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때 펨브로크 백작 윌리엄 허버트가 생캉탱 전투(1557)에서 노획한 안 드 몽모랑시 원수의 갑주로 알려졌는데 1917년에 소더비 경매 나오니까 당시 로열아머리 큐레이터가 신문에 '에~ 저거 몽모랑시 갑옷 아닌데~'라고 기고했고 체형(...) 때문에 주인을 추정했다가, 나중 연구로 헨리 8세의 갑옷이었던 게 확실해진 갑주임
1. 문헌 기록
이 갑주는 1547년 헨리 8세 사후 그리니치 궁전 무기고 목록 중에 명시되는데: one Complete harnesse of Italion makinge with Lambes blacke and parcell guilte for the feilde lackinge greues and Sabbetter
이걸 현대 영어로 옮기면 one complete harness / of Italian making / with lames / blackened and partley gilt / for the field / lacking greaves and sabbatons여서
갑주 한벌 / 이탈리아제 / lame로 제작 / 흑착 처리 및 일부 도금 / 야전용 / 무릎 아래는 생략 ("3/4 갑주)
같은 갑주는 1555년 8월 10일 왕실 무기고 목록에도 보이는데, One. ffelde harnesse blacke graven wt lambes and guilte wt a placard ij paier of vambraces
여기서 위와 다른 점은 'graven' = 에칭 장식이 명시되고, 증강 흉갑이랑 팔 갑옷 (wt a placard ij paier of vambraces) 이 명시됨. 이 중에서 placard는 보존되지 않았는데, 이 갑주 세트에 포함되는 vambraces는 존재함
이건 분명히 '야전용' 갑옷이었는데, 헨리 8세는 1542년부터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랑 프랑스 침공을 계획했고, 1544년에 불로뉴 공성을 친정했기 때문임. 본래는 기존의 갑주가 맞도록 잡아늘리려던 걸로 보이는데, 1547년 목록 중에,
one harnesse for the kinges Majestie all grauen and parcell guilte bothe for the felde and Tilte complete which was commaunded to be translated at the kinges goinge ouer to Bulloigne whiche lieth in peces parte translated and parte vntranslated by A contrarie comaundement by the kinges Majestie
가 존재함. 16세기 용법으로 translated가 변형한단 뜻이라, 이걸 해석하면 불로뉴로 건너가기에 기존의 갑주를 변형하라고 명령받아서 일부 변형했으나, 일부는 왕이 취소 명령을 내려서 변형 안한 채로 멈췄단 소리
그러면 국내에 '그리니치 공방'(알마인 갑주제작소)에다 주문 넣을 수도 있는 걸 왜 굳이 이탈리아제라고 명시해 두냐면, 마침 1544년 4월 16일에 Francis Albert라는 Millonour, 밀라노 사람이 갑주 수출면허장을 얻으면서 왕한테 한벌 진상한 걸로 여겨짐
2. 구성품
버고닛, buffe (추가 면갑), 흉갑 (anime식. 고짓과 일체형), 태싯, 팔 갑옷 (폴드런 + 상박갑 + 쿠터 + 하박갑), 건틀릿, 다리 갑옷 (퀴스 + 폴린 ; 폴린은 정강이 갑옷을 연결하는 구멍 없이 깔끔하게 마감) 등으로, 총 23kg임
당시는 현대에 small garniture라고 부르는, 기본 갑주에다가 추가 부품 몇가지 옵션을 곁들이는게 트렌드였는데, 이걸 1554년에 글로 정리해 둔 필리포 오르소니는 갑주를 세 단계로 나눔
가장 기본형인 1단계는 도보전 갑주(corsaletto da piedi)로, 버고닛과 고짓, 태싯이 달린 흉갑, 팔 갑옷, 건틀릿으로 구성됨. 거기에 이전 시대 wrapper처럼 하관 쪽을 보호해줄 buffe를 추가하고, (lame들을 이어 만든 anime식이 유행하던) 흉갑 위에 placard를 추가하고, 다리 갑옷을 더 입으면 그게 2단계, 경기병 갑주(armatura da cavallo leggero)
마지막 단계인 중장병 갑주(armatura per uomo d'arme)로 가면 버고닛을 아예 close helmet으로 대체하고, 견갑을 큼지막한 통짜 판을 얹어 증강하면서 창막이 돌기까지 더하는 경우가 많았음
물론 이건 오르소니 개인의 분류고, small garniture 부품들이 반드시 이 규칙을 따른 건 아님. 또 마상시합용 (for the tilt) 으론 베버 + 흉갑 + 견갑을 통짜로 합쳐둔 거 같이 생긴 grand guard를 끼긴 했는데, 이건 하단부에 lame 부품을 추가하면 생각보단 팔을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야전용으론 에바인 순수 시합용 설계였고
헨리 8세의 이 갑주도 비슷하게 증강 부품들이 있는데, 먼저 투구부터 보면 :
버고닛 + buffe (옵션) > buffe는 면갑에 스프링 핀을 달아서 누르면 아래로 접혀서 고정할 수 있도록 해둠
흉갑 > 슬라이딩 리벳을 써서 약간의 유연성을 확보했고, 흉갑 윗쪽에는 통짜 placard 연결할 수 있도록 구멍 뚫려있음
태싯 > 역시 슬라이딩 리벳이랑 가죽 연결끈으로 유연하게 가동
팔 갑옷 > 폴드런은 하나의 큰 메인 판 + 위로 2개, 아래로 5개 lame로 가죽끈과 슬라이딩 리벳으로 가동, 오른쪽 폴드런은 움푹 패여서 겨드랑이에 랜스를 착 끼도록 되어 있음. 상박, 하박갑은 팔 전체를 강철로 완벽히 둘러싸고 유연하게 가동
* 또다른 팔 세트도 있는데 아마 증강 폴드런이랑 같이 끼는 걸로 생각됨
건틀릿 > 엄지를 따로 만들어서 붙이는 식으로 제작했고 손가락 다섯 개가 따로따로 가동
퀴스, 폴린 > 통짜 퀴스에 6개 lame로 만든 폴린이 부착, 폴린 맨 하단 lame는 정강이갑옷 대신 장화랑 연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음
장식 > 덩굴무늬 scroll 패턴을 복잡하게 새겨두었고 여러 성인, 그림, 문구, 기타 등등으로 갖은 치장 해둠. 그리고 리벳이 튜더 장미 모양임
사람들이 플레이트 아머 발전사 얘기하면 전신 판금으로 가리게 된 15세기 초중반에 거의 정점 찍은 거처럼도 말하던데, 거셋도 안쓰고 안쪽까지 다 강철로 덮어버리는 이때가 갠적으론 최정점이라 생각 ㅇㅇ
난 이렇게 게임 갑옷처럼 뚱뚱한 판금갑이 좋더라 허리 잘록한건 너무 별루
그리스월드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