집어 소스를 듬뿍 발라 먹었다. 멈출 수 없었다. 나는 이 뜨거운 소스의 매력에 빠졌다. 달아오른 혀는 차갑게 식기를 원하지 않았다.

‘나는 인간화력발전소다!’

나무 판자에 입김을 불면 불이 붙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달아오르는건 혀뿐만이 아니였다. 온 몸의 모공이 열려 달아오른 몸을 식히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매콤함이 만들어주는 엑스터시에 취해 순식간에 버섯깐풍기를 다 먹어버렸다. 텅 빈 그룻 아래 모인 소스를 젓가락으로 찍어 맛보았다. 이 매콤함은 좋았지만 뭔가 부족했다.

‘뭔가 부족해...’

“손님, 이건 서비스입니다~ 어머니께서 전해달래요!”

급사가 버섯튀김과 공기밥을 하나 내왔다. 나는 깜짝 놀라 주방을 바라보았다. 아주머니께선 내게 고개를 끄덕이곤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공기밥에 깐풍기 소스를 덜어넣고, 버섯튀김을 반찬삼아 먹었다. 매콤한 소스가 쌀알에 코팅되었다. 그 코팅된 쌀알은 어금니에서 부서지며 달달한 여운을 남겼다. 완벽했다.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의 메뉴는 기승전이였다. 주방의 아주머니는 나의 식사에 결을 찍어주었다. 그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한 나는 5미리 탄을 하나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나의 영문 모를 행동에 눈을 끔뻑이는 급사에게 말했다.

“팁입니다.”

팁에 감동했는지 급사는 가게 밖까지 나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내일은 뭐 먹을까라는 생각에 빠지며 나는 다음역으로 갈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