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위로 다 집합!]


1화. 통신 보안, 재배치 좌표는 훈련소 (개폐급의 탄생)


추락하는 내내 생각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나는 군 생활 1년 10개월을 꽉 채운 부대의 숨은 지배자였다.

요즘 육군 복무기간이 18개월인데 어떻게 22개월을 복무했냐고? 훗. 만창(15일 영창) 8번. 무려 120일간의 징계를 받으며 부대의 어둠 속에서 고독한 수련을 거듭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의 훈장이다.


물론 껍데기뿐인 놈들은 나를 '역대급 고문관', '부대의 재앙'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건 1차원적인 시선일 뿐이다. 나는 무능한 간부들의 허를 찔러 군대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진정한 엘리트였다.


내가 군 기밀을 유출하고 군용물을 절도했다고?

어불성설이다.


야밤에 은밀히 PX 냉동만두를 털기 위해 야간투시경을 분해해서 하이바에 청테이프로 묶고 다닌 게 절도인가? 이건 고도의 '야간 침투 전술'이다.

대대장 조태식 중령, 그 탐욕스러운 새끼의 비리 장부를 폭로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행보관이 숨겨둔 맥심 화보집 뒤에 껴있던 '수요일 중식: 쏘세지 야채볶음' 식단표에 펜으로 줄을 긋고 '깍두기 2배 배식'이라고 적어놓은 횡령의 증거를 내가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날 헌병대와 의무대가 들이닥쳤을 때, 조태식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제발 이 미친놈 좀 데려가! 내 부대에 쥐약을 풀었다고!"

그것 보라. 내 날카로운 통찰력에 대대장마저 이성을 잃고 오열하지 않았는가.


미국에 있는 스티브 유(유승준)조차 내 군 생활 연대기를 본다면, "이런 개미친 정신병자 새끼도 현역을 가는데 내가 안 간 건 변명이었다!"며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무릎을 꿇고 재입대를 구걸할 것이다.


그들은 내 천재성을 감당하지 못하고 나를 국군수도병원 폐쇄병동에 가뒀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들의 감시망을 뚫고 옥상으로 올라가 환풍구를 타고 탈출하려다… 발을 헛디뎠다.


바닥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찢을 듯이 울렸다. 이대로 끝인가. 나라는 거대한 그릇을 담지 못한 K-군대의 한계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때였다.


—찌지직, 칙!


귓가에서 환청이 들렸다.


[시스템: 아 씨발, 이 새끼 진짜 답 없네.]


누구냐. 머릿속을 직접 때려 박는 듯한 무전음.


[현재 좌표, ‘사망’으로 확인. 작전 실패. 아니, 애초에 수신자 지능이 실패다.]

[재배치 좌표… ‘입대일’.]

[어휴… 조교들 수고해라.]


무전이 끊기는 순간, 시야가 새하얗게 점멸했다.


"……!"


숨을 헉 들이마시며 눈을 번쩍 떴다.

코를 찌르는 퀴퀴한 훈련소 매트리스 냄새.

환자복이 아니라 뻣뻣하고 구린 갈색 활동복.


"아아- 당직 사관이 전파한다. 전 훈련병 기상. 기상."


"기상!! 기상합니다!! 동작 봐라!! 1소대, 기상 안 합니까!!"


붉은 조교모를 푹 눌러쓴 사내가 생활관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악을 썼다.

나는 멍하니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입대일……."


미친 무전기의 목소리가 사실이었다.

내가 죽기 직전, 빌어먹을 훈련소 첫날로 던져진 것이다.


'다시 기회를 줬다 이거지.'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어리바리한 훈련병의 것이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22개월간 영창과 부대를 오가며 쌓은 '만창 에이스'의 짬바가 완벽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펄럭-! 탁!


나는 단 5초 만에 모포를 덮어쓰고 바닥에 대 자로 드러누웠다.

모포를 개키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진정한 엘리트 고인물은 모포와 물아일체가 되어 주변 환경에 완벽하게 위장하는 법. 나는 마치 한 마리의 애벌레처럼 매트리스 위를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


내 앞을 지나가려던 조교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조교의 시선이 바닥을 구르는 거대한 갈색 덩어리에 꽂혔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겁니까? 114번 훈련병?"


조교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새끼 뭐지?' 하는 당혹감이 아니라, 인류가 처음 보는 기행에 대한 순수한 공포가 조교의 눈동자에 역력히 드러났다.


나는 모포를 살짝 걷어내고 조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리고 22개월 짬바가 담긴 가장 위협적이고 절도 있는 대사를 내뱉었다.


"아저씨! 여기 불침번 누굽니까! 오늘 조식 쏘세지 야채볶음 안 나오면 훈련소장실 야간투시경으로 폭파시킬 줄 아십쇼!!"


"……!!!"


조교가 뒷걸음질을 치다 관물대에 머리를 부딪혔다. 옆에 있던 동기들은 경악에 차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군대.

룰을 모르면 억울하게 뒤져야 하지만, 나처럼 룰 자체를 씹어먹는 진짜 '광기' 앞에서는 조교조차 쫄아서 도망가는 법이다.


'대대장 조태식. 그리고 나를 영창에 보냈던 간부 새끼들.'


목을 씻고 기다려라.

이번 생엔, 너희들의 정신머리부터 모가지까지 전부 내 밑으로 집합시켜 줄 테니까.


근데 이따구로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