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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 넘어 전장에 선 AI [한겨레 프리즘]
김경욱 기자2026. 3. 25. 05:06
2016년 3월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승객들이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마지막 제5국 대국 중계를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있다.
바둑 전문기자였던 박치문의 기사 속 바둑은
승부의 냉혹함과 삶의 비장미가 흐르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바둑을 단순한 ‘보드게임’으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망망대해의 어디에 나의 삶이 존재하는가. 이제 나는 칼을 품고 대해로 나가려 한다.
나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라는 문장으로 전장의 문턱에 선 기사에게 서사를 부여했다.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내가 탐닉했던 문장들을 무력한 수사로 전락시켰다.
관전기나 기보 해설 속 바둑 기사의 고뇌와 기풍은
돌의 위치에 따라 바둑판 위의 모든 경우의 수를 순식간에 분석해 최적의 승률을 따져 수를 제시하는
인공지능(AI) 앞에서 낱낱이 해체되었다.
=> 국어 독해를 알려주마. 이 문장의 주어는 기풍은, 동사는 해체되었다.
즉 문장이 길어보이지만 다 수식어이고 기풍은 해체되었다가 원문장임.
가짜 연대생은 내가 보니가 맞춤법도 맨날 틀리고 문장구조도 모르더라.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효율로 정답을 찍어내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주저함과 전장에서 죽어나간 돌에 숨을 불어넣던 문장들은 빛을 잃게 된 것이다.
이제 프로 바둑 기사들은 수백년 동안 대물림되던 인간의 기보에서 수를 찾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점지하는 확률의 수치로 효율과 실리를 따진다.
인공지능끼리 둔 기보를 보며 공부하고,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푸른 점’(블루스폿·승률이 가장 높은 수)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사람의 바둑이 사라진 자리에 문장은 설 자리를 잃었고,
기계의 계산만이 남은 형국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문장을 벼려온 작가, 한장의 그림을 위해 수없이 붓을 들어온 화가,
한소절을 위해 끝없이 악보를 고쳐 써온 작곡가 등도 인공지능 앞에서 공력의 결실을 잃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에는 사람의 눈과 마음이 없다. 윤리적 금기마저 최적값 도출을 위해 사용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이 최근 내놓은 인공지능 모의 전쟁 실험 결과를 보면,
인공지능은 위기 상황에서 95%의 확률로 핵무기 사용을 결정했다.
도덕적 주저함 없이, 오직 승리라는 최적값을 도출하기 위해 핵 버튼을 누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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