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광장] 바둑이 학문적으로 규명해야 할 10대 과제 2015/08/10(11:27)
글쓴이 넷마블바둑 조회: 11,011 | 꼬리말:21
바둑에서 학문적으로 규명해야 할 10대 과제
바둑의 역사에 대해선 정확한 자료가 없다. 대략 2000~40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는 그 사이 천문학적인 숫자의 대국을 펼쳤고, 숱한 명인 고수들이 출현하면서 수(手)를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인간은 바둑을 정복했는가. 도처에 드리운 은밀한 비밀의 베일을 벗기고 속살을 조명해냈는가.
명왕성까지 우주선을 쏘아보내는 세상이지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둑을 둘러싼 신비는 아직 온통 비밀 투성이다. 하나씩 정리해 보자.
①선착(先着)의 가치
흑이 먼저 두는 만큼의 대가(代價)를 백에게 지불해야 공평한 게임이 된다.
이른바 공제(控除) 또는 덤이 존재하는 이유다.
바둑이 풀어야 할 가장 원초적인 숙제인데 아직 풀지 못했다.
1942년 시작된 제2기 일본 본인방전서 흑에게 4집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 덤의 효시고,
이듬해 결승 무렵엔 무승부 방지를 위해 4집 반으로 늘어났다.
덤의 크기는 이후 갈수록 커져 5집 반과 6집 반을 거쳤다.
88년 출범한 잉창치배는 파격적으로 8집(실질적으론 7집 반)의 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답’은 계속 오리무중이다. 최신 빅 데이터 기법을 활용하면 최대한 근사치는 나오겠지만
‘꼬리’가 엄청 길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6.73947267184…집 같은 식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도 나올 수 있긴 있을까. 나온다면 그게 언제쯤 될까. 인류는 자연 앞에서 여전히 무력하다.
==> 카타고 28블록이 내린 결론은 공평한 덤은 6집이라는 것이다.
덤 5.5집 흑 승률 58.4% 0.7집 유리
덤 6.0집 흑 승률 53% 0.2집 유리
덤 6.5집 흑 승률 47.6% -0.3집 불리
덤 7.0집 흑 승률 42.2% -0.8집 불리
카타고 v1.15.3에서 블루스팟 최선 후보수 기준 10k 이상 돌렸을 때 후보수의 승률과 형세 판단을 정리한 것이다.
오래 돌릴수록 평가값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돌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전투 장면이 아닌,
돌이 하나도 없는 빈 반면에서는 적게 돌려야 오히려 AI가 생각하는 빈 반면에 대한 형세 판단에 가까운 값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십만 비짓, 백만 비짓 이상 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는 중국 룰의 덤을 백이 1.5집 유리한 7집 반이 아닌
흑이 반집 유리한 5집 반으로 덤을 조절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중국룰 7.5집의 덤으로는 흑이 1.5집의 부담이 있지만
흑번은 선착의 효를 통해 연구된 포석으로 이끌어갈 수 있으므로 서로 비대칭적인 이점을 가진다.
하지만 5.5집의 덤을 채택한다면 선착의 효도, 0.5집의 우위도 흑이 가져가므로
이 경우 인공지능 기준으로는 합리적일 지 몰라도 이론적으로 백은 어떠한 이점도 갖지 못하게 되므로
인간 기준으로는 이쪽이 더 불합리할 여지도 충분하다.
정리하면 한국 룰로는 현행 6.5집이면 흑이 선착의 효를 살리면 괜찮고
중국룰이면 5.5집이 합리적이다(이미 초반 포석이 다 연구되어 흑이 선착의 효를 살리기 어려운 환경 고려)
②두터움의 계량화 計量化
바둑 게임은 실리와 세력이 펼치는 숨바꼭질이다.
집과 두터움이라고도 불리는 이 두 명제는 상호 보완적인 동시에 대립적이다.
집을 챙기면 일정 양의 두터움을 상대에게 제공해야 한다.
