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양은 명절에 조부모댁에 가본 적 없다.
어렸을 적엔 부모님과 여행가는 게 마냥 좋아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으나, 스무살, 부모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들었다.
첫째가 딸이면 집안이 망하니, 지우고 아들을 임신하랬댄다.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냈고, 어머니는 한참을 울었다. 한 양의 생일마다 꼭 하는 게 있냐 하면, 전화였다. 학창 시절에는 얼굴을 보고 했으나 나이가 먹고는 그러지 못하니니⋯⋯. '해야, 생일 축하한다. 태어나줘서 고맙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게 축복이었기에, 한 양은 매일이 생일이길 바랐다. "어, 엄마. 왜 전화했어용?"

"왜긴, 오늘 네 생일이잖니. 생일 축하해, 딸. 태어나줘서 고마워." "뭐야, 여보, 해랑 전화해? 해야, 생일 축하한다! 우리 딸, 태어나줘서 고맙다." "⋯⋯으응, 나도 고마워요." 케이크도, 선물도 없는 생일이었지만 고맙다는 말 한 마디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