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놈들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 좋아서 가져와봄ㅇㅇ


쿠팡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 비웃는 새끼들은 이런 거 보면 안 부끄럽나 모르겠농


지금 고쿠에 있고 숙명여대 졸업한 신문기자 출신이랜다
무슨일을 하든 자부심가지고 열심히사는 사람들은 존중받아야한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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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무슨 바람이 들어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나더니, 빈털터리로 돌아와서는 백수로 지내는 딸


좀 억울하지만 내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엄마가 바라보는 현재의 나다. 생각해 보니 많이 억울하다! 대부분 맞는 말이긴 한데, 딱 한 표현이 틀렸다. 백수로 지내는 딸이라니! 매일 10시간씩, 주 6일을 일하는데 백수라니! 게다가 난 ‘언제쯤 길에서 사람들이 날 알아봐 줄까’ 기대하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라고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60대인 우리 엄마에게 물류센터는 어엿한 직장이 아니다. 누군가 엄마에게 “요즘 서울서 기자한다는 딸은 뭐 하고 지내는겨~?”라고 묻는다면 “우리 딸? 더 좋은 회사 가려고 준비하고 있지~”라고 답하실 테다. 엄마에게 물류센터는 후하게 쳐줘도 잠시 거쳐가는 아르바이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엄마의 마음이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매일 카페에서 커피나 홀짝이며 고상하게(엄마의 표현이다) 글 쓰던 애가, 안전화 신고 먼지구덩이 속에서 일한다니. 엄마로서 속상한 마음, 혹여 내 딸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클 테다. 그러니 ‘별 볼 일 없는’ 물류센터가 금쪽같은 내 딸의 최종 직장이 아니길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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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나오기 전만 해도 명함이 곧 나였고, 알량한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물류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많은 어른들의 생각도 우리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 꽃다운 나이에 왜 여기서 일하냐며 나 대신 아쉬워하는 사원님, ‘우리 딸은 공부 열심히 시켜야지’ 하며 은연중에 ’얼마나 공부를 못했으면 쯧쯧’ 하고 속내를 비추는 사원님, ‘우리 같이 못 배운 사람들이나 여기서 일하지’하며 열심히 하는 나까지 함께 묶어 평가절하하는 사원님까지, 자신이 현재 하는 일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자조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물류센터 일이라는 것이 소위 어린이 장래희망에는 절대 등장할리 없다는 것쯤은 잘 안다. 고강도 노동과 저임금 산업을 대표하는 만큼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게 소원이야!’ 라고 말하는 청년은 별로 없다는 것도.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쓰리다. 과연 우리가 하는 일은 그토록 가치 없는 일일까.


짧게나마 기자로 일하며 배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본인이 자각하든, 그렇지 않든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재활용 쓰레기 분류장으로 취재를 나간 어느 날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썩은내가 진동했다. 철없던 20대 중반의 나는 친구에게 “와 취재 왔는데 냄새 장난 아니야ㅠ 일하고 올게”라는 톡을 남겼더랜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주 업무는 쓰레기 더미에서 페트나 유리병같이 재활용 가능한 물건을 솎아내는 것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부터 아기 똥기저귀까지 온갖 쓰레기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쉼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분류장 대표는 “시체 빼고는 다 들어온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에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노동환경에 적잖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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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쓰레기 분류장에서의 짧은 체험. 나에겐 한 시간짜리 체험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생업이었다.


쓰레기 분류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확인했고, 이제 노동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냄새가 진짜 심하네요! 일하기 많이 힘드시죠?”라는 질문에 한 여성은 이렇게 답했다. “냄새가 좀 그렇긴 하지? 그래도 나 아니면 우리 동네 하루도 못가 난장판 될걸.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순간 참 부끄러웠다. ‘여기 사람들은 이 일을 끔찍이도 싫어할 거야’라고 함부로 전제하고 질문한 것 같아서 죄송스러웠다. 그는 자신의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숭고한 직업인이었다. 꼭 근사한 옷을 빼입고, 마천루 같은 건물에서 일하며, 나를 설명할 명함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보단 업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단 사실을, 부끄럽지만 그때 깨달았다.


구슬땀을 흘리며 쉼 없이 건축 자재를 나르는 이들도, 식당 한편에서 손이 부르트도록 설거지를 하는 이들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 길을 쓸고 닦는 이들도, 모두 근사하다. 작은 선풍기 앞에서 더운 바람을 맞아가며 하염없이 택배 상자를 뜯는 나도 물론! 어떤 일을 하든 서로 존중하고 대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지적 노동이든, 육체노동이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돌보고 주변 세계를 유지하는 일은 그 자체로 숭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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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로 일하며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덜 일하려고 매일 눈치싸움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나름의 소명의식을 갖고 참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다. 후자의 경우는 단연 빛이 난다. 칙칙한 물류센터에서 반짝반짝 활기차게 빛나는 별 같달까. 어떻게 하면 현장이 더 잘 굴러갈지, 나름의 고민을 귀띔해 주시는 사원님들도 있다. 관리자로서 그런 사원님을 만날 때면 감사한 마음뿐이다. 물류센터를 경험한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그럴 수 있다. ‘쥐꼬리만한 돈 받고 뭣하러 내 몸 갈아서 열심히 하느냐고.’ 당신 생각도 맞다. 구태여 반박할 마음은 없다. 근데 물류센터에서 열심히 하면 누가 알아주기라도 하느냐고? 내가 알아준다. 굳이 누구의 인정이 필요한가? 내가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해냈다고, 내가 알아주면 되는 거다. 나도 계약직일 때 조금 많이 열심히 했다. 내가 열심히 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래야 시간이 잘 갔고, 일도 더 보람차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덜 일하려고 이런저런 꾀부리면 괜히 나만 피곤하다. 그건 어느 직장에서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참고로 우리 엄마는 딸이 쿠팡 정직원이 됐다니까 이제야 조금씩 쿠팡에 관심이 생기신 모양이다. 이전까진 내가 다니던 신문사가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이라고 알고 계시던 분이었는데ㅋㅋㅋ 이런저런 뉴스 기사를 찾아보며 ‘쿠팡이 이렇게 대단한 기업이었어?’ 하곤 신기해하신다. (맞아 엄마 쿠팡은 대단해. 근데 나는 안 대단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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