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편] 앞으로 바둑 책 읽고 리뷰 올릴 계획입니다.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799696
[1편] 기본수법사전 (상) 읽은 후기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799953
[2편] 기경중묘(서림문화사) 읽은 후기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800350
[3편] 사활 모르고 바둑 두지 마라 읽은 후기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80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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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수법사전 상권에 이어서 하권을 읽었습니다. 우선 다 읽고 나서의 심정은 "멍... 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 상 하 두 권을 다 읽기 전에

사전조사를 해봤는데 많은 분들이 상권을 추천하고 심지어 상권만 읽고 하권을 건너 뛰어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권이 명저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사실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상 하가 그 정도의 차이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읽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근데 읽고 나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좀 알 것 같네요. 사실 이 하권이 구성과 내용 면에서 나쁜 책은 전혀 아닙니다. 상권에 비해 크게 안 좋은 책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바둑 선배님들에게 상권 위주로 추천 받는 이유를 다 읽고 나서 조금 감이 오는데요. 이 책은 상권에 비해 상당한 난이도를 보여줍니다.

타이젬 3~4단 기력의 저에게 상권이 쉬운건 아니었지만, 아는 내용들도 꽤 있었고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맥점과 행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이죠. 읽기에 번역이 매우 불편했던 것이지, 내용 면에서 곤혹스러운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하권은 다르네요. 이 책은 네 챕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번째가 포석의 수법, 두번째가 맞공격의 수법, 세번째가 사활의 수법, 마지막 네번째가

종반의 수법입니다. 포석의 수법은 말 그대로 초반 포석에 대해서 다룬 것이고, 맞공격의 수법은 수상전과 사활을, 사활은 말 그대로 사활을, 그리고

종반의 수법은 끝내기에서 이득을 얻기 위한 수법들을 다룬 것입니다. 우선 이 책은 챕터별 난이도 차이가 심합니다. 포석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딱 상권에서 이어지는 난이도라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이기 때문에 감각의 측면에서 배울 점들이 있을 뿐 디테일한

측면에서는 요즘 포석 공부에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제가 읽을 책들도, 정석과 포석 부문에서는 2017년 이전 과거의 책들을 배제할 생각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과거 개념이 틀린 점도 많을 뿐더러, 안 쓰이는 경우도 넘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1장 포석 부분은 감각적인 면에서 한번

읽고 넘어가는 정도라 느껴지네요. 즉, 이 책의 본론은 2장부터 4장 끝까지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데요. 솔직히 읽으면서 적잖게

당황했습니다. 초반에 설명해주는 예시들은 많이 어렵지 않은 것들로 설명을 합니다. 이는 상권에서부터 이어지던 기본수법사전의 특징이죠. 그러나

본론에 들어가서의 문제들은, 엄청납니다. 제 수준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사실 이 책을 읽을 쯔음에 인생 최초로 타이젬 5단을

찍게 되었습니다. 기본수법사전 상, 기경중묘 158문제, 사활 모르고 바둑두지 마라를 다 읽고, 이 책과 함께 현현각 양지 사활 시리즈2, 공통사활 신사전

세 권을 읽고 있는 와중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저도 좀 당황스러웠는데요. 어쨌든 제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5단에 도달은 한 상황이었습니다. 쨌든

5단에서도 생각보다 잘 버티는 수준이라 5단이라 말할 수 있겠단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요. 5단 수준에서도 엄청 어렵게 느껴지는 그런 구성이었습니다.

어느정도냐면, 2장~3장이 수상전~사활을 다루고 있는데 발췌한 문제들의 상당수가 현현기경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전 현현기경을 풀 생각을

1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게 이 구간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발췌됩니다. 창작된 문제들도 현현기경 수준에 필적하는 경우가 많았고, 현현기경 뿐

아니라 유명한 고전 사활들인 기경중묘와 관자보 등에서도 발췌된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기경중묘는 쉽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마저도 별 3~5개짜리

상~최상 난이도 문제들 위주로 실려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심지어 고전 사활의 끝판왕 발양론까지 발췌되어 실려있습니다. 말 다 했죠. 현현기경 문제들이

수두룩하게 실려있고, 발양론까지 실려있을 정도니까요. 더 이상 난이도가 어느정도인지 말 안해도 아는 분들은 다 아실거고 감이 오실겁니다.

