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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하고 무자비하게 짓밟혔던 땅.

스러져 간 이들의 피는 흐르고 흘러
역사의 옷자락에 지울 수 없는
짙은 자국을 남겼습니다.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 속에도 가실 수 없는 어두움이 깔렸습니다.

그들에게 유일한 빛이었던 타이거즈.
이웃끼리 모여 함께 웃고 울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였던 야구장.
비내리는 호남선을 부르고, 목포의 눈물을 소리치고,
5월의 노래를 몰래 울부짖던 그 야구장.
그러나 광주의 야구장에는 한 번도 승리의 꽃가루가
흩날린 적이 없었습니다.

강원도 혈통으로 서울에서 나고 자란 LG 팬은 어릴 때
유독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많았던, 그리고 극성이었던
KIA 팬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서울에 사는데 두산이나 LG를 응원하지 않지?
그리고 왜들 저렇게 열렬하게 야구에 몰입하지?
그런데 그런 애들이 왜 두산이나 LG 팬만큼 많지?

소외되고, 짓밟히고, 외면받은 이들의 몸부림과 함성.
한 세기에 걸친 처절한 몸부림으로 많은 이들이 객지에 정착했고
간절한 함성으로 잠실의 3루에서 타이거즈의 승리를 외쳤습니다.
그들에게 타이거즈란 어쩌면 유일한 긍지이자,
짓밟힌 고향을 등진 이들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일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나지완의 타구는 잠실의 좌측 담장을 넘겼고
양현종은 잠실의 마운드에서 두 손을 치켜들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뿐만 아니라 우승 트로피마저 상경한 듯
정작 그들의 고향에서는 축포가 터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짓밟혔던 그 설움은 글로서 역사에 남아 박수를 받고
짓밟혔던 그 자리에도 승리의 꽃가루가 휘날립니다.
귀향길 호남선의 차창에도 해가 들고, 목포의 눈물이 걷힙니다.
마음 속의 어두움을 잃지 못하고, 아니 잃지 않고
그 자리를 그대로 살아가는 수많은 광주의 시민들에게도
빛이 드리웁니다.

光州는 스스로를 불태워 가장 어두워지면서
한국사를 인도하는 가장 밝은 등불이 되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광주를 위한 빛이 비추어지게 되었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첫 광주 홈 경기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