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일이 경력인정 안되는 단순노동인거 모르고 하는게 아님
다 각자 사정이 있으니까
쿠팡은 사람때문에 마음이 크게 다쳐서 이제 더이상 버틸힘이 없는 사람들이 붙잡는 마지막 동아줄 같은거라 생각한다
먹고도 살아야 하고 망가진 멘탈이 더 악화되지 않으려면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하거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한데 딱한 사정은 사정이고 그 돈 누가 벌어다 주는거 아니잖아?
나 같은 경우는 전공을 더 디테일하게 공부해서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로 대학원 입학했다가 포기하고 쿠팡 다닌다
대학원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교수와의 관계도 중요하단거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직접마주한 현실은 너무 잔인하더라
난 그냥 지도교수의 감정쓰레기통 욕받이로 밖에 설명이 안되더라고
연구 시즌때 주위사람들한테 아쉬운소리해가면서 설문지도 돌리고 눈이 빠질듯한 두통에 시달리면서 밤 새워 연구해도 결과 값이 잘 안나올때는 정말이지 내가 사람이 아닌줄 알았다
옆방 젊은 교수님도 지도교수랑 같은 학회 소속이고 또 둘이 사이도 나쁘지 않아서 도움을 청했는데 값이 안나오면 안나오는데로 고찰해보고 발표 진행하고 보완하면 된데
근데 지도교수 생각은 뻔할 뻔자 거든
직접 언급은 안해도 데이터 살짝 손대서라도 값을 만들어라 이거지
근데 나는 답답하다 생각될진 몰라도 그럴거면 연구를 왜하나 싶고 천성이 그런 거짓말 잘 못하기 때문에 그 젊은 교수님 생각이랑 지도 교수 생각을 한번 절충 시켜보려고 했어
그래서 젊은교수 생각이 이러한데 그 교수와 한번 의논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는데 진짜 술집여자들한테나 쓸법한 쌍욕들을 복도 끝까지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지르면서 하더라

거기다 내가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지도교수 출장길에 사수쌤이 못와서 내가 대신 동행할 때도 많았다
한번은 같이 택시타고 가면서 기사앞에서 어찌나 내꼽을 주던지 눈물이 차오르는거 간신히 참는다고 진심 호흡곤란 오는 줄 알았어
그때 첨으로 알겠더라 내가 공황장애 비스무리한게 왔다는거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연구실 갈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이 양쪽 번갈아가면서 마비되는거 같고 이러면 진짜 길에서 쓰러지겠다 싶더라
결국 졸업학기 앞두고 부모님한테 여기서 공부 마쳐야 할것 같다고 너무 죄송한데 도저히 안될것 같다고 하고 자퇴를 했다
도장 찍기 전에는 공부한거 아까워서 미칠줄 알았는데 막상 자퇴하고 나니까 그런거 보다는 이제 살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한번은 근처 국수집 가서 열무국수 먹고 계산할때 잔돈 쥐어주면서 주인아줌마가 수더분한 미소를 지어주는데 진심 눈물이 핑 돌더라
왜 잘못된 선택을 굳이 해서 이런 행복들을 놓치고 살았나 싶더라고
그래서 앞으로는 내스스로를 더 사랑하면서 살자고 다짐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
지도교수랑 안보고 살아서 좋았는데 얼마 안가서 부모님이 또 나한테 폭언을 하기 시작하더라
나는 이제 취직도 못할거고 어떤 회사도 너를 반기지 않을테니까 그냥 공무원준비 10년이 되는 20년이 되든 하고 그게 안되면 알바나 하면서 살라고 하시더라고
그 얘길 들으니까 진짜 세상이 나를 원하지 않고 나는 세상에 섞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듦
어쩌다 한번 용기내서 식당일 숏타임 구한다는 공고 보고 가면 기존 알바생들이 지가 지각해놓고 내가 새로 들어온게 귀찮고 언짢았는지 씨발이라는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리고 그랬음
그런일이 반복될 수록 나의 그런 불안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갔고
코로나 때문에 그런 일자리 마저도 없어지던 와중에 우연히 쿠팡알바를 알게 됐고 그냥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문자 넣었는데 거짓말 처럼 합격문자를 받았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 거기는 몸은 힘들어도 자기 공정일만 묵묵히 하면 누구랑 말 섞지 않아도 아무도 꼽 안주고 일급도 따박따박 들어오고 초과근무하고 돈도 못받는 일도 없더라고
나는 이런걸 내가 누릴 수 있다는게 실감이 안나고 내가 일할수 있고 밥먹고 잠자고 다시 출근해서 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게 너무 신났어
지금은 나와서 작은방에 월세 살고 있고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함
단기 포함해서 일한지 2년 다되가고 6개월 뒤에 계약 만료임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는데 암튼 쿠팡 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같은 사연있는 사람도 많으니까 한창 자기계발 할 나이에 단순노동하는게 아니꼬와 보여도 엠생, 히키라고 손가락질 하지 말아줬음 한다
쿠팡이 너네들한테는 빨리 벗어나야 할 엠창소굴일수도 있고
잠시 스쳐가는 간이역 같은 곳일수도 있지만 누구한테는 소박한 행복이자 삶의 마지막 희망일수도 있어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짓밟고 방해할 권리는 없다는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두들 아프지말고 행복했으면 한다
우리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