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가장 완벽하게 제시해준 기념비적인 작품이기 때문임. 예를 들어 러버소울은 포크, 리볼버와 페퍼 상사는 사이키델릭 장르에 치중되어있고 애비로드는 만듦새로만 보면 가장 완벽하며 60년대 대중음악의 표본이라 불리지만 동시에 그 확장성은 60년대에서 멈춤. 


화이트 앨범의 제목은 아예 짓지도 않았고 커버 아트는 극도로 무성의한데다 곡 내용물조차 어떤 건 고풍스럽고 어떤 건 아방가르드하고 어떤 건 영적인 의미를 지니고 어떤 건 세속적이고 오만하며 어떤 건 목가적이고, 어떤 것은 관대하고 어떤 건 감동적인데 이 모든 것이 한 앨범 안에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음. 사실 멤버들 간의 사이가 안좋아진 것이 한몫했어도 이러한 예술적인 난잡함과 불협화음, 분열성은 당대 사람들에게 합리성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지게 되었고 그것이 60년대 말의 반문화,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강하게 받은 락이라는 장르의 반항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함. 좋은 음악은 모든 장르에 걸쳐 있음. 다시 말해 단순히 좋은 음악을 내놓는 것은 다른 장르 바탕으로도 가능한 일임. 하지만 왜 특별히 '이 장르'이어야 하는가, 어떤 장르의 음악이 시대정신을 대표하는가에 관한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이전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걸 시도해야, 다시 말해 기존의 관습과 규칙을 파괴해야 가능한 일이었고 비틀즈는 당시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음. 화이트 앨범은 좀 더 과장하면 앨범이라는 것의 정의부터 뒤집으면서 락을 정립해나가기 시작함.


화이트 앨범이 위대한 건 곡들이 완벽하기 때문이 아님 실제로 비틀즈 곡들 중에서 가장 고평가받거나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은 다른 앨범에 수록되어있음. 하지만 화이트 앨범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면, 혹은 멤버간 서로 화합을 찾아 조금 절제된 형태로 나왔다면 비틀즈가 여전히 역대 가장 위대한 락 밴드로서 칭송받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함. 그 다양성과 잠재력에 있어서 범접할 수 있는 다른 앨범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임. 예를 들어 만약 존이 앨범 제작에 있어 밴드와 좀 더 협조하는 방향을 택했다면, 주변의 만류에 따라 Revolution 9을 앨범에 수록하는 걸 포기했을 것임. 전위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대중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평론가들마저 굉장히 저평가하는 곡이지만 결국 존레논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고 앨범에 해당 곡을 수록했음. 빝붕이들 중에서도 단순히 이 곡을 예술병 걸린 존레논이 고집부려서 억지로 앨범에 집어넣은 소음뭉치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화이트 앨범의 방향성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 조금 다르게 보이리라 싶음. 


화이트 앨범은 이러한 독창적 시도와 끝없는 자기혁신, 잠재력으로 가득찬 앨범이고 만약 이러한 불협화음이 없었다면 가장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밴드로부터 무려 1968년에 나온 앨범이 팝록, 프로토 메탈, 스탠더드 팝, 바로크 팝, 프록, 포크록, 블루스, 사이키델릭, 프로토 펑크, 자장가, 사운드 콜라주 등 오만가지 장르를 섭렵하는 것을 넘어 일부 장르는 '예견'해내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임. Revolution 9이 실패한 시도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음. 중요한 건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피치포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억제되지 않은 창의성'이 곳곳에 침투했고 곧 그것 자체가 훗날 락을 대표하는 정신이 되기에 화이트 앨범에선 그 실패도 위대한 것으로 여기기에 충분한 것임. 


보통 비틀즈 음악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을 러버 소울부터 페퍼 상사까지의 앨범 중 하나를 꼽는 경우가 많음. 하지만 난 화이트 앨범을 꼽고 싶음. 비록 그 이후 앨범이 두 장밖에 안나오긴 했지만 화이트 앨범이야 말로 그들의 음악에 있어 전환점이라고 생각함. 그전까진 비틀즈 이전의 다인조 그룹들과도 같이 멤버들 개개인의 개성보다 밴드 자체의 특징이 더 두드러졌다고 봄. 전부 다 같은 헤어컷에 같은 의상, 음악적으로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지만 그것이 러버 소울부터 슬슬 분열되기 시작했고 화이트 앨범에 이르러서는 멤버들 각자의 존재감이 이젠 밴드 자체보다 더 커지게 되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꿰뚫는 메타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함.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뭔 소리냐면 그 이전의 앨범들에서 비틀즈는 하나의 페르소나로서 청취자들에게 다가갔음. 마치 비틀즈라는 극 중 캐릭터가 존재하듯이 그 비틀즈라는 캐릭터를 담당하는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비틀즈를 연기하는 것에 불과했음. 그리고 그것의 절정이 처음부터 컨셉 앨범으로 제작된 페퍼 상사라고 생각함. 하지만 화이트 앨범에선 그 배우들이 비틀즈라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각자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이라는 이름들로서 자아를 얻게 됐다고 생각함. 그렇기에 그들은 밴드 내부에 감도는 분위기, 자전적인 이야기 등을 더욱 직접적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멤버들이 층층이 쌓은 아름다운 하모니 대신 솔로 보컬의 비중이 앨범을 지배했음.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후 락스타들에게 항상 요구되는 진정성을 이때 비로소 획득한 것이라고 봄. 마침내 그들은 비틀매니아라는 딱지에서 벗어나는 걸 성공한 거임.


1968년의 서구 사회는 전후 가장 불안정한 시기였음. 베이비붐 세대는 기존의 규칙과 질서의 철폐를 요구하고 이러한 목소리들은 사랑의 여름, 68운동, 히피 등의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게 됨. 비틀즈는 당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악을 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밴드였음. 그들이 낸 앨범들, 특히 페퍼 상사는 히피들에게 있어 성경과도 같은 물건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 젊은 세대는 비틀즈가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고 비틀즈에게도 여러 사회 현상에 목소리를 내라고 은근 기대하게 됨. 하지만 혁명의 절정이었던 1968년에 그들이 발매한 화이트 앨범은 오히려 그러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거부하고 시시콜콜하게 개인적 감정에 관해 탐구하거나 밴드 내부의 분위기를 은유적으로 전하는 노래들을 수록했음. 물론 Revolution 1이나 Piggies 같은 노래들도 있지만 그다지 직설적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개인적으로 다녀온 인도 여행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남. 이렇게 혁명과 멤버 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음으로써 후대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동시에 혁명의 정신은 수용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으로 제작했다고 생각함. 

종합하자면 화이트 앨범은 비틀즈가 영원히 가장 위대한 락 밴드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해준 앨범이라고 생각함.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곡들은 언제나 완벽하지만 완벽한 곡들을 내놓는 것만으론 비틀즈는 그저 60년대 밴드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밖에 듣지 못했을 것임. 물론 화이트 앨범 이전에도 비틀즈는 항상 혁신적인 요소들을 도입했지만 화이트 앨범은 그 혁신성이 넘쳐 흐르다 못해 무질서하게 끝없이 펼쳐지는 가장 '위대'하고 락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함. 애비로드는 그 이전까지의 혁신을 종합한 가장 완벽한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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