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석 (布石) : 우칭위엔 (오청원), 신진서
  • 우칭위엔: 1930년대 기타니 미노루와 함께 화점과 삼삼을 자유롭게 오가는 '신포석(新布石)'을 창시하여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바둑의 성인(棋聖)입니다.

  • 신진서: 인공지능(AI)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기사로, 초반 포석 단계에서 AI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완벽한 승률 그래프를 이끌어내는 역대 최고 수준의 현대 포석 연구가입니다.

2. 행마 (行馬) : 조훈현
  • 바둑판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가볍고 유연한 마(馬)의 움직임은 조훈현 9단이 단연 독보적입니다. 그의 별명인 '제비'처럼, 상대의 돌을 농락하며 판 전체를 종횡무진하는 행마는 역대 최고로 평가받습니다.

3. 끝내기 (관자) : 이창호
  • 바둑 역사상 가장 완벽한 '신산(神算)'입니다. 이창호 등장 이전의 바둑이 '전투와 대마 잡기' 중심이었다면, 이창호는 아무리 미세하게 불리해도 끝내기에서 0.5집(반집)을 남겨 이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했습니다. 역대 그 누구도 끝내기에서 이창호를 능가할 수 없습니다.

4. 부분 수읽기 : 이세돌, 최철한
  • 좁은 공간이나 엉켜있는 전투 상황에서 상대의 숨통을 끊는 수읽기 능력입니다. 이세돌은 아무리 복잡한 엉킨 실타래도 순식간에 풀어내거나 상대의 약점을 찔러 무너뜨리는 귀신 같은 부분 수읽기를 자랑했습니다. 최철한 역시 '독사'라는 별명답게 부분 수읽기에서 엄청난 치사량을 가졌습니다.

5. 수읽기 속도 : 조훈현, 이세돌
  • 조훈현: 전성기 시절 초읽기에 몰려도 단 1~2초 만에 수십 수 앞을 정확히 내다보며 바둑을 두어 '속기의 신'으로 불렸습니다.

  • 이세돌: 감각과 수읽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여, 상대가 생각지도 못한 초속공의 치명타를 날리는 속도감을 가졌습니다.

6. 멘탈 (Mental) : 이창호
  • 돌부처 '석불(石佛)'. 대국 중 바둑이 이기든 지든, 대마가 죽든 살든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입니다. 상대 기사들은 그의 무표정만 보고도 스스로 위축되어 무너지곤 했습니다.

7. 재미 (관전의 재미) : 우주류, 이세돌, 유창혁
  •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바둑입니다. 화려한 공격의 이세돌,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린 유창혁, 그리고 집을 짓기보다 거대한 우주를 그리던 기사들의 바둑이 팬들에게 가장 큰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8. 대마잡기 (공격력) : 가토 마사오, 유창혁, 녜웨이핑
  • 가토 마사오: 일본 바둑계에서 아예 별명이 '대마 킬러(살수)'였습니다. 한 번 걸려든 대마는 절대 살려주지 않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가졌습니다.

  • 유창혁: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수로, 정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치명적인 공격으로 대마를 사냥했습니다.

9. 우주류 (宇宙流) : 다케미야 마사키
  • "귀를 주더라도 중앙에 거대한 집을 짓는다." 우주류라는 단어 그 자체인 기사입니다. 모두가 실리를 쫓을 때, 오직 바둑판 중앙의 낭만을 쫓아 세계 대회(후지쯔배 등)를 우승한 위대한 로맨티스트입니다.

10. 판단력 & 형세판단 : 이창호, 박정환
  • 이창호: 전성기 시절 그의 형세판단은 인공지능에 가깝습니다. 내가 2집을 손해 보더라도 판 전체를 안전하게 0.5집 우세로 이끌 수 있다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완벽한 대국관을 가졌습니다.

  • 박정환: 현대 바둑에서 가장 정밀한 형세판단과 저울질 능력을 가진 '무결점' 기사로 꼽힙니다.

11. 선수 (先手, 주도권 장악) : 이세돌, 조훈현
  • 바둑에서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끌고 다니는 능력입니다. 조훈현과 이세돌은 상대가 손을 빼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선수를 교환하며 대국 전체의 템포를 지배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12. 발빠름 (속도감 있는 전개) : 조훈현
  • 실리와 세력을 아주 빠른 속도로 넘나들며 바둑판 전체를 넓게 쓰는 능력입니다. 조훈현의 바둑은 상대가 한 곳을 정비하기도 전에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 역대 가장 '발이 빠른' 바둑이었습니다.

13. 두터움 (厚味) : 고바야시 고이치, 가토 마사오, 신진서
  • 눈앞의 집(실리)보다 돌의 효율과 힘을 비축하는 능력입니다. 과거 일본의 고바야시나 가토가 두터움의 대명사였다면, 현대에는 신진서가 두터움을 바탕으로 상대가 틈을 보이면 단숨에 폭발시키는 정교한 두터움을 구사합니다.

14. 정석 (定石) : 고바야시 고이치, 신진서
  • 고바야시 고이치: 자신만의 '고바야시 류' 정석과 포석을 만들어 한 시대를 풍해했고, 정석대로 두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기는 바둑의 정석(교과서) 그 자체였습니다.

  • 신진서: 인공지능 등장 이후 기존의 정석이 모두 파괴된 현재, AI 정석 연구와 이해도 면에서 세계 최고입니다.

