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바둑판 위의 하얀 도화지
서울 한복판, 최고급 오피스텔의 거실.
한국 바둑의 정점,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신진서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게… 내 손이라고?”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랭킹전이 끝나고 귀가하던 길,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그를 덮쳤다. 외상은 금세 회복되었지만, 의식을 되찾은 그에게 남은 것은 이름 세 글자와 기묘한 공허함뿐이었다.
정밀 검사 결과는 ‘역행성 기억상실증’.
일상적인 언어와 생활 지식은 남아있었지만, 지난 20년간 제 몸처럼 익혀온 ‘바둑’에 대한 기억만 마법처럼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진서야,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니? 화점, 소목… 이런 용어들도?”
한국기원 관계자의 절망적인 물음에 진서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앞에 놓인 바둑판은 그저 가로세로 줄이 그어진 나무판기에 불과했고, 흑돌과 백돌은 그저 매끄러운 조약돌일 뿐이었다.
세계 랭킹 1위의 몰락. 바둑계는 충격에 빠졌고, 매스컴은 ‘신공지능의 가동 중단’이라며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모두가 그를 포기하고 ‘비운의 천재’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진서는 먼지 쌓인 노트북을 열었다.
“기억이 안 난다면, 다시 배우면 된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기억하는 이 서늘한 촉감을 다시 되찾아야만 한다는 것을. 하지만 ‘신진서’라는 이름으로 복귀하기엔 세상의 눈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는 검색창에 가장 먼저 뜨는 바둑 사이트에 접속했다.
[타이젬 바둑]
회원가입 버튼을 눌렀다. 아이디를 고민하던 그의 눈에 창밖의 구름이 들어왔다.
아이디: 구름처럼99
기력 설정: 10급
“10급… 여기서부터 시작인가.”
마우스를 쥐자 기이한 떨림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첫 대국 신청이 들어왔다. 상대는 ‘강동구불주먹’. 승률 50%의 평범한 10급 유저였다.
[대국을 시작합니다.]
화면 중앙에 하얀 화점이 찍혔다. 진서는 숨을 들이켜고 첫 수를 두었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텅 빈 뇌 어딘가에서 미세한 전기 신호가 튀었다. 수천, 수만 번을 반복했던 ‘감각’의 편린이었다.
딸깍.
그가 둔 수는 우상귀 화점.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 거칠게 협공해왔다. 10급 수준의 무질서하고 투박한 수들. 하지만 기억을 잃은 진서에게는 이조차도 거대한 미로 같았다.
‘답답해.’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상대의 돌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방법을 모르는데, 눈이 먼저 반응했다.
‘여기는… 끊어야 할 것 같은데.’
직관이었다. 이론은 죽었지만, 영혼에 새겨진 바둑의 길은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진서의 돌이 상대의 약점을 정확히 찔러갔다.
“어?”
상대방의 당황함이 모니터 너머로 느껴졌다. 10급의 바둑이라기엔 너무나 날카롭고 간결한 수순. 30수도 채 되지 않아 상대의 대마가 갈기갈기 찢겼다.
[강동구불주먹: 님 머임? ㄷㄷ]
[강동구불주먹: 이거 10급 아님. 신고함.]
상대는 기권을 선언하고 나가버렸다. 진서는 멍하니 승리 팝업창을 바라보았다.
“이게… 바둑인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불꽃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다시 타오를 준비를 마친 태양의 조각이었다.
신진서, 아니 ‘구름처럼99’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화 예고]
“10급에서 1단까지 단 하루?”
온라인 바둑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정체불명의 초보자. 그리고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은둔 고수들!
이거 잘쓰면 재밌겟다 ㅋㅋ 소재 좋음
바갤 문학 추천
1단까지 하루걸렷다고 고수?
님머임? 작가아님?
클로드가 쓴거 그대로 갖다 쓰네 쪽팔린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