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입대해서 얼마 전에 나왔는데 대충 끄적여봄


본인 일본어 스펙은 좀 초라함

JLPT 170점대 초반 외엔 아무것도 없음

유학은커녕 일본 가본 적도 없었음(당시엔)

자대 가서 보니까 도쿄대생도 있고 유학 10년 넘게 하던 사람에 다른 언어로 가면 중국 명문대 아예 중국 혼혈 겁나 많더라

나처럼 K-씹덕질 하다가 온 순수 국내파는 군 생활 통틀어 딱 한 명 봄


아무튼 그런 초라한 스펙으로도 나름 준비하니 딱 턱걸이로나마 들어갈 수 있더라

그때 디시에 나랑 한 등수 차이로 떨어진 놈 있었는데 나랑 딱 0.7점 차이 났었음

불쌍한 놈


아무튼 나도 처음에 어학병 갈 때 인터넷에서 온갖 정보 싹싹 긁어모았음

그래서 대충 윤곽은 잡고 갔는데 자대 가보니 완전 딴판인 것도 많더라

왜냐하면 그 글 쓴 사람들이랑 내가 소속이 다르고, 자대가 다르고, 시기가 달랐으니까

이 글도 실제로 자대 가면 안 맞는 것들 있을 수 있으니 (분명 안 맞을 거임) 참고용으로만 쓰셈



1. 자대 생활

구글로 일본어나 중국어 어학병 검색해보면 많이 나오는 부대 이름들 있음

다들 ㅈㅂㅅ 많이 언급하고 실제로 그쪽으로 많이 가던데 난 거긴 아님

선임들이랑 근무하면서 ㅈㅂㅅ가 낫네 우리가 낫네 하면서 노가리 까고 그랬음

근데 군인들 아니랄까봐 그 꿀을 빠는 와중에도 결론은 우리가 ㅈㅂㅅ보다는 더 빡세지 ㄹㅇㅋㅋ였음

ㅈㅂㅅ에서도 똑같은 소리 하고 있었겠지


아무튼 제2외국어 어학병은 꿀이 맞음

내가 갔던 자대가 아무래도 정보부대다 보니(어학병은 정보부대밖에 보낼 데가 없음) 민간인 코스프레가 중요해서 신병 들어오면 가장 먼저 사복 배송받게 함

외출 외박 휴가 나갈 때 무조건 사복 입고 부대 나섬

이게 별거 아니어도 은근 부심 부리게 됨 TMO에서 다들 군복 입고 있는데 혼자 간부마냥 사복 입고 있으면 좆도 아닌 우월감 생김


훈련은 유격 혹한기 그딴 거 없었음

스케줄 빡빡하게 짜서 근무 들어가야 하는데 뭔 유격

훈련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잊을 만 할 때쯤 오긴 오는데 뛰고 구르고 염병하는 게 아니라 걍 부대 공격받으면 버로우 탈 준비만 하는 그런 느낌

그마저도 스케줄이랑 겹치는 사람은 안 함

다른 부대는 하기는 한다고 하더라 근데 그쪽도 대충 가라로 한다고 하더만


휴가는 하기 나름인데 모을 건덕지가 많음

나는 갇혀 있는 것도 괴롭기 짝이 없어서 안 했는데 조금만 시간 할애해서 노동하면 온갖 이름으로 휴가 많이 주더라

닥닥 긁어들 모으니 휴가 펑펑 쓰고도 말출을 2달 가까이 쓰는 게 디폴트임

나처럼 말출 보름만 나가는 사람이 희귀종


사람들은 그럭저럭 좋은 편임

우선 국직부대라 육/해/공/해병이 전부 스까져있음

어학병의 경우 군대니까 선후임 있고 잘못하면 갈구는 거야 어디든 똑같겠지만 다들 좋은 데 다니다 온 사람들이라 인성은 나쁘지 않음

인성이야 개인차라고 하지만 적어도 스테레오타입 양아치는 안 만나니까

어학병 특으로 늙은이들이 많음 한국 나이 30대도 있었음

타군의 경우에도 면접을 보는지는 모르겠는데 랜덤으로 돌려 왔을 애들이 학력이나 인성이나 다들 좋은 편이었음

외국어만 못한다 뿐이지 스펙이 어학병한테 안 밀림

아무튼 다들 두루두루 괜찮은 사람들이니까 인맥으로 만들어두면 좋음


뭐 그 외에도 아침에 구보 안 하고 부대 후방이라서 외출외박 편하고 인맥 퀄이 좋고 뭐 기타등등 이점이 있음

굳이 단점 따지자면 어디 부대는 동기 생활관이라더라 어디 부대는 3개월 동기제라더라 어디 부대는 싸지방이 PC방이라더라 하는 배부른 불만들 뿐

그런데도 달마다 나오는 소원수리에 부대 개판이다 망했다 하는 망무새들 ㅈㄴ 많더라

잘못된 점이야 고치는 게 맞다만 후임들이 우리보다 꿀 더 빤다고 형평성 논란 끌고 오는 게 맞냐 ㅋㅋㅋ




2. 근무 환경

우리는 3교대로 사무실 근무 들어갔음

자세히 뭘 하는지는 못 쓴다만 아무튼 광의의 의미로 통/번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됨

