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과 일본 프로야구 스타 타자 출신 마에다 도모노리의 대담
김인식의 클래식] "왜 일본 타자는 ML에서 홈런을 못 치냐"고 물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타자들의 파워에 연일 감탄하고 있다.
박병호(미네소타), 이대호(시애틀),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의 활약을 보면서 지난 일이 떠올랐다. 지난해 6월 께였다. 일본 아사히TV에서 프리미어12 대회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다.
아사히TV 해설위원인 마에다 도모노리가 직접 인터뷰를 하러 찾아왔다. 그때는 내가 대표팀 감독을 맡기 전이었다. KBO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만났다.
마에다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히로시마 중심 타자로 24년을 뛰었던 일본 프로야구 레전드다. 1990년에 쌍방울이 창단하고 처음으로 플로리다 교육리그에 선수들을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서 히로시마 선수였던 마에다를 처음 봤다.
그 친구가 아사히TV 해설위원이 돼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나도 마에다에게 하나 물어봤다. "미국, 일본, 한국 선수들이 모두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 잘 치던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왜 시원하게 홈런을 못 치나?"
마에다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투수들이 워낙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 그래서 타자는 프로에 오면 변화구 대처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적으로 훈련을 한다. 그래서 미국에 가면 강속구에 대한 적응력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왜놈들은 홈런 못쳐요)
[ 현 메이저리그 진출 타자들과 함께 프리미어12 대회를 우승으로 이끈 김인식 감독 ]
요즘 한국 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보면 그 힘에 놀란다. 슬러거인 박병호나 이대호는 물론이고,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강정호도 복귀 첫 날부터 홈런을 두 개 뻥뻥 때려냈다.
그냥 홈런이 아니라 미국인들도 깜짝 놀라는 초대형 홈런이 연일 나온다. 요즘 같아서는 '애초에 우리 민족이 일본인보다 선천적으로 강한 힘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미친새끼 ㅋㅋ)
그러다 문득 마에다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LA 다저스에 있는 마에다 겐타, 시애틀에서 뛰는 이와쿠마 히사시,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까지, 일본 투수들은 다들 변화구 비중이 매우 높다. 마에다나 이와쿠마는 공 100개를 던지면 80개 정도가 변화구다. 위에서 떨어지는 커브,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 몸쪽과 바깥쪽으로 떨어뜨리는 스플리터 등을 많이 쓴다. 어쩌다 던지는 직구는 평균 구속이 시속 92마일(약 148㎞)을 넘기지 않는다.
반대로 미국 투수들은 절반 정도를 빠른 공으로 승부한다고 봐야 한다.
한국 투수들도 예전에 비해 변화구가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일본 투수들보다 변화구를 훨씬 덜 던진다. 그래서 한국 타자가 아무래도 일본 타자에 비해 빠르고 힘있는 스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요미우리 출신 마쓰이 히데키도 미국에선 기대보다 홈런을 많이 치지 못했다.
'고질라'라는 별명처럼 일본에서는 홈런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홈런보다는 타점으로 이름을 날렸다(마쓰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 일본에서 7년 연속 30홈런을 쳤다. 그 가운데 40홈런이 3회, 50홈런이 1회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162경기 스케줄을 치르면서도 2004년 31홈런이 최다였다. 시즌 20+홈런은 일본에선 10시즌 중 9번, 미국에선 10시즌 동안 5번이었다).
[ 마쓰이 히데키 ]
일본에서 9시즌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쳤던 후쿠도메 고스케도 그랬다. 미국에서는 7시즌 중 세 번만 홈런 열 개 이상을 쳤다. 2010년 13홈런이 개인 최다였다.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 세 시즌 동안 각각 44개, 30개, 32개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다.
한국산 거포들의 활약이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인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시즌 초반 보여준 파워는 놀랍다. 아마 메이저리그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예전엔 한국 고교나 대학에서 유망한 투수들을 미리 보고 뽑아갔다. 이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KBO리그 타자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할 것이라 본다.
[ 한국선수들의 더 많은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을 기대해본다 ]
게다가 요즘은 파워는 물론이고, 발까지 빠른 타자들이 많다. 지난해 프리미어 12를 준비하면서 대표팀 상비군 선수들을 봤다. 넥센 김하성과 고종욱, 한화 하주석, 롯데 오승택 같은 선수들이 참 괜찮아 보였다. 훈련을 함께 한 게 며칠 되지 않지만, 이 선수들이 몇 년 뒤에는 굉장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10년 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난 뒤 "한국에서 잘 하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이 진짜 이렇게 현실이 되니 기분이 좋다. 제 2의 강정호, 제 2의 박병호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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