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메트로의 동부를 수호하는 막중한 사명을 맡은 동부방위전선. 오늘 오금역에 마련된 사령부에서 정기회의가 개최되었다.

"사령관님 입장하십니다."

남색 제복과 모자에 금빛 별을 달고있는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사령관이 들어오자 회의실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섰다.

"전체 차렷. 사령관님께 대하여 경례!"

"수! 호!"

"수호."

"바로. 편히 쉬어."

사령관과 모두는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사령관은 미리 준비되어있던 물을 한모금 머금고 입을 열었다.

"그래, 다들 오늘도 동부를 수호하느라 수고들이 많아. 그럼 오늘 의제는 뭐지?"

사령관의 말을 듣고 부관이 서류를 뒤적거렸다.

"일선 지휘관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추가 무기도입이 필요하단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추가무기?"

"우선 동봉해드린 서류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사령관과 회의실의 모두는 재활용 이면지를 펼쳐들었다.

"지난 신종이 처음 발견된 이후로 저희 방어전선은 그 신종에도 훌륭하게 대응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다만 기존 대응수단으론 비효율적이어서 일선에서 신병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으음..."

"신종은 기존 괴수에 비해 덩치도 크고 가죽이 두꺼워서 총탄에 조금 더 견딜 수 있습니다. 저희 방위전선에서 주력으로 쓰는 5.56미리 탄으로는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즉 좀 더 과감한 무기가 필요하단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사령관은 서류를 뒤적거리더니 다시 물 한모금을 머금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좋은 의견 있는 사람 있나?"

그러자 회의실의 몇명이 손을 들었다. 사령관이 눈짓하자 가까이 있던 사람부터 입을 열었다.

"K6 중기관총 도입이 좋다고 봅니다. 굳이 승공포까지는 아니더라도 50구경이면 신종이든 뭐든 괴수를 고기로 갈아버릴 수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대의견이 나왔다. 사령관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중기관총은 너무 비쌉니다. 저희 방위전선은 역이 13개나 되지만 지금 여유예산으론 딱 2정 구매하고 끝일겁니다."

"가장 습격이 잦은 곳에 배치하면 됩니다."

"신종은 다른 역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전체 방어를 고려해야만 합니다. 저는 차라리 7.62미리 화기를 도입하는걸 추천합니다."

"7.62는 확실히 5.56보단 강하지만 위력에 불확실함이 있습니다. 어중간한 위력이면 오히려 탄 낭비일 수 있습니다."

"대신 7.62미리 화기를 도입하면 각 역에 모두 배치할 수 있습니다. M60같은걸 말이죠."

"그런 기관총으로 괴수를 잡으려고 들면 총알을 분무기처럼 뿜어야할겁니다!"

"K6도 기관총인건 마찬가지죠!"

"단발로 쏘면 됩니다! 원본인 M2가 저격용으로도 쓰인건 아시는지?"

"그럼 K14를 도입해! 50구경은 탄이 너무 비싸!"

"그런 정밀 저격총은 탄환도 까다롭게 관리해야되는거 모르십니까? 그냥 대충 구경 맞는다고 쓰면 총열 씹창나요! 나 참, 아래서 뭘 모르는 사람이랑은 이야기가 안 통해."

"뭐, 뭣?! 말 다 했어?!"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아올라서 멱살잡이 할까 말까 하는 수준까자 달아올랐다. 그때 구석에 있던 누군가 손을 들었다.

"저기요.."

""뭔데(요)?""

"차라리 가볍고 확실하게 M72 LAW(경량 대전차화기)를 구매하면..."

"무슨 소릴! 차라리 50구경을 허공에 뿌려라!"

"지나친 과잉화력입니다! 우리가 뭐 장갑열차 상대합니까? 잘못 쏘면 역 무너져요!"

"아, 네..."

말 꺼낸 사람은 바로 꼬리를 말았다. 그렇게 제 3자를 배제해버린 둘은 한참 50구경이냐 7.62미리냐로 회의를 빙자한 말다툼을 했다. 그리고 결론이 정해지려는 찰나 안경을 쓴 지적인 남성이 손을 들었다.

"두 분의 의견도 좋지만,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싶군요."

그러자 조용히 지켜보던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지금 와서 꺼내는 의견이면 충분히 고려했으리라 믿겠네. 좋아, 말 해보게."

"저는 저희 방위전선에서 보유중인 전술차량을 개조했으면 합니다."

"전술차량을..?"

"그렇습니다. 저희는 시간과 예산을 들여 전술차량을 수리 및 확보했고 그걸 지난 정찰에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정찰작전이 무기한 정지된 지금 전술차량은 목적을 잃고 붕 떠있습니다."

"좋아, 어떻게 개조하잔 말인가?"

"차량을 매트로 내부로 들여온 뒤, 바퀴를 철로규격에 맞도록 개조하는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소수의 중화기랑 인원을 배치합니다."

"일종의 신속대응군을 만들자는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다만 개조비가 너무 비싸지 않겠나? 단순히 무기를 구하는거에 비하면 어렵고 비쌀텐데. 또 외부랑 통하는 큰 출입구는 만들어두긴 했지만 전술차량을 안으로 끌고오는건 별개로 어려울텐데."

"그것 또한 그렇습니다. 다만 저는 다르게 생각하고 싶군요. 먼저 그렇게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모처럼 수리한 차량이 쓸모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개조된 차량은 평시에 저희 동맹내 물류랑 인원 수송으로 쓰면 됩니다. 아니면 다른 메트로 지역으로 장거리 원정을 갈 수도 있겠죠."

"으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싶군. 다들 어떻게 생각하지?"

회의실의 모두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것이 아무래도 회의실 모두에게 충분히 어필이 될 수 있는 신병기였으니까. 바로 로망이란거다.

"그렇게 개조하고 남색으로 도색하는겁니다."

""오오...""

"거기에 동부방위전선의 상징마크를 부착하고 깃발도 다는겁니다."

""오오...!""

"다른 메트로의 모두에게 보여주는겁니다. 이것이 동부방위전선이다! 이것이 동부방위전선의 힘이다! 모두 전술차량 코인 안 탄 흑우없지! 가즈아!"

""가즈아아아!!""

다들 그렇게 한 마음이 되려고 했을때 회의실 문이 쾅 하고 벌컥 열렸다. 사령관은 쳐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보곤 크게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 의장님?! 갑자기 무슨 일로?"

저번에 무참하게 추가예산을 잘라버린 의장이었다.

"이보슈, 사령관. 지금 올림픽공원역에 물이 안 빠져서 수해가 일어났소."

"네, 넷?!"

"그래서 설비수리를 위한 긴급예산을 편성하기로 했소. 당연하겠지만 군부예산을 삭감하기로 했으니 그렇게 아시오."

"통보도 없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예산 삭감이라뇨..!"

"미안해, 사령관..."

복도 밖에 혼자 서있던 총감이 미안한 표정으로 살짝 웃었다.

"다음에 버섯차 한 잔 살테니까, 응?"

"그럼 지금 통보했으니까 그렇게 알아두도록 하시오!"

의장은 들어왔을때처럼 번개같이 사라졌다. 사령관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는 한참동안 한숨을 내쉬었다. 회의실의 모두가 사령관의 눈치를 보고만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사령관은 고개를 들었다.

"그럼 다들 모인김에 밥이나 먹자고."

""네..........""

그렇게 East Defense Command의 또 다른 정기회의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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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쓴거 이후로 삘 꽂혀서 또 써보는 동부방위전선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