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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3844557

"정형화된 틀에서 과감히 탈출하라"-아사다 아키라 著 '도주론'


1999.11.25


"남자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정으로부터, 혹은 여자로부터. 어느 쪽이든 멋지지 않는냐. 남겨지는 것보다 도망치는 쪽이 낫다. 행선지 같은 건 알게 뭐냐. 어쨌든 도망쳐라, 도망쳐라, 어디까지든. "


아사다 아키라(42.교토대 경제연구소 교수)는 '도주론'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틀에 얽매인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과격한 해방의 메시지다.


아사다는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 등의 지성에 비견될 만한 신세대 지식 게릴라. 84년 출간된 이 책은 철학서로는 드물게 10만부 이상이 팔렸고 '아사다 아키라 현상' 이란 용어를 유행시켰다.


그가 전개하는 '대탈주' 현상은 일시적.부분적 경향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결이라 진단한다. 곧 머물러 있는 문명에서 도망치는 문명으로, 편집증형 인간으로부터 분열증적 인간으로 바뀐다는 것.


여기서 머물러 있는 문명은 편집증형 인간과 맥을 같이하는 말로 가정을 이루고 영토 확대를 도모하며 재산을 축적한다. 그리고 아내를 성적으로 독점하며 태어난 자식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가정의 발전을 도모한다.


이 게임에 목숨을 걸게 되면 일상적으로 "그만둘 수 없다" 를 반복하며 편집증형 인간이 돼버린다. 지금 멀쩡한 사람들은 다 이 부류다.


여기에 대신하여 등장하는 것이 분열증적 인간, 즉 도망치는 사람이다. 그는 머무르지 않고 도망쳐야 하므로 가정이란 중심을 갖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선에 몸을 둔다.


남자들이 가정이나 여자로부터 도망치려는 경향의 확대는 이런 현상의 하,나. 왜 그런가. 아사다는 "그건 그쪽이 훨씬 재밌기 때문" 이라 간단히 답한다.


아사다가 예로 드는 것은 또 있다. 바로 고정된 성적 역할에서 도망치기. 게이 혹은 레즈비언이 각 자의 성에서 도주하는 것은 정형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현상이다. 이는 인간 본성에도 연결되는데 아사다는 어린이를 스키조 키즈(Schizo-kids)로 본다.


분열증적 아이들이란 얘기다. 금방 산만해지고 한눈을 파는 아이들.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편집증적 추진력, 곧 가족.사회.학교의 회로를 통해 어린이들이 분열증형이 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미디어의 확대에 따라 이들 스키조 키즈는 물을 만난 고기가 될 것이란게 그의 진단. 인터넷에 빠져 이곳저곳 헤매는가 하면 대중매체의 지배 아래 온 몸을 맡기는 증상 즉 '일렉트로닉 마더 신드롬' (전자 기구들을 마치 엄마처럼 여기는 현상)으로 스키조 키즈들은 그들의 도주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한다.


가타리.들뢰즈 철학을 모태로 하는 아사다는 '가족이란 병' 까지 지적한다. 편집증적 현상에 의해 억압받은 집안의 아이들도 어른도 병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의 전형이란 시대에 뒤처진 고정관념의 반복일 뿐이라 규정하며 도대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 역사상 어디에 존재했는지를 되묻는다.


그가 이처럼 줄기차게 '도망치라' '틀을 깨라' 고 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체제의 틀에 박혀 자아를 잃어온 현대인, 욕망을 꾹 눌러온 그들에게 가족 이데올로기로부터, 전통적 성역할로부터, 인간을 몰아치는 자본주의로부터 '지적 도주' 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1999112900371


 "가정과 사회에서 도망쳐라 " .. 아사다 아키라 '도주론' 


1999.11.29


 자본주의 틀에 얽매인 현대인들에게 해방의 메시지를 던지는 아사다

아키라의 "도주론"(민음사, 1만원)이 번역 출간됐다.


아사다는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 등 일본의 대표적 지성에 견줄만한

신세대 지식인.


84년 출간된 이 책은 철학서로서는 드물게 10만부 이상 팔렸으며 "아사다

아키라 현상"이란 용어를 유행시켰다.


당시 20세였던 그에게는 "지적 게릴라"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아사다는 현재 서양철학을 신속히 수용해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면서

현대 일본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예리한 비판을 가하는 일본의 대표적

이론가로 자리잡았다.


모두 3부로 구성된 "도주론"에는 그의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어우러져 있다.


저자 나름대로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쓴게 아니라 여러 잡지에 실렸던

원고를 모아 재배치했기 때문에 어려운 철학서라기보다는 현대사상에 대한

재기발랄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1부 "탈주하는 문명"에서는 들뢰즈.가타리의 "앙띠-오이디푸스"와 "천의

고원"에서 자주 사용되는 "탈주" "유목" "차이" 등 일련의 개념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를 토대로 그는 현대사회의 "대탈주 현상"을 설명한다.


특히 남자가 가정으로부터 혹은 여자로부터 도망치려는 현상을 일시적.


부분적 경향이 아닌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결이라고 진단한다.


즉 "정주하는 문명"에서 "도망치는 문명"으로, "편집증형 인간"으로부터

"분열증적 인간"으로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편집증형 인간"은 가정을 이루고 영토를 확대하며 재산을 축적하는데

몰두한다.


이에 비해 "분열증적 인간"은 가정이라는 중심을 갖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선에 몸을 둔다.


각자의 고정된 성적 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게이나 레즈비언도

"분열증적 인간"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2부 "포스트구조주의로 읽는 마르크스"에선 현대사상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아사다는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관심영역에서 사라져버린 마르크스주의를

포스트구조주의의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일본에서 어떤 책들이 현대사상의 중심에 서있으며 학술적 논의의 수준은

어떠한지에 대해 3부 "지식의 최전선으로의 여행"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