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통에 격통이 일어난다. 그는 간신히 눈으로 성적표를 엎쓸어 더듬었다.  3이 두서너개 보인다.  


눈을 감았다.눈 앞으로 가져갔다. 그 1과 1 사이에는 3, 종이를 3자로 물들인 검은 잉크가 흠뻑 젖어 있다. 어디선가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먼지와 거미줄이 뽀오야니 늘어 붙은 찢어진 천장 구멍으로 사라져 간다. 방 안이다. 방안에 눕혀져 있는 것이다. 이따금 흰 눈을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희미한 의식 속에 떠오른다. 점점 멀어져가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서 그의 의식도 희미해진다.

그 후 몇 번이고 상담이 지나갔다. 모든 것은 결정되었다.

인제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얼음장처럼 밑이 차다. 아무 생각도 없다. 전신의 근육이 감각을 잃은 채 이따금 경련을 일으킨다.발자국 소리가 난다. 말소리도. 시간이 되었나 보다. 문이 삐그덕거리며 열리고, 급기야 어둠을 헤치고 흘러들어오는 광선을 타고 이불이 내려갈 것이다. 숨 죽인 채 기다린다. 일순간이 지났다. 조용하다. 아무런 동정도 없다. 어쩐 일일까?…… 몽롱한 의식의 착오 탓인가. 확실히 발소리다. 점점 가까워 오는…… 정확한…….

그는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고개를 들었다. 맑은 광선이 눈부시게 흘러들어온다.  엄마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나와!”

착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빨리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며 독촉하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정신을 가다듬고, 감각을 잃은 무릎을 힘껏 괴어 짚으며 기어내려왔다.  문에 다다르자 억센 손아귀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몸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재수학원 팜플렛 속에서 그대로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종로학원이란 글자가 얼굴 위를 스치자 정신이 돌아왔다.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 정확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모든 것은 인제 끝나는 것이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나를 끝맺어야 한다.

그는 눈을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짚고, 떨리는 다리를 바로 잡아가며 일어섰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눈은 의지적인 신념으로 차가이 빛나고 있었다.

상담실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준비 완료 보고와 집행 명령이 뒤이어 떨어졌다.아스팔트에 함빡 쌓인 시커먼 대로다. 오! 이 길…… 몇 사람이나 이 대로를 걸었을 거냐……. 훤칠히 트인 대로 너머로 마주 선 빌딩들,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똑바로 걸어가시오. 대학으로 내닫는 길이오. 그처럼 가고 싶어하던 길이니 유감 없을 거요. 걸음마다 흰 눈 위에 발자국이 따른다. 한 걸음 두 걸음, 정확히 걸어야 한다.  대입준비!  카드 긁는 소리가 바람처럼 차갑다. 눈 앞에 길뿐, 아무것도 없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난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끝을 맺어야 한다. 끝나는 일 초 일 각까지 나를, 자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걸음걸이는 그의 의지처럼 또한 정확했다. 아무리 한 걸음, 한 걸음 다다가는 걸음걸이가 죽음에 접근하여 가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결코 허트른, 불안한, 절망적인 것일 수는 없었다. 대로, 그 위를 걷고 있다. 훤칠히 트인  길 너머로, 마주보는건 빌딩이다. 연발하는 오답, 마치 외부 세계의 잡음만 같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는 흰 속을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정확히 걸어가고 있었다. 눈 속에 부서지는 발자국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온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난다.

누가 뒤통수를 잡아 일으키는 것 같다. 뒤통수에 충격을 느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눈앞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적게 서류를 다시 쥐고 교무실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주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몇 분 후면 온풍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우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재수하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조까따. 햇볕이 따스히 강대라 쓰인 간판 위에 부서진다. 끝.

7월 모의고사 131133 나옴.
한국사 국어 영어 3 과목이 만점 나오긴 했는데 보시다시피 다른게 존나 개좆나서 멘탈 깨짐. 오늘 기말고사 봤는데 해탈한 상태로 푸니까 좀 더 잘 풀리더라.

나는 그대로인데 왜 내 성적은 아닐까. 3월 모의고사 11111은 어따 팔아먹은건가. 그 전까지 치룬 수많은 모의고사는. 평소 내신 4등급 찍다가 오랜만에 3등급 찍고 딸딸이하던 지난 중간고사는. 내가 좆빨 운망이라 생각하고 넘긴 6모, 4모는 환상이 아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었던가.

여튼 수능 끝날때까지 여기 안오고 다른 커뮤니티들도 관둠. 이제 공부하고 딸만 잡고 또 공부하면서 수도사처럼 살거다. ㅃ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