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문제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언제일까??
저작권이든 뭐든 나부랭이가 없을 땐 그냥 남을 흉내내도 남이 한 이야기를 자기의 이야기로 만들어도 시민의식, 교육의 양이 적다면
그것은 그런대로 넘어갈 것이다. 21C에 이르러 표절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넘사벽이라고 생각했던 권위자의
추악한 또 하나의 단면을 드러내는 흐름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나는 바둑을 좋아한다. 나이 34에 둔 지는 20년이 넘었고 인터넷바둑에선 7~9단을 두고 프로와는 4점으로 두어 이긴 적이 있다.
아마 단 이런 말은 좀 내가 하기도 그렇고 고등학교때 단급인정문제를 통해 1급을 딴 적이 있는데 속칭 약1급이라고 자기를 지칭하고 다닌다.
월간바둑은 90년대 초반부터 어떻게든 꾸준하게 모아서 2003년 군제대 무렵까지 모았고, 그 후로도 간헐적으로 한 두권 사기도 했는데,
있던 명국세해도 없애는 판이라 그것도 끊었고, 대학시절부턴 일본어를 익히고 26~7세무렵엔 일본으로 여행도 가고 그곳에서 살게 되면서
일본의 바둑책도 몇권 사 모으다 지금은 꽤 많이~ 몇 백권인지 안 세어보았지만... 모았다. 주로 명국세해와 같은 기보집을 위주로 모으다 근래는
사활문제집으로 눈을 돌려 사카타, 후지사와, 하시모토의 사활집 그리고 장쉬, 곽구진, 임한걸, 야마다 등등의 현대의 작가의 사활집도 사 보았다.
그리고 현재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데 다음으로 살 목록으로 마에다의 詰碁の神樣, 공저인 百万人の詰碁(오청원, 마에다, 하시모토) , 하시모토9
단의 유명한 사활집 風と刻 그리고 가장 손에 넣고 싶은 책은 加田克司의 사활집 12권 전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바둑책을 안 산 것도 아니고 유명한 사활집인 천룡도, 견디는 수읽기, 귀수마수, 권오민 등등도 모두 구입해 두었다.
그런데 어느날 난 신기한 것을 발견하였다.
천룡도 2권 문제 1
이 출판사가 이제 저작권따위를 주장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마음대로 찍어서 올려본다.
한눈에 보아도 실전형 문제인데 이 문제는 사실 실전에 나왔던 형태이다.
6기 명인전 리그 백 大竹英雄 흑 小林光一 81-03-26
우하의 흑 모양을 보면 천룡도의 문제가 이 형태에서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신기한 내용을 여기 블로그에 올리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그동안 대학원 졸업 논문에 뭐에 차일피일 미루다 여기에 올린다.
그런데 사실 여기엔 엄청난 함정이 있다...
천룡도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천룡도는 여러 곳곳에 대중화되지 않은 고서들의 주옥같은 문제를만을 엄선하였고....."
내가 일본어를 알아가면서 일본의 서적을 사 가면서 그 대중화되지 않은 고서가 무엇인가 점차 알게되었고, 실망하려는 찰나에
천룡도가 2010년경에 일본에서도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서정훈이란 이름은 80~90년대에 바둑년감을 본 사람이라면 학생왕위전이나 대학바둑대회 등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아마추어 강자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표지에 '이창호도 배운 한국 바둑도장의 묘수풀이집' 이란 낯뜨거운 문구가 적혀있는데, 이 책은 출간한 지 얼마 못 가서
전량 회수, 절판되는 수모를 맛보게 되었다. 왜 그럴까? 출판사인 東京創元社의 사과문을 그대로 실어보겠다.