네가 폐급이 아니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님 온종일 그것만 붙잡고 있는 게 귀찮고 졸리고 노잼일 뿐이지

인터넷 안 되는 컴퓨터랑 온종일 같이 있는 게 생각보다 훨씬 지루한 일이라는 걸 알았음


통번역이라고는 해도 당연히 일개 병사가 자위대 중국군 만나서 동시통역 하고 그럴 일은 없음

파견 얘기도 어디서 나오던데 내가 복무하던 중에는 그런 것도 없었음

그냥 유사-행정병 1 생활 하는 거임 근데 간부 대신 군무원이랑 있는

실제로 근무가 안 맞아서 행정병으로 옮기는 애들 있었음


군대는 짬이라고 여기도 역시 짬 차면 편함

근무 시간에 PX산 음료수 과자 먹어대는 건 일병만 찍어도 다 함 그것 때문에 살쪄서 파오후 됨

하는 일이 늘 똑같다 보니 일말상초만 찍어도 존나 지루해서 온갖 다른 짓거리를 찾아서 하게 됨

그게 좋은 방향으로 가면 프로그래밍이나 엑셀 시트로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짜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

이상한 방향으로 가면 근무지에 수공예 세트 들고 가서 나갈 때쯤에는 공예품이 열몇 개쯤 쌓이는 사람이 되는 거임

내 동기가 전자였고 내가 후자였음

그 외에도 소설을 끼적이고 그림을 그리고 파이썬으로 지뢰찾기 만들고 온갖 걸로 시간 때움


인터넷 긁어보면 '근무하면서 외국 정세에 대해 전문가가 된다' '외국어 스킬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얘기 나오곤 하는데 반만 맞는듯

아마 ㅈㅂㅅ를 가면 그런 장점이 거짓말이 아닐 거임

근데 우리는 저런 장점은 거의 없었음

외국 정세를 알기는 알게 되는데 뉴스 트는 것과 큰 차이도 없었고, 외국어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맨날 똑같은 것만 하는데 스킬이 늘 리가

지금 내가 통번역 시험 준비했던 때보다 일본어 못할 거임 확신함




3. 기타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이 언어 저 언어에 타군까지 같이 스까 살다 보니 생활이 좀 특이함

여기 내무에선 중국어 어학병이 일본어 공부 하고 저기 타내무 러시아어 어학병은 무슨 시험 준비하고 하는 면학분위기도 없는 건 아니었음

근데 중국어 어학병이 너무 많다 보니 후임들끼리 중국어로 이야기하면 나는 나니잇떼룬다 시바루세키야밖에 못함

중국어 카르텔 멈춰


언어별로 분위기도 다름

일본어는 중국어랑 달리 사람이 많지 않아서, 중국어에서는 부서별로 나눠서 하는 일을 우리는 혼자 다 해야 하긴 했음

근데 그거 감안해도 중국어 애들보다 월등히 널널함

수공예 할 시간 있었으니 말 다했지

그래서인지 아예 개폐급(나 나갈 때쯤에 한 명 들어와서 말년에 스트레스 좀 받음)이 오지 않는 이상 서로 잡도리도 거의 안 함

사람들은 반 이상이 오타쿠임 나도 그렇고

근무표에 온갖 씹덕 그림에 잡담 낙서에 도배를 해놓음


중국어는 사람이 많은데도 걔네들 하나하나가 다 바쁨

동기나 선후임들 다 일에 찌들어 살고 있음 보면 좀 불쌍함

뭐 하나 실수하면 다들 모여 해서 앞으로 잘하자잉 하는 쇼도 많이 벌임

사람이 겁나 많다 보니까 K-씹인싸부터 살아있는 동북공정의 화신까지 다양함 그래도 대부분 유쾌함


그 외 언어는 일본어랑 분위기 비슷한데 사람이 적어서 존재감이 없음


이렇게 꿀 꿀 하지만 사실 들어와보면 갑갑하고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500일 언제 지나냐 하고 있을 거임

훈련소는 그냥 보병이랑 전혀 다를 바도 없고

내가 이런 생활 하려고 일본어 배웠나 현타도 오고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고는 해도 선임들이랑 같이 사는 것도 그냥 불편하고

그럴 때 우리는 다른 부대 애들보다는 존나 잘 산다고 존나게 딸딸이를 치는 거지

저기 GOP 간 애들이 배부른 소리 한다 개새끼들아 하면서 린치해도 할 말은 없다만 사람은 자기 좋은 거는 못 느끼는 생물이니까

근데 훈련소 동기가 뺑뺑이로 나보다 좋은 S급 자대 뽑았다고 연락 왔을 땐 좀 현타 오긴 했음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로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