고로, 어느정도 생각을 해보다가 풀면서 보는건 포기했습니다. 답없는 번역은 상권부터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문제의 난이도와 번역 양쪽에서

스트레스가 밀려왔고 한 장 한 장 읽는 과정이 솔직히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중도 포기를 하려다가 에라이 그래도 붙잡고 감상이라도 하자란

마인드로 다 보긴 봤습니다. 마지막 4장 종반의 수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고전 사활 끝내기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바로 관자보죠. 네, 관자보 위주로

발췌되어 있으며, 당연히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그래도 사활의 현현기경과 현현기경에 필적하는 문제들+발양론 문제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며,

사활이 아닌 이득을 얻는 끝내기란 측면에서 난이도가 사활에 비하면 조금 낮겠습니다만 관자보와 관자보에 필적할 수준의 문제들이기 때문에

제 수준에서 어려운건 매한가지였습니다. 고통을 참으며 어떻게든 꾸역꾸역 다 읽긴 했습니다만, 이 책을 제대로 완독한게 맞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아니라 답할 것이며, 이 책을 다 봤을 뿐이지 20%도 습득하지 못한 심정입니다. 정말 짜증나는건 앞서 말했듯 번역이 안 좋은게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상권은 내용 면에선 스트레스가 없었지만, 이 책은 내용 면에서도 난이도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며 이상한 번역으로 스트레스는 배가 됩니다.

용어들도 생소해서 화가 날 정도입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예시들을 들어보면, 후절수를 돌밑이라 하고 먹여치기를 던져넣기, 1선 호구를 걸쳐잇기,

건너붙임을 협공 붙이기, 치중을 놓기 막 이럽니다. 그 스킬들을 문제와 함께 제목으로 실어놓는데, 이런 생소한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으면 도움도 안되고

화만 밀려올겁니다. 예를들어 문제가 딱 나오고 "놓기"라 써져있으면 그게 치중을 의미한다는걸 모를시 제대로 풀 수가 없는거죠.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내용까지 깔 수는 없습니다. 상권에서도 그랬듯 중간 중간 저자 후지사와 슈코 본인의 실전보를 통한 설명도 좋았고,

보여주는 스킬들이 어려울지라도 정말 귀중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그저 '아, 내가 이걸 실전에서 떠올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들 뿐,

그런 수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수들 사이에서도 어느정도 공통된 스킬과 모양을 착안 할 수 있다는 걸 체험할 수 있었고 이건 소중했습니다.

정리하면 내용은 최고라 할 수 있지만 난이도가 상당해서 보기가 어려운 책, 이상한 번역으로 스트레스는 덤.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장점

1. 구성 면에서 여러가지 스킬과 묘수들을 한껏 느끼며 바둑의 깊이있는, 새로운 세계를 체험 할 수 있다.

2. 반복해서 보는게 매우 힘들겠지만, 이 책을 다 회독하면 수읽기와 중반~종반 기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될거라는 느낌이 확 온다.


이 책의 단점

1. 2장부터 난이도가 상당해서, 제대로 문제를 풀어가면서 읽으려면 상당한 기력이 요구된다. (그 기력의 기준은 타이젬 7단 이상으로 보여집니다.)

2. 이상한 번역은 상권에 이어서 여전하다. 난이도가 어려워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번역이 더블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3. 종반의 수법은 끝내기인데, 맥 위주이다. 집 계산을 하는 의미의 끝내기 개념에 대한 설명은 없다.


추천 기력

1장 포석의 수법은 상권처럼 타이젬 5급부터 누구나 수월하게 볼 수 있습니다.

2장~3장은 수상전과 사활에 대한 내용인데, 고전사활 현현기경급 난이도의 문제들이 즐비합니다. 타이젬 7단 이상의 기력에게 적합한 것 같습니다.

4장 종반의 수법은 끝내기 맥에 관한 내용인데, 고전사활 관자보 위주와 그 급 난이도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타이젬 6단 이상에 적합해보입니다.


다만, 어떤 책이든 난이도와 별개로 읽어나갈 수는 있습니다. 저도 3~4단 수준에서 이 책을 보기 시작했고 읽는 도중에 5단이 되긴 했습니다만

5단 입장에서도 여전히 수준이 높아보이는데 꾸역 꾸역 다 읽어냈습니다. 읽을 수는 있어도 한번으로는 얻어가는게 많지 않을 것이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가는 그런게 아니고 문제도 풀어보면서 제대로 읽어나가야겠다면, 2장부터는 6~7단 이상의 기력이 아닌 이상

상당한 각오를 하고 보기 시작해야 합니다. 적지 않은 고통과 인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다 읽어본 제 느낌으로 말씀드리면, 기력이 부족해도 다 읽어나가는게 분명 좋은 경험이 될거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