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맥주를 마신지 7~8년 정도 되는데, 여기는 소문만 듣고 가본 적은 또 없었네. 내 생활권이 여기에 겹치지 않기도 했거니와 다니던 집 순회하는 것만 해도 일이었으니... 쉬이 외연을 넓힐 엄두가 안 났어.
쨌든, 버내너펍이나 네모펍서 너네 서빙 괜찮게 한다고, 서울부산 가도 흔치 않다고 하면 두 분 다 우린 여기에 비하면 멀었다 할 만큼 이 바닥에선 유명한 집이야. 내가 맥주에 입문하기 훨씬 이전부터 영업하던, 구력 넘치는 집이지.
(씹덕 티셔츠 미쳤다)
이블트윈 레드 IPA, 비투스, 레페 앤 럼(레페브라운+론 디아즈)을 한꺼번에 시켰는데, 사장님께서 한꺼번에 시키면 맥주가 맛없다고 한잔씩 서빙해주시겠다더라. 최고의 맥주를 준비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무언가.
기분 좋게 동의했지.
1. 이블트윈 레드 IPA.
미국식 앰버의 강화형(지금은 거의 사장된)격인 맥주. 폴폴 올라오는 카라멜 몰트와 균형을 잡아주는 쓴 뒷맛이 아름다웠어. 요새 스타일과는 다른 균형을 보여주는 좋은 맥주였당.
다른 집에서 통상 나오는 것보다 5~8도 정도 높은 온도로 서빙해주셨는데, 이게 술술 들어가면서도 카라멜 몰트의 향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게 아주 먹을 만했다.
2. 스컬핀
바로 비투스 먹으려다 첫잔이 너무 맛있어서 ‘관리된 스컬핀은 어떤 맛이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비슷한 온도로 서빙 됐고, 역시 맛있었어.
3. 비투스
내가 마시던 비투스 바틀에 비해 엿기름의 향과 정향이 잘 느껴지더라. 바틀에선 늘상 바나나-핵과의 느낌을 받아왔는데, 전체적으로 맥주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았어. 쭉쭉 들어가더라.
4. 레페 앤 럼
음... 비투스를 온잔 마신게 컸는지 대단한 특징은 못 잡았다.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20% 정도 덜 달았다? 달기가 20% 정도인 게 아니라 80% 정도 달다? 론 디아즈 한잔에 레페 말아주시던데 두 번 세 번 나누고 그런 거 없이 원 테이크로 따라 주시더라. 예술이었음.
대체로 맥주 여러 잔을 동시에 시켜먹는 걸 좋아해.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 대체로 내가 원하는 것보다 차갑게 서빙 되는 경우가 많아서 온도 좀 올리려고.
시음 순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야. 대단히 컨디션 안 좋거나 임스 다음 필스너 먹는 수준이 아니면 대체로 구분가능하거든. 되려 그날의 메인이 되는 비싸고 센 맥주를 가장 먼저 마시는 경향이 있다. 더 취하기 전에 기억해야하니까.
막상 맥주가 차갑게 서빙 되더라도 원샷 칠 거 아니면 먹으면서 온도 올라오게 돼 있으니 별 부담 안 갖기도 하고.
....라 생각했는데 제대로 서빙하는 집이 다르긴 하구먼. 이취가 없다. 관리가 잘 됐다. 맥주별로 온도가 다르다 뭐 그런 수준이 아니라. 그냥 음용성을 ‘죽여주게’ ‘살려주면서’도 묻히기 쉬운 복잡함을 잘 드러내주는 매력이 있더라.
아사히 드래프트 마스터
하이네켄, 기네스, 산토리 인증ㅋㅋㅋㅋㅋㅋ
서빙에 진심이심.
‘서제스트’라는 독특한 체계를 운영 중이신데, 대충 '메뉴판에 없는 7900원 정찰제 랜덤 맥주'야.
어지간한 국맥도 한잔 마시려면 7900원은 우습게 넘어가는 요즘에 나름 합리적이면서도 들이는 맥주의 다양성을 늘리는 좋은선택이라 생각해. 근데 지금은 매진이드라.
대구 사는 친구들, 경북대 근처에 일이 있는 친구들 한 번씩 들러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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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트윈 이파가 아직도 있디니 ㄷㄷ
ㄹㅇ - dc App
추
ㄱㅅㄱㅅ - dc App
사장님이 맥주 서빙에 공을 참 많이들이셧네요
프라이드도 남다르셨습니다ㅋㅋㅋㅋㅋㅋ - dc App
머구추준다 라인업도 거의 올드한 스타일들이고 안바뀌기도해서 회전이 잘안될까하는 생각이들어 안가봤는데 나름 ㄱㅊ나보네 이파들 신선한거 같았음?
스컬핀은 막 그리 신선하진 않긴 했어..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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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잔 마시고 놀랐네요ㅋㅋㅋㅋ - dc App
대구를떠났는데 이런가게를알게되다니~~~
크흡... - dc App
비투스 함 먹으러 가야겠노 ㅋㅋ
ㄱㄱ - dc App
서빙의 고수.. 이건 귀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