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엘에이의 베벌리힐즈에 차를 타고 간 적이 있다. 집이 아주 비싼 곳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그곳의 부유함을 느낄 수 있었고, ‘참 좋은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거기에 집을 사지 못한다고 괴롭다거나 불행하다는 감정을 느낀 적은 하늘에 맹세코 없다.
그냥 “비싼 동네구나”라는 감각만 남았을 뿐이다.
이런 태도는 베벌리힐즈뿐만이 아니다.
도쿄의 아자부·시로가네, 상하이의 푸둥, 런던의 첼시, 파리의 16구, 뉴욕의 맨해튼 어퍼이스트 같은 동네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거기 집을 못 산다고 해서 나 자신이 하찮아지거나, 자존심이 상하거나, 불행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그저 “저긴 부자 동네네, 나와는 무관하구나” 하고 넘겼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만은 다르다.
내가 강남이나 서울의 고가 아파트에 살지 못하지만 그것 때문에 괴롭지는 않으며 딱히 그것을 욕망하지도 않는다고 말하면, “정신승리하지 마라”, “거지 주제에 합리화하지 마라”라는 말을 듣는다.
베벌리힐즈나 맨해튼에 대해서는 한국인들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왜 유독 한국인들은 강남에 대해서만은 그렇게 자유로운 생각을 억압하는 걸까?
자기를 낮춤으로서 더 낮은 자를 팰 명분을 갖는거라 생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