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겠지만 그냥 봐.
5. 그래도 찬란했던 SI 시절
두번째 회사도 공기업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회사였다. 보통 이런 회사는 사장 또는 임원이 그 공기업 출신인 경우가 많아서 전관예우로 잘나간다. 뭐 정신없이 보냈던거 같다. 일단 IDE 없이 vi랑 cc로 컴파일 하고(물론 makefile 쓴다.) svn이 뭐냐 매일 압축해서 소스 백업하는 낭만 있던 시절이었다.(없던게 아니라 있지만 안썻던...)
대학시절부터 그때까지 내가 잘했던건 미친사람처럼 반복적으로 소스 분석하는 거였다. (난 소질 재능은 확실히 없는거 같다.) 그냥 무식하게 시간만 나면 vi로 모든 파일 열어서 보고 또 보고 반복하다보니 제법 빠르게 서비스에 적응했다.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사람들도 좋았고,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흘러갔다.
중간 중간 뭔가 이상한 느낌은 있었다. 왜 난 매일 소스폴더 압축해서 백업을 하고, 왜 난 디버깅 툴을 안쓰고 printf로 출력해서 디버깅하고, 왜 프로그램이 터지면 이슈 분석을 안하고 재시작만 하는거지?? 왜 우린 SVN을 안쓸까? 왜 아무도 GDB에 대해서 안알려줄까? 하지만 회사는 학교가 아니니까란 생각으로 그냥 혼자 공부했다. Git도 로컬에 혼자 커밋 푸시만 해보고 메모리 누수 툴도 다뤄보고 printf로 노가다 로깅 디버그 안하고 gdb도 돌려보고
그러면서 운좋게 트러블슈팅도 몇개 하고 메모리 누수 잡으니까 '그거 어떻게 했어?'를 궁금해하지 않는 이 상황이 뭔가 어색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내가 모두 알 순없지만 그 때 나는 '왜 아무도 뭘 배우려고 하지 않지?'라는 생각을 했었던거 같다.
5~6년차 이후부턴 죽 프로젝트마다 서버파트 리드하면서 보냈던거 같다. SI에서 리드 개발자는 PL도 하고 메인개발자도 한다.
이건 케바케겠지만 중소 SI에서 리드 개발자는
매주~격주마다 현업이랑 회의도 해야하고 전화오면 설명도 해줘야하고 프로젝트 일정도 산출해야하고 단계별 산출물도 써야하고 PM이랑 싸워야하고 팀원 개발분량 배분해야하고 못하면 같이 봐줘야하고 뭐 존나 많이 해야한다.
그래서 업무시간에는 회의, 문서작성, 전화응대 이런거에 치이다가 남들 퇴근해야 내 개발분량 쳐 낼수 있었다. 그러니까 SI 가지마. 아니 이건 마지막에 좀 더 써볼께.
매 프로젝트마다 그런건 아니었지만 이런식으로 하다보니 어느새 '서버 파트는 원맨쇼'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회사도 매 프로젝트마다 신입 또는 초급 프리랜서로 팀원 구성을 해주고 그래도 잘 돌아가니까 됐어~ 뭐 이런거 였다.
6. 위기 인식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순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뭔가 잘못되었구나란걸 느꼈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하고 잡코리아, 사람인을 찾아봐도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었고 자격요건에 있는 git 사용경험 조차 나는 없었다. 아뿔사였다.
이런 생각을 한게 거진 10년차 가까이 되었을때 였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때라도 난 SI는 안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새로운 언어와 플랫폼을 공부하고 싶었고 그때서야 AWS가 있다는걸 알았고, 백엔드에서는 Node와 Go도 있구나 란걸 알았다. 물론 Java는 언제나 최고의 수요였지만 난 아직까지 한번도 java를 공부해보려고 한적이 없다 (이유는 몰라?)
이때서야 새로운 언어도 공부하고 코테도 난생처음 연습하고 이력서도 정리하고 처음으로 취업준비를 했던거 같다.
7. 이직 성공
C 서버 개발자로 SI 에서 1x년을 하다가 중소 제조회사지만 자체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로 이직하니 너무 벅차올랐다. 그래 난 할 수 있었어. 내 게으름이 문제였지! 여기선 다시 출발할 수 있어! 새로운 환경과 서비스를 점점 발전 시킨다는건 매일매일 재밌는 하루였다. 솔직히 이 회사 다닐때는 매일매일 출근하는게 싫지가 않았다. (대표이사랑 하는 회의 때만 빼면... ㅋㅋ). 계속 서비스 분석하고, AWS 공부하면서 어떻게 최적화하나, 이건 도입이 되는건가? 하면서 자진 야근하면서 보냈다. 덕분에 나도 많은걸 배웠고 받아만 준다면 다시 가고 싶은 회사였다.
8.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점점 서비스에 적응하고 회의 때 작게나마 내 의견을 분출할 수 있을 때가 되었을때 여기도 비슷한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뭔가를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할때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반대인건지, 반대를 위한 반대인건지.. 적어도 1년간 이어져오는 주기적인 서비스 지연을 왜 어쩔 수 없는 해프닝으로 취급하는지, 서비스 배포르 매번 수작업으로 하는게 어렵진 않은지... 눈에 보이는 이런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나니 또 다시 불편해지기 시작했었던거 같다.