東京創元社よりお詫びとお知らせ
平素は格別のご愛顧を賜り、心より御礼申し上げます。
평소 각별하게 애독하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0年5月27日に発売いたしました、碁楽選書『天龍図1』『天龍図2』(權甲龍 著)におきまして、『加田克司衆妙詰碁』(加田克司先生著 誠文堂新光社刊)と類似する箇所が見受けられると、ご指摘をいただきました。
2010년 5월 27일 발매한 고락쿠선서『천룡도1』『천룡도2』(권갑룡 저)에 있어서 『加田克司衆妙詰碁』(가타 가쯔지 지음 성문당 신광사)와 비슷한 문제가 발견되었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現在、調査を進めておりますが、複数箇所にわたり参考にしている事実が確認され、權甲龍氏もそれを認めております。
현재, 조사를 진행중에 있습니다만 여러 문제에 있어서 참고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권갑룡씨도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弊社は今回の事態を重く受け止め、当作品は出荷停止をし、絶版、回収の措置を取らせていただくことになりました。
본사에서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당작품(천룡도)을 출하정지시키고 절판, 회수의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今後、このようなことがないよう深く反省し、再発防止に努めていく所存です。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없도록 깊이 반성하며,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関係者の皆様に多大なご迷惑とご不快な思いをおかけしたことを深くお詫び申し上げます。
관계자(성문당신광사, 가타 카쯔지의 유족 등)의 모든분들에게 크나큰 실례와 불쾌감을 끼친 점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平成22年7月22日
株式会社 東京創元社
세계로 가는 한국바둑이라고 월간바둑 등의 잡지에서 자만에 가득 찬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을 때부터 불안하더니 과연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런데 천룡도의 문제는 加田克司의 문제만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아니었다. 三村9단의 블로그에 의하면 그 문제는 대부분 '昭和의 詰碁' 라는 문
제집에서 그대로 전재한 것이었다. 다음은 미무라9단의 블로그의 내용이다.
この詰碁集が韓国ではもちろん、中国でもまず取り組むべきバイブルになっているそうです。 이 묘수풀이집(천룡도)이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우선 보아야만하는 바이블이 되었다고 한다.
著者は韓国で有名な権道場の先生、李世ドル、崔哲瀚、朴廷桓、多くの世界チャンピオンを育てた権甲龍さんの顔が表紙になっていて格好いいんですが
저자는 한국의 유명한 권갑룡 도장의 선생으로 이세돌, 최철한, 박정환, 등 많은 세계챔피언을 키워낸 권갑룡씨의 표지에 실려 있어 보기 좋았지만,
実はこの本、日本の作品ばかりなんです。「昭和の詰碁」という棋道の懸賞問題をまとめた本があるのですが、大半はそこからそのまま載っています。他にも著名な日本の詰碁作家の作品が出ている。
사실 이 책은 일본의 작품투성이였다. '쇼와의 묘수풀이' 라는 기도의 현상문제를 엮은 책이 있는데, 대부분은 그 책에서 그대로 전재하고 있었다. 다른 문제도 유명한 일본의 묘수풀이작가의 작품이 실려있었다.
과연 이것이 세계로 가는 한국바둑의 모습이었는가?? 천룡도의 제1판이 나온 것은 2003년 11월로 나와있다
그리고 2009년 新천룡도 라는 묘수풀이집이 나왔는데 2권에 있어서는 주로 발양론에서 전재한 것이 눈에 들어와 그런대로 였는데......
얼마전 묘수풀이집 2권을 샀는데 하나는 아카시야서점에서 5000엔을 주고 산 坂田珠玉詰碁 와 교보문고를 통해 입수한 張栩의 特選詰碁 였는데 이 문제와 新천룡도를 비교하던 도중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왼쪽이 新천룡도이고 오른쪽이 坂田珠玉詰碁이다 이건 참고정도가 아니라 방향을 바꿔서 그대로 Ctr+c Ctr+v 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했느는지.... 2번 문제를 보면
이런 세상에 2번 문제도 역시 방향을 바꿔서 그대로 전재하고 있다. 근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오른쪽의 일본서적은 서두에 언급한 張栩의 特選詰碁 였다..... 여기는 3문제만 실지만 사실 이 이외에도 꽤 많은 문제가 그대로 전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맨 마지막 줄에 약간 흐리지만 똑똑하게 '서면에 의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는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발췌하는 것을 금합니다' 라고 쓰여져 있다.
본인이 남의 책에서 무단으로 실은 이후에 무슨 명목으로 이런 말을 썼는가?? 만약 坂田9단이나 張栩9단의 허락을 받았다면 이 문제는 어디어디
에서 적었다고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서림에서 얼마전 번역한 현현기경과 발양론은 일본의 출판사(東洋文庫, 平凡社)를 똑똑히 밝히고
번역한 적이 있는데 위의 짓은 과연 무슨 짓인가?? 어쩌면 내가 일본의 묘수풀이집을 더 모을 수록 이런 문제는 더욱 눈에 들어올런지 모른다.
