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와르 계곡은 파리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까지 항상 프랑스의 중심이었던 곳이라 천년도 더 된 고성들이 그득그득한 장소에요.

2014년, 짐받이도 없이 군장 수준의 백팩 등에 들쳐메고 처음으로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나섰다가 양손 손가락이 마비되어 고생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자갤에 여행기를 남겼었는데 오래된 글이라 그런지 이미지 링크들이 다 깨져 있네요 https://m.dcinside.com/board/bicycle/1347780)
6년이 지나서야 다시 다녀올 수 있게 되어 짧은 여행기 또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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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출발했어요.
한번 함께했던 자전거로 재방문했다면 의미가 더욱 깊었겠으나
이제는 북아프리카 어디에 이름 모를 골목들 사이에서 날마다 주인과 자물쇠 바꿔가고 있을 미아만 그리워해선 어쩌겠어요. 금번에는 앞으로 도대체 몇 달 동안이나 백수로 살게 될는지 생각지도 않고 코로나 사태 터지기 직전 비상금 털어 구입한 이 친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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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 마비 이후 다년간 이뤄진 자갤 눈팅으로 습득한 자갤러 최우선 소양과 덕목인 경량화를 위해 크고 무거운 카메라는 집에 두고 폰만 챙겼습니다.
혹여나 sd카드에 이상이 생긴다면 휴대폰 자체 내장 메모리에 직접 촬영 저장을 하면 되니, 여행 첫날 사진들과 홀로 보낼 텐트에서의 무심할 시간에 들을 노래 파일이 모두 사라졌어도 괜찮습니다.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배터리를 아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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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조작인지 침낭 아래에서 제 무게에 눌려 플래시 켜진 채로 밤새 홀로 과열하다 외장 메모리까지 골로 보낸 휴대폰을 손에 쥐고, 그리하여 두째 날의 목표는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을 법한 공공시설이 있는 도시 입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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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가 써진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나오는 도시에 들러보기로 합니다.
아, 떠나기 전에 계획은 안 짰어요.
좀 달리고 온다. 같은 기분으로 나섰던 터라
120km를 좀 달려서 오를레앙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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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보다 크고 장식적인 오를레앙 대성당을 마주 낀, 보다 더 장식적인 바에서 이틀 만에 처음으로 맥주를 마시며 휴대폰 충전을 부탁했어요.
그런데 맥주가 파리보다 비싸네요. 잔을 비운 뒤에도 폰은 돌려받지 않고 장을 보는 시간 동안 전기를 더 빌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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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와 잠자리를 찾기 위해 어느 영화에서든가, 아니면 레고의 조립 설명서에서였나 본 것만 같은 가문들의 깃발들이 나부끼는 거리를 벗어나 교외의 외진 숲으로 들어섰고, 그때 그곳에서 2-3일쯤 있다 귀가하려던 이 외출이 루와르 계곡 탐사로 변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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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이고 뭐고 관광객 가득한 성 같은 곳은 볼 필요 없지만요, 저녁마다 이런 장소에서 텐트 치고 새소리 들으며 마스크 없이 편히 담배 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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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루와르 계곡, 보다 정확히는 루와르 강을 따라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했어요.
그러다 이미 왔었던 도시들과 재회하게 된다면 더 좋구요.
(폰을 꺼냈던 순간에만 gps를 찾아 직선 경로로 기록이 되다가 밤에는 난데 없이 자는 와중에도 주행이 입력되어 거리와 시간은 부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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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은 날씨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흘러가는 풍경 한손으로 사진을 찍어 보다가 미안해서 자전거를 세우고 구름만 한참 바라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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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기 멀리에 지표로부터 두터운 구름이 솟아오르는 형상이 비치기에 행여나 구름이 생성되는 장면을 관찰할 수 있을까 페달을 달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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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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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앞에 서서
구름이 만들어지는 비밀의 호수를 찾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픈 동생과 갖은 고생 후에 당도한 곳이 원자력 발전소라 방사선 피폭으로 죽게 되는 오누이의 이야기를 구상해 보다가 이런 좋은 날씨의 다른 단면들을 놓치기 아까워 다시 안장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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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흔한 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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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흔한 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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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흔한 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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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밤, 지붕들 사이에 솟은 빨간 십자가처럼 발에 챌 듯 건너편에서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성들과 거리를 두며 격리 해제된 풍광만 정신없이 배식받다가 익숙한 실루엣에 지도를 확인해 보니, 6년 전 한여름, 물이 다 떨어져 호숫물까지 마셔가며 헤매다 겨우 도착했던 그 도시였습니다.

슬슬 샤워를 해야 할 때도 되었고 이번엔 느긋하게 묵고 가고 싶어 웜샤워 호스트를 찾아봤는데, 이 코로나 시대에 더군다나 동양인에게 답장을 해 줄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죠.
하고 생각하던 찰나 30km 거리에서 텐트 설치 가능한 정원과 샤워실 그린 라이트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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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고 해후의 기쁨이고 뭐고 간에 따뜻한 물에 들어갈 생각만으로 가차 없이 추억의 도시를 뒤로했습니다. 9월 초인데 거진 30도였거든요.

연락이 끊기면 안 되기에 사진도 이쯤에서 그만 찍고 배터리 보존하며 세 번째 도시인 뚜르에 도착해 보니 호스트는 금발의 아리따운 아가씨였습니다.


사진 제한으로 2부에 이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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