물론 이 회사도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한지 얼마 안되서 익숙하지 않으니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반면에 더이상 새로운 시도는 힘들겠구나란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래서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개발문화를 너무 보고 싶었다. 이곳으로 이직한지 1년정도밖에 안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준비하던것도 있고 또 새로운 욕심이 생겨서 이직을 시도 했다.
9. 스타트업과 대기업 도전
이때는 정확한 기준이 생겼다. 적어도 개발문화는 있어야해(사실 이때까지 나도 이게 뭔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최소한 코드리뷰는 하는 곳이어야해.
그래서 많은 스타트 업과 대기업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이때가 이미 40대였던지라 자신은 없었지만 '개발을 접기전에 이름있는 회사는 한번 다녀봐야할 것 아닌가!'란 생각에 적어도 이름 들어본곳, 검색다하 회사 기술블로그에서 본 곳, 시리즈 투자 받은 곳등 많이 찾아보면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코테에 온 열정을 쏟아부었다. 사실 이전에는 코테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최소한 코테는 통과해야 면접을 갈 수 있으니 밤낮없이 공부를 했었다. 그런데 확실히 내가 재능이 없다고 느꼇던것은, 코테 문제를 읽어도 문제 해석이 안되서 못 푸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연차의 면접에서는 기술적인 부분보단 소프트 스킬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거 같다. 아무래도 시니어 또는 팀장직을 해야하는 나이다보니 그럴 법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또 내겐 큰 약점이었다. SI 업계에선 팀의 개념이 사실 희박하다보니 오랜 기간 이런 관계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었다.
많은 기업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가 한 스타트업에서 오퍼를 받았지만, 그 때 넥슨 2차 면접결과를 대기 중이었기에 고민하다가 거절하고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이후 구직활동을 종료하고 계획했던 것을 하기로 했다.
장황하게 쓰긴했지만 막상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는 없었던거 같네.
1. 자기계발은 놓지말자.
라떼야 그냥 이력서만 던지면 취직이 되던 시기라 SI 가지마라. 뭐해라 할 수 있지만 요즘 찾아보니 개발자 시장이 매우 안좋은거 같은데 무턱대고 SI 가지마 라고 할 순 없을거 같아. SI에 가서라도 내 가치를 위해 계속 공부하면 오히려 중니어로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
더불어 개인 경험이나 이력은 주기적으로 정리해놓으면 좋을것 같아. 마지막 이직이 근 10년만에 이직이어서 그간 일을 적어야하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서 고생했어
2. 너무 겁내지 말자.
난 중니어 시절에 잡포스팅의 자격요건을 보고 항상 주눅들었었어. '자격요건에 이러이러한데 내가 이정도가 되나?', 'CS 지식에 능통한 사람을 우대한다는데 내가 감히??' 그래서 도전조차 안해보면서 시간을 계속 보낸거 같아.
막상 뒤늦게라도 도전해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두려운 일은 아니였어. 여기 친구들은 도전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또 공부하면 충분히 가능할거 같아
3. 완벽해지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코테도 어느 수준 이상이어야하고, 포트폴리오도 있어야하고, CS 지식도 갖춰야하고 그리고 지원이다!
난 이런 순간은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물론 갖춘다면 최고인거고..) 난 아직도 TCP/IP 레이어를 명확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고 OOP 개념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해. Restful API를 클리어하게 설계할 자신도 없어.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고, 필요할때 찾아볼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어쩌면 이래서 좋은 회사에 못가고 SI 시장을 전전했을지도 모르지만 ㅠ_ㅠ)
회사도 이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겠지만 쉽지 않다는걸 알고 있을거야. 그러니 부딪혀서 내가 부족한게 무엇인지, 내 강점은 무엇인지 찾아서 그부분을 보다 집중적으로 강화/보완하는 방향도 도전해볼만 하지 않을까? 란 개인적인 생각이야.
해외에서 현업 개발자로 있으면서 파트타임 교수님꼐 구직관련해서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본인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면 관련 질문을 10개정도 가지고 들어가는데 이걸 다 대답할 거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어느정도 답을 하고 OOP 기본지식과 소프트스킬 (컬처 매칭)에서 어느정도 맞는 사람을 주로 찾는다고 하더라고.
해외라서 인재상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해. 결국 일은 사람들하고 하는거니까. 이부분은 이 게시판에 있는 다른 현업 선후배들이 더 자세히 이야기 해주길 바랄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모두들 화이팅하고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취뽀해라!
고맙다 재밌노
재밌었다니 고마워!
뭔가 소주마시면서 듣는것같네 재밌어요 - dc App
ㅋㅋ 소주마시다 라떼는~ ?
백갤에서 가장 유익한 글중 하나네요
포장이사 알아볼때 제일 찝찝한 게 뭐냐면
내가 호갱인가 싶을 때임
호갱 안되려고 발품파느라 시간쓰지 말고
그냥 비교견적 받는게 합리적임
✨
https://myplan.blog/24regular
내가 이사비용 알아볼때 견적받은 곳인데
진짜 정직하게 상담해줬음
다른데도 비슷하긴할텐데 아는 곳 없으면 참고해봐
돈 많이 벌어!!
현실적이어서 개추
좋게봐줘서 고마워!
글 잘씀 재미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