그리고 이는 비단 천룡도 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바둑관련 출판사에서 자행되던 문제였다.
조치훈9단의 친형이기도 한 조상연7단은 도서출판 아진이란 회사를 만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었다.
'저희 도서출판 아진은 무분별한 바둑서적과 용품의 반입, 계속되는 해적출판행위를 단호히 배격하여....'
그리고 나온 아진의 거의 마지막 책이라고 할 수 있는 문고판 책은 아래와 같다.
이 책을 기억하는 분도 좀 있을 거다. 그런데 일본체류시절 아카시야서점을 직접 들려 책을 보다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위의 책의 저자엔 조치훈, 조상연 그리고 일본의 공식석상에선 한 번도 재일이라고 밝힌 적이 없는 金島 忠이란 기사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는 명백한 해적행위였다.
이 책의 원저자는 高木祥一이란 소장기사였던 것이다.
편저 항목에서 교육사에서 발간한 책들이 보이는지? 그 책이 우리가 조치훈의 해설이라고 알고 있었던 위 아진고전바둑의 원저였다.
씁쓸한 현실인데.....더욱이 이는 90년대~현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70년대 현현각에서 발간한 현현기경, 관자보, 발양론 등을 묶은 위기고전총서라는 서적이 있었다.
나도 현현기경 등은 몇 번씩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이런 책자들은 산발적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사실 60년대 橋本宇太郞9단이 한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을 그대로 번역한 책이었다.
일본체류시절 회사의 부도로 인해 그쪽의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좀 알아보기 위해 사이타마 시립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되었다.
명인의 바둑관이란 책을 보면 이주룡 사범이 이 시리즈의 현현기경에 틀린 해답이 있다고 지적하자 김인9단이 불쾌해했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러면서 은근슬쩍 이 책의 비밀을 말하고 있다. 즉,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번역한 책이었던 것이다. 왜 뜬금없이 사활묘기에서
本因坊秀哉의 기보가 나왔을까? 그러러면 발양론이나 기경중묘에도 기보가 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의문은 橋本9단이 本因坊秀哉와
시대적으로 가까웠다는 것이 이유가 될는지?? 어쨌건나 오늘 실은 이 모든 바둑책은 속칭 '해적출판'에 '무단전재' 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91년 5월 월간바둑에 실린 글쓴이가 없는 누군가의 사설을 올려본다.
자신들의 경쟁사였던 초치훈 후원회의 바둑세계를 디스하면서 바둑신문이란 간행물도 욕하고 있는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년전에 이미 자신들이 20년 후에 짊어지게 될 '주홍글씨' 를 예언하고 있다. 자승자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전문적인 정성글에는 추천.
다른 사람이 이미 쓴 글 퍼온 거임...
이런 글이 그냥 묻혀서는 안 됨.
한국 가요는 음악뿐만 아니라 스타일까지 베낀 것도 있다.
천룡도가 괘씸한 건 일본에서는 다 책 걷어들이고 조치 취해졌는 데 한국에서는 절판이란 이유로 그냥 쉬쉬하고 묻힘...
서정훈은 요새 고교동문전에서 서울고 대표로 나오던데...
몇 년 전에 네이버 어느 쇼핑샵에서 팔고 있는 거 보고, 내가 건의해서 판매중지 시킨 적 있지. ㅎㅎ 고 권사범이 이세돌을 위시해서 수많은 기사들을 키워낸 것은 매우 훌륭하지만, 그래도 표절은 잘 못 한 거지.
대한민국의 베른협약 가입연도가 1997년이라서 그 이전에는 해외 저작물은 저작권 침해의 심판 대상이 아니었음 근데 해적판 넘어온 다음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전수돼서 저자들 사이에서 원 출처가 일본이었음이 잊혀진 거면 모를까 저 저자들 세대면 일본어 다 되고 일본 원서 읽었을 세대일 텐데 그걸 다시 일본에다 출판하는 건 좀 웃기네
좋은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