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짓인건 알고있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13년 남짓 전에, 아직 내가 어렸을때. 나는 부모님들하고 같이 살고있었다. 그때 나는 그저 애였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TV에서 아나운서가 무언가 떠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버지는 어디론가 떠나시곤, 돌아오지 않으셨다. 그리고 어머니가 안방에서 혼자 우실때가 많아졌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머니랑 나랑 둘이서 살았고, 시간이 조금 지난 어느날. 어머니께서 갑자기 분주하게 짐을 챙기시곤 나와 같이 집을 나섰다. 어딜가냐고 여쭤봐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저 바삐 걸음을 재촉하셨고 그때 첫번째 폭탄이 터졌다. 우리는 그때 폭발에 등을 지고 서있었고 기적적으로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어머니를 나를 끌고 가까운 지하철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우리는 지하철 구석에서 서로 껴안은채 겁에 질려 떨어야만 했다. 더 이상 폭발이 느껴지지 않을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삶은 매우 척박했다. 살기 위해 어머니께서는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셨다. 먹는건 매우 부족하고 맛도 없었다. 하지만 난 불평을 할 수 없었다. 당신께서 그거라도 날 먹이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허드렛일이든 뭐든 할 수 있는걸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어른이 되었고, 어머니께선 조금 더 늙으셨다.

우리가 살던 역에 전염병이 돌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신께선 내게 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유품을 뒤져보니 한쌍의 반지가 나왔다. 하나는 어머니께서 평생 왼손 약지에 끼셨던것. 다른 하나는 그거랑 같은 디자인의 반지였다. 나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펑펑 울었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겠노라 두분께 맹세했다.

그렇게 나는 먹고살기위해 삼성동맹으로 흘러들었고, 신길역에 있는 용병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살기 위해서, 내 목숨을 걸었다.

"어디보자.. 반-시민 강인조. 출신은.. 뭐 넘어가고. 뒤에 걸려있던 약관 다 읽으셨죠?"

"네."

"그럼 거기에 동의한단 의미로 여기에 서명하세요."

"네."

용병이 되는건, 허무하리만치 쉬웠다. 데스크에 앉아있던 사람은 뭔가 대충 확인하더니 블랙 이글 컴퍼니의 상징이 박힌 약장을 휙 던져줬다.

"그거 가슴팍에 다시고, 만약 일감 있으면 게시판에 공지가 되니까 꾸준히 확인하세요. 알겠죠?"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블랙 이글 컴퍼니의 임시용병이 되었다.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확인해보니 사무실 구석에서 용병 둘이 메추라기 구이를 소금에 찍으면서 먹고있었다. 검은색 군복과 장구류를 장비한 정규용병들이었다. 그들은 즐겁게 잡담을 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 그들을 바라보다 애써 자리를 벗어났다.

첫 일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빨갱이들끼리 내전이 났다고 했다. 조금 더 사태 파악을 위해 용병들에게 정찰임무가 떨어졌다. 임시용병 다수와 인솔역 정규용병 하나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정규용병은 내가 사무실에서 보았던 용병 중 하나였다.

"좋아. 다들 빨랑빨랑 움직여. 늦을수록 급여는 줄어든다고."

정규용병인 그는 잘난척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후줄근한 임시용병들이 검은 장구류와 잘 정돈된 총에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향할때마다 그는 더욱 우쭐해했다. 내 눈으로 보기에는 그는 그저 운이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다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빨갱이들과 마주쳤을때 그는 가장 먼저 목에 총탄을 맞았다.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그걸 시작으로 용병들과 빨갱이들끼리 교전이 벌어졌다. 나도 열심히 방아쇠를 당겼다.

나는 어머니에게 배운대로 했다. 총을 쥐는 법, 방아쇠를 부드럽게 당기는법, 숨을 참는법, 몸을 숨기는법. 내 어머니는 강인한 여성이었고, 나는 지하철에서 사는동안 그걸 배웠다. 내 총이 고장나자 나는 정규용병의 총을 집어들었다. 그에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니까.

마지막에 서 있던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임시용병들은 내가 봐도 한심하게 싸웠고, 그 사이에 나는 그림자에 숨어서 빨갱이들을 하나하나 저격했다.

임시용병들과 빨갱이들 품에서 나온 총알은 꽤나 수북했다. 나는 정규용병의 옷을 벗겨서 입었다. 피에 젖어 축축했지만 상관 안 했다. 그에겐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내가 쓰는게 나으리라.

빨갱이들 중 고급스런 복장을 한 놈한테서 편지가 나왔다. 양초로 정중하게 봉인된 편지였다. 난 그걸 품에 챙겼다. 조금 더 안쪽엔 빨갱이들이 쓴걸로 보이는 수력 열차가 있었다. 난 거기에 용병들과 빨갱이들의 총을 모조리 실었고 혼자서 유유히 삼성동맹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난 대박을 터트렸다. 난 이제 3등급 시민이 되었고, 블랙 이글 컴퍼니의 정규 용병이 되었다.

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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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군붕이 소설 쓰다가 써보는 주인공 보정 가진 용병 소설. 더 쓴다면 이거까지 합쳐서 3편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