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고수들, 도장 운영자들, 프로기사들...

'바둑을 어떻게 하면 잘 둘 수 있냐'란 질문에 공통대답한다

'사활, 묘수풀이를 많이 공부해라'

그들의 대답 기저에 깔린 생각은 물론...

'수읽기 실력이 곧 바둑 실력이다'


맞는 말이다

수읽기와 바둑실력이 일치함은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

바둑이란 게임의 특성상 중후반 전투는 필연적이고

통계상 애매하긴 해도 80퍼센트 이상의 승패 여부는 전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전투를 판가름하는 게 수읽기 실력이다


그래서 바둑 실력을 키워보려고

잘 둬보려고

사활, 묘수풀이를 주구장참 푼다

열심히 풀고나면

실력이 는 기분이 든다

인터넷 바둑 급수, 단수가 몇 단계는 오른다

그렇지만 사활, 묘수풀이 공부를 소홀히 하면 실력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일단 실력이 느는 것

그리고 실력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이렇게 두 가지 현상이 있다

하나는 단기적 실력 향상

다른 하나는 요요현상이다

왜 이런지 살펴보면


먼저 다들 사활, 묘수풀이 공부하면 이렇게도 놓아보고 저렇게도 놓아보고

실제로 바둑판에 돌을 놓아보거나

머릿속으로 생각해가며 공부한다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공부법은 

학교 시험문제 풀듯

연습문제 풀듯

문제와 답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문제1. 흑선백사. 흑이 백을 잡는 최선의 수는?

정답. 1의 2로 치중하는 것이 급소다

이런 식이다

수학문제집 푸는 것처럼 한다


문제는 일반적인 교과목 학습지, 문제지와 

바둑은 다르단 점이다

그래서 단순히 문제와 해답을 맞춰가는 것만으론 부족한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바둑 원리, 사활의 문답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대부분 학습 과정에서 그냥 여러 차례 시도 후 해답만 맞춰보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사활 문제를 푸는 동안

그리고 푼 얼마 후까지는

머릿속에 잠재의식이 작동하고 있어서

사활 공부한 것이 마치 두뇌 속에 각인된 상처 흔적처럼 작용한다

그래서 실력이 일시적으로 단기적으로 느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사활 공부가 두뇌에 남긴 상처 흔적이 흐릿해지고 옅어진다

결국 실력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습자가 스스로 사활 답을 맞추는 원리를

자의식을 갖고서 언어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해를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머릿속으로든 실제 눈으로 보이게끔 놓아보며

단순 시각 이미지 차원에서 이해를 그치고 만다

그냥 단순(raw) 주어진 것(given) 차원에서 이해를 하는 순간

시간의 흐륾에 따라 이해는 흐릿해지고 기억은 사라져간다

기억을 오래 보존 유지하는 방법은 보다 뚜렷하게

표상적으로(representationally) 언어적으로(linguistically) 개념화하는 것뿐인데


문제는 아마추어 바둑 수준에서 그건 무척 어렵다

반면 프로기사들은 실제 구두 발화하진 않아도 머릿속으론 바둑의 수법들과 공식(formula)들을 개념화해두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둑 자체가 과거부터 승부의 수단이었고

프로바둑이 출범하기 전엔 도박, 노름이었다

그래서 바둑은 체스나 장기와 달리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포커에 더 가까운 게임이다

재산을 베팅하는 노름이다보니

비결과 공식들이 전수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요새는 초딩들 정신수양 및 두뇌개발에 좋고 

노인들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건전한 두뇌 스포츠로 각광을 받는 추세지만

프로바둑 출범 전엔 돈 걸고 내기하는 노름이었던 것이다


사활을 어떻게 잘 풀고

수읽기를 어떻게 향상시키며

바둑을 어떻게 잘 둘 수 있는지 등등

비결과 공식은 여전히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만 암묵적으로 이해되고 있고

당연한 말이지만 프로의 비법을 민간에 누설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프로기사, 도장 운영자 등등에게 바둑 잘 두는 법을 물어봐도

'사활 많이 푸세요. 수읽기 실력을 기르세요'란 대답밖에 못해주는 것이다


사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면 실력이 느는 듯하지만

결국 제대로 문제를 푼 것이 아니고, 원리를 명확히 기억 못하기에

실력이 되돌아오는 요요현상이 오는 것이다

프로가 되지 않는 한 프로처럼 바둑을 두는 건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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