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함께 만든 곡이 워낙 많고, 창작 과정도 늘 유동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누가 어떤 부분을 만들었는지를 두고 존과 폴이 심하게 충돌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울 정도다. 비틀스 해체 이후의 인터뷰에서도 서로 명확히 다른 기억을 주장한 곡은 두세 곡에 불과하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예가 바로 〈In My Life>다.

2019년, 컴퓨터 과학자들이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 곡의 주요 작곡자가 레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그들의 기준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n My Life)는 오히려 그런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곡이다.

〈In My Life)를 누가 처음 구상했고 누가 가사를 썼는지를 두고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레넌이다. 이 노래는 곡 없이 가사만 먼저 쓰인 형태로 시작했는데, 이는 레넌과 매카트니 둘 모두에게 드문 일이었다. 처음에 존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미미 이모의 집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 여정에 대한 노래였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은 문자 그대로 페니 레인까지 가는 길을 따라가는 내용이었다. 5번 버스를 타고 처치 로드를 지나, 오래된 트램 차고와 도커스 엄브렐라 1956년에 철거된 고가철도)가 있던 자리를 지나는 여정이었다. 하지만 존은 모든 작가가 그렇듯 초안이 형편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써 내려갔다. 구체적인 지명과 묘사는 모두 빼 버리고 그 장소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담는 방향으로 바꿨다. 그는 파트너가 (Yesterday)로 거둔 성공에 필적하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 싶어 했다.

의견 차이는 존의 가사에 곡을 어떻게 붙였느냐에서 비롯된다. 레년은 곡의 중간 부분을 매카트니가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사처럼(AIl these places have their moments ) 멜로디도 도입부와 대칭을 이루며 하강하는 흐름을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매카트니는 곡 전체 멜로디뿐만 아니라 도입부에 울려 퍼지는 기타 리프까지 자신이 만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켄우드에 들렀을때 존이 가사를 보여 주었고, 그 자리에서 곡을 붙였다고 회상했다.

“내 기억은 존의 기억과 좀 다를 것이다. 내가 '아직 멜로디는 없네, 내가 좀 만들어 볼게’ 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층계참으로 내려갔다. 존이 그곳에 멜로트론(전자 키보드)을 뒀기 때문이다. 거기 앉아서 머릿속으로 스모키 로빈슨과 미라클스를 떠올렸다. 선율적인 느낌을 살리되, 거기에 약간의 블루스 느낌을 더하고 싶었다. 단조 코드랑 화성도 좀 넣어서. 그러니까, 원래 영감은 존에게서 나온 거고, 멜로디는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기타 리프도 내가 만든 것 같고. 단정적으로 말하 고 싶진 않지만, 내 기억은 그렇다.”

여기서 매카트니의 말투는 지극히 신중하고, 거의 외교관에 가까울 만큼 조심스럽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믿는 편인데,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레넌의 기억도 구체적이지만, 그것은 가사를 쓴 과정에 한해서다. 레넌은 자신이 멜로디를 만들었다고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도, 그것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명확하게 주장한 적은 없었다. 〈In My Life>의 넓게 펼쳐지는 멜로디는 확실히 매카트니의 스타일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코드 진행은 레넌이 자주 사용하던 방식이다. 어떤 면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음악적 사고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에,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폴은 스모키 로빈슨이 존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들 중 한 명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멜로트론에 앉거나 기타를 집어 들었을 때 그를 떠올렸다(이 곡의 기타 리프는 미라클스의 (My Girl Has Gone)에 나오는 리프와 비슷한데, 당시 조지 해리슨이 소장하고 있던 싱글 음반 컬렉션에 그 곡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은 폴에게서 발라드를 어떻게 써야 할지를 배웠고, 폴은 존이 좋아할 만한 멜로디를 잘 알고 있었으며 바로 그런 멜로디를 쓰려고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교차점 어딘가에서 〈In My Life〉가 탄생했다.



..최근에 나온 존 앤 폴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는데, 존이 중간부분을 매카트니가 만들었다 한적이 있었어? 처음 알았네. 그리고 폴이 저 과정에서 페니 레인에 대한 영감도 받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