15. 백번 (덤의 유리함을 극대화) : 커제, 박정환
  • 현대 바둑(덤 6집 반~7집 반)에서 백을 잡았을 때의 타이트함과 운영 능력입니다. 특히 커제는 전성기 시절 백을 잡으면 절대 지지 않는 '백번필승'의 신화를 쓰며 세계 대회를 휩쓸었습니다.

16. 흑번 (먼저 두는 공격성) : 조치훈, 덤이 없던 시절의 슈샤쿠
  • 조치훈: 흑을 잡았을 때 극단적으로 실리를 파고든 뒤, 상대의 세력 속에서 기어코 대마를 살려내며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폭파 전문가'였습니다.

  • 슈샤쿠 (과거 일본 기성): 덤이 없던 시절 흑을 잡으면 절대 지지 않는 '선수(先手)'의 우위를 완벽하게 지켜낸 역사적 기사입니다.


    17. 사활 (死活) : 조치훈, 구리, 이세돌
    • 조치훈: 바둑계에는 "사활은 조치훈에게 물어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그는 아무리 좁고 불가능해 보이는 공간에서도 기어코 독립된 두 집을 만들어 살아내는 사활의 신(神)이었습니다. 그의 사활집인 《조치훈 사활교실》은 지금도 전 세계 바둑 지망생들의 교과서입니다.

    • 구리 & 이세돌: 동갑내기 라이벌이었던 두 기사는 복잡한 대마의 사활이 걸렸을 때, 귀신같은 수읽기로 상대의 돌을 잡거나 내 돌을 살려내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18. 큰 승부 (강심장) : 이창호, 서봉수
    • 이창호: 세계 대회 결승이나 국가 대항전(농심신라면배) 같은 '지면 끝장'인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2005년 농심배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중국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고수 5명을 연달아 꺾은 '상하이 대첩'은 바둑 역사상 최고의 큰 승부사 면모를 보여준 사건입니다.

    • 서봉수: 응씨배 등 큰 상금이 걸리거나 독기 어린 승부처에서 야생마 같은 생명력으로 판을 뒤집는 '승부사'의 표본이었습니다.

    19. 흔들기 (역전술) : 이세돌
    • 바둑판 위에서 이세돌보다 무서운 흔들기를 구사하는 기사는 없었습니다. 자신이 불리한 형세에 빠지면 일부러 복잡한 싸움을 걸거나, 상대가 방심할 만한 독수(毒手)와 묘수를 던져 판을 진흙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상대 기사들은 이세돌의 이 '귀신 같은 흔들기'에 홀려 다 이긴 바둑을 허망하게 역전당하곤 했습니다.

    20. 공부량 : 신진서, 박정환, 이창호
    • 신진서 & 박정환: 현대 AI 바둑 시대의 공부량은 과거와 궤를 달리합니다. 두 기사는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AI와의 대국, 복기, 연구에 쏟아붓습니다. 하루에 수십, 수백 판의 AI 변화도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현대적 의미의 '공부량 끝판왕'들입니다.

    • 이창호: 전성기 시절, 남들이 천재성에 기댈 때 혼자 밤새 기보를 연구하며 현대 바둑의 이론을 혼자서 정립한 '지독한 공부벌레'였습니다.

    21. 보유 바둑책 섭렵 : 우칭위엔 (오청원), 루이나이웨이
    • 우칭위엔: 어린 시절 중국에서 생활할 때, 집안에 있던 방대한 양의 고전 바둑책(기보 및 사활 고서)을 통째로 암기하고 섭렵했습니다. 이 탄탄한 고전 지식을 바탕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바둑계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 루이나이웨이: 세계 최고의 여류 기사인 그녀는 손에 닿는 모든 바둑책과 기보를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흡수하며 평생을 바둑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22. 열정 (바둑에 대한 사랑) : 조치훈, 루이나이웨이
    • 조치훈: "바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목숨을 걸고 두는 것"이라 답한 기사입니다. 전신에 기브스를 하고도 휠체어를 탄 채 명인전 대국을 치른 '휠체어 투혼'은 그의 바둑에 대한 광기 어린 열정을 보여주는 전설적인 일화입니다.

    • 루이나이웨이: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젊은 기사들과 밤새 승부를 겨루고, 바둑판 앞에만 서면 소녀처럼 눈을 반짝이는 역대 최고의 열정가입니다.

    23. 노력 (지독한 성실함) : 박정환, 이창호
    • 박정환: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바둑계에서 오직 '노력과 성실함'만으로 왕좌를 지켜낸 기사입니다. 국가대표 전용 연구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기사로 유명하며, 크리스마스나 명절에도 바둑판 앞을 떠나지 않는 지독한 노력파입니다.

    • 이창호: 스승인 조훈현 9단이 "창호의 천재성은 '노력할 수 있는 재능' 그 자체다"라고 극찬했을 만큼, 매일 같은 루틴으로 묵묵히 바둑을 연구한 노력의 대명사입니다.

    24. 끈기 (질긴 생명력) : 조치훈, 서봉수
    • 조치훈: 그의 바둑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바둑판 전체가 불리하더라도 실리의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내어, 결국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 내는 '끈기의 화신'입니다. 바둑이 끝날 때까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면서도 기어이 승리를 짜내곤 했습니다.

    • 서봉수: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시장 바둑에서 독학으로 성장한 만큼, 벼랑 끝에 몰려도 끈질기게 물어뜯고 살아남는 '잡초' 같은 끈기를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