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24년. 끝나고 같이 나와서
편의점 앞에 앉아 있었거든
컵라면 김 올라오는 냄새, 새벽 공기, 조용한 거리
서로 피곤해서 말은 많이 안 했는데 그냥 편하더라고
쿠순이가 먼저 일어나서 “이제 가야지” 하면서 걸어가는데,
내가 한 발 늦게 따라붙었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기다리는데,
갑자기 쿠순이가 손을 슥 내밀더라.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그래서 나도 아무 말 안 하고 손 잡았어
근데 그게—
생각보다 훨씬 작고, 따뜻했어
그냥 손 잡았을 뿐인데
심장이 갑자기 이상하게 빨리 뛰는 거야
서로 말 한마디 안 하는데도 뭔가 다 전해지는 느낌
신호 바뀌고 건너면서도
도착해서도 서로 아무 말 안 했어
그 순간만큼은 아직도 가끔 생각나
별것 아닌데 오래 기억에 남아
라면값 내놔 라는거였잖어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