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배틀이란 유명한 흑인 소프라노가 있다.

그녀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프리마돈나였으나 너무 거들먹거리다가 단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지난해말 우리나라에서 가진 공연에서도 툭하면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인터뷰는 물론 리허설 사진도 못 찍게 하는 등 시종일관 거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지난해 은퇴한 ‘면돗날’ 사카다 에이오 九단의 자서전을 보면 “뺨 한 대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란 고백을 하고 있다.

15세에 입단한 그가 떠오르는 신예기사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을 무렵 어느날 선배기사들의 복기에 끼어 자기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붓다가 ‘건방진 놈’이라는 소리와 함께 호되게 뺨따귀를 얻어 맞았다.

이때 청년 사카다는 깨달은 바가 있었고 이후 자신의 바둑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 10월말 제천에서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1국이 끝난 후 관례대로 대국반에 사인을 요구했을 때 패자인 류재형 四단은 군말없이 붓을 잡았다.

그런데 이세돌 三단은 “붓글씨가 서툴다”는 이유를 들어 모든 사람들을 밖으로 물려줄 것을 요청했고 그러고서도 20분이나 머뭇거리다 이름 석자를 썼다.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주자.


박카스배 결승2국은 자신의 홈링이나 다름없는 목포에서 두어졌다.

말하자면 자기 고장 바둑천재의 화려한 등극을 바라는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성사된 대국인데, 그곳 어른들이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애취급했다 하여 끝내 기념촬영을 거부, 대회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최근 본지와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형 이상훈 三단과의 형제대결 때 사진촬영 거부로 빈축을 산 데 이어 이미 잡혀 있는 해설약속까지 ‘펑크’낸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틀전 이三단은 편집부를 찾아와 기보해설료에 대한 불만을 “너무 적지 않나요?”란 단 한마디 말로 일방적으로 토로하고 횡하니 나가버린 적이 있다.

액수를 밝히기 뭣하지만 본지의 경우 타이틀 보유자의 경우는 예우를 하여 비보유자보다는 많은 해설료를 준다. 그러나 해설료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기 기보의 경우는 팬서비스적인 차원의 성격도 있는 것이다.


이 달의 경우 조훈현 九단은 춘란배 기보를 자전해설했는데, 중국에서 귀국한 바로 다음날(토요일이었다) 오전 일찍 편집부에 몸소 나와 강평했다.

그 자리에서 이세돌 三단의 얘기를 듣고는 “내가 돈을 보고 할 것 같았으면 아예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기자는 십수년간 바둑지를 만들어오면서 아직까지 해설료 액수를 놓고 4인방 스타들과 눈살을 찌푸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적다 생각되면 ‘NO’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기사를 한명도 보지 못했다.

편집부가 예뻐서가 아니라 독자들의 ‘알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 못지 않게 이세돌 三단과 같은 기재를 아끼고 ‘광을 내줘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혹여 이 칼럼이 누워 침뱉기가 되지나 않을까, 나어린 스타에게 깊은 상처만 주는 건 아닐까 여러날 고민했음을 밝힌다.

그러나 걸어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구만리인 이세돌 三단이기에 ‘경솔한 글’이었다고 기자가 비난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바둑언론의 ‘뺨 한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사카다의 뺨을 때렸던 사람은 프로기사도 아닌, 옆에서 복기검토를 지켜보던 「기도(棋道)」지 편집장, 아마추어 기사 야스나가 하지메(安永一) 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