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이라도 나와 그대는 세상 뜰 수 있다

천장이 무너지든 화재가 나든 사람은 별 것 아닌 이상한 이유로도 명을 달리한다

그러니 10년 뒤를 예상하며 살아봤자 의미는 없다

어차피 인간은 원하는 시점에 살고 죽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스피노자처럼 오늘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나는 매일 정신분석을 한다

오늘은 낙태에 대한 정신분석을 했다

내 애미는 고추를 낳기 위해 내 누이와 나 사이의 태아를 죽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어릴 때 듣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내 갈려죽은 누이마냥 나도 언제든지 갈려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

매일을 겁에 질려 살다가 어느 날 애비에게 차라리 죽이라고 외치자 애비는 술에 취한채로 나를 발로 찼다


지금도 나는 약 1700주 낙태의 공포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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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필시 1095주 낙태에 웃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저 장면에서 웃을수가 없었다

부모에 의해 언제든지 저리되리라 믿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났든 뱃속에서 갈렸든 인간 목숨이라는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너무 무서웠다

원하지 않는 결혼

원하지 않는 임신

원하지 않는 태아의 성별

이 3단 콤보를 당해 사라진 내 누이는 대체 어떤 연유로 수정되고 찢혀 사라져야만 했는가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다

자궁 밖에도 못 나가보고 뒈진 누군가도 있으니 자궁에서 빠져나왔다고 오래 살리라는 생각은 갖지 말아야겠다고

나는 죽는게 너무나 두렵지만 죽는 날을 내 맘대로 정하지 못하기에 그저 오늘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그렇게 오늘의 정신분석을 마쳤다

내가 부모를 신뢰하지 못한 이유는

서로 첫사랑이 아닌 부모

대를 잇기 위해 억지로 낳은 자녀

남자가 아니라면 없애도 된다는 부모의 잔인한 모습

그렇다면 내가 남자다워야만 가족이 날 살려두리라는 상상


지금은 관뒀으나 코로나 이전 보빨에 미쳐 각종 모임에 나가던 내 모습의 원인은 부모의 낙태였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