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현직 프로기사입니다
저 있는 곳 아이피라도 누가 알게 되면 큰일이라도 나는줄 아는 약간 겁쟁이(?)라 공공장소 아이피 타고 글 올립니다ㅋ

이창호 사범님이 한창 활약하실 때 사범님 바둑 보면서 공부하고 입단한 이른바 이창호키즈이기도 하고요

비록 제가 대단한 활약을 한 상위권 프로기사도 아니고 이름 들어도 모를 분도 많을 무명기사지만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이 그러하듯 입단전엔 어디서 누구한테 거의 져 본적 없고 나름 기재도 있다는 소리도 들었던데다 사실 이창호 사범님한테도 몇 번 운 좋게 이긴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창호 사범님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창호 사범님의 전성기랄 수 있는 2000년 전후에 이사범님이 강한거야 두말 할 나위도 없지만 요새 두시는거 봐도 저같은 보통의 프로기사와는 다릅니다. 확실히 달라요. 그냥 생각하시는게 달라요.

나이 드셔서 예전만큼의 계산력을 발휘하시는 것도 아니고 이른바 깜빡수 덜컥수 많이 나오는것도 맞아요. 초반 짜나가시는 것만 해도 확실히 요새 흔히 보는 인공풍과는 다른 복고 느낌이 나긴 합니다. 나름 요새 인공공부 하신다고는 하는데 본격적으로 인공공부하셨다고 보긴 좀 어려운 그런 정도의 내용이 판에 묻어납니다. 아마 결혼하시고 육아까지 하시면서 승부에 대한 집중력이 예전같을 수 없을거라고 짐작도 해봅니다

그런데 중후반 승부처나 국후 복기를 보면 판을 넓게 보는 그 시야나 깊이만큼은 전성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요. 승부와는 무관하게 '저래서 레전드구나' 하는걸 확실히 느낍니다

적어도 이창호 사범님 통해서 바둑 알게 되고 흥미 가지고 공부했던 저같은 세대라면 프로가 됐든 아니든 이창호 사범님 실력을 약하게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거에요. 단순히 레전드에 대한 예우나 존경심 담아 하는 평가가 아니라 그냥 한명의 프로 대 프로로 봐도 확실히 보통의 프로기사와는 다른 곳에 있는 분이에요 모르긴 몰라도 제 또래 기사들이라면 저랑 생각 비슷할 거고 더 어린 후배 기사들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에요

이창호 사범님이 노선배님들 많은 시대에 운 좋게 성적 내고 레전드가 되셨다?? 거의 모든 연구생 이상~프로기사라면 피식 웃을 거에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니까요

제가 프로기사라고 해서 제 의견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순 없을 거에요 그렇지만 최고레전드로서의 예전의 전성기까지 부정당하거나 나이들어 요새 성적이 전성기만큼 안 나오는걸 이유로 과도한 비판 당하시는게 보기에 너무 불편해 주저리 주저리 어설픈 글 한번 써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