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바둑 3월호 pp23-25


- 한국기원 소속기사를 대표해 기사회장이라는 중책을 떠안게 되셨는데 책임이 막중하실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당선되기까지 주위에서 도와주신 분들과 선후배 기사 여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선되고 나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 느낍니다.

기사회장을 준비하는 동안 제 또래나 후배 기사들하고 많이 연락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들 힘들어하고 또 바둑 길을 떠난 기사들도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체감을 하게 되니 조금 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 힘들어하고 바둑의 길을 떠난 분도 계시다는 것은 금전적인 현실이 힘들다는 뜻인가요?


그런 부분도 있을 것 같고요. 젊은 기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좀 적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보급 활동을 하는 것도 개개인이 노력해서 돌파하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길들이 안내가 덜 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 빠르게 포기하는 기사들도 있는 것 같고, 아무튼 바둑으로 생활이 힘들다 보니  많이들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 기사회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방금 전 말씀드린 내용과 사실 비슷한데요.

저도 얼마 전까지 바둑도장을 운영했기에, 프로를 꿈꾸던 학생들이 프로가 되자마자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입단 직후부터야 바로 진로 고민을 하는 현실은 제가 입단했을 때와는 너무나 달라진 풍경이었습니다.

바둑을 둘 수 있는 무대도 필요하고 그 외에 바둑 보급 관련해서도 한국기원과 기사회에서 길을 좀 제시해줘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조 회장님 입단하실 당시하고 어떤 측면이 많이 달라졌을까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는데요.

일단 지금 프로기사 인원이 4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제가 입단했을 때는 120명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입단을 하면 남자 기사들은 사실 경쟁력이 있었어요.

음, 랭킹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이미 중간은 됐거든요.

입단하고 1년 정도 지나면 바로 중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단 입단하는 연령이 다양하잖아요.

12세 15세 이하 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한 어린 기사들은 아직 실력이 부족한데도 어떻게 보면 먼저 입단을 시켜주는 것이어서 사실은 적응하기 좀 어렵거든요.

제가 보기에 최소한 3, 4년 동안은 굉장히 혹독한 환경에서 대국을 해야 되죠.

왜냐하면 실력이 안 되기 때문에, 안 되는데 미리 뽑았기 때문에 승률을 보시면 거의 30% 유지하기도 쉽지 않거든요.

이런 부분이 어린 친구들이 기사 생활하는 데 조금 어려운 부분이더라고요.

제가 입단할 당시에는 신예기전이 많았고 규모도 좀 컸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여자 기전과 시니어 기전은 많아지고 규모도 커지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신예 기사들 입장에서는 무대가 정말 좁고 대회도 많이 부족해 상실감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 젊은 기사들은 그 생각을 하겠죠. 나도 저기 가면 잘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있다 보니까 또 상대적 박탈감도 좀 커져서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