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궁금해서 역사 찾아보고 시장 논리 겉핥기로 찾아본 사람이 이런 말 하면 오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의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개입이 적절한가 의구심이 듦.
내가 알기로 자유주의나 자본주의 기본 원리는 시장 원리임. 다수 사람이 각자의 선호와 취향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플레이어로 참가해서 벌어지는 복잡한 게임. 결코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음. 단기적, 미시적으로 접근한다는 건 더욱 불가능함. 마치 다체문제의 일반해를 구하고 동시에 전체를 관측하려는 시도와 같다 생각함. 다르게 표현하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시도'.
아무튼 이런 시도는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관점에서 전부 부정 당한 부분으로 알고 있음. 이미 공산주의나 독재의 실패로 반복해서 증명됐단 말이지.
이유?
시장의 흐름과 분위기는 직접 현장에서 마주하는 민간이 더 빠르고 확실하게 느끼는데, 정부가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부분까지 다 예측하고 개입해서 통제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 시도할수록 더욱 큰 정부가 필요하고, 더욱 많은 인력과 비용이 발생하며, 행정이 복잡해지고 법과 규제가 까다로워짐. 그럼 시장 효율은 줄어들고 민간보다 거대한 정부가 탄생하며, 그 시점엔 이미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공산주의나 독재에 가까워지니까.
대표적인 예시가 한국 의료 시스템임. 개인이 동일한 조건에서 민간 의사, 공무원 중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특이한 소수 취향이나 강한 긍지+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자유롭고 수익이 높은 의사를 선택할 것임. 면허와 전문 지식까지 있는데 굳이 자유와 수익을 포기하고 공무원을 택할 이유는 없으니까.
이건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고, 법률도 마찬가지고, 민간 진입을 차단한 시장(정규군) 제외하고 모두 동일함. 그래서 감시하고 규제하는 정부보다 민간이 현장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밖에 없고, 전문가일 수밖에 없음.
이런 이유로 민간보다 정부가 앞서 예측하고 통제하려면 당연히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발생함. 1:1 비율로 두면 구조적으로 민간이 앞서므로, 항상 민간보다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함. 근데 민간은 시장을 형성하고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데 정부는 비용이잖아? 민간은 성과 기반이고 정부는 예산 기반이니까. 민간은 이익을 통한 자연스러운 장려고, 정부는 불이익을 통한 부정적인 규제니까. 결국 민간보다 정부가 거대해지면 생산자보다 감시자가 더 많은 구조에 수렴하고, 그게 공산주의와 독재가 실패한 이유지.
처음부터 정부의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개입 자체가 불합리하단 얘기.
그렇다고 정부의 개입이나 효율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은 아님. 반대 극단에 치우쳐서 다 놔버린 결과 역사적으로 유감스러운 사건이 많았으니까.
중요한 부분은 '정부의 단기적, 미시적 개입'임. 전자현미경 들고 있는 민간이 널렸는데 굳이 정부가 망원경 들고 미생물이 어떻고 변이가 어떻다 선언하는 느낌이잖아. 민간에 비해 정부가 저열하다는 뜻이 아니라, 정보 분해능이 다르단 얘기지. 멀리 보려는 목적의 망원경 들고 왜 현미경 필요한 곳에 쓰냐고.
그냥 궁금해서 역사 찾아보고 시장 논리 겉핥기로 찾아본 사람이 이런 말 하면 오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정부 역할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목표 설정과 명확한 선 긋기면 족하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 중앙은행은 물가와 통화를 관리하고, 중앙 정부는 국방과 안보, 거시적인 방향을 설정함. 이건 민간에 양보할 수 없는 분야기에 반드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함(물론 중앙은행이 정부와 민간 사이 어딘가 있다는 사실은 비전문가의 발언이니 넘어가자).
물가 안정, 통화량 조절, 재정 관리, 국가 신용도 관리, 법 집행, 국가 안보, 인구 정책, 에너지 전략, 외교 무역, 인프라 관리, 과학기술 투자 등. 이건 전부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이룰 수 있는 분야니까. 공동체의 신뢰임. 신뢰란 변함없이 꾸준히 지켜야 형성되므로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것.
그것은 때에 따라 치명적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이 될 수 있으며, 또 상황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방향 설정 및 유동성 공급으로 적극 장려하는 작업이 될 수도 있음.
핵심적인 부분은 이거임.
정부의 개입은 장기적, 거시적 수준에서 이뤄져야 하며, 민간을 주인공으로 두되, 정부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며 최소한의 개입(필수적인 개입)만 필요하다는 것.
정부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부분은 방치하고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현상에 집착한다면 본분은 망각하고 월권까지 부리는 셈. 그냥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지, 감 놔라 배 놔라 지엽적으로 따지고 들면 될 것도 망친다는 생각임.
응? 전부 미국 얘기임. 미국이 너무 잘하고 있는 거 같아서, 미국처럼 하지 않으면 왜 문제인지 내 생각을 밝힌 글. 진짜임 믿으셈.
정부의 단기적 개입 성공사례가 극히 드물어서 21세기에서 그나마 성공한 사례는 버냉키 연준의장 시절에 QE로 금융위기 막은 것 정도? 근데 이것도 방만한 금융세력을 정리 못하게 도와 준거라 금융 양극화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 나머지 개입이야 뭐 말할 가치도 없고
민간은 실패하면 사라지지만, 정부는 실패해도 유지된다. 책임의 무게가 다른 것이다.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