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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현역전환을 생각중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 하라고 씀.


1. 왜 4급?

4급 판정 사유가 두개였음.
첫 번째는 영유아 때 받았던 심장수술. 두 번째는 고3때 무릎 연골파열로 인한 이식수술.

조금 억울했던건 심장수술로 4급받은거? 의사도 이건 무조건 면제다!(라때는) 라고 하길래 솔직히 면제받을줄 알았는데, 정작 아니었으니... 몇 년만 빨리 왔으면 그냥 면제였다고 하는 말 듣고 멍해졌다...

웃긴건 거기 판정관들 되게 대충보더라. 진단서랑 cd뽑아갔는데, "걸어다닐수 있네? 4급" 하고 10초만에 넘어감.


2. 왜 현역전환?

실업계나와서 특채 합격함. 공익도 기다려 준다길래 우선 공익 지원부터 해봤음.

아는사람은 알텐데 공익은 연말에 지원을 받음.

나는 인구 30만 이하인 지방에 살고있음. 우선 공익 자리가 매우 적었음. 100명도 안 뽑았음. 그런데다 연말이고 시골에 쳐박힌(우리집 주변임) 경로당에도 경쟁률이 4대1인거보고 답없다고 생각했음.

공익 신청하기 전에 현역전환 제도가 생겼는데, 떨어지자마자 그냥 바로 전환신청 박아버림.


3. 몸 상태는?

내 몸이지만 단언할 수 있다. 쓰레기였음.

입대 직전 - 175cm 54kg. 누가봐도 십멸치, 여자한테 팔씨름 진 경력있음.

심장수술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렸을때부터 몸이 약했고, 입도 되게 짧았음. 그러니 몸이 정상일 리가 없지...

게다가 무릎수술 받은 이후로는 뛰거나 무릎 굽히는게 전혀 안되는 상태였음.

객관적으로 봐도 절대로 현역을 가면 안되는 상태였는데...


4. 군생활 할만했나?

훈련소부터 말을 하자면, 완죠니 폐급이었다.

첫 체력측정 - 5 4 8급나옴 ㅋㅋㅋㅋㅋ

무릎쓰는 동작이 전혀 안되니까 제약이 많더라. 쓰레기같은 체력에다가 관절도 정상이 아니니까 많이 속상했음.

그렇다고 훈련을 뺏는가? 그건 아님. 훈련 다 참가했음. 행군도 다 했다. 행군은 무릎이 아프다기보단 체력이 쓰레기라서 더 힘들더라...

솔직히 행군은 빼려고 했는데, 행군 담당하던 헬창 소대장한테 잡혀서 반강제로 하게됐음 ㅋㅋㅋ 무친넘이 의사 소견서 있는데도 강제로 끌고가더라...


기술행정병 ##정비병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직할부대였음. 군생활 자체는 편하게 했음.

왜? 소대에 용사가 나 혼자였고, 간부가 30명 가까이 있었는데 그중 세명 빼고 다 상사였음 ㅋㅋㅋㅋㅋ

일은 간부님들이랑 담당장비 나눠서 했기에 일적으로 스트레스 받을일은 없었음. 근데 내 위아래로 신경써야할 선후임이 없으니까 좋더라. 특히 사람많은 소중대 소속 애들 치고박는거 보니까 더 감사하다고 생각했음.


훈련도 편했다. 전투지원부대라서 빡세게 안함. 물론 혹한기 유격은 다 참가했는데, 전투부대에 비해 강도가 약했음.

근데 행군은 진짜 뒤질뻔했다.



5. 후회 안하나?

솔직히... 나에겐 좋은 기회였다.

십멸치였던 나에게 운동할 기회(?)를 주었고

삼시세끼 잘나오고 규칙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집구석에 박혀있는거 좋아하는 나에게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음.


입대 전에는 십멸치아싸병신이었는데, 전역할때쯤엔 그래도 정상인 언저리까지는 올라왔다.

몸무게도 70kg 이상으로 올라왔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 다 더 좋아졌다고 말하더라.

물론 다시 하라고 한다면 안할거같아...


6.

그래서 추천하고싶냐? 아니, 전혀.

내가 군대에서 얻은 경험중 가장 값지다고 생각하는 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임.


군대는 전국에서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당연히 맞는 사람보다 안맞는 사람이 더욱 많을 수 밖에 없음.

군대는 작은 사회라는 말이 있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에 위계질서가 생기고, 본인이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지켜야 하는 규칙도 있고...

근데 거기있는 간부들 다 군생활밖에 안 해본 사람들이야. 밖이랑 전혀 다르다.

군대는 되게 폐쇄적인 집단이야. 내가 하고싶은것을 모두 통제당하고, 내 주장을 펼치는게 불가능한 곳이니까. 부조리? 바깥같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는건데 그게 불가능하니까 생기는거야.


군대 오기 전까지는 솔직히 인간의 밑바닥이 어느정도인지 몰랐는데, 덕분에 아아아아주 잘 알게 됐다.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