집도 많고 세력도 좋은 정석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집이 현실 가치인데 반해 세력은 미래 가치이다 보니 둘은 종종 현금과 어음에 비유된다.
실리는 확실성에서 우월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두터움이 앞선다.
바둑 두는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은 그 두터움이란 게 집으로 따지면 얼마짜리냐 하는 것이다.
미래가치가 얼마나 큰지, 얼마를 보장해 줄 것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바둑판 중앙에 펼쳐진 우주는 끝없이 광활하고 그 속에 만들어진 세력의 형태도 천태만상이다.
그 각각의 상황마다 집 수를 매기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세력의 계량화에 성공한다면 바둑의 비밀도 90% 이상 풀릴 것이다.
==> 그 세력이 몇 집짜리인지 인공이 *으로 표시해주고 있음.
③바둑판 위에 실현 가능한 가지의 수
정규 바둑판 규격은 45.5cm×42.5cm로 1인용 식탁보다도 작다.
좌우 각 19칸이므로 왕년에 수학 좀 했다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구현될 수 있는 가지 수는 19!(팩토리얼)이라고 답한다.
19!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숫자일까. 무려 12경(京)이 넘는다. 1경은 1억의 1억 배, 1조의 1만 배다.
그런데 바둑은 3차원적 게임이어서 그렇게 단순한 계산만으론 가지의 수가 나오지 않는다.
패(覇), 후절수(後切手) 3패, 4패, 장생, …등 반상(盤上) 교차로엔 언제건 2차, 3차…착점이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가미하면 전체 숫자는 19!보다 훨씬 더 늘어난다.
그 모든 판들을 모조리 재현해내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실현 가능한 총 판수의 숫자만 파악해 보라는데도
현재로선 아무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거 찾아내는 사람에겐 노벨상, 아니 필즈상 하나는 반드시 안겨줘야 한다.
==> 후절수는 끝없이 계속되는 게 아닌데 왜 들어가나?
④‘똑같은 바둑 한 판도 없었다‘를 증명하라
위 3번 항목과 연관된 주제다. 반상에 구현 가능한 가지의 수가 천문학적 숫자란 사실을 인정한 사람들은
그때부터 “지금껏 똑같은 바둑이 두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하고 다닌다.
그러나 좀 더 진지하게 계산해 보자. 인류 바둑 역사를 아주 짧게 2000년으로만 상정해도
그간 두어진 판수는 또 다른 ‘천문학적 숫자’다.
중세와 근세 중국 및 일본에선 국가가 바둑 공무원을 두고 국록(國祿)을 주어가며 바둑을 장려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의 바둑 열기도 대단했다.
조선 반도도 다르지 않아서 백성들의 지나친 바둑열을 우려하는 선비들의 글이 전해져 올 정도다.
요즘 인터넷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하루 24시간 두어지는 온라인 대국 수는 200만 판이 넘는다.
게다가 반상에 펼쳐질 수 있는 가지 수를 수학적으로만 따지는 팩토리얼 개념과 달리
실전은 현실적인 길을 추구하므로 초반 수십 수까지는 똑같이 시작된 판이 꽤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똑같은 바둑을 한 판도 구경하지 못했을 뿐, 그런 바둑이 출현한 적이 없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바둑에 대한 선현의 평가는 부정도 일색이다.
백해무익. 나라 망하게 한 게임.
⑤바둑 기량의 절정기는 몇 살일까
이 문항을 규명하려면 의학도나 생리학자, 뇌 과학자의 힘까지 빌려야 한다.
육체 운동의 절정 연령과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와, 인간 뇌세포의 기능과 수명이 베일을 벗는다면
의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최연소(최고령) 입단 나이, 최연소(최고령) 타이틀 획득 나이, 입단 연령과 타이틀 획득 수의 상관관계,
프로기사의 연령대별 승률, 각 기사의 연간 성적 사이클 등 작은 주제 하나하나가 흥미로운 토픽이 될 수 있다.
내리막 성적이 고령화로 인한 기량 저하 탓인지, 새 이론을 흡수할 환경에서 멀어지기 때문인지도 밝혀내야 한다.
20대 후반까지 초인적 활약을 펼치던 이창호는 35세 이후 타이틀 시계가 멈춰선 상태다.
이를 나이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합당할까.
육상 중장거리 스타 에밀 자토펙은 1954년 최초로 1만m서 30분벽을 깨면서 ‘인간 기관차’로 불렸지만
반세기가 지난 요즘 세계 기록은 26분대이고, 그의 당시 기록으론 요즘엔 예선 통과도 불가능해졌다.
후대(後代)로 내려갈수록 과학적 훈련 방식, 첨단화 장비, 공동 연구 환경의 혜택이 커진 탓이다. 과연 바둑은?
=> AI의 등장으로 이창호가 다시 타이틀을 따고 있다.
⑥여성바둑은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약할까
단순히 구호(口號)로, 기계적으로 양성(兩性)의 평등론을 외치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상당수의 분야에서 실력으로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특정 직군 신입사원 모집 때는 직원 성비(性比)를 맞추기 위해 여성 지원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제법 많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대표적 자유직업이자 육체적 완력이 필요 없는 두뇌 게임인 바둑에서
여성이 여전히 현격한 차로 남성에 뒤지고 있는 현실은 불가사의하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수년, 또는 수십년 간 벌어진 수백 개의 혼성 타이틀전 가운데
여성이 남성을 꺾고 우승한 예는 루이나이웨이(99년 제43회 국수전·상대 조훈현) 딱 한 건에 불과하다.
이것이 여성의 태생적 열등함 때문인지,
바둑을 접하고 배울 기회가 현저히 적은 여성의 환경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일부에서 제시한 우뇌·좌뇌론이나 남녀 공간지각 능력 차이 등의 이론도 물론 검증의 대상이다.
=> 정말 불가사의하다. 3대 고시에서 여성 합격자가 남성보다 많다.
동사무소에 가봐라. 내 동네는 32명 직원 중에 3명만 남자다.
⑦바둑 한 수의 가치는 집으로 몇 집일까
모호함으로 가득 찬 바둑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선 이 테마에 대한 분석도 필수인데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포석 때와 종국 직전의 끝내기 가치가 같을 수는 없다. 프로들의 의견도 중구난방이다.
A프로는 접바둑에서 대략 9점 바둑은 90집, 8점은 80집, 7점은 70집…의 실력 차가 존재한다는 논리로
한 수의 가치를 약 10집으로 추산한다.
B프로는 초반 포석에서 소목 날 일(日)자 굳힘의 형태를 10집으로 계산하므로 한 수는 대략 5집이라고 말한다.
회돌이를 위해 먹여치는 수의 가치를 측량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석(捨石) 또는 희생타에 동원된 수들도 마찬가지다.
200수 만에 2집을 이겼을 경우 한 수의 가치를 0.01집이라고 계산하는 방식은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돌 하나의 가치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둑 게임을 어떻게 이해하고 전략을 세우느냐 하는 패러다임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 소목 날일 굳힘이 10집 계산인데 왜 5집이 됨?
⑧집과 시간 간의 함수 관계는?
현대 바둑 승부에선 시간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제한된 시간을 얼마나 적절히 안배하고 사용하느냐가 수(手) 싸움 못지않게 큰 몫을 맡기 때문이다.
바둑은 반상의 공간 다툼으로만 알아왔는데, 공간과 그 대립개념인 시간의 양대 축에 떠받쳐 진행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그 환산(換算) 비율은 어떻게 될까.
예컨대 1인당 2시간, 1분 초읽기 5회짜리 대국에서 1집은 몇 분 또는 몇 초의 가치와 상쇄될까.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소신 있게 자기 나름의 답안을 제시한 사람이 고 잉창치(應昌期)씨다.
그가 만든 잉씨배 룰은 대국자 한 사람에게 3시간 30분을 제공한다.
또 초읽기가 없는 대신 시간 초과 시 35분당 2집을 공제한다.
2회까지 시간 초과를 허용하고 3회가 넘으면 시간패로 처리한다.
그가 35분과 2집을 등치(等値)한 근거가 매우 궁금하다.
집과 시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믹스해 가장 근사치를 찾아내는 것이 바둑계에 던져진 숙제다.
⑨컴퓨터가 인간 고수를 이기는 날이 올까
컴퓨터가 인간 두뇌의 집적체(集積體)라면 바둑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깊이 있고 난해한 게임이다.
1997년 슈퍼컴퓨터 ‘딥 블루’는 체스로 인간 세계 챔피언을 꺾었지만 바둑으론 아직 인간이 ‘넘사벽’ 수준이다.
바둑은 컴퓨터가 인간 두뇌를 정복하기까지 마지막 남은 신비로 가득 찬 보루(堡壘)다.
컴퓨터를 통해 인간이 바둑의 신비를 뛰어 넘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달 정복보다 훨씬 큰 사건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일본은 컴퓨터와 인간 최고수간 공식 기전인 전성전(電聖戦)을 창설했다.
첫해 프랑스의 컴퓨터 프로그램 ‘크레이지 스톤(Crazy Stone)’은
1970년대 ‘인간 컴퓨터’로 통하던 이시다(石田芳夫)에게 4점으로 쾌승했다.
올해 초엔 조치훈이 나서 한국의 ‘돌바람’에 4점으로 패배한 뒤 ‘크레이지 스톤’에겐 3점으로 이겼다.
1965년 조브리스트(Albert Zobrist)의 첫 인공지능 프로그램 이후 인간과의 실력차는 눈부시게 좁혀져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컴퓨터가 인간 최고수를 호선으로 꺾는다고 인간 능력의 한계를 운위할 수 있을까.
그 컴퓨터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가?
=>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⑩바둑의 신과 인간 최고수 간의 置數는?
지난해 ‘신(神)의 한 수’란 영화가 개봉됐었다. 바둑 소재를 표방한 실질적인 폭력 누아르였지만,
이 제목엔 바둑 두는 사람들에게도 신(神)이 얼마나 절대적이고 선망하는 존재인지 절절히 녹아있다.
바둑 즐기는 인간들이 오죽 신을 동경했으면 최고 단위의 별칭을 입신(入神)이라고 정했겠는가.
심산(深山) 등반 취미를 가진 일부 인간들은 더러 산신령 리그도 관전하고 환약도 얻어먹는 모양이지만
그들과의 대국은 언감생심이다.
인간 동네에서 신(神) 소리를 지나가는 말로라도 들어본 기사는
신산(神算) 이창호와 전신(戰神) 조훈현 두 명 뿐이다.
우칭위안(吳淸源)도 기성(棋聖)에 머물렀다.
만약 바둑의 신과 대국한다면 몇 점을 접혀야 될까요? 사회자의 질문에 왕년의 스타 린하이펑(林海峰)은 이렇게 답했다.
“다른 기사들은 2점이면 해볼만 하다고들 하는데 저는 3점에도 자신이 없네요.”
정말 인간 최고수와 바둑 신이 싸우면 몇 점이 맞는 치수일까.
한 방에 소원 하나씩 들어주기로 방내기 붙이면 신과 인간 어느 쪽 지원자가 더 많을까.
바둑학회라고 있다. 바로 우리가 궁금해하는 과제들을 연구하고 분석해서 속 시원하게 풀어내는 조직이다.
얼마 전 회장 등 임원진이 바뀌었단다. 기대가 크다.
우선 그들에게 위 10가지 과제를 던져주고 답변 리포트를 기다려 보자. 마감은 2016년 8월 3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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