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왕녀는 단두대 위에서 웃는다]의 제2화입니다.

[제2화: 피의 왕관은 무겁다]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단두대의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고, 왕녀 이사벨라를 비웃던 군중들은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막아라! 저 마녀를 당장 베어버려!”

카시안의 비명 섞인 명령에 근위병들이 창을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사벨라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바닥에서 솟아오른 검은 가시 덩굴들이 병사들의 갑옷을 종잇장처럼 뚫고 그들을 공중에 매달았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병사들이 무력화되었다.

이사벨라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카시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밟는 보도블록마다 붉은 꽃이 피어났다가 이내 검게 타들어 갔다.

“오라버니, 기억해?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 나에게만 건네주셨던 그 낡은 반지 말이야.”

이사벨라의 가느다란 손가락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인장 반지가 공명하며 거대한 마력을 뿜어냈다. 카시안은 뒷걸음질 치다 왕좌의 계단에 걸려 볼품없이 넘어졌다.

“그, 그건 가짜야! 아버님은 나를 후계자로 점지하셨다! 네가 마술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거라고!”

“현혹? 아니, 이건 증명이야.”

이사벨라는 카시안의 턱 끝에 구두 끝을 가져다 대며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왕의 피는 땅을 다스리고, 왕녀의 피는 하늘을 부른다. 당신의 피에는... 아무런 힘도 없어. 당신은 그저 왕관을 탐낸 도둑일 뿐이지.”

그 순간, 성의 외곽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이사벨라의 처형 소식을 듣고 잠복해 있던 그녀의 기사단, ‘검은 은하’가 성문을 부수고 들이닥친 것이다.

“왕녀 전하를 받들어라! 반역자 카시안을 구속하라!”

상황은 역전되었다. 이사벨라는 비릿하게 웃으며 카시안의 머리 위에 씌워진 금빛 왕관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 댕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르는 왕관을 뒤로한 채 그녀가 선언했다.

“죽이지 마. 지하 감옥 가장 깊은 곳에 가둬라. 매일 아침 내가 왕좌에 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말라 죽어가게 해줄 테니.”

이사벨라는 찢어진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당당히 왕궁 대전으로 향했다. 이제 복수는 끝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잔혹한 '정치'라는 전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왕좌에 앉은 이사벨라 앞에 나타난 의문의 조력자. 그는 적국에서 온 사절인가,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인가?