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너무 이창호의 외적인 이미지만 얇게 소비함.

어린 이창호가 신발끈 풀고 다니는 거 보여주는거?

그게 실제 모습 그대로라 해서 고증인가?


실제의 이창호는 묵묵하고 말없고 신중한 소년이고, 숫기가 없어서 신발끈 같은 세속의 일에 미숙한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움.

그런 이창호의 인간적 특성과, 인내하고 견디며 신중한 이창호의 기풍도 매우 어울림. 


근데 영화의 이창호는 당돌하고 야무지고 재치가 있음.

그렇게 똘망하고 야심, 욕심 많으며 건방지기까지 한 애가 어리버리하게 신발끈 풀고 다니는게 설득력있음?

오히려 현실을 가져온 고증이 전혀 어울리지 않고 무의미해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일부분만 취사선택하는데, 그게 아주 자의적이고 단편적임.

당연히 각색이라고 나불거리지만 현실과 진실에 비해 일관성이 형편없고 묘사의 힘이 없음.


그래서 영화의 핵심이 되는 이창호와 조훈현의 갈등, 이창호의 핵심 동기가 설득력이 사라짐.

영화 속 유아인이 특유의 10대 반항아같은 억울해 죽겠다는 말투로, '선생님 바둑은 저하고 맞지 않아요.' 하면서,

현실 이창호의 인내하고 신중한 바둑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한다?

영화 초반부에서 오만하게 연구생들 다 처바르던 애가?

하나도 연결이 안 됨.



왜 이창호나 서봉수가 승부 영화 제작에 반대헀는지 이해가 감.


아무리 영화를 위해 자극적 각색이 필요하다지만, 비틀즈 전기 영화나 퀸 전기 영화에서 존 레논이나 프레디 머큐리가 저 따위로 나오면 납득이 가겠니?


이 승부라는 영화는 이창호라는 인간에 대해 전혀 관심이나 애정이 없음.

그냥 '스승과 겨루는 천재 제자, 스승과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개성적 제자' 라는 이미지만 뽑아서 전형적인 스포츠 성장 영화 식으로 단편적으로 이미지만 빨아먹고 소비함.

단지 고증이 잘못됐다, 현실과 다르다 어쩌고의 문제가 아님.


현실 고증으로 치면, 현실 이창호나 조훈현의 면모는 꽤 영화에 들어가있음.

현실 조훈현이 (사형 오청원처럼) '바둑은 천재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한 말,

이창호가 '싸움이 붙으면 크게 이길 순 있어도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거기서 물러서면 격차가 작으나마 반드시 이긴다' 라고 한 말들을,

영화는 그 워딩을 그대로 베껴서 집어넣는 편임.

근데 그 깊이가 지나치게 얄팍하고 1차원적임.

그런걸 따라한다고 고증이 충실한게 아님.



이 영화에서 그럴싸한건 80년대의 외적 비주얼,

조훈현이 다리떨고 노래부르는 그 겉모습이나 섭위평이 산소마스크 쓰고 대국하는 외양,

이창호의 외모나 피부 느낌, 촌스런 자켓 재현이 흡사해 보이는 것 뿐임.

= 1차원적 겉핧기 수준의 외적 이미지 재현에 그친다는 거임.



심지어 그 1차원적 고증도 영화 속 이창호의 지나친 호남 사투리 사용처럼 와장창 깨지는 부분이 많음.

이것도 이 영화 특유의 대단히 얕고 1차원적인 묘사가 드러남.

현실 이창호가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거임. 

그저 흔한 영화적 클리셰로 때우며, 그냥 호남 사람이니까 호남 사투리 쓰겠지 식으로 단순무식하게 해석하는 얄